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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미국의 제재 압박에도 꿈쩍 않던 독일, ‘나발니 사건’으로 입장 급선회?
입력 2020.09.08 (11:42) 수정 2020.09.08 (17:24) 특파원 리포트
독극물 중독으로 독일에서 치료 중인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의식을 되찾았다는 소식이다. 나발니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사람 말에도 반응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에 대한 독일의 태도도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독일 연방군의 독극물 검사 결과 나발니의 몸에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이 검출됐다고 밝힌 독일 정부는 러시아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의 협력 의사가 확인되지 않자 독일 정부는 경제적 제재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해저 가스관을 통해 들여오는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정치권 '노르트 스트림2' 중단 요구…메르켈도 "배제 안 해"

노르트 스트림2 사업 중단 요구는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당 내부에서 먼저 나왔다. 기민당 소속인 노르베르트 뢰트겐 하원 외교위원장은 정부의 '독극물 검출' 발표 직후 "우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로 반응해야 한다"면서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이어 야당인 자유민주당과 녹색당도 사업 중단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독일 정부의 당초 입장은 부정적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28일 연례 기자회견에서 "나발니 사건과 노르트 스트림2는 별개로 봐야 할 것 같다"며 "노르트 스트림2가 완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이후 독일 정부의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하이코 마스 외교장관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가 이 범죄의 진상 규명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것은 러시아가 범죄에 가담했다는 하나의 정황 증거일 수 있다.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한 우리(독일 정부)의 입장을 러시아가 바꾸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7일에는 메르켈 총리의 입장도 전해졌다. 노르트 스트림2 사업 중단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이베르트 연방 정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메르켈 총리는 마스 장관이 주말에 발표한 입장에 동의하고, 무언가를 배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과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미국의 제재 압박에도 굴복 않던 독일…왜?


논란의 중심에 선 노르트 스트림2는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통해 독일로 연결되는 1,225km 길이의 해저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이다. 러시아는 이미 2011년 11월부터 노르트 스트림1을 통해 독일 등 유럽에 천연가스를 수출하고 있는데, 연간 550억 ㎥인 공급량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 추가로 가스관을 설치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92억 유로(약 13조 원)로, 90% 정도 공사가 진행돼 내년 가동될 예정이다. 독일 기업 뿐 아니라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영국, 네덜란드의 총 5개 회사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사업 초기부터 독일과 러시아를 압박해 왔다. 이유는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를 높여 유럽 안보에 위협이 된다"로 요약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7월 "러시아의 악의적인 천연가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투자자는 당장 발을 빼지 않으면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이다. 이는 분명한 경고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3명은 러시아 선박들이 정박해 작업 중인 독일 북부 항구의 운영사에 서한을 보내 러시아 선박에 대한 상품과 서비스 지원이 제재 대상이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트럼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러시아 가스관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자를 제재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미국의 이 같은 강력한 압박에는 러시아 견제 목적과 아울러 미국산 천연가스를 유럽에 판매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독일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독일 정부는 미국이 제재하면 유럽연합과 연합해 보복하겠다고 경고했고, 독일 하원 경제위원회는 미국의 제재는 독일과 유럽의 주권에 대한 심각한 간섭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마스 외교장관은 8월 모스크바를 방문해 미국의 제재 움직임을 비판했다.

미국의 제재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사업 강행 의지를 보였던 독일이 사업 중단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그만큼 독일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나발니 암살 시도를 중대한 반인륜적 범죄라고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노르트 스트림2, 사업 중단 가능할까?


독일 정부가 사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실제 사업이 중단될 지는 미지수다.

일단 이 사업 자체가 독일 정부의 경제적 이익에 따라서 추진됐기 때문이다. 독일은 천연가스의 50%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노르트 스트림2를 통해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독일 정부는 예상한다. 또 이 사업에는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천연가스 수입을 늘리려는 유럽 5개국의 이해관계도 걸려 있는 만큼 독일 정부의 독자적인 결정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이와 함께 천연가스 도입은 독일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독일 정부는 현재 탈원전·탈석탄 중심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체 에너지원 확보 차원에서도 러시아와의 천연가스관 협력 사업은 필요하다.

'천연가스관 건설 중단'. 독일 정치인이 "푸틴이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라고 표현했듯이 대러 제재 카드로서 효용은 있겠지만, 동시에 독일과 유럽에도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다. 나발니 독극물 중독과 자국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러시아 정부는 독일의 제재 카드 검토에 어떻게 대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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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8 11:42:59
    • 수정2020-09-08 17:24:19
    특파원 리포트
독극물 중독으로 독일에서 치료 중인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의식을 되찾았다는 소식이다. 나발니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사람 말에도 반응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에 대한 독일의 태도도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독일 연방군의 독극물 검사 결과 나발니의 몸에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이 검출됐다고 밝힌 독일 정부는 러시아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의 협력 의사가 확인되지 않자 독일 정부는 경제적 제재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해저 가스관을 통해 들여오는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정치권 '노르트 스트림2' 중단 요구…메르켈도 "배제 안 해"

노르트 스트림2 사업 중단 요구는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당 내부에서 먼저 나왔다. 기민당 소속인 노르베르트 뢰트겐 하원 외교위원장은 정부의 '독극물 검출' 발표 직후 "우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로 반응해야 한다"면서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이어 야당인 자유민주당과 녹색당도 사업 중단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독일 정부의 당초 입장은 부정적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28일 연례 기자회견에서 "나발니 사건과 노르트 스트림2는 별개로 봐야 할 것 같다"며 "노르트 스트림2가 완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이후 독일 정부의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하이코 마스 외교장관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가 이 범죄의 진상 규명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것은 러시아가 범죄에 가담했다는 하나의 정황 증거일 수 있다.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한 우리(독일 정부)의 입장을 러시아가 바꾸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7일에는 메르켈 총리의 입장도 전해졌다. 노르트 스트림2 사업 중단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이베르트 연방 정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메르켈 총리는 마스 장관이 주말에 발표한 입장에 동의하고, 무언가를 배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과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미국의 제재 압박에도 굴복 않던 독일…왜?


논란의 중심에 선 노르트 스트림2는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통해 독일로 연결되는 1,225km 길이의 해저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이다. 러시아는 이미 2011년 11월부터 노르트 스트림1을 통해 독일 등 유럽에 천연가스를 수출하고 있는데, 연간 550억 ㎥인 공급량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 추가로 가스관을 설치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92억 유로(약 13조 원)로, 90% 정도 공사가 진행돼 내년 가동될 예정이다. 독일 기업 뿐 아니라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영국, 네덜란드의 총 5개 회사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사업 초기부터 독일과 러시아를 압박해 왔다. 이유는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를 높여 유럽 안보에 위협이 된다"로 요약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7월 "러시아의 악의적인 천연가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투자자는 당장 발을 빼지 않으면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이다. 이는 분명한 경고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3명은 러시아 선박들이 정박해 작업 중인 독일 북부 항구의 운영사에 서한을 보내 러시아 선박에 대한 상품과 서비스 지원이 제재 대상이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트럼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러시아 가스관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자를 제재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미국의 이 같은 강력한 압박에는 러시아 견제 목적과 아울러 미국산 천연가스를 유럽에 판매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독일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독일 정부는 미국이 제재하면 유럽연합과 연합해 보복하겠다고 경고했고, 독일 하원 경제위원회는 미국의 제재는 독일과 유럽의 주권에 대한 심각한 간섭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마스 외교장관은 8월 모스크바를 방문해 미국의 제재 움직임을 비판했다.

미국의 제재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사업 강행 의지를 보였던 독일이 사업 중단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그만큼 독일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한 나발니 암살 시도를 중대한 반인륜적 범죄라고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노르트 스트림2, 사업 중단 가능할까?


독일 정부가 사업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실제 사업이 중단될 지는 미지수다.

일단 이 사업 자체가 독일 정부의 경제적 이익에 따라서 추진됐기 때문이다. 독일은 천연가스의 50%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노르트 스트림2를 통해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독일 정부는 예상한다. 또 이 사업에는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천연가스 수입을 늘리려는 유럽 5개국의 이해관계도 걸려 있는 만큼 독일 정부의 독자적인 결정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이와 함께 천연가스 도입은 독일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독일 정부는 현재 탈원전·탈석탄 중심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체 에너지원 확보 차원에서도 러시아와의 천연가스관 협력 사업은 필요하다.

'천연가스관 건설 중단'. 독일 정치인이 "푸틴이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라고 표현했듯이 대러 제재 카드로서 효용은 있겠지만, 동시에 독일과 유럽에도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다. 나발니 독극물 중독과 자국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러시아 정부는 독일의 제재 카드 검토에 어떻게 대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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