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사 절대 클릭하지 마라, 피해자 욕해라”…한전KPS의 ‘내부 고발 대응법’
입력 2020.09.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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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지난 7월, 한국전력의 자회사 한전KPS가 수백억대 손실을 볼 수 있는 계약서 체결을 막은 전문계약직 이 모 씨가 오히려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결국 계약 해지됐다는 뉴스를 전해드렸습니다. 두 달여가 지난 지금, 이 씨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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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전KPS '댓글 지시' 주장 제기돼 … 이 씨 "진실 규명과 사과 원해"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7월 8일, 이 씨는 황당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한전KPS의 한 본부장 주재 회의에서 이 씨 건에 대한 대응 방향 논의가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KBS 기사는 절대 클릭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겁니다. 또 '사측 반박 내용 담은 기사 열심히 클릭하고 댓글 달라'는 지침도 나왔다고 합니다.
한전KPS의 '대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가입해서 '이 씨에 대해 성격이 더럽다, 근원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엄청나게 씹어달라'는 상세한 지침까지 내려왔다고 합니다.
이 씨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측은 KBS 취재가 시작된 이후 줄곧 이 씨와 친분이 있는 모 임원을 통해 '사과와 관련자 징계, 복직'등으로 회유 시도해왔습니다. 하지만 뒤로는 이런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회사의 이중적인 모습에 모멸감을 느꼈다"면서 "마치 내가 복직 등을 목적으로 허위로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몰아가면서 2차 가해까지 저지르는 회사에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진실 규명과 사과를 원할 뿐"이라고 호소했습니다.
한전KPS는 "악의적인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라고 지시한 적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회유를 시도한' 임원의 행동은 "이 씨와 친분이 있던 임원이 안쓰러운 마음에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만난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앞뒤가 다른 한전KPS의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KBS 보도 직후 한전KPS는 '계약연장의 어려움으로 인해 퇴사과정에서 본인이 느꼈을 심적 부담에 대해 위로의 뜻을 표명하고자 하며, 또한 본 사안을 계기로 향후 제보자의 의견도 충분히 경청'하겠다는 내용의 해명 자료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한전KPS는 이 씨에게 퇴직금도 제때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현행법상 "회사는 근로자와 계약 해지 14일 안에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전KPS는 지급을 계속 미뤄오다 관련 내용으로 이 씨가 고소장을 접수하자 퇴직 24일째에 임금을, 29일째에 퇴직금을 지급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전KPS는 "퇴직금 지급 업무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당시 성과급 지급 업무 등 관계 부서 업무가 많다 보니 인지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늦게 지급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연 지급에 대한 이의 접수 즉시 퇴직급과 법정 연체 이자를 함께 지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직괴법 시행 1년 지났지만….
이 씨처럼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들은 신고 이후 2차 피해로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내부고발자라는 꼬리표, 조직의 배신자라는 오명, 임금과 퇴직금 체불 등 문제가 잇따릅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다시 말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걸까요?
현행법상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합니다. 신고한 피해자 보호를 위해 근무 장소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하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또 신고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립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5일부터 올해 5월까지 괴롭힘 신고 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위반한 사용자에 대한 입건 건수는 모두 40건입니다. 이 가운데 기소 의견으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불과 5건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신고자에 대해 불리한 조치를 하더라도 극히 일부만 처벌받고 있는 거죠.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건수는 4,066건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선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에 대해 처벌 조항이 강화되어야 하고 기존의 처벌 조항 역시 현실화하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과연 제 기능을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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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7월 8일, 이 씨는 황당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한전KPS의 한 본부장 주재 회의에서 이 씨 건에 대한 대응 방향 논의가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KBS 기사는 절대 클릭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겁니다. 또 '사측 반박 내용 담은 기사 열심히 클릭하고 댓글 달라'는 지침도 나왔다고 합니다.
한전KPS의 '대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가입해서 '이 씨에 대해 성격이 더럽다, 근원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엄청나게 씹어달라'는 상세한 지침까지 내려왔다고 합니다.
이 씨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측은 KBS 취재가 시작된 이후 줄곧 이 씨와 친분이 있는 모 임원을 통해 '사과와 관련자 징계, 복직'등으로 회유 시도해왔습니다. 하지만 뒤로는 이런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회사의 이중적인 모습에 모멸감을 느꼈다"면서 "마치 내가 복직 등을 목적으로 허위로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몰아가면서 2차 가해까지 저지르는 회사에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진실 규명과 사과를 원할 뿐"이라고 호소했습니다.
한전KPS는 "악의적인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라고 지시한 적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회유를 시도한' 임원의 행동은 "이 씨와 친분이 있던 임원이 안쓰러운 마음에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만난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앞뒤가 다른 한전KPS의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KBS 보도 직후 한전KPS는 '계약연장의 어려움으로 인해 퇴사과정에서 본인이 느꼈을 심적 부담에 대해 위로의 뜻을 표명하고자 하며, 또한 본 사안을 계기로 향후 제보자의 의견도 충분히 경청'하겠다는 내용의 해명 자료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한전KPS는 이 씨에게 퇴직금도 제때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현행법상 "회사는 근로자와 계약 해지 14일 안에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전KPS는 지급을 계속 미뤄오다 관련 내용으로 이 씨가 고소장을 접수하자 퇴직 24일째에 임금을, 29일째에 퇴직금을 지급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전KPS는 "퇴직금 지급 업무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당시 성과급 지급 업무 등 관계 부서 업무가 많다 보니 인지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늦게 지급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연 지급에 대한 이의 접수 즉시 퇴직급과 법정 연체 이자를 함께 지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직괴법 시행 1년 지났지만….
이 씨처럼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들은 신고 이후 2차 피해로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내부고발자라는 꼬리표, 조직의 배신자라는 오명, 임금과 퇴직금 체불 등 문제가 잇따릅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다시 말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걸까요?
현행법상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합니다. 신고한 피해자 보호를 위해 근무 장소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하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또 신고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립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5일부터 올해 5월까지 괴롭힘 신고 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위반한 사용자에 대한 입건 건수는 모두 40건입니다. 이 가운데 기소 의견으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불과 5건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신고자에 대해 불리한 조치를 하더라도 극히 일부만 처벌받고 있는 거죠.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건수는 4,066건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선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에 대해 처벌 조항이 강화되어야 하고 기존의 처벌 조항 역시 현실화하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과연 제 기능을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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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9-12 06:01:00
KBS는 지난 7월, 한국전력의 자회사 한전KPS가 수백억대 손실을 볼 수 있는 계약서 체결을 막은 전문계약직 이 모 씨가 오히려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결국 계약 해지됐다는 뉴스를 전해드렸습니다. 두 달여가 지난 지금, 이 씨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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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KPS의 '대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가입해서 '이 씨에 대해 성격이 더럽다, 근원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엄청나게 씹어달라'는 상세한 지침까지 내려왔다고 합니다.
이 씨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측은 KBS 취재가 시작된 이후 줄곧 이 씨와 친분이 있는 모 임원을 통해 '사과와 관련자 징계, 복직'등으로 회유 시도해왔습니다. 하지만 뒤로는 이런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회사의 이중적인 모습에 모멸감을 느꼈다"면서 "마치 내가 복직 등을 목적으로 허위로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몰아가면서 2차 가해까지 저지르는 회사에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진실 규명과 사과를 원할 뿐"이라고 호소했습니다.
한전KPS는 "악의적인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라고 지시한 적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회유를 시도한' 임원의 행동은 "이 씨와 친분이 있던 임원이 안쓰러운 마음에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만난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앞뒤가 다른 한전KPS의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KBS 보도 직후 한전KPS는 '계약연장의 어려움으로 인해 퇴사과정에서 본인이 느꼈을 심적 부담에 대해 위로의 뜻을 표명하고자 하며, 또한 본 사안을 계기로 향후 제보자의 의견도 충분히 경청'하겠다는 내용의 해명 자료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한전KPS는 이 씨에게 퇴직금도 제때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현행법상 "회사는 근로자와 계약 해지 14일 안에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전KPS는 지급을 계속 미뤄오다 관련 내용으로 이 씨가 고소장을 접수하자 퇴직 24일째에 임금을, 29일째에 퇴직금을 지급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전KPS는 "퇴직금 지급 업무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당시 성과급 지급 업무 등 관계 부서 업무가 많다 보니 인지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늦게 지급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연 지급에 대한 이의 접수 즉시 퇴직급과 법정 연체 이자를 함께 지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직괴법 시행 1년 지났지만….
이 씨처럼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들은 신고 이후 2차 피해로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내부고발자라는 꼬리표, 조직의 배신자라는 오명, 임금과 퇴직금 체불 등 문제가 잇따릅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다시 말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걸까요?
현행법상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합니다. 신고한 피해자 보호를 위해 근무 장소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하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또 신고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립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5일부터 올해 5월까지 괴롭힘 신고 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위반한 사용자에 대한 입건 건수는 모두 40건입니다. 이 가운데 기소 의견으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불과 5건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신고자에 대해 불리한 조치를 하더라도 극히 일부만 처벌받고 있는 거죠.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건수는 4,066건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선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에 대해 처벌 조항이 강화되어야 하고 기존의 처벌 조항 역시 현실화하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과연 제 기능을 하는 걸까요?
[연관기사]
[단독] “400억대 손실 막았는데 해고”…한전KPS 직원의 눈물
[단독] 한전KPS 400억대 손실 막았더니…‘따돌림’에 해고까지
■ 한전KPS '댓글 지시' 주장 제기돼 … 이 씨 "진실 규명과 사과 원해"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7월 8일, 이 씨는 황당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한전KPS의 한 본부장 주재 회의에서 이 씨 건에 대한 대응 방향 논의가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KBS 기사는 절대 클릭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겁니다. 또 '사측 반박 내용 담은 기사 열심히 클릭하고 댓글 달라'는 지침도 나왔다고 합니다.
한전KPS의 '대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가입해서 '이 씨에 대해 성격이 더럽다, 근원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엄청나게 씹어달라'는 상세한 지침까지 내려왔다고 합니다.
이 씨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측은 KBS 취재가 시작된 이후 줄곧 이 씨와 친분이 있는 모 임원을 통해 '사과와 관련자 징계, 복직'등으로 회유 시도해왔습니다. 하지만 뒤로는 이런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회사의 이중적인 모습에 모멸감을 느꼈다"면서 "마치 내가 복직 등을 목적으로 허위로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몰아가면서 2차 가해까지 저지르는 회사에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진실 규명과 사과를 원할 뿐"이라고 호소했습니다.
한전KPS는 "악의적인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라고 지시한 적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회유를 시도한' 임원의 행동은 "이 씨와 친분이 있던 임원이 안쓰러운 마음에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만난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앞뒤가 다른 한전KPS의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KBS 보도 직후 한전KPS는 '계약연장의 어려움으로 인해 퇴사과정에서 본인이 느꼈을 심적 부담에 대해 위로의 뜻을 표명하고자 하며, 또한 본 사안을 계기로 향후 제보자의 의견도 충분히 경청'하겠다는 내용의 해명 자료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한전KPS는 이 씨에게 퇴직금도 제때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현행법상 "회사는 근로자와 계약 해지 14일 안에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전KPS는 지급을 계속 미뤄오다 관련 내용으로 이 씨가 고소장을 접수하자 퇴직 24일째에 임금을, 29일째에 퇴직금을 지급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전KPS는 "퇴직금 지급 업무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당시 성과급 지급 업무 등 관계 부서 업무가 많다 보니 인지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늦게 지급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연 지급에 대한 이의 접수 즉시 퇴직급과 법정 연체 이자를 함께 지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직괴법 시행 1년 지났지만….
이 씨처럼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들은 신고 이후 2차 피해로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내부고발자라는 꼬리표, 조직의 배신자라는 오명, 임금과 퇴직금 체불 등 문제가 잇따릅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다시 말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걸까요?
현행법상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합니다. 신고한 피해자 보호를 위해 근무 장소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하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또 신고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립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5일부터 올해 5월까지 괴롭힘 신고 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위반한 사용자에 대한 입건 건수는 모두 40건입니다. 이 가운데 기소 의견으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불과 5건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신고자에 대해 불리한 조치를 하더라도 극히 일부만 처벌받고 있는 거죠.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건수는 4,066건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선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에 대해 처벌 조항이 강화되어야 하고 기존의 처벌 조항 역시 현실화하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과연 제 기능을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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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경 기자 pm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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