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범죄에 무방비 노출…가해자도 지적장애인”

입력 2020.09.07 (22:11) 수정 2020.09.0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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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두 달 전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불거진 지적장애인 집단 폭행 사건 보도해드린 적 있죠,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 절반 이상이 지적장애인이었는데 수차례 반복된 이 범죄가 과연 당사자들 만의 문제였을까요.

탐사K는 지난 몇 주간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주변인들을 만나 밀착취재를 이어왔습니다.

첫 순서로 숨겨져 왔던 또 다른 범죄 실태를 보도해드립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수개월 동안 조폭 행세를 하며 지적장애인들을 집단 폭행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답답해서 나갔는데 그 사건에 포함이 된 것 같아요."]

["친구도 없고, 놀아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

["거기 가면 대화를 할 수 있다."]

["아무도 모르는 것뿐이지.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기는 했었어요, 늘상."]

시민들이 자주 찾는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만남의 장소지만, 수민 씨에게는 떠올리기 싫은 곳입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시청에 잘 안가요. 그리고 앞으로도 시청에 안 가게 될 것 같아요."]

최근 시청 일대에서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폭행과 갈취를 일삼아 온 11명이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장애인들 때리는 것도 많이 봤고. 돈 뜯는 것도 많이 봤어요."]

놀랍게도 가해자 절반 이상이 같은 20대 지적장애인이었는데, 수민 씨는 돈을 뜯기고 성추행 피해도 입었습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오빠가 손목을 잡아끌더니 만지고 억지로 키스하고 그랬어요. 그 일이 있고 나서 수면제를 먹어도 자꾸 그때 일이 떠오르니까."]

지적장애인이 다른 지적장애인을 노린 범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수민 씨는 3년 전 지적장애남성 2명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도 신고를 못했다는 충격적인 얘기도 털어놓았습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자기네 집 아니면 빈 건물 그런 데로 데려가가지고. 경찰에 신고하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아가지고 신고도 못 했어요."]

수년간 이어진 피해에도 발길을 끊지 못한 이유는 뭘까.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저는 친구가 없어요. 친구가 없고. 솔직히 만날 기회가 별로 없기는 해요."]

갈 곳 없는 지적장애인들의 쉼터인 시청 어울림마당.

이곳에는 은밀한 범죄의 손길이 뻗치고 있습니다.

[고민서/가명/지적장애 : "채팅으로 해가지고 저를 소개해줬어요. 5월 달에 시청에서. (언니가) 소개비 막 주라고 했나봐요. 5만 원 돈. 나는 돈 안 받았어요."]

같은 지적장애인 지인이 채팅으로 알게 된 남성들에게 돈을 받고 자신을 소개했고, 이 남성들은 하나 같이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게 민서 씨 주장입니다.

[고민서/가명/지적장애 : "비디오방 가고 했어요. 막 성관계하고. 하기 싫었는데 나빴어요."]

심지어 지적장애남성 강요로 혼인신고를 한 사례도 있습니다.

[양은지/가명/지적장애 : "000이 혼인신고 하고 싶다고 해가지고 저는 무서워서 같이 억지로 했거든요. 막 때리고 저도 000한테 맞았거든요. (어떻게 맞았어요?) 밀친 다음에 뺨 맞았어요."]

폭력과 갈취,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지적장애인들.

문제는 드러난 피해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경찰 수사로 가해자 일부가 처벌을 받게 됐지만, 피해자들이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는 이유입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이게 방송에 나가서 피해자들이 좀 줄었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저같은 피해자가 이제는 안 나와야 되잖아요."]

시내 한복판에 있던 그들만의 세상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게 된 지적장애인들.

내일 이 시간에는 지적장애인 가해자들의 범행이 왜 반복될 수밖에 없었는 지 짚어봅니다.

탐사K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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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범죄에 무방비 노출…가해자도 지적장애인”
    • 입력 2020-09-07 22:11:46
    • 수정2020-09-08 16:13:18
    뉴스9(제주)
[앵커] 두 달 전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불거진 지적장애인 집단 폭행 사건 보도해드린 적 있죠,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 절반 이상이 지적장애인이었는데 수차례 반복된 이 범죄가 과연 당사자들 만의 문제였을까요. 탐사K는 지난 몇 주간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주변인들을 만나 밀착취재를 이어왔습니다. 첫 순서로 숨겨져 왔던 또 다른 범죄 실태를 보도해드립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수개월 동안 조폭 행세를 하며 지적장애인들을 집단 폭행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답답해서 나갔는데 그 사건에 포함이 된 것 같아요."] ["친구도 없고, 놀아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 ["거기 가면 대화를 할 수 있다."] ["아무도 모르는 것뿐이지.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기는 했었어요, 늘상."] 시민들이 자주 찾는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만남의 장소지만, 수민 씨에게는 떠올리기 싫은 곳입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시청에 잘 안가요. 그리고 앞으로도 시청에 안 가게 될 것 같아요."] 최근 시청 일대에서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폭행과 갈취를 일삼아 온 11명이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장애인들 때리는 것도 많이 봤고. 돈 뜯는 것도 많이 봤어요."] 놀랍게도 가해자 절반 이상이 같은 20대 지적장애인이었는데, 수민 씨는 돈을 뜯기고 성추행 피해도 입었습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오빠가 손목을 잡아끌더니 만지고 억지로 키스하고 그랬어요. 그 일이 있고 나서 수면제를 먹어도 자꾸 그때 일이 떠오르니까."] 지적장애인이 다른 지적장애인을 노린 범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수민 씨는 3년 전 지적장애남성 2명에게 성폭행을 당하고도 신고를 못했다는 충격적인 얘기도 털어놓았습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자기네 집 아니면 빈 건물 그런 데로 데려가가지고. 경찰에 신고하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아가지고 신고도 못 했어요."] 수년간 이어진 피해에도 발길을 끊지 못한 이유는 뭘까.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저는 친구가 없어요. 친구가 없고. 솔직히 만날 기회가 별로 없기는 해요."] 갈 곳 없는 지적장애인들의 쉼터인 시청 어울림마당. 이곳에는 은밀한 범죄의 손길이 뻗치고 있습니다. [고민서/가명/지적장애 : "채팅으로 해가지고 저를 소개해줬어요. 5월 달에 시청에서. (언니가) 소개비 막 주라고 했나봐요. 5만 원 돈. 나는 돈 안 받았어요."] 같은 지적장애인 지인이 채팅으로 알게 된 남성들에게 돈을 받고 자신을 소개했고, 이 남성들은 하나 같이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게 민서 씨 주장입니다. [고민서/가명/지적장애 : "비디오방 가고 했어요. 막 성관계하고. 하기 싫었는데 나빴어요."] 심지어 지적장애남성 강요로 혼인신고를 한 사례도 있습니다. [양은지/가명/지적장애 : "000이 혼인신고 하고 싶다고 해가지고 저는 무서워서 같이 억지로 했거든요. 막 때리고 저도 000한테 맞았거든요. (어떻게 맞았어요?) 밀친 다음에 뺨 맞았어요."] 폭력과 갈취,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지적장애인들. 문제는 드러난 피해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경찰 수사로 가해자 일부가 처벌을 받게 됐지만, 피해자들이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는 이유입니다. [김수민/가명/경계성 지적장애 : "이게 방송에 나가서 피해자들이 좀 줄었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저같은 피해자가 이제는 안 나와야 되잖아요."] 시내 한복판에 있던 그들만의 세상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게 된 지적장애인들. 내일 이 시간에는 지적장애인 가해자들의 범행이 왜 반복될 수밖에 없었는 지 짚어봅니다. 탐사K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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