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만에 개봉하는 대만 뉴웨이브 걸작 ‘공포분자’

입력 2020.09.0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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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뉴웨이브를 이끈 거장 에드워드 양(1947∼2007)의 초기작 '공포분자'(1986)가 34년 만에 정식으로 국내서 개봉한다.

외세의 식민지였고, 중국의 국공 내전에서 패한 국민당이 세운 정부라는 대만의 역사는 현대 사회와 사람들에게 정체성의 문제를 숙제로 안겼다.

이전까지 중국 공산당에 맞서는 정치 선전의 도구에 불과했던 대만의 영화는 급속한 경제 발전 속에 1980년대 '새로운 물결'(뉴 웨이브)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영화는 대만 사회가 안고 있는 역사의 굴레, 정체성의 문제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과 우울, 사회와 인간의 관계를 파고들며 사실적으로 그려냈고 그 중심에 에드워드 양 감독이 있었다.

'공포분자'는 '타이베이 스토리'(1985),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과 함께 타이베이 3부작을 이루는 작품이다.

앞서 격변하는 사회에서 위태로운 아이들의 이야기인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양 감독 타계 10주기인 2017년에, 복잡한 과거와 알 수 없는 미래 사이에서 불안한 젊은이들의 이야기인 '타이베이 스토리'는 지난해 먼저 개봉했다.

3부작 중 마지막으로 개봉하는 '공포분자'는 권태기에 빠진 부부와 우연히 마주친 청년과 소녀가 중심이다.

'완벽한 타인은 없다'는 포스터 속 문구는 급격하게 현대화·산업화를 이룬 도시에서 각자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소한 사건이 일으킨 나비 효과로 뒤얽히는 인간관계를 암시한다.

동네 불량배들과 어울리던 한 소녀는 경찰에 쫓겨 도망가던 중 다리를 다치고, 사진 찍는 게 취미인 부잣집 청년이 달아나던 소녀를 카메라에 담는다. 집 안에 갇힌 소녀는 전화번호부를 펼쳐 장난 전화를 걸고, 승진을 위해 애쓰는 의사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여성 작가가 그 전화를 받는다.

소녀의 장난 전화에 자극을 받은 작가는 남편을 떠나 소설을 완성해 성공하고, 소녀가 처음 달아났던 곳에 암실을 차린 청년은 벽을 소녀의 사진으로 장식해 놓고 소녀에 대한 환상을 키운다.

소녀의 장난 전화를 받고 암실을 찾아왔던 작가를 기억한 청년이 또 하나의 연결 고리가 되면서 한 사람의, 혹은 그 이상의 사람에게 비극을 불러온다.

차갑고 건조한 도시와 감성은 독특하고 미려한 영상 안에 담기고, 서로 다른 두 개의 결말이 실제와 환영 혹은 소설을 오가며 사실주의의 경계를 넘나든다.

금마장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은표범상 등을 받았다.

9월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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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4년 만에 개봉하는 대만 뉴웨이브 걸작 ‘공포분자’
    • 입력 2020-09-08 14:16:33
    연합뉴스
대만 뉴웨이브를 이끈 거장 에드워드 양(1947∼2007)의 초기작 '공포분자'(1986)가 34년 만에 정식으로 국내서 개봉한다.

외세의 식민지였고, 중국의 국공 내전에서 패한 국민당이 세운 정부라는 대만의 역사는 현대 사회와 사람들에게 정체성의 문제를 숙제로 안겼다.

이전까지 중국 공산당에 맞서는 정치 선전의 도구에 불과했던 대만의 영화는 급속한 경제 발전 속에 1980년대 '새로운 물결'(뉴 웨이브)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영화는 대만 사회가 안고 있는 역사의 굴레, 정체성의 문제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과 우울, 사회와 인간의 관계를 파고들며 사실적으로 그려냈고 그 중심에 에드워드 양 감독이 있었다.

'공포분자'는 '타이베이 스토리'(1985),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과 함께 타이베이 3부작을 이루는 작품이다.

앞서 격변하는 사회에서 위태로운 아이들의 이야기인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양 감독 타계 10주기인 2017년에, 복잡한 과거와 알 수 없는 미래 사이에서 불안한 젊은이들의 이야기인 '타이베이 스토리'는 지난해 먼저 개봉했다.

3부작 중 마지막으로 개봉하는 '공포분자'는 권태기에 빠진 부부와 우연히 마주친 청년과 소녀가 중심이다.

'완벽한 타인은 없다'는 포스터 속 문구는 급격하게 현대화·산업화를 이룬 도시에서 각자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소한 사건이 일으킨 나비 효과로 뒤얽히는 인간관계를 암시한다.

동네 불량배들과 어울리던 한 소녀는 경찰에 쫓겨 도망가던 중 다리를 다치고, 사진 찍는 게 취미인 부잣집 청년이 달아나던 소녀를 카메라에 담는다. 집 안에 갇힌 소녀는 전화번호부를 펼쳐 장난 전화를 걸고, 승진을 위해 애쓰는 의사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여성 작가가 그 전화를 받는다.

소녀의 장난 전화에 자극을 받은 작가는 남편을 떠나 소설을 완성해 성공하고, 소녀가 처음 달아났던 곳에 암실을 차린 청년은 벽을 소녀의 사진으로 장식해 놓고 소녀에 대한 환상을 키운다.

소녀의 장난 전화를 받고 암실을 찾아왔던 작가를 기억한 청년이 또 하나의 연결 고리가 되면서 한 사람의, 혹은 그 이상의 사람에게 비극을 불러온다.

차갑고 건조한 도시와 감성은 독특하고 미려한 영상 안에 담기고, 서로 다른 두 개의 결말이 실제와 환영 혹은 소설을 오가며 사실주의의 경계를 넘나든다.

금마장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은표범상 등을 받았다.

9월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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