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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日 ‘헬리콥터 머니’…한국은 1인당 10만원도 난색 왜?
입력 2020.09.07 (07:00) 수정 2020.09.07 (08:51) 취재K

■ 美 3,100만 명에게 1주일 실업수당 930달러 뿌린 미국… 한 주치로만  22조원 뿌렸다

코로나로 인한 실업자 생계를 위해 미국은 특별 실업 지원금(Extra Unemployment Aid)을 지급했다. 3월 말부터 7월까지 약 넉 달간 정책은 지속했다.

수당은 주 단위로 지급됐다. 추가 지급되는 돈만 600달러. 원래 지급되는 수당 330달러는 별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3월 말부터 7월까지 ‘전형적인 미국의 실업자는 주당 930달러를 받았다’고 했다.

한 달 치로 환산하면 대략 3,700달러 이상이다. 일을 안 해도 국가로부터 우리 돈 440만 원 이상을 매달 받았다는 소리다.


금액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받은 사람의 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특별 실업수당이 가장 많이 지급된 기간이 6월 20~26일 주간이라고 했다. 이 주간에 특별 실업수당을 받아간 사람, (놀라지 말 것) 3천1백만 명이다. 600 곱하기 31,000,000 하면 186억 달러다. 우리 돈 22조 원. 딱 한 주치 특별실업수당으로만 미 연방정부는  22조원을 뿌렸다.  넉 달 동안 딱 실업수당으로 쓴 돈은 모두 2천 5백 달러, 300조 원이다.

성인 1인당 1,200달러를 지급한 보편적 재난지원금은 별도다.

이번 주 美 의회는 이 실업 보너스(Unemployment Bonus)라고도 불리는 특별실업지원금을 추가로 더 주기로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렇게 돈을 물처럼 뿌려대며 코로나 상황을 버티고 있다.

실업보다는 고용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유럽…. 일당 16만 원을 정부가 주는 일본

유럽은 미국과 달리 '고용유지'에 더 집중한다. 기업이 어려울 때 실업수당 줘서 '해고'를 장려하기보다, 보조금을 줘서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게 유도한다는 취지다. 다만, 천문학적 규모는 다르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4월,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세 개 나라만 합산해도 180조 규모의 고용유지지원금을 기업에 풀었다고 했다. 프랑스 경우 78만5000개 기업의 노동자 960만 명에게 임금 지급을 지원했다. 민간 부문의 절반이다. 영국은 고용유지 지원금이 없던 나라인데 코로나 사태 이후 만들었다.

일본은 두 번의 추경(보정 예산)을 통해 234조 엔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재정은 121조엔, 국채는 57.5조 엔이다. 빚만 우리 돈 640조를 냈다. 우리나라 정부 내년 예산안 규모 555조 원보다 많다. 추경 규모는 일본 GDP의 40%에 달한다.

이렇게 만든 돈, 역시 뿌린다.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쉬게 한 기업에 '고용 조정 조성금'을 준다. 1일 지급 상한은 15,000엔. 최대 하루 16만 원의 일당을 정부가 준다는 소리다. 매출이 급감한 기업, 개인사업자엔 임대료도 지급한다. 규모는 최대 600만 엔(약 6,700만 원)이다.

■ IMF “올해 선진국 부채는 2차 대전 직후 수준 추월”

IMF(국제통화기금)는 선진국이 빚잔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선진국 부채가 세계 GDP 대비 124% 수준이었는데, 올해 선진국 부채는 세계 GDP 대비 128%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이미 4차례에 걸쳐 우리 돈 3천조 원 이상의 경기부양책을 집행한 바 있다. 내년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2차 대전 직후인 1946년 이후 처음으로 GDP의 100%를 넘어선다.

일본은 국가 부채의 신기원을 향해 나아가는 나라다. 230%가 넘는다. 그 어떤 나라도 따라갈 수 없다. 거기에 올해 40%p를 더 얹었다.


사실 하늘에서 돈을 뿌린다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니 국가채무가 느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이상한 것은 이 거대한 빚을 미국, 유럽, 일본 정부가 모두 별로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헬리콥터 머니'의 선봉 日, ...올해 도쿄 증시 최대 주주는 '일본은행 BOJ'

중앙은행들도 마찬가지다.

하늘에서 뿌리는 돈 '헬리콥터 머니'는 사실 미국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가 꺼내든 말이다. '디플레에 빠져들면 하늘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살려내겠다'는 2002년 발언으로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도 얻었다. 미국과 유럽, 일본 각국 중앙은행들은 지금 이 헬기에 탑승해 하늘에서 돈을 뿌리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주식에도 투자한다.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한다. 주가 안정을 위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 350조 원, 도쿄증시 상장 1부 기업 전체 시총의 5%다. 지금도 계속 사고 있다. 올해 안에 ‘도쿄 증시 최대주주’가 된다.

국채는 말 그대로 '천문학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5천조 원이 넘는다. (지난해 말 기준 485조엔)  일본 정부 국채의 40%를 샀다.

주식과 국채 등 보유 자산은 일본 GDP 규모의 100%를 넘어섰다. BOJ가 부자라는 의미가 아니다. 정부의 경기부양 자금을 중앙은행이 '돈 찍어 댔다'는 소리다. 이 비율, 천문학적 돈을 쓴다는 미국 FRB조차 20% 수준이고, 유럽 ECB는 40%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1% 안팎) 돈 풀어 경기 떠받치는 아베노믹스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면서 수년간 무제한 양적 완화에 들어간 결과다.

■ 그들은 달러를, 유로를, 엔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 지는 달러를 '기축통화' 이며 '국제 결제통화' 이며 '지급준비통화'라고 표현한다. 국제 거래에 사용되는 은행 통장 50%가 '달러 통장'이고, 무역에 사용되는 통화는 '달러'이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에 쌓는 돈의 62%는 달러라는 의미다.

세계는 항상 달러를 원하고 위기가 도래하면 더 원한다. IMF는 올해 상반기 신흥국들이 1,240억 달러 어치의 채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 초기 투자자들은 주식은 물론 금까지 돈 되는 건 모두 팔아치워 달러를 확보했다.

미국이 문제의 원인이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2011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됐을 때, 투자자들은 달러를 팔기는커녕, 오히려 달러 자산을 더 사들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금융시스템 붕괴로 촉발됐지만, 투자자들은 달러를 사들였다.

달러는 궁극의 안전자산이다. 이렇게 세계의 달러 수요가 변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실업자들에게 뿌리기 위해 아무리 달러를 찍어내도  두려울 것이 없다.

유로화의 수요도 마찬가지다. 역시 국제거래에서 통용되며, 위기 때 보유 욕구가 커진다. 위기면 전 세계에 투자했던 유럽의 돈이 다시 돌아온다.

일본은 이 '안전자산' 지위가 오히려 골칫거리가 된다. 아베노믹스는 돈을 풀어 돈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정책이다. 그렇게 해서 수출이 잘되게 하고, 수십 년째 디플레 상태인 물가를 올려 경기를 살리겠다는 체계다. 그런데 위기만 되면 전 세계에 투자했던 엔화가 열도로 돌아온다. 안전한 국내로 엔화가 돌아오면 엔화 가치가 높아지는 '엔고'가 벌어진다.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물가는 다시 하방 압력을 받는다.  

다시 말해, 엔화 가치가 너무 안정적이어서 고민이다. 가치 하락 걱정은 어디에도 없다.

■ MMT, 정부는 얼마든 원하는 만큼 돈을 찍어도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처럼 장기간 저금리, 저물가가 지속하는 '뉴노멀' 상황에선, 정부가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서 경기부양에 사용해도 아무 상관 없다는'현대 통화 이론(MMT)'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들까지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MMT의 대모 스테파니 켈튼을 인용해서 '뉴노멀'이면 재정적자는 얼마든지 감당 가능하니 ‘필요하다면’ 정부는 얼마든지 돈을 빌려도 상관없다는 주장을 소개한다.

빌린다는 형식을 취하지만 실은 빌리는 게 아니라 ‘찍어내는’ 것이고, 이자율도 컨트롤이 가능하며, 그런 식으로 민간 금융의 기능도 돕는다는 것.

일본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 '돈을 빌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차를 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출과는 차이가 있다. 일본 정부가 채권에 필요한 만큼의 숫자를 써서 중앙은행(BOJ)에 주면, 중앙은행은 컴퓨터를 켜고 키보드를 통해서 정부의 통장 계좌에 숫자를 쓰고 ‘이체’ 버튼을 누른다.

갚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BOJ가 정부를 독촉하는 일은 없을 테고, 금리는 극히 낮으니 이자는 부담이 없다. 일본 정부는 그냥 낮은 이자에 돈을 ‘빌리는 척’ 하면서 찍어낸 돈 민간에 뿌리면 된다. 그렇게 강한 회복을 만들면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는 공식이 만들어진다.

물론 ‘공짜 점심이 있다’는 이런 식의 이상한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제학자들이 절대다수이지만, 현실은 점점 MMT가 그리는 세상에 가까워지고 있다.

일본은 전형적인 예로 꼽히는데 수십 년 동안 돈을 찍고, 국가부채가 230%가 넘는 상황에서 40%를 더 얹고, 장기적으로 무제한적으로 빚을 내겠다고 선언해도 거시경제 전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제 미국이 천문학적 실업 수당과 고용 지원금, 보편 지원금을 퍼부으며 그 길에 따라나섰지만, 달러의 지위는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 EU 집행위원회도 안 가본 길을 가고 있다. 찍어낸 돈으로 이탈리아 같은 개별 국가를 지원하는 ‘경제회복기금’이 집행된다. 돈 펑펑 쓰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유로화의 지위는 오히려 더 굳건해지고 통화 가치까지 오르고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에드워드 챈슬러는 FT 인터뷰에서 '공짜 점심이 있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상공엔 헬리콥터 머니 못 뜬다

그러나 위기가 왔을 때 자국 통화 가치가 헐값으로 추락하는 나라에는 이  ‘공짜 점심', 없다.  국제 결제통화나 외환 보유고에 사용되는 통화가 아닌데 헬리콥터 머니를 뿌리면 재앙이 찾아올 수 있다.

‘돈을 찍어내서 해결하려는 기미’를 보이는 순간, 그 돈의 가치 추락 속도는 빨라진다. 빚이 늘어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외화는 빠져나가고 환율은 급등한다. 외환 보유고가 줄기 시작하면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 아무리 많은 외환보유고도 소용이 없게 된다. 수출입은 마비되고, 기업은 도산하고, 실업자가 양산된다. 우리 원화 이야기다.

우리 원화는 여전히 해외 은행들이 계좌 개설 때 안 써주는 돈이고, 무역할 때 받아주지 않는 돈이며, 다른 나라 외환 보유고에 들어가지 않는 돈이다.

채권이 안전자산 대접을 받고는 있고, 저금리와 저물가의 ‘뉴노멀’도 찾아온 듯도 보이지만 장기 지속성은 불확실하다. 수출이 줄고 국가 빚이 많아져도 신용등급과 환율이 유지돼서 외국 자금이 머물러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국내 자본이 일본이나 유럽, 미국처럼 많아서 국내 자본이 (위기만 되면 원화 자금이 한국으로 되돌아오는 식으로) 우리 원화의 가치를 지켜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도 못하다. 인구 5천만의 국가 경제는 그리 규모가 크지 않고, 그동안 축적된 자본도 많지 않다.

■ 이재명 경기지사의 외로운 외침... '1인당 10만 원이라도'


1차 때 처럼이 안된다면 1인당 10만 원이라도 지급하자, 는 이재명 지사의 외침에도 당정의 발걸음은 선별지원으로 향한다. 재원 때문이다.

나라 곳간 걱정하는 기재부는 "일부 소비 진작 효과는 있지만, 막대한 재원이 소모되니 더 효과적인 지원방안 고민해야 한다"면서 "피해 집중된 곳에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고 거듭 밝힌다. 선진국들이 아무리 국가부채를 100% 이상 쌓으며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도 우리는 처지가 다르단 것이다. 40%만 넘어도 아우성이고, 머잖아 80%에 육박한다는 재정 추계까지 나온 상황이기도 하다.

사실 당정이 합의한 선별 지원에 '소비 진작 효과'가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선별엔 반드시 시간이 오래 걸릴 테고 병목현상으로 인한 불만도 제기될 테니, 재난지원금처럼 빨리 지급되어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 소상공인 등 피해 계층에 지급하면 '임대료'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을 텐데, 그 돈이 실물경제 모세혈관을 돌아다닐 리 만무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결제통화를 보유한 전통의 부자 나라들이 앞다퉈 돈을 찍어내 ‘헬리콥터 머니’를 찍어내는 이 순간, 우리 정부는 어떻게든 국채 발행만은 줄여보려 하고, 한국은행은 여전히 비전통적 통화 정책에는 소극적이다. 객관적인 상황으로 보건대, 아직 한국 상공에는 ‘헬리콥터 머니가 뜰 수 없다’고 믿는 것이다.
  • 美·EU·日 ‘헬리콥터 머니’…한국은 1인당 10만원도 난색 왜?
    • 입력 2020-09-07 07:00:52
    • 수정2020-09-07 08:51:50
    취재K

■ 美 3,100만 명에게 1주일 실업수당 930달러 뿌린 미국… 한 주치로만  22조원 뿌렸다

코로나로 인한 실업자 생계를 위해 미국은 특별 실업 지원금(Extra Unemployment Aid)을 지급했다. 3월 말부터 7월까지 약 넉 달간 정책은 지속했다.

수당은 주 단위로 지급됐다. 추가 지급되는 돈만 600달러. 원래 지급되는 수당 330달러는 별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3월 말부터 7월까지 ‘전형적인 미국의 실업자는 주당 930달러를 받았다’고 했다.

한 달 치로 환산하면 대략 3,700달러 이상이다. 일을 안 해도 국가로부터 우리 돈 440만 원 이상을 매달 받았다는 소리다.


금액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받은 사람의 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특별 실업수당이 가장 많이 지급된 기간이 6월 20~26일 주간이라고 했다. 이 주간에 특별 실업수당을 받아간 사람, (놀라지 말 것) 3천1백만 명이다. 600 곱하기 31,000,000 하면 186억 달러다. 우리 돈 22조 원. 딱 한 주치 특별실업수당으로만 미 연방정부는  22조원을 뿌렸다.  넉 달 동안 딱 실업수당으로 쓴 돈은 모두 2천 5백 달러, 300조 원이다.

성인 1인당 1,200달러를 지급한 보편적 재난지원금은 별도다.

이번 주 美 의회는 이 실업 보너스(Unemployment Bonus)라고도 불리는 특별실업지원금을 추가로 더 주기로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렇게 돈을 물처럼 뿌려대며 코로나 상황을 버티고 있다.

실업보다는 고용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유럽…. 일당 16만 원을 정부가 주는 일본

유럽은 미국과 달리 '고용유지'에 더 집중한다. 기업이 어려울 때 실업수당 줘서 '해고'를 장려하기보다, 보조금을 줘서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게 유도한다는 취지다. 다만, 천문학적 규모는 다르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4월,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세 개 나라만 합산해도 180조 규모의 고용유지지원금을 기업에 풀었다고 했다. 프랑스 경우 78만5000개 기업의 노동자 960만 명에게 임금 지급을 지원했다. 민간 부문의 절반이다. 영국은 고용유지 지원금이 없던 나라인데 코로나 사태 이후 만들었다.

일본은 두 번의 추경(보정 예산)을 통해 234조 엔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재정은 121조엔, 국채는 57.5조 엔이다. 빚만 우리 돈 640조를 냈다. 우리나라 정부 내년 예산안 규모 555조 원보다 많다. 추경 규모는 일본 GDP의 40%에 달한다.

이렇게 만든 돈, 역시 뿌린다.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쉬게 한 기업에 '고용 조정 조성금'을 준다. 1일 지급 상한은 15,000엔. 최대 하루 16만 원의 일당을 정부가 준다는 소리다. 매출이 급감한 기업, 개인사업자엔 임대료도 지급한다. 규모는 최대 600만 엔(약 6,700만 원)이다.

■ IMF “올해 선진국 부채는 2차 대전 직후 수준 추월”

IMF(국제통화기금)는 선진국이 빚잔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선진국 부채가 세계 GDP 대비 124% 수준이었는데, 올해 선진국 부채는 세계 GDP 대비 128%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이미 4차례에 걸쳐 우리 돈 3천조 원 이상의 경기부양책을 집행한 바 있다. 내년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2차 대전 직후인 1946년 이후 처음으로 GDP의 100%를 넘어선다.

일본은 국가 부채의 신기원을 향해 나아가는 나라다. 230%가 넘는다. 그 어떤 나라도 따라갈 수 없다. 거기에 올해 40%p를 더 얹었다.


사실 하늘에서 돈을 뿌린다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니 국가채무가 느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이상한 것은 이 거대한 빚을 미국, 유럽, 일본 정부가 모두 별로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헬리콥터 머니'의 선봉 日, ...올해 도쿄 증시 최대 주주는 '일본은행 BOJ'

중앙은행들도 마찬가지다.

하늘에서 뿌리는 돈 '헬리콥터 머니'는 사실 미국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가 꺼내든 말이다. '디플레에 빠져들면 하늘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살려내겠다'는 2002년 발언으로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도 얻었다. 미국과 유럽, 일본 각국 중앙은행들은 지금 이 헬기에 탑승해 하늘에서 돈을 뿌리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주식에도 투자한다.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한다. 주가 안정을 위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 350조 원, 도쿄증시 상장 1부 기업 전체 시총의 5%다. 지금도 계속 사고 있다. 올해 안에 ‘도쿄 증시 최대주주’가 된다.

국채는 말 그대로 '천문학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5천조 원이 넘는다. (지난해 말 기준 485조엔)  일본 정부 국채의 40%를 샀다.

주식과 국채 등 보유 자산은 일본 GDP 규모의 100%를 넘어섰다. BOJ가 부자라는 의미가 아니다. 정부의 경기부양 자금을 중앙은행이 '돈 찍어 댔다'는 소리다. 이 비율, 천문학적 돈을 쓴다는 미국 FRB조차 20% 수준이고, 유럽 ECB는 40%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1% 안팎) 돈 풀어 경기 떠받치는 아베노믹스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면서 수년간 무제한 양적 완화에 들어간 결과다.

■ 그들은 달러를, 유로를, 엔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 지는 달러를 '기축통화' 이며 '국제 결제통화' 이며 '지급준비통화'라고 표현한다. 국제 거래에 사용되는 은행 통장 50%가 '달러 통장'이고, 무역에 사용되는 통화는 '달러'이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에 쌓는 돈의 62%는 달러라는 의미다.

세계는 항상 달러를 원하고 위기가 도래하면 더 원한다. IMF는 올해 상반기 신흥국들이 1,240억 달러 어치의 채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 초기 투자자들은 주식은 물론 금까지 돈 되는 건 모두 팔아치워 달러를 확보했다.

미국이 문제의 원인이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2011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됐을 때, 투자자들은 달러를 팔기는커녕, 오히려 달러 자산을 더 사들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금융시스템 붕괴로 촉발됐지만, 투자자들은 달러를 사들였다.

달러는 궁극의 안전자산이다. 이렇게 세계의 달러 수요가 변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실업자들에게 뿌리기 위해 아무리 달러를 찍어내도  두려울 것이 없다.

유로화의 수요도 마찬가지다. 역시 국제거래에서 통용되며, 위기 때 보유 욕구가 커진다. 위기면 전 세계에 투자했던 유럽의 돈이 다시 돌아온다.

일본은 이 '안전자산' 지위가 오히려 골칫거리가 된다. 아베노믹스는 돈을 풀어 돈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정책이다. 그렇게 해서 수출이 잘되게 하고, 수십 년째 디플레 상태인 물가를 올려 경기를 살리겠다는 체계다. 그런데 위기만 되면 전 세계에 투자했던 엔화가 열도로 돌아온다. 안전한 국내로 엔화가 돌아오면 엔화 가치가 높아지는 '엔고'가 벌어진다.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물가는 다시 하방 압력을 받는다.  

다시 말해, 엔화 가치가 너무 안정적이어서 고민이다. 가치 하락 걱정은 어디에도 없다.

■ MMT, 정부는 얼마든 원하는 만큼 돈을 찍어도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처럼 장기간 저금리, 저물가가 지속하는 '뉴노멀' 상황에선, 정부가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서 경기부양에 사용해도 아무 상관 없다는'현대 통화 이론(MMT)'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들까지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MMT의 대모 스테파니 켈튼을 인용해서 '뉴노멀'이면 재정적자는 얼마든지 감당 가능하니 ‘필요하다면’ 정부는 얼마든지 돈을 빌려도 상관없다는 주장을 소개한다.

빌린다는 형식을 취하지만 실은 빌리는 게 아니라 ‘찍어내는’ 것이고, 이자율도 컨트롤이 가능하며, 그런 식으로 민간 금융의 기능도 돕는다는 것.

일본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 '돈을 빌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차를 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출과는 차이가 있다. 일본 정부가 채권에 필요한 만큼의 숫자를 써서 중앙은행(BOJ)에 주면, 중앙은행은 컴퓨터를 켜고 키보드를 통해서 정부의 통장 계좌에 숫자를 쓰고 ‘이체’ 버튼을 누른다.

갚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BOJ가 정부를 독촉하는 일은 없을 테고, 금리는 극히 낮으니 이자는 부담이 없다. 일본 정부는 그냥 낮은 이자에 돈을 ‘빌리는 척’ 하면서 찍어낸 돈 민간에 뿌리면 된다. 그렇게 강한 회복을 만들면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는 공식이 만들어진다.

물론 ‘공짜 점심이 있다’는 이런 식의 이상한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제학자들이 절대다수이지만, 현실은 점점 MMT가 그리는 세상에 가까워지고 있다.

일본은 전형적인 예로 꼽히는데 수십 년 동안 돈을 찍고, 국가부채가 230%가 넘는 상황에서 40%를 더 얹고, 장기적으로 무제한적으로 빚을 내겠다고 선언해도 거시경제 전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제 미국이 천문학적 실업 수당과 고용 지원금, 보편 지원금을 퍼부으며 그 길에 따라나섰지만, 달러의 지위는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 EU 집행위원회도 안 가본 길을 가고 있다. 찍어낸 돈으로 이탈리아 같은 개별 국가를 지원하는 ‘경제회복기금’이 집행된다. 돈 펑펑 쓰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유로화의 지위는 오히려 더 굳건해지고 통화 가치까지 오르고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에드워드 챈슬러는 FT 인터뷰에서 '공짜 점심이 있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상공엔 헬리콥터 머니 못 뜬다

그러나 위기가 왔을 때 자국 통화 가치가 헐값으로 추락하는 나라에는 이  ‘공짜 점심', 없다.  국제 결제통화나 외환 보유고에 사용되는 통화가 아닌데 헬리콥터 머니를 뿌리면 재앙이 찾아올 수 있다.

‘돈을 찍어내서 해결하려는 기미’를 보이는 순간, 그 돈의 가치 추락 속도는 빨라진다. 빚이 늘어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외화는 빠져나가고 환율은 급등한다. 외환 보유고가 줄기 시작하면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 아무리 많은 외환보유고도 소용이 없게 된다. 수출입은 마비되고, 기업은 도산하고, 실업자가 양산된다. 우리 원화 이야기다.

우리 원화는 여전히 해외 은행들이 계좌 개설 때 안 써주는 돈이고, 무역할 때 받아주지 않는 돈이며, 다른 나라 외환 보유고에 들어가지 않는 돈이다.

채권이 안전자산 대접을 받고는 있고, 저금리와 저물가의 ‘뉴노멀’도 찾아온 듯도 보이지만 장기 지속성은 불확실하다. 수출이 줄고 국가 빚이 많아져도 신용등급과 환율이 유지돼서 외국 자금이 머물러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국내 자본이 일본이나 유럽, 미국처럼 많아서 국내 자본이 (위기만 되면 원화 자금이 한국으로 되돌아오는 식으로) 우리 원화의 가치를 지켜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도 못하다. 인구 5천만의 국가 경제는 그리 규모가 크지 않고, 그동안 축적된 자본도 많지 않다.

■ 이재명 경기지사의 외로운 외침... '1인당 10만 원이라도'


1차 때 처럼이 안된다면 1인당 10만 원이라도 지급하자, 는 이재명 지사의 외침에도 당정의 발걸음은 선별지원으로 향한다. 재원 때문이다.

나라 곳간 걱정하는 기재부는 "일부 소비 진작 효과는 있지만, 막대한 재원이 소모되니 더 효과적인 지원방안 고민해야 한다"면서 "피해 집중된 곳에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고 거듭 밝힌다. 선진국들이 아무리 국가부채를 100% 이상 쌓으며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도 우리는 처지가 다르단 것이다. 40%만 넘어도 아우성이고, 머잖아 80%에 육박한다는 재정 추계까지 나온 상황이기도 하다.

사실 당정이 합의한 선별 지원에 '소비 진작 효과'가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선별엔 반드시 시간이 오래 걸릴 테고 병목현상으로 인한 불만도 제기될 테니, 재난지원금처럼 빨리 지급되어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 소상공인 등 피해 계층에 지급하면 '임대료'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을 텐데, 그 돈이 실물경제 모세혈관을 돌아다닐 리 만무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결제통화를 보유한 전통의 부자 나라들이 앞다퉈 돈을 찍어내 ‘헬리콥터 머니’를 찍어내는 이 순간, 우리 정부는 어떻게든 국채 발행만은 줄여보려 하고, 한국은행은 여전히 비전통적 통화 정책에는 소극적이다. 객관적인 상황으로 보건대, 아직 한국 상공에는 ‘헬리콥터 머니가 뜰 수 없다’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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