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UP!] ‘코로나19’ 또다른 그늘, ‘이주노동자’

입력 2020.09.08 (20:32) 수정 2020.09.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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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가 경남을 좀 더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취재하고 준비하는 경남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시간입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게 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또 큰 위기에 처했는데요,

이들 못지 않게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경남이주민센터와 함께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김세영/베트남 식당 운영 : "지금은 손님이 많이 없어요. 예년보다 지금 많이 없어요. 점심시간 손님도 많이 없고 좀 많이 힘들어요."]

코로나19의 대유행.

경제가 급속히 위축되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특수고용노동자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에 가려 어려움마저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이웃으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 88만 명이 그들입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에도 실질적인 지원대상에서는 빠져있는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5명 정도가 누울 만한 방.

2층 침대 2개와 사물함 4개가 빽빽하게 채웁니다.

가구까지 들어서고 나면 서 있을 자리도 마땅치 않습니다.

방 하나에 4명이 생활하는 이곳은 경남이주민센터의 쉼터입니다.

애초에는 잠시 살 곳이 마땅찮은 이주노동자들이 묵던 곳이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갈 곳이 없는 이주노동자들의 숙소가 됐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은 기업이 생산활동을 줄였고,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회사 기숙사에서 쫓겨났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보니 쉽게 돌아가지도 못하고 다시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팜반빈/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 "1달 전에 실직했는데 체류 기간이 6개월밖에 안 남아서 다른 회사 들어가기 힘들어요. 생활비도 없어요. 생계가 막막해요. 외국인도 지원이 필요해요."]

일부 이주노동자들은 귀국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베트남 출신인 응웬반롱 씨는 지난 6월 대사관에 귀국신청을 했지만, 아직까지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항공편이 나오지 않아 베트남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는 겁니다.

어렵게 항공편이 생겨도 평소 가격의 2, 30배에 가까운 운임은 또 어떻게 마련할지 걱정입니다.

[응웬반롱/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 "한국생활 마치고 돌아가야 하는데 비행기 없어서 쉼터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생활비 없어서 친구들에게 조금씩 빌려요. 계절 근로 할 수 있다고 해서 신청했지만 아직 연락이 없어요. 마음이 아주 힘들어요."]

직장도 잃고 떠나지도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가 될 처지가 됐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5년을 넘기거나 직장이 없는 상태로는 국내 체류가 금지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정부가 비자 기간 만료나 실직으로 불법체류자가 되는 걸 막기 위해 유효기간 3개월짜리 계절 근로를 허용했지만, 큰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입니다.

[고성현/경남이주민센터 사무국장 : "이게 사실은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사실 박수 받기는 어려운 대책이다. 현재 코로나 19 때문에 입국이 안 되니까 그래서 그 인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지금 이주민들을 활용하겠다 이런 대책이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의 생활비 마련을 위해 내놓은 출국 만기보험금 대출제도도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가 출국할 때 받는 보험금을 담보로 받을 금액의 최고 절반까지 생활비로 대출해준다는 건데, 이자를 내야 해 이용을 꺼립니다.

[응웬반롱/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되면 친구에게 모자란 돈을 빌려서 사려고 합니다. 후에 귀국비용보험을 청구해 갚을 예정입니다. 출국만기보험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이자도 내야 하고 곧 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해서 대출은 안 받을 생각입니다."]

이주민 지원 단체에서도 보험금 대출은 부실정책이라 꼬집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어차피 받을 돈이라면 대출이 아니라 미리 지급하는 게 맞다는 겁니다.

[고성현/경남이주민센터 사무국장 : "생계가 어려우면 당신이 받을 퇴직금을 일부 대출을 받아서 해결하라, 이렇게 만약 이야기한다면 내국인들은 당장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이주민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대책이라고 하는 부분이 아직은 상당히 부족하다."]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은 263만 명에 이르는 가운데 88만 명이 생산현장에서 종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속 어려움에 처한 우리 주변을 살피며 우리 이웃으로 자리 잡은 이주노동자들은 외면하지 않았는지, 걸맞은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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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8 20:32:26
    • 수정2020-09-08 21:00:58
    뉴스7(창원)
[앵커] KBS가 경남을 좀 더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해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취재하고 준비하는 경남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시간입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게 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또 큰 위기에 처했는데요, 이들 못지 않게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경남이주민센터와 함께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김세영/베트남 식당 운영 : "지금은 손님이 많이 없어요. 예년보다 지금 많이 없어요. 점심시간 손님도 많이 없고 좀 많이 힘들어요."] 코로나19의 대유행. 경제가 급속히 위축되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특수고용노동자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에 가려 어려움마저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이웃으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 88만 명이 그들입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에도 실질적인 지원대상에서는 빠져있는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5명 정도가 누울 만한 방. 2층 침대 2개와 사물함 4개가 빽빽하게 채웁니다. 가구까지 들어서고 나면 서 있을 자리도 마땅치 않습니다. 방 하나에 4명이 생활하는 이곳은 경남이주민센터의 쉼터입니다. 애초에는 잠시 살 곳이 마땅찮은 이주노동자들이 묵던 곳이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갈 곳이 없는 이주노동자들의 숙소가 됐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은 기업이 생산활동을 줄였고,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회사 기숙사에서 쫓겨났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보니 쉽게 돌아가지도 못하고 다시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팜반빈/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 "1달 전에 실직했는데 체류 기간이 6개월밖에 안 남아서 다른 회사 들어가기 힘들어요. 생활비도 없어요. 생계가 막막해요. 외국인도 지원이 필요해요."] 일부 이주노동자들은 귀국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베트남 출신인 응웬반롱 씨는 지난 6월 대사관에 귀국신청을 했지만, 아직까지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항공편이 나오지 않아 베트남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는 겁니다. 어렵게 항공편이 생겨도 평소 가격의 2, 30배에 가까운 운임은 또 어떻게 마련할지 걱정입니다. [응웬반롱/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 "한국생활 마치고 돌아가야 하는데 비행기 없어서 쉼터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생활비 없어서 친구들에게 조금씩 빌려요. 계절 근로 할 수 있다고 해서 신청했지만 아직 연락이 없어요. 마음이 아주 힘들어요."] 직장도 잃고 떠나지도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가 될 처지가 됐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5년을 넘기거나 직장이 없는 상태로는 국내 체류가 금지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정부가 비자 기간 만료나 실직으로 불법체류자가 되는 걸 막기 위해 유효기간 3개월짜리 계절 근로를 허용했지만, 큰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입니다. [고성현/경남이주민센터 사무국장 : "이게 사실은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사실 박수 받기는 어려운 대책이다. 현재 코로나 19 때문에 입국이 안 되니까 그래서 그 인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지금 이주민들을 활용하겠다 이런 대책이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의 생활비 마련을 위해 내놓은 출국 만기보험금 대출제도도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가 출국할 때 받는 보험금을 담보로 받을 금액의 최고 절반까지 생활비로 대출해준다는 건데, 이자를 내야 해 이용을 꺼립니다. [응웬반롱/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되면 친구에게 모자란 돈을 빌려서 사려고 합니다. 후에 귀국비용보험을 청구해 갚을 예정입니다. 출국만기보험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이자도 내야 하고 곧 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해서 대출은 안 받을 생각입니다."] 이주민 지원 단체에서도 보험금 대출은 부실정책이라 꼬집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어차피 받을 돈이라면 대출이 아니라 미리 지급하는 게 맞다는 겁니다. [고성현/경남이주민센터 사무국장 : "생계가 어려우면 당신이 받을 퇴직금을 일부 대출을 받아서 해결하라, 이렇게 만약 이야기한다면 내국인들은 당장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이주민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대책이라고 하는 부분이 아직은 상당히 부족하다."]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은 263만 명에 이르는 가운데 88만 명이 생산현장에서 종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속 어려움에 처한 우리 주변을 살피며 우리 이웃으로 자리 잡은 이주노동자들은 외면하지 않았는지, 걸맞은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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