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스가 “못 배우고 재주 없다”…‘카게무샤 총리’로 만족할까

입력 2020.09.14 (15:54) 수정 2020.09.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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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건강 문제로 물러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후임으로 결정됐습니다.

그는 오늘(14일) 오후 도쿄(東京)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일본 집권 자민당의 중·참의원 양원 총회에서 차기 총재로 선출됐습니다.

오는 16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제99대 일본 총리로 지명 선출된 뒤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임명 절차를 거쳐 곧바로 '스가 내각'을 발족시키게 됩니다.

자민당 총재 임기는 원래 3년이지만, 아베 총리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까지만 재임하는 '1년 임기'의 과도 총재입니다.

일본 자민당 홈페이지에 올려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프로필 사진. 그는 '맘에 드는 사진'이란 설명을 달았다. (출처:자민당 홈페이지)일본 자민당 홈페이지에 올려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프로필 사진. 그는 '맘에 드는 사진'이란 설명을 달았다. (출처:자민당 홈페이지)

스가 관방, 70.5% 득표해 '압승'

이변은 없었습니다.

스가 관방장관은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94명과 자민당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부연합회 대표 141명 등 535명이 참여한 총재 선거에서 유효표 534표 가운데 377표(70.5%)를 득표했습니다.

이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은 89표(16.6%),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68표(12.7%)를 얻는데 그쳤습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례적으로 파벌 없이 출마했지만, 주요 파벌의 지지를 모아 '손쉬운' 승리를 거둔 셈입니다.

정치평론가 이토 아쓰오(伊藤惇夫)는 마이니치(每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정권에서 만들어진 질서를 유지하려고 한 것이 여러 파벌이 발맞춰 스가를 지지한 배경"이라며 "이기는 말에 뛰어 올라타기 위한 경쟁"이라고 비유했습니다.

즉 아베 총리가 장기 집권하면서 여러 파벌에 요직을 나눠줬고, 각 파벌이 지금까지 누려온 영향력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줄곧 '아베 내각 2인자'로 자리를 지킨 스가를 선택했다는 분석입니다.

'무(無)파벌' 출신으로 당선된 스가 관방장관 입장에선 아베 총리는 물론, 당내 주요 파벌에 큰 빚을 진 셈이 됐습니다.

일본 정계의 대표적 '흙수저'로 꼽히는 스가 관방장관은 자신을 '천학비재' 같은 사람이라고 자평했다.일본 정계의 대표적 '흙수저'로 꼽히는 스가 관방장관은 자신을 '천학비재' 같은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천학비재' 스가는 누구?

스가 관방장관은 8일 선거 출정식에서 "천학비재(淺學非才·학식이 얕고 재주가 변변치 않음)이지만, 어떻게든 일본의 조타수(지도자)로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실제로 그는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른바 '흙수저'입니다. 외조부가 총리를 지냈고, 외무상 경력의 부친 지역구를 물려받은 전임 아베 총리 이력에 비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스가는 1948년 12월 6일 아키타(秋田)현의 한 농가에서 스가 와사부로(菅和三郞·2010년 별세)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와사부로는 전쟁 중 남만주철도에서 일했고 만주에서 패전을 맞은 후 아키타현으로 돌아와 농업에 종사했습니다. 지역 특산 '아키노미야(秋ノ宮) 딸기'를 유명하게 만든 인물입니다.

스가는 고교 졸업 후 도쿄로 단신 상경해 박스공장이나 쓰키지(築地) 시장 등에서 막노동하다 통상보다 2년 늦게 호세이(法政)대 법학부에 입학했습니다.

주경야독으로 학업을 마치고 전기설비 회사에 취직했으나 정치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해 1975년 중의원 의원이던 오코노기 하치로(小此木八郎)의 비서가 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국회 입성이 늦은 탓에 중의원 8선으로, 총재 후보자 3명 가운데 당선 횟수는 가장 적고, 만 71세로 나이는 가장 많았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4월 1일 총리관저에서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고 있다. (교도=연합)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4월 1일 총리관저에서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고 있다. (교도=연합)

팬케이크 좋아하는 '레이와 아저씨'

"매일 아침 40분의 산책과 100회의 복근 운동으로 격무를 견딘다. '취미는 일'로 아침·점심·저녁을 정·관계 인사들과 먹는다. 의원회관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좋아하는 팬케이크와 찹쌀떡을 먹는 것이 삶의 낙이다."

최근 일본 닛케이(日經)신문이 스가 관방장관에 대해 언급한 내용입니다.

스가 관방장관은 아베 총리 밑에서 7년 8개월간 '만년 비서' 역할을 해 왔지만, '정치인 스가'는 조명받은 적은 거의 없습니다.

2012년 12월 아베 총리 재집권 때부터 7년 8개월째 관방장관 자리를 지켜왔으며, 그나마 지난해 4월 일본의 새 연호를 발표해 '레이와(令和)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정도였습니다.

특히 총리 부재 시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관방장관으로 장기 재직해 최근 수년간 외국을 방문한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대외 활동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외교 정책 방향이 어떻게 될지도 베일에 싸여 있는 분위기입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스가가 총리가 될 경우 '위기관리 내각'으로서 아베 정권을 계승하는 것이 기본이 될 것"이라며 "외교 정책 수완은 '미지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스가 관방장관은 12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아베 총리의 정상 외교는 정말로 훌륭해 나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다"면서 "(아베 총리와) 상담하면서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을 이끌겠다는 스가의 간판 정책은 '아베', 그 자체였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8월 28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사진은 아베 총리에게 인사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교도=연합)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8월 28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사진은 아베 총리에게 인사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교도=연합)

"독도 일본땅" "안중근 테러리스트"

한국 입장에선 일본의 차기 총리가 된 스가 관방장관의 역사관 등도 관심입니다.

스가는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출범 후 줄곧 관방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거의 매일 기자회견을 했으며, 일련의 발언에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5일 기자회견에선 올해 처음 실시된 한국의 '독도방어훈련'과 관련해 "다케시마가 역사적 사실에 비춰보거나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하게 일본 고유영토임을 고려하면 받아들일 수 없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케시마(竹島)는 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명칭입니다.

특히 회자하는 발언 중 하나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를 저격한 안중근(安重根·1879∼1910) 의사에 관한 언급입니다.

2014년 1월 중국에 안중근 기념관이 개관하자 "우리나라의 초대 총리를 살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말해 한국과의 역사 인식 차이를 실감하게 했습니다.

최근에는 일제 강점기 징용 문제를 다룬 한국의 사법 절차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강제 매각될 경우 일본의 대응에 관해 "방향성은 확실히 나와 있다"며 보복 조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스가는 일본 정부 대변인이고, 대부분 한일 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 나온 발언들이라서 이를 스가의 사고방식과 동일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난 8일 일본 자민당 본부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국회의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교도=연합)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난 8일 일본 자민당 본부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국회의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교도=연합)

'카게무샤 총리'로 만족할까

스가 장관이 이처럼 '아베 정책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면서 일부에서는 아베 총리가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스가 장관은 아베의 '카게무샤' 총리로 전락할 가능성도 크다는 말입니다.

'카게무샤'(影武者)란 과거 일본의 전국(戰國) 시대 당시 군주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가짜 군주입니다. 군주와 닮은 사람을 골라 진짜 군주 대신 앞에 내세우는 일종의 대역입니다. '그림자 무사'라고도 합니다.

다만 스가 관방장관이 '1년 잠정정권'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아베 총리와 마찬가지로 '1강 장기 집권'을 노릴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스가는 2일 민영방송 니혼TV에 출연해 '1년짜리 핀치히터(pinch hitter·대타)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핀치히터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이라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 때문에 스가 장관이 자신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정권 출범 이후 새 내각에 대한 기대감이 클 때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실제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13일 강연에서 '차기 정권이 국민의 심판을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한 뒤 "그렇다면 (중의원) 해산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곧 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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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09-14 15: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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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건강 문제로 물러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후임으로 결정됐습니다.

그는 오늘(14일) 오후 도쿄(東京)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일본 집권 자민당의 중·참의원 양원 총회에서 차기 총재로 선출됐습니다.

오는 16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제99대 일본 총리로 지명 선출된 뒤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임명 절차를 거쳐 곧바로 '스가 내각'을 발족시키게 됩니다.

자민당 총재 임기는 원래 3년이지만, 아베 총리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까지만 재임하는 '1년 임기'의 과도 총재입니다.

일본 자민당 홈페이지에 올려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프로필 사진. 그는 '맘에 드는 사진'이란 설명을 달았다. (출처:자민당 홈페이지)
스가 관방, 70.5% 득표해 '압승'

이변은 없었습니다.

스가 관방장관은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94명과 자민당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지부연합회 대표 141명 등 535명이 참여한 총재 선거에서 유효표 534표 가운데 377표(70.5%)를 득표했습니다.

이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은 89표(16.6%),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68표(12.7%)를 얻는데 그쳤습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례적으로 파벌 없이 출마했지만, 주요 파벌의 지지를 모아 '손쉬운' 승리를 거둔 셈입니다.

정치평론가 이토 아쓰오(伊藤惇夫)는 마이니치(每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정권에서 만들어진 질서를 유지하려고 한 것이 여러 파벌이 발맞춰 스가를 지지한 배경"이라며 "이기는 말에 뛰어 올라타기 위한 경쟁"이라고 비유했습니다.

즉 아베 총리가 장기 집권하면서 여러 파벌에 요직을 나눠줬고, 각 파벌이 지금까지 누려온 영향력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줄곧 '아베 내각 2인자'로 자리를 지킨 스가를 선택했다는 분석입니다.

'무(無)파벌' 출신으로 당선된 스가 관방장관 입장에선 아베 총리는 물론, 당내 주요 파벌에 큰 빚을 진 셈이 됐습니다.

일본 정계의 대표적 '흙수저'로 꼽히는 스가 관방장관은 자신을 '천학비재' 같은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천학비재' 스가는 누구?

스가 관방장관은 8일 선거 출정식에서 "천학비재(淺學非才·학식이 얕고 재주가 변변치 않음)이지만, 어떻게든 일본의 조타수(지도자)로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실제로 그는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른바 '흙수저'입니다. 외조부가 총리를 지냈고, 외무상 경력의 부친 지역구를 물려받은 전임 아베 총리 이력에 비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스가는 1948년 12월 6일 아키타(秋田)현의 한 농가에서 스가 와사부로(菅和三郞·2010년 별세)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와사부로는 전쟁 중 남만주철도에서 일했고 만주에서 패전을 맞은 후 아키타현으로 돌아와 농업에 종사했습니다. 지역 특산 '아키노미야(秋ノ宮) 딸기'를 유명하게 만든 인물입니다.

스가는 고교 졸업 후 도쿄로 단신 상경해 박스공장이나 쓰키지(築地) 시장 등에서 막노동하다 통상보다 2년 늦게 호세이(法政)대 법학부에 입학했습니다.

주경야독으로 학업을 마치고 전기설비 회사에 취직했으나 정치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해 1975년 중의원 의원이던 오코노기 하치로(小此木八郎)의 비서가 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국회 입성이 늦은 탓에 중의원 8선으로, 총재 후보자 3명 가운데 당선 횟수는 가장 적고, 만 71세로 나이는 가장 많았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4월 1일 총리관저에서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고 있다. (교도=연합)
팬케이크 좋아하는 '레이와 아저씨'

"매일 아침 40분의 산책과 100회의 복근 운동으로 격무를 견딘다. '취미는 일'로 아침·점심·저녁을 정·관계 인사들과 먹는다. 의원회관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좋아하는 팬케이크와 찹쌀떡을 먹는 것이 삶의 낙이다."

최근 일본 닛케이(日經)신문이 스가 관방장관에 대해 언급한 내용입니다.

스가 관방장관은 아베 총리 밑에서 7년 8개월간 '만년 비서' 역할을 해 왔지만, '정치인 스가'는 조명받은 적은 거의 없습니다.

2012년 12월 아베 총리 재집권 때부터 7년 8개월째 관방장관 자리를 지켜왔으며, 그나마 지난해 4월 일본의 새 연호를 발표해 '레이와(令和)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정도였습니다.

특히 총리 부재 시 위기관리를 담당하는 관방장관으로 장기 재직해 최근 수년간 외국을 방문한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대외 활동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외교 정책 방향이 어떻게 될지도 베일에 싸여 있는 분위기입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스가가 총리가 될 경우 '위기관리 내각'으로서 아베 정권을 계승하는 것이 기본이 될 것"이라며 "외교 정책 수완은 '미지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스가 관방장관은 12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아베 총리의 정상 외교는 정말로 훌륭해 나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다"면서 "(아베 총리와) 상담하면서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을 이끌겠다는 스가의 간판 정책은 '아베', 그 자체였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8월 28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사진은 아베 총리에게 인사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교도=연합)
"독도 일본땅" "안중근 테러리스트"

한국 입장에선 일본의 차기 총리가 된 스가 관방장관의 역사관 등도 관심입니다.

스가는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출범 후 줄곧 관방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거의 매일 기자회견을 했으며, 일련의 발언에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5일 기자회견에선 올해 처음 실시된 한국의 '독도방어훈련'과 관련해 "다케시마가 역사적 사실에 비춰보거나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하게 일본 고유영토임을 고려하면 받아들일 수 없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케시마(竹島)는 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명칭입니다.

특히 회자하는 발언 중 하나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를 저격한 안중근(安重根·1879∼1910) 의사에 관한 언급입니다.

2014년 1월 중국에 안중근 기념관이 개관하자 "우리나라의 초대 총리를 살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말해 한국과의 역사 인식 차이를 실감하게 했습니다.

최근에는 일제 강점기 징용 문제를 다룬 한국의 사법 절차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강제 매각될 경우 일본의 대응에 관해 "방향성은 확실히 나와 있다"며 보복 조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스가는 일본 정부 대변인이고, 대부분 한일 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 나온 발언들이라서 이를 스가의 사고방식과 동일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난 8일 일본 자민당 본부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국회의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교도=연합)
'카게무샤 총리'로 만족할까

스가 장관이 이처럼 '아베 정책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면서 일부에서는 아베 총리가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스가 장관은 아베의 '카게무샤' 총리로 전락할 가능성도 크다는 말입니다.

'카게무샤'(影武者)란 과거 일본의 전국(戰國) 시대 당시 군주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가짜 군주입니다. 군주와 닮은 사람을 골라 진짜 군주 대신 앞에 내세우는 일종의 대역입니다. '그림자 무사'라고도 합니다.

다만 스가 관방장관이 '1년 잠정정권'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아베 총리와 마찬가지로 '1강 장기 집권'을 노릴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스가는 2일 민영방송 니혼TV에 출연해 '1년짜리 핀치히터(pinch hitter·대타)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핀치히터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이라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 때문에 스가 장관이 자신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정권 출범 이후 새 내각에 대한 기대감이 클 때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실제로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13일 강연에서 '차기 정권이 국민의 심판을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한 뒤 "그렇다면 (중의원) 해산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곧 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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