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 금지’ 요양병원 입원 한 달여 만에 숨져…무슨 일이?

입력 2020.09.1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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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로 면회가 금지되면서 생기는 요양병원의 문제점이 잇따라 지적되고 있습니다.

경남에서도 60대 환자가 입원 한 달 만에 휠체어를 탈 만큼 쇠약해지고 퇴원 당일 낙상 사고를 당해 투병 끝에 숨지는 일이 일어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형관, 차주하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정부가 우수 기관으로 인증한 경남의 A 요양병원입니다.

지난 5월, 66살 김 모 씨는 뇌경색 후유증으로 이곳에 입원했습니다.

코로나19로, 보호자의 입원실 출입도 환자 면회도 금지됐습니다.

입원한 지 한 달째쯤, 김 씨는 가족에게 빨리 병원으로 와달라는 전화를 했습니다.

[고 김 ○○ 씨/생전/지난 6월 16일/음성변조 : "(아빠 왜?) 아니, 한번 올라와 봐, 한번 올라와 봐."]

가족들은 어렵게 면회를 요청해 만난 김 씨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혼자 산책할 만큼 거동이 자유롭던 김 씨가 기력을 잃고 휠체어에 실려 나온 겁니다.

[고 김 ○○ 씨 유족/음성변조 : "(아버지가) 기저귀를 차고 있었고. 기력이 없으니까 팔을 이렇게 엄청 천천히 (올렸어요)."]

가족들은 병원에 항의하며 즉시 퇴원을 요청하고 병원 밖에서 기다리던 30여 분 뒤, 김 씨가 휠체어에서 떨어져 의식을 잃었다는 통보를 병원 측으로부터 받았습니다.

김 씨는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여드레 만에 숨을 거뒀습니다.

병원 측은 김 씨가 식사를 거르면서 기력이 떨어졌고 간호사가 자리를 비운 2~3분 사이 낙상했다며 돌발상황이었다고 해명합니다.

[A 요양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간호사가 잠시 전화를 받으러 간 사이 발생한 돌발상황으로, (이를 예견해) 100% 대비할 인력을 갖추는 게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습니다."]

유족 측은 병원 측이 입원 기간 환자 상태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폐쇄회로TV도 없어 정확한 낙상 경위와 치료 과정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고 김 ○○ 씨 유족/음성변조 : "(입원 기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낙상하기까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CCTV가 없어서, 병원 측 말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코로나19로 환자를 볼 수 없는 사이에 일어난 안타까운 죽음.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문서를 입수했습니다.

해당 병원 의무기록과 과거 병원 기록을 살펴본 결과, 환자가 입원한 한 달 동안 병원 측의 대처가 소홀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습니다.

뇌경색을 앓던 김 씨는 혈액을 묽게 하는 '와파린'을 복용해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며 복용량을 조절해 왔습니다.

A요양병원 입원 직전, 김 씨가 치료받았던 B요양병원은 매주 혈액 응고 검사를 했고, 약 용량을 조절했다고 기록했습니다.

매주 검사 수치를 확인해 약 용량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A요양병원 측은 입원 한 달 만에 처음으로 혈액 응고 검사를 했습니다.

결과는 입원 당시 정상이던 수치의 두 배가 넘게 나왔습니다.

출혈이 생기면 피가 멎기 어려운 수치입니다.

A요양병원 측은 이전 병원의 소견서를 전달받았지만, 매주 검사나 약 용량 조절이 필요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족에게 검사 결과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A 요양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치료 계획에 맞춰) 월 1회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판단해, 약물 조정을 하며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면서 (가족에) 안내하는 것이 맞다고…."]

유족은 면회가 금지되면서 환자 건강 상태도 제대로 알지 못해 대처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고 김 ○○ 씨 유족/음성변조 : "면회 자체가 안되니까 모든 말을 병원 측 말만 믿어야 하니까. 조금 안 좋아진다고 느껴졌으면 발 빠른 조치를 했을 것 같은데..."]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까지 요양병원 면회를 전면 금지했다가 7월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에 한해 비접촉 면회를 허용했습니다.

대한요양병원협회도 코로나19 매뉴얼을 마련해 비접촉 면회는 환자당 한 달에 1차례로 했지만, 환자 건강상태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자 안내 지침은 없습니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는 만큼 보호자가 환자 정보를 주기적으로 알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 : "환자 가족이 불안해하지 않고, 또 환자 안전이나 정서적인 (안정을) 제대로 담보될 수 있는 지침을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전국 요양병원은 1,560곳, 경남은 144곳으로, 코로나19 재확산에 지난달 23일부터 현재까지 면회가 금지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취재기자:차주하·이형관/촬영기자:이하우·조형수/그래픽:박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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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회 금지’ 요양병원 입원 한 달여 만에 숨져…무슨 일이?
    • 입력 2020-09-15 07:50:46
    뉴스광장(창원)
[앵커]

코로나19로 면회가 금지되면서 생기는 요양병원의 문제점이 잇따라 지적되고 있습니다.

경남에서도 60대 환자가 입원 한 달 만에 휠체어를 탈 만큼 쇠약해지고 퇴원 당일 낙상 사고를 당해 투병 끝에 숨지는 일이 일어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형관, 차주하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정부가 우수 기관으로 인증한 경남의 A 요양병원입니다.

지난 5월, 66살 김 모 씨는 뇌경색 후유증으로 이곳에 입원했습니다.

코로나19로, 보호자의 입원실 출입도 환자 면회도 금지됐습니다.

입원한 지 한 달째쯤, 김 씨는 가족에게 빨리 병원으로 와달라는 전화를 했습니다.

[고 김 ○○ 씨/생전/지난 6월 16일/음성변조 : "(아빠 왜?) 아니, 한번 올라와 봐, 한번 올라와 봐."]

가족들은 어렵게 면회를 요청해 만난 김 씨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혼자 산책할 만큼 거동이 자유롭던 김 씨가 기력을 잃고 휠체어에 실려 나온 겁니다.

[고 김 ○○ 씨 유족/음성변조 : "(아버지가) 기저귀를 차고 있었고. 기력이 없으니까 팔을 이렇게 엄청 천천히 (올렸어요)."]

가족들은 병원에 항의하며 즉시 퇴원을 요청하고 병원 밖에서 기다리던 30여 분 뒤, 김 씨가 휠체어에서 떨어져 의식을 잃었다는 통보를 병원 측으로부터 받았습니다.

김 씨는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여드레 만에 숨을 거뒀습니다.

병원 측은 김 씨가 식사를 거르면서 기력이 떨어졌고 간호사가 자리를 비운 2~3분 사이 낙상했다며 돌발상황이었다고 해명합니다.

[A 요양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간호사가 잠시 전화를 받으러 간 사이 발생한 돌발상황으로, (이를 예견해) 100% 대비할 인력을 갖추는 게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습니다."]

유족 측은 병원 측이 입원 기간 환자 상태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폐쇄회로TV도 없어 정확한 낙상 경위와 치료 과정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고 김 ○○ 씨 유족/음성변조 : "(입원 기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낙상하기까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CCTV가 없어서, 병원 측 말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코로나19로 환자를 볼 수 없는 사이에 일어난 안타까운 죽음.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문서를 입수했습니다.

해당 병원 의무기록과 과거 병원 기록을 살펴본 결과, 환자가 입원한 한 달 동안 병원 측의 대처가 소홀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습니다.

뇌경색을 앓던 김 씨는 혈액을 묽게 하는 '와파린'을 복용해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며 복용량을 조절해 왔습니다.

A요양병원 입원 직전, 김 씨가 치료받았던 B요양병원은 매주 혈액 응고 검사를 했고, 약 용량을 조절했다고 기록했습니다.

매주 검사 수치를 확인해 약 용량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A요양병원 측은 입원 한 달 만에 처음으로 혈액 응고 검사를 했습니다.

결과는 입원 당시 정상이던 수치의 두 배가 넘게 나왔습니다.

출혈이 생기면 피가 멎기 어려운 수치입니다.

A요양병원 측은 이전 병원의 소견서를 전달받았지만, 매주 검사나 약 용량 조절이 필요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족에게 검사 결과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A 요양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치료 계획에 맞춰) 월 1회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판단해, 약물 조정을 하며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면서 (가족에) 안내하는 것이 맞다고…."]

유족은 면회가 금지되면서 환자 건강 상태도 제대로 알지 못해 대처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고 김 ○○ 씨 유족/음성변조 : "면회 자체가 안되니까 모든 말을 병원 측 말만 믿어야 하니까. 조금 안 좋아진다고 느껴졌으면 발 빠른 조치를 했을 것 같은데..."]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까지 요양병원 면회를 전면 금지했다가 7월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에 한해 비접촉 면회를 허용했습니다.

대한요양병원협회도 코로나19 매뉴얼을 마련해 비접촉 면회는 환자당 한 달에 1차례로 했지만, 환자 건강상태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자 안내 지침은 없습니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는 만큼 보호자가 환자 정보를 주기적으로 알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기종/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 : "환자 가족이 불안해하지 않고, 또 환자 안전이나 정서적인 (안정을) 제대로 담보될 수 있는 지침을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전국 요양병원은 1,560곳, 경남은 144곳으로, 코로나19 재확산에 지난달 23일부터 현재까지 면회가 금지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취재기자:차주하·이형관/촬영기자:이하우·조형수/그래픽:박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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