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 아들 ‘휴가 논란’…엇갈리는 주장 속 ‘軍’은 함구

입력 2020.09.0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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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가 냈는데 관련 서류 없다"…특혜 논란

카투사(미군에 배속된 한국군)로 복무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 모 씨는 복무기간 동안 58일간의 휴가를 썼습니다. 이 중 23일간 연속해서 쓴 휴가 가운데 병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력 정치인인 어머니의 배경에 따른 '특혜'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서 씨 측은 "규정상 문제 될 게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서 씨는 2015년 4월 삼성 서울병원에서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고, 2016년 1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경기도 의정부의 미군 부대 소속 카투사로 복무했습니다. 서 씨는 2017년 4월 삼성 서울병원에서 오른쪽 무릎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뒤 같은 해 6월 5일부터 14일까지 10일 동안 1차 병가를 씁니다. 그리고 6월 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습니다. 6월 15일부터 23일까지는 2차 병가를 썼고, 24일부터 27일은 개인 휴가를 사용했습니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선 1차 병가가 만료되기 전 부대에 복귀해 뒤따르는 휴가를 허락받은 뒤 휴가를 가야 한다며 복귀하지 않은 점을 지적합니다. 휴가 만료 전에 복귀하지 않았으니 '탈영'이라는 겁니다. 또 병가 연장을 위한 서류를 군이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점, 서 씨 측이 공개한 진단서 발급 날짜는 6월 21일로 2차 병가가 시작된 이후라는 점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병가 관련 서류 몇 년간 보관해야 하나?

서 씨 휴가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는 쪽은 병가 관련 서류가 보관돼있지 않은 점에 주목해서 씨 측이 애초 제출하지 않았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관련한 규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이에 대해 서 씨 측 변호인은 카투사는 주한 미 육군 규정 600-2가 우선 적용된다고 반박합니다. '주한 미 육군 요원의 책임'을 규정한 부분에 "부대는 모든 카투사의 휴가 및 외출에 대한 기록을 1년 동안 보관한다"고 돼 있습니다. '휴가, 외출 및 공휴일' 규정에도 "각 부대는 휴가 관리일지를 1년간 보관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육군 규정이 적용되면 병가를 내기 위한 의료 관련 서류가 있어야 합니다. 서류가 없다면 군이 관리를 잘못했거나, 있어도 안 내놓는 것이거나, 아예 서 씨 측이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 씨 측은 미 육군 규정 600-2를 적용해 보관 기한이 지났으니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합니다. 다만 해당 규정에는 '서류'가 아니라 '기록'과 '휴가 관리일지'의 보관 기관이 1년입니다. 다시 말해 보관 의무를 규정한 대상물에 정확히 어떤 것이 해당하는지는 더 따져봐야 합니다.

■요양 심의 안 받았고, 사후 제출했다는데…

서 씨 측은 병가를 연장하기 전 요양심의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또 2차 병가 서류는 6월 21일에 이메일로 제출했다고 설명합니다. 2차 병가는 6월 15일부터였습니다.

육군 규정에는 민간 의료기관 치료를 위한 청원휴가의 경우 "진단서 내용을 고려해 연 10일의 범위에서 허가하되, 초과할 시 군 병원 요양심의 의결서를 첨부해 20일 범위 안에서 추가로 허가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서 씨 변호인은 미 육군 규정에 의한 청원휴가는 요양심의 대상이 아니고 2차 병가는 1차 병가가 끝날 무렵에 먼저 구두로 승인을 받고 서류는 나중에 제출해도 된다고 해 그렇게 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 육군 규정에는 휴가와 관련된 조항들이 여러 개 있습니다. 청원휴가의 경우 "필요로 하는 한국 육군 요원 또는 카투사는 소속 한국 육군 인사과에 구비서류를 제출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위 규정을 보면 휴가시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는 규정돼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항목에는 "휴가. 주한 미 육군에 근무하는 한국 육군 요원에 대한 휴가방침 및 절차는 한국 육군 참모총장의 책임사항이며, 한국군 지원단장이 관리한다"로 방침과 절차를 한국 육군의 책임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 육군 규정에는 휴가, 외출 및 공휴일 규정에 앞서 지휘 체계가 나옵니다.


서 씨 변호인의 주장과 문제를 제기하는 측 모두 미 육군 규정 중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의 견해 차이가 존재합니다.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군 당국은 이 사안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법률, 시행령, 훈령 등 여러 규정이 있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걸 적용할지, 그 적용이 적절한지는 수사의 영역이라는 설명만 내놓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해 왔나?…입 닫은 軍

그렇다면 우리 군이 그동안 어떻게 해 왔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다른 규정이 존재한다면 국방부와 육군은 이를 인지하고 있어야 정상입니다. 규정이 충돌하는데도 그대로 놔뒀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적용해왔는지는 이 문제를 바라보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군은 이 질문에도 일관되게 "수사 중인 사항이므로 설명이 제한된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떤 규정을 적용하는 게 맞는지, 군의 내부 검토에선 어떻게 결론이 나왔는지에 대한 입장은 고사하고 그동안 어떤 규정을 적용해왔는지에 대한 설명조차 안 내놓으니 군대를 다녀온 젊은이들도, 이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도 의문이 깊어져만 갑니다.


카투사는 일반적으로 한국 휴일에도 쉬고, 미국 휴일에도 쉽니다. 외출 외박도 한국군보다 유연합니다. 용산에서 근무한 카투사는 "미국 휴일에는 보통 외출 나갔다"고 합니다. 카투사로 군 복무를 마친 A 씨는 "외출 나가면 보통 22시까지 복귀해야 하지만 선임 병장에게 휴대전화로 이야기해서 말만 잘 되면 다음 날 새벽 점호 전까지 복귀해도 봐주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군 일반 병사라면 꿈도 못 꿀 일이고 박탈감을 느낄 일이죠. 모든 걸 똑같게 맞출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근무나 휴가, 외출, 외박 등에 적용되는 규정과 기준이 다르다면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군은 국회에는 답변을 보냈습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실이 국방부에 "육군 카투사 휴가 관련하여 외출, 외박, 휴가(병가 포함) 중 부대 복귀 없이 연장이 가능한 경우와 근거 규정" 등을 요구했습니다. 답변은 이렇습니다.


취재를 위해 접촉한 복수의 육군 관계자들도 휴가의 경우 카투사는 육군 규정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관련하여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절차에 따라서 병가와 휴가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간부의 면담 일지에는 기록이 돼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지휘관이 구두 승인 한 건 휴가 명령을 내게 돼 있다"며 "서류상에 그런 것들이 안 남겨져서 행정 절차상 오류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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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 장관 아들 ‘휴가 논란’…엇갈리는 주장 속 ‘軍’은 함구
    • 입력 2020-09-08 18:55:21
    취재K
■"병가 냈는데 관련 서류 없다"…특혜 논란

카투사(미군에 배속된 한국군)로 복무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 모 씨는 복무기간 동안 58일간의 휴가를 썼습니다. 이 중 23일간 연속해서 쓴 휴가 가운데 병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력 정치인인 어머니의 배경에 따른 '특혜'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서 씨 측은 "규정상 문제 될 게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서 씨는 2015년 4월 삼성 서울병원에서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고, 2016년 1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경기도 의정부의 미군 부대 소속 카투사로 복무했습니다. 서 씨는 2017년 4월 삼성 서울병원에서 오른쪽 무릎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뒤 같은 해 6월 5일부터 14일까지 10일 동안 1차 병가를 씁니다. 그리고 6월 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습니다. 6월 15일부터 23일까지는 2차 병가를 썼고, 24일부터 27일은 개인 휴가를 사용했습니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선 1차 병가가 만료되기 전 부대에 복귀해 뒤따르는 휴가를 허락받은 뒤 휴가를 가야 한다며 복귀하지 않은 점을 지적합니다. 휴가 만료 전에 복귀하지 않았으니 '탈영'이라는 겁니다. 또 병가 연장을 위한 서류를 군이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점, 서 씨 측이 공개한 진단서 발급 날짜는 6월 21일로 2차 병가가 시작된 이후라는 점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병가 관련 서류 몇 년간 보관해야 하나?

서 씨 휴가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는 쪽은 병가 관련 서류가 보관돼있지 않은 점에 주목해서 씨 측이 애초 제출하지 않았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관련한 규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이에 대해 서 씨 측 변호인은 카투사는 주한 미 육군 규정 600-2가 우선 적용된다고 반박합니다. '주한 미 육군 요원의 책임'을 규정한 부분에 "부대는 모든 카투사의 휴가 및 외출에 대한 기록을 1년 동안 보관한다"고 돼 있습니다. '휴가, 외출 및 공휴일' 규정에도 "각 부대는 휴가 관리일지를 1년간 보관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육군 규정이 적용되면 병가를 내기 위한 의료 관련 서류가 있어야 합니다. 서류가 없다면 군이 관리를 잘못했거나, 있어도 안 내놓는 것이거나, 아예 서 씨 측이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 씨 측은 미 육군 규정 600-2를 적용해 보관 기한이 지났으니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합니다. 다만 해당 규정에는 '서류'가 아니라 '기록'과 '휴가 관리일지'의 보관 기관이 1년입니다. 다시 말해 보관 의무를 규정한 대상물에 정확히 어떤 것이 해당하는지는 더 따져봐야 합니다.

■요양 심의 안 받았고, 사후 제출했다는데…

서 씨 측은 병가를 연장하기 전 요양심의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또 2차 병가 서류는 6월 21일에 이메일로 제출했다고 설명합니다. 2차 병가는 6월 15일부터였습니다.

육군 규정에는 민간 의료기관 치료를 위한 청원휴가의 경우 "진단서 내용을 고려해 연 10일의 범위에서 허가하되, 초과할 시 군 병원 요양심의 의결서를 첨부해 20일 범위 안에서 추가로 허가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서 씨 변호인은 미 육군 규정에 의한 청원휴가는 요양심의 대상이 아니고 2차 병가는 1차 병가가 끝날 무렵에 먼저 구두로 승인을 받고 서류는 나중에 제출해도 된다고 해 그렇게 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 육군 규정에는 휴가와 관련된 조항들이 여러 개 있습니다. 청원휴가의 경우 "필요로 하는 한국 육군 요원 또는 카투사는 소속 한국 육군 인사과에 구비서류를 제출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위 규정을 보면 휴가시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는 규정돼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항목에는 "휴가. 주한 미 육군에 근무하는 한국 육군 요원에 대한 휴가방침 및 절차는 한국 육군 참모총장의 책임사항이며, 한국군 지원단장이 관리한다"로 방침과 절차를 한국 육군의 책임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 육군 규정에는 휴가, 외출 및 공휴일 규정에 앞서 지휘 체계가 나옵니다.


서 씨 변호인의 주장과 문제를 제기하는 측 모두 미 육군 규정 중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의 견해 차이가 존재합니다.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군 당국은 이 사안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법률, 시행령, 훈령 등 여러 규정이 있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걸 적용할지, 그 적용이 적절한지는 수사의 영역이라는 설명만 내놓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해 왔나?…입 닫은 軍

그렇다면 우리 군이 그동안 어떻게 해 왔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다른 규정이 존재한다면 국방부와 육군은 이를 인지하고 있어야 정상입니다. 규정이 충돌하는데도 그대로 놔뒀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적용해왔는지는 이 문제를 바라보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군은 이 질문에도 일관되게 "수사 중인 사항이므로 설명이 제한된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떤 규정을 적용하는 게 맞는지, 군의 내부 검토에선 어떻게 결론이 나왔는지에 대한 입장은 고사하고 그동안 어떤 규정을 적용해왔는지에 대한 설명조차 안 내놓으니 군대를 다녀온 젊은이들도, 이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도 의문이 깊어져만 갑니다.


카투사는 일반적으로 한국 휴일에도 쉬고, 미국 휴일에도 쉽니다. 외출 외박도 한국군보다 유연합니다. 용산에서 근무한 카투사는 "미국 휴일에는 보통 외출 나갔다"고 합니다. 카투사로 군 복무를 마친 A 씨는 "외출 나가면 보통 22시까지 복귀해야 하지만 선임 병장에게 휴대전화로 이야기해서 말만 잘 되면 다음 날 새벽 점호 전까지 복귀해도 봐주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군 일반 병사라면 꿈도 못 꿀 일이고 박탈감을 느낄 일이죠. 모든 걸 똑같게 맞출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근무나 휴가, 외출, 외박 등에 적용되는 규정과 기준이 다르다면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군은 국회에는 답변을 보냈습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실이 국방부에 "육군 카투사 휴가 관련하여 외출, 외박, 휴가(병가 포함) 중 부대 복귀 없이 연장이 가능한 경우와 근거 규정" 등을 요구했습니다. 답변은 이렇습니다.


취재를 위해 접촉한 복수의 육군 관계자들도 휴가의 경우 카투사는 육군 규정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관련하여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절차에 따라서 병가와 휴가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간부의 면담 일지에는 기록이 돼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지휘관이 구두 승인 한 건 휴가 명령을 내게 돼 있다"며 "서류상에 그런 것들이 안 남겨져서 행정 절차상 오류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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