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남은 ‘군 사망 진상조사’ 접수…“조금만 일찍 알았다면”

[앵커]

내 가족이 군대에서 차가운 주검이 되어 돌아왔는데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면 유족들의 심정은 어떨지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이런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자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요.

3년이라는 한시적인 기한을 두고 출범한 기구여서 이제 남은 접수 기간은 단 사흘뿐이라고 합니다.

박민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최인숙 씨는 1977년 남동생이 군대에서 죽은 이유를 언젠가는 꼭 알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문학가가 되고 싶다던 내성적인 동생이 '동료를 폭행해 영창을 가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최인숙/고 최성일 일병 유족 : "어떻게 죽었는지를 모르는 게, 너무 억울하기도 하지만 수시로 분한 거예요. 너무 분한 거야.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2년 전, 최 씨는 우연히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관련 뉴스를 보고 동생의 사연을 접수했습니다.

조사 결과, 선임병 등의 가혹 행위가 드러나 43년 만에 '순직'을 인정받았습니다.

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부대에 폐를 끼친 죄인 가족'이란 '꼬리표'에서 해방돼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최인숙/고 최성일 일병 유족 : "심리적으로 해방된 느낌. (우리 동생 잘못이 아니다?) 네. (내 동생) 잘못이 아니란 것 뿐만 아니라, 내 동생이 이렇게 죽었구나."]

이처럼 군대에서 죽고도 순직 인정을 못 받은 사람은 1948년 국군 창설 이후 3만 7천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지난달까지 위원회에 접수된 진정 건은 고작 천 4백여 건.

8년 전 법이 개정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라도 가혹 행위 등이 이유였다면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유족 대부분은 이런 사실을 잘 모릅니다.

[김영수/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조사2과장 : "대한민국 행정력을 전부 동원해서 (군대에) 데려가는 거잖아요. 그럼 유가족들한테 개별적으로 통지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에 대한 국가의 기본적인, 최소한의 예의 아니에요?"]

위원회는 3년간 운영되지만 남은 접수 기한은 불과 사흘뿐, 유족들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진정 접수는 모레까지 전화와 이메일 등 네 가지 방법으로 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박민경입니다.

촬영기자:유성주 권준용/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이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