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 지역 서점・출판계 산소 호흡기 역할…‘도서정가제’

입력 2020.09.07 (20:28) 수정 2020.09.0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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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락영/전주시 서점 조합 대표 : "저희들이 지금 현재 이번 정가제 발표하기 전에 대통령님께 보내는 호소문이거든요. 이 호소문을 전국에 있는 서점들이 각자 필사를 해서 우리가 살 수 있는, 상생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전주시 인후동의 한 중형서점.

오는 11월 20일, 도서정가제 개정 시한을 앞두고 지역 서점 조합원 50여 명과 함께 준비한 호소문이 간절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월 매출 40% 이상이 감소한데다, 민관협의체에서 마련한 현 도서정가제 유지 합의안을 문체부가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2014년 현행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지역민들의 동네 서점 살리기 운동으로 그나마 매출이 좋았던 서점입니다.

동네 책방들은 더 기가 막힙니다.

[이지선/전주 책방 네트워크 회장 : "2014년을 기점으로 해서 전국적으로 동네 책방이 생기기 시작했고, 전주도 2015년부터 시작해서 그나마 도서정가제가 안전판이 되어줬기 때문에…."]

책을 팔 때 정가의 15% 안에서만 할인하도록 정한 도서정가제.

반 값 도서와 같은 지나친 할인 경쟁이 사라지면서, 실제로 전라북도 내 동네 책방을 포함한 지역 서점만 해도 80여 곳에서 118곳으로, 출판사는 630여 곳에서 두 배 가까이 대폭 늘었습니다.

도서정가제를 버팀목 삼아 간신히 버티고 있던 공간을 비워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책방이 전주에만 열 곳이 넘습니다.

출판의 다양성과 양질의 작품에 도움이 된다는 작가들의 목소리도 더해집니다.

[김정배/원광대학교 융합교양대학 교수·문학평론가 : "도서정가제가 무너지게 되면 작가들이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글을 쓸 수가 없게 되는 거죠. 당연히 시장 출판 논리에 의해서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작가 위주의, 이름만 보고 책을 구입하는 현상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될 거거든요."]

그러나, 2019년 청와대에 올라온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이 20만 명을 넘으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문체부는 도서정가제 할인율을 높여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와 출판생태계도 육성해야 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한편 전자출판업계는 웹툰이나 웹소설 등은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기존 출판업계와 대립하면서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출판 시장에 민감한 출판사들의 반응 또한 제각각입니다.

[서영훈/신아출판사 기획실장 : "출판사는 사실 양질의 책을 내는 것이 목적이거든요. 도서정가제가 산소 호흡기처럼 어느 정도는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 상황…."]

[김완준/모악출판사 대표 : "도서정가제라는 게 오히려 출판사나 독자에게는 재고 도서를 처리할 수 있는 길을 막아놓고 있는 겁니다. 이것은 도서정가제의 굉장히 큰 잘못된 부분이죠."]

독자 입장에서는 정가대로 책을 구입해야 하는 도서정가제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영민/김제시 금구면 :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폐지죠. 폐지되면 가격이 더 낮아질 수 있잖아요."]

[박초혜/전주시 인후동 : "저는 책 가격에 상관 안하고 내용이 재밌으면 사고, 내용에 따라서 사는지 안 사는지가 정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할인이 좋겠죠."]

서점보다는 할인율이 높은 인터넷 서점을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문하늘/전주시 인후동 : "찾아보면 인터넷이 더 싼 것도 많아요. 배달도 되고, 제가 무겁게 들고 가지 않아도 되니까."]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천차만별의 공급가격 구조부터 일괄적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것.

[이지선/전주 책방 네트워크 회장 : "온라인에는 60%에서 65%로 책이 공급이 되고요, 현재. 그리고 동네 책방에는 70%에서 75% 정도 해서 서로 간격이 10%에서 15%가 차이가 나요."]

책이 많이 팔리는 대형서점과 달리 동네 책방이나 지역 서점은 판매 수량이 적기 때문에 책 공급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직거래가 아닌 도매상을 거쳐야 하는 유통 구조에서도 불리합니다.

[김락영 /전주시 서점 조합 대표 : "대형서점 같은 경우에는 직거래라는 것이 있거든요. 출판사에서 바로 받기 때문에 중간 마진이 없어요. 저희들은 두 단계를 거칩니다. 처음에 출판사에서 총판에서 책을 받고, 총판에서 일정량의 마진을 가지고 또 저희들한테 가져오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미비한 역할에 대한 지적도 이어집니다.

[김정배/원광대학교 융합교양대학 교수·문학평론가 :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작가와 또 도매, 책방, 서점들, 출판사, 독립서점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자료가 확보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하지만, 관련 업계 사람들과 이제서야 소통을 시도했다는 안일한 대답뿐입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 관계자/음성변조 : "오늘 도서정가제에 대해가지고 면담이 이루어진 거죠, 출판문화계하고. 왜냐하면 그 동안은 언론을 통해서만 오고 가고 했잖아요."]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문화에 치어 이미 많이 위축되어버린 출판 생태계 사람들.

논란과 갈등을 지우고 문화 공공재로서의 책이 지닌 문화적 가치를 담아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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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K] 지역 서점・출판계 산소 호흡기 역할…‘도서정가제’
    • 입력 2020-09-07 20:28:11
    • 수정2020-09-07 20:33:25
    뉴스7(전주)
[김락영/전주시 서점 조합 대표 : "저희들이 지금 현재 이번 정가제 발표하기 전에 대통령님께 보내는 호소문이거든요. 이 호소문을 전국에 있는 서점들이 각자 필사를 해서 우리가 살 수 있는, 상생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전주시 인후동의 한 중형서점. 오는 11월 20일, 도서정가제 개정 시한을 앞두고 지역 서점 조합원 50여 명과 함께 준비한 호소문이 간절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월 매출 40% 이상이 감소한데다, 민관협의체에서 마련한 현 도서정가제 유지 합의안을 문체부가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2014년 현행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지역민들의 동네 서점 살리기 운동으로 그나마 매출이 좋았던 서점입니다. 동네 책방들은 더 기가 막힙니다. [이지선/전주 책방 네트워크 회장 : "2014년을 기점으로 해서 전국적으로 동네 책방이 생기기 시작했고, 전주도 2015년부터 시작해서 그나마 도서정가제가 안전판이 되어줬기 때문에…."] 책을 팔 때 정가의 15% 안에서만 할인하도록 정한 도서정가제. 반 값 도서와 같은 지나친 할인 경쟁이 사라지면서, 실제로 전라북도 내 동네 책방을 포함한 지역 서점만 해도 80여 곳에서 118곳으로, 출판사는 630여 곳에서 두 배 가까이 대폭 늘었습니다. 도서정가제를 버팀목 삼아 간신히 버티고 있던 공간을 비워야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책방이 전주에만 열 곳이 넘습니다. 출판의 다양성과 양질의 작품에 도움이 된다는 작가들의 목소리도 더해집니다. [김정배/원광대학교 융합교양대학 교수·문학평론가 : "도서정가제가 무너지게 되면 작가들이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글을 쓸 수가 없게 되는 거죠. 당연히 시장 출판 논리에 의해서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작가 위주의, 이름만 보고 책을 구입하는 현상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될 거거든요."] 그러나, 2019년 청와대에 올라온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이 20만 명을 넘으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문체부는 도서정가제 할인율을 높여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와 출판생태계도 육성해야 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한편 전자출판업계는 웹툰이나 웹소설 등은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기존 출판업계와 대립하면서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출판 시장에 민감한 출판사들의 반응 또한 제각각입니다. [서영훈/신아출판사 기획실장 : "출판사는 사실 양질의 책을 내는 것이 목적이거든요. 도서정가제가 산소 호흡기처럼 어느 정도는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 상황…."] [김완준/모악출판사 대표 : "도서정가제라는 게 오히려 출판사나 독자에게는 재고 도서를 처리할 수 있는 길을 막아놓고 있는 겁니다. 이것은 도서정가제의 굉장히 큰 잘못된 부분이죠."] 독자 입장에서는 정가대로 책을 구입해야 하는 도서정가제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영민/김제시 금구면 :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폐지죠. 폐지되면 가격이 더 낮아질 수 있잖아요."] [박초혜/전주시 인후동 : "저는 책 가격에 상관 안하고 내용이 재밌으면 사고, 내용에 따라서 사는지 안 사는지가 정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할인이 좋겠죠."] 서점보다는 할인율이 높은 인터넷 서점을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문하늘/전주시 인후동 : "찾아보면 인터넷이 더 싼 것도 많아요. 배달도 되고, 제가 무겁게 들고 가지 않아도 되니까."] 보다 근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천차만별의 공급가격 구조부터 일괄적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것. [이지선/전주 책방 네트워크 회장 : "온라인에는 60%에서 65%로 책이 공급이 되고요, 현재. 그리고 동네 책방에는 70%에서 75% 정도 해서 서로 간격이 10%에서 15%가 차이가 나요."] 책이 많이 팔리는 대형서점과 달리 동네 책방이나 지역 서점은 판매 수량이 적기 때문에 책 공급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직거래가 아닌 도매상을 거쳐야 하는 유통 구조에서도 불리합니다. [김락영 /전주시 서점 조합 대표 : "대형서점 같은 경우에는 직거래라는 것이 있거든요. 출판사에서 바로 받기 때문에 중간 마진이 없어요. 저희들은 두 단계를 거칩니다. 처음에 출판사에서 총판에서 책을 받고, 총판에서 일정량의 마진을 가지고 또 저희들한테 가져오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미비한 역할에 대한 지적도 이어집니다. [김정배/원광대학교 융합교양대학 교수·문학평론가 :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작가와 또 도매, 책방, 서점들, 출판사, 독립서점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자료가 확보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하지만, 관련 업계 사람들과 이제서야 소통을 시도했다는 안일한 대답뿐입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 관계자/음성변조 : "오늘 도서정가제에 대해가지고 면담이 이루어진 거죠, 출판문화계하고. 왜냐하면 그 동안은 언론을 통해서만 오고 가고 했잖아요."]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문화에 치어 이미 많이 위축되어버린 출판 생태계 사람들. 논란과 갈등을 지우고 문화 공공재로서의 책이 지닌 문화적 가치를 담아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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