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 찍으면 거스름돈 500원 내 계좌로…‘동전없는 사회’의 시작?

입력 2020.09.09 (06:04) 수정 2020.09.0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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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3일(목)부터 한국미니스톱(전국 2,570개 지점)에서 서비스
최소 10원부터 한 번에 만원까지 입금 가능, 1일 최대 10만 원
모바일 현금카드(QR코드, 바코드), 실물현금카드 있어야


'삑'  QR코드를 찍자 남은 잔돈이 내 은행 계좌로 바로 입금됩니다. 3천 원으로 2천4백5십 원짜리를 사고 남은 550원을 진짜 동전이 아닌 계좌의 '숫자'로 받을 수 있는 겁니다

■한은, '거스름돈 내 계좌로 바로 입금' 서비스 시작

현금으로 물건을 사면 거스름돈이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10원부터 500원까지, 동전은 들고 다니기도 불편한 데다 잃어버리기도 일쑤입니다.  50원짜리를 차곡차곡 모아서 1,000원을 만들어 다시 현금을 쓰는 것도 쉽지 않죠. 한국은행이 이 거스름돈을 계산대에서 내 계좌로 바로 입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개시했습니다.

우선 지난 3일(목)부터 편의점 '한국미니스톱(전국 2,570개 점)에서 거스름돈 입금을 하고 있습니다. 함께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백화점은 11월 말에, 현대 아울렛과 이마트24는 12월 초에 내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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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거스름돈 얼마부터 입금이 가능할까요? 최소금액은 제한이 없습니다. 10원, 20원이라도 통장으로 입금받을 수 있습니다. 단, 한 번에 만원, 하루에 10만 원까지 가능합니다. 올해 말부터 현대백화점 상품권으로 물건을 사고 만7천 원이 남았다면, 만 원과 7천 원으로 나눠 내 통장으로 돈을 보낼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거스름돈을 받기 위해선 모바일 현금카드, 그러니까 스마트폰에 생성된 QR코드나 바코드, 또는 실물 현금카드가 필요합니다. 이 카드를 매장 단말기에 인식하면 고객의 은행 계좌로 즉시 입금됩니다. 현재 12개 기관(농협, SC, 우리, 신한, 수협, 전북, 대구, 경남, 부산, 제주, 농·수협)에서 이용할 수 있고 연말까지 기업, 하나, 국민, 산업, 광주은행이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동전 없는 사회' 본격적으로 추진?

집마다 묵은 동전들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 하나쯤은 있을 것 같은데요. 2016년 한은 조사에 따르면 동전이 제대로 재사용되지 않아서 해마다 500억 원 정도가 동전 발행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현금 거래 때 동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6%, 이유로는 소지하기 불편해서라는 답이 62%였습니다. 지난해 한은은 동전 발행과 유통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국민의 불편도 해소하겠다며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잔돈을 선불전자지급수단에 적립해주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편의점 CU에서 거스름돈을 '티머니'로 적립해 쓸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현금을 바로 입금해주는 이번 서비스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은의 거스름돈 입금 서비스 발표 이후 이 '동전 없는 사회'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발표인 만큼 디지털 화폐, 전자 결제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것이지요.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금 없는 사회의 장점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거래 투명성이 증가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촉진할 수 있고 화폐 제조와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 기술의 발전을 따라 빠르게 변하고 있는 금융산업(핀테크와 같은)의 활성화 차원에서도 필수일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현금결제 비중이  줄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우리 일상에도 현금보다 카드나 모바일 결제가 편리한 곳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일부 카페는 현금을 아예 받지 않고 소규모 가게를 중심으로 무인계산대, 이른바 '키오스크'가 크게 늘었습니다. 공공기관으로도 확산하는 중입니다. 최근 광주시 남구는 그동안 현금만 받던 민원수수료를 천 원 이하 소액까지 카드로 받기로  하며 '동전 없는 사회 만들기' 정책에 따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현금 이용 편리하게 하기 위한 서비스"…현금 없는 사회가 '차별'되면 안 돼

그러나 언론의 호들갑과 달리 오히려 한은 측은 '동전 없는 사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금융결제국 전자금융기획팀의 이병목 팀장은 "비현금 지급수단을 많이 쓰기 때문에 이에 대한 편의성과 지원이 많은 편"이라며 "그러나 아직 상당수 국민이 현금을 쓰고 계시기 때문에 중앙은행으로써 현금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차원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또   "사용자뿐 아니라 은행이나 사업자 역시 현금 취급이나 보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등 사회적 비용 절감 취지가 강한 서비스"라고 말했습니다.  

이 팀장은 "특히 동전을 없애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고 있다"며 "'현금이 없는 사회'를 정책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하는 나라는 한 군데도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화폐 연구가 활발하지만, 설령 발행된다 하더라도 실물 화폐의 보완일 뿐 전면적으로 '현금 없는 사회'를 명시하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비현금화의 장점이라면 현금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지급 수단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신용카드와 전자결제로 나의 모든 정보가 어딘가에 보관되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 현금 사용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자결제수단이 모든 국민에게 쉽게 접근, 사용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고 이 팀장은 강조했습니다. 보편적인 지급수단인 현금 사용이 힘들어진다는 자체가 고령층 등 일부 취약계층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한은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은행들이 창구지점과 ATM기를 대폭 줄인 스웨덴, 영국 등에서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벽지 지역 거주자 등의 금융 소외와 소비 활동 제약 문제가 심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이 같은 나라들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 때 지급 수단 부재, 디플레이션 시기에 안전투자 수단의 상실, 은행의 마이너스 예금금리에 대한 방어수단 제약 등 현금 없는 사회의 폐해가 속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은은 이번 거스름돈 입금서비스도 공영적인 성격의 정책이라며 한은이 '현금 없는 사회'에  중점을 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화폐 제조 비용은 역대 최소를 기록했습니다. 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디지털금융의 확산세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동전없는 사회에서 현금 없는 사회까지 '곧'이지 않겠냐, 이번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한은은 전자화폐든 실물화폐든 안정적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일단은 중앙은행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모범답안'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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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R코드 찍으면 거스름돈 500원 내 계좌로…‘동전없는 사회’의 시작?
    • 입력 2020-09-09 06:04:18
    • 수정2020-09-09 11:53:24
    취재K
<strong>3일(목)부터 한국미니스톱(전국 2,570개 지점)에서 서비스<br />최소 10원부터 한 번에 만원까지 입금 가능, 1일 최대 10만 원<br />모바일 현금카드(QR코드, 바코드), 실물현금카드 있어야</strong><br />

'삑'  QR코드를 찍자 남은 잔돈이 내 은행 계좌로 바로 입금됩니다. 3천 원으로 2천4백5십 원짜리를 사고 남은 550원을 진짜 동전이 아닌 계좌의 '숫자'로 받을 수 있는 겁니다

■한은, '거스름돈 내 계좌로 바로 입금' 서비스 시작

현금으로 물건을 사면 거스름돈이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10원부터 500원까지, 동전은 들고 다니기도 불편한 데다 잃어버리기도 일쑤입니다.  50원짜리를 차곡차곡 모아서 1,000원을 만들어 다시 현금을 쓰는 것도 쉽지 않죠. 한국은행이 이 거스름돈을 계산대에서 내 계좌로 바로 입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개시했습니다.

우선 지난 3일(목)부터 편의점 '한국미니스톱(전국 2,570개 점)에서 거스름돈 입금을 하고 있습니다. 함께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백화점은 11월 말에, 현대 아울렛과 이마트24는 12월 초에 내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고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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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거스름돈 얼마부터 입금이 가능할까요? 최소금액은 제한이 없습니다. 10원, 20원이라도 통장으로 입금받을 수 있습니다. 단, 한 번에 만원, 하루에 10만 원까지 가능합니다. 올해 말부터 현대백화점 상품권으로 물건을 사고 만7천 원이 남았다면, 만 원과 7천 원으로 나눠 내 통장으로 돈을 보낼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거스름돈을 받기 위해선 모바일 현금카드, 그러니까 스마트폰에 생성된 QR코드나 바코드, 또는 실물 현금카드가 필요합니다. 이 카드를 매장 단말기에 인식하면 고객의 은행 계좌로 즉시 입금됩니다. 현재 12개 기관(농협, SC, 우리, 신한, 수협, 전북, 대구, 경남, 부산, 제주, 농·수협)에서 이용할 수 있고 연말까지 기업, 하나, 국민, 산업, 광주은행이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동전 없는 사회' 본격적으로 추진?

집마다 묵은 동전들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 하나쯤은 있을 것 같은데요. 2016년 한은 조사에 따르면 동전이 제대로 재사용되지 않아서 해마다 500억 원 정도가 동전 발행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현금 거래 때 동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6%, 이유로는 소지하기 불편해서라는 답이 62%였습니다. 지난해 한은은 동전 발행과 유통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국민의 불편도 해소하겠다며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잔돈을 선불전자지급수단에 적립해주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편의점 CU에서 거스름돈을 '티머니'로 적립해 쓸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현금을 바로 입금해주는 이번 서비스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한은의 거스름돈 입금 서비스 발표 이후 이 '동전 없는 사회'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발표인 만큼 디지털 화폐, 전자 결제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것이지요.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금 없는 사회의 장점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거래 투명성이 증가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촉진할 수 있고 화폐 제조와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 기술의 발전을 따라 빠르게 변하고 있는 금융산업(핀테크와 같은)의 활성화 차원에서도 필수일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현금결제 비중이  줄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우리 일상에도 현금보다 카드나 모바일 결제가 편리한 곳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일부 카페는 현금을 아예 받지 않고 소규모 가게를 중심으로 무인계산대, 이른바 '키오스크'가 크게 늘었습니다. 공공기관으로도 확산하는 중입니다. 최근 광주시 남구는 그동안 현금만 받던 민원수수료를 천 원 이하 소액까지 카드로 받기로  하며 '동전 없는 사회 만들기' 정책에 따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현금 이용 편리하게 하기 위한 서비스"…현금 없는 사회가 '차별'되면 안 돼

그러나 언론의 호들갑과 달리 오히려 한은 측은 '동전 없는 사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금융결제국 전자금융기획팀의 이병목 팀장은 "비현금 지급수단을 많이 쓰기 때문에 이에 대한 편의성과 지원이 많은 편"이라며 "그러나 아직 상당수 국민이 현금을 쓰고 계시기 때문에 중앙은행으로써 현금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차원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또   "사용자뿐 아니라 은행이나 사업자 역시 현금 취급이나 보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등 사회적 비용 절감 취지가 강한 서비스"라고 말했습니다.  

이 팀장은 "특히 동전을 없애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고 있다"며 "'현금이 없는 사회'를 정책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하는 나라는 한 군데도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화폐 연구가 활발하지만, 설령 발행된다 하더라도 실물 화폐의 보완일 뿐 전면적으로 '현금 없는 사회'를 명시하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비현금화의 장점이라면 현금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지급 수단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신용카드와 전자결제로 나의 모든 정보가 어딘가에 보관되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 현금 사용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자결제수단이 모든 국민에게 쉽게 접근, 사용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고 이 팀장은 강조했습니다. 보편적인 지급수단인 현금 사용이 힘들어진다는 자체가 고령층 등 일부 취약계층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한은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은행들이 창구지점과 ATM기를 대폭 줄인 스웨덴, 영국 등에서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벽지 지역 거주자 등의 금융 소외와 소비 활동 제약 문제가 심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이 같은 나라들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 때 지급 수단 부재, 디플레이션 시기에 안전투자 수단의 상실, 은행의 마이너스 예금금리에 대한 방어수단 제약 등 현금 없는 사회의 폐해가 속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은은 이번 거스름돈 입금서비스도 공영적인 성격의 정책이라며 한은이 '현금 없는 사회'에  중점을 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화폐 제조 비용은 역대 최소를 기록했습니다. 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디지털금융의 확산세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동전없는 사회에서 현금 없는 사회까지 '곧'이지 않겠냐, 이번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한은은 전자화폐든 실물화폐든 안정적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일단은 중앙은행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모범답안'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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