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마다 임대아파트 이름이 다른 이유

입력 2020.09.1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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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혁신도시내 국민임대주택 조감도

충북 혁신도시내 국민임대주택 조감도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이 마음 놓고 들어갈 수 있는 임대주택은 얼마나 있으면 좋을까? 영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의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20% 정도입니다. 100가구가 산다면 그중 20가구 정도는 정부나 지역사회가 제공하는 주택에서 사는 겁니다. 국가가 경쟁에서 밀린 국민들의 최소한의 주거를 책임져 주는 겁니다. 덴마크나 네덜란드 같은 나라는 30%에 육박합니다. 우리는 4.3%입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주거안정은 장기 임대주택에서 출발합니다. 선진국도 도심이나 역세권 임대주택은 입주 경쟁이 치열합니다. 역세권은 10년, 20년 기다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앞선 임차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입주합니다. 우리는 김대중정부 때 임대주택 100만호 건설을 천명하고, 해마다 10만 가구 이상 임대주택을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짜가 많습니다.

임대주택은 일단 여러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가장 서민 주거안정에 부합하는 임대아파트는 ➀영구임대 아파트입니다. 아주 가난하거나 장애인, 한부모가정, 국가유공자가 주로 입주합니다. 월 10만원 남짓하는 관리비 수준의 임대비용만 내고 최대 50년간 살 수 있습니다. 사실상 평생 거주합니다.


➁국민임대주택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장기 공공임대주택입니다. 면적은 전용 60㎡ 이하, 그러니까 한 18평 정도인데, 평균 소득의 70%이하면 입주가 가능합니다. 월세는 대략 35만 원 정도입니다. 당연히 서울 도심이나 목이 좋은 곳은 입주를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진짜 임대아파트는 이 영구임대와 국민임대 아파트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무늬만 임대아파트가 많습니다. 이름도 정권마다 바뀝니다. 여기서부터 헷갈립니다.

이명박정부는 ➂‘보금자리 주택’을 만들었습니다.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주변 그린벨트를 풀었습니다. 녹지가 훼손된다는 지적에는 이미 훼손된 ‘비닐벨트’라고 해명했습니다. 문제는 절반만 장기임대주택이고 나머지는 일반에 분양했습니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어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아파트를 건설해 판 것입니다 (대중교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철이나 버스를 확충하지 않고, 아반떼와 그랜저를 30% 할인된 값에 판 것과 다름없다)


2009년부터 강남구 자곡동, 세곡동, 수서동과 서초구 우면동, 내곡동, 원지동 일대 그린벨트에 1차로 보금자리 주택 2만 가구가 분양됐습니다. 분양가는 4억 3천만 원 정도. 입주 후 6년간의 전매제한이 풀리자 집값은 8억 원을 넘어 2배로 뛰었습니다. 그야말로 로또 분양이 됐습니다. 그저 운으로 당첨된 집주인들은 공공이 그린벨트를 포기하면서 발생한 사회적 이윤을 독점했습니다. 입지가 탁월한 이들 아파트들은 2020년에는 15억 원을 육박합니다. 모두 이명박 정부 때 공공임대주택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겁니다.

정부가 분양 아파트를 싸게 공급하자, 국민들은 모두 이 청약만 기다렸고, 이는 (제값 받는) 건설사들의 대량 미분양으로 이어졌습니다. 시장 전도사 대통령이 만든 최악의 반시장 정책이 됐습니다. 정부가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브랜드에 집착하면서 국민임대 공급은 크게 줄었습니다. 영구임대 아파트는 아예 공급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정부도 또 새로운 브랜드를 내놨습니다. ➃‘행복주택’. 도심 자투리 땅을 꼼꼼하게 찾아내 임대 주택으로 공급합니다. 서민들이 원하는 도심 한가운데의 주택 수요를 충족하고, 신혼부부 등에게도 저렴하게 공급합니다. 문제는 땅이 부족했습니다. 그나마 용산과 서초 목동 등에 계획했던 행복주택의 상당수가 주민반대로 축소되거나 백지화됐습니다.

장기 임대주택을 공급하려면 막대한 재정이 투입됩니다. 그런데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LH의 부채가 100조원을 넘었습니다. 당연히 질 좋은 임대주택 공급은 크게 축소됐습니다. 이때부터 공공임대라는 말 대신 ‘공적임대’라는 이상한 용어가 등장합니다. 차마 공공임대라는 말을 쓰기는 부끄러웠을까? 그리고 ➄뉴스테이(NEW STAY)가 등장한 것도 이때입니다.

LH가 아닌 민간이 돈을 투자하고 임대 수익을 가져갑니다. 연 5%이상 임대료를 올릴 수 없고, 한번 들어가면 최대 8년간 거주할 수 있습니다. 소득 상관없이 누구나 입주 가능합니다. 대신 투자한 민간 기업에는 취득세나 재산세 등 각종 혜택을 줍니다. 관리는 LH가 만든 민간업체가 해줍니다. 그런데 투자자들의 수익성을 맞춰 주다 보니, 월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서울의 원룸형 뉴스테이의 월세가 5,60만원을 넘어갑니다(도대체 이게 무슨 서민형 공공임대주택인가?) 하지만 모두 임대주택 통계에 들어갑니다. 이쯤 되면 도대체 어디까지 장기 공공임대주택인가? 간격이 모호해집니다.

➅분양전환 임대아파트는 진짜 많습니다. 민간건설사(주로 부영이 짓는다)가 건설합니다. 5년이나 10년 살고, 그 집을 분양받을 우선권을 줍니다. 분양받지 않으면 당연히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5년 임대는 건설원가에 맞추지만, 10년 장기임대는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90% 선에 맞춥니다. 분양전환가가 쉽게 수 억 원을 넘어갑니다. 판교의 임대아파트는 10년 뒤 분양전환가가 8억 원을 육박합니다. 8억 원이 있으면 왜 임대아파트가 필요한가? 하지만 건설사는 분양대금으로 건축비를 회수하고, 정부는 재정 투입 없이 임대아파트 공급 통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무늬만 임대아파트가 난립합니다.

문재인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MB정부에서도 해마다 3~4만 가구씩 짓던 국민임대아파트는 연 1만 가구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양전환 임대아파트가 훨씬 더 많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임대아파트 브랜드인 ➆신혼 희망타운도 분양주택입니다. 위례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전용 55㎡형의 분양가가 4억 6천만원 이였습니다. 정말 서민을 위한 주거복지인가? 정권마다 연 10만호 임대주택 공급의 슬로건을 걸었지만, 사실은 절반 이상이 무늬만 임대아파트입니다.

임대아파트는 대량 공급이 쉽지 않습니다. 건설과 유지보수에 막대한 재정이 들어갑니다. 임대아파트를 지을 도심의 땅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너무 멀리 지은 국민임대아파트는 공실도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LH가 건설한 임대아파트는 사실 정부와 국민의 자산으로 남습니다. 30년 후엔 얼마든지 땅과 건물에서 건축비를 회수하고 남습니다. 사실 공공임대아파트는 남는 장사입니다(목 좋은 땅에 지구지정을 하고 원주민에게 적당한 가격만 보상해준 뒤, 택지를 조성하고 아파트를 지어 30년 지나 따져보면 자산가치가 어떻게 될까)

결코 예산 퍼주기 사업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 정부가 임대아파트를 많이 건설하면 자신의 임기 중 공공부채에 늘어납니다. 먼 훗날 임대아파트라는 자산을 팔아 재정에 보탬이 될 때는 다른 대통령 임기중의 부채를 줄여 줄 것입니다. 청와대는 물론,‘균형재정’을 신주단지로 모시는 기재부 관료들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임대아파트에 수동적인 것은 우연이 아닐지 모릅니다. 덕분에 무늬만 임대아파트가 계속 늘어납니다. 서민 주거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습니다.

정부는 강남을 중심으로 한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부동산 대책의 첫 단추를 뀄습니다. 시장을 선도하는(?) 고가주택의 투기를 잡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치선경아파트가 20억이든, 30억이든 사실 오갈 데 없는 서민들의 삶은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태원 이건희 회장의 집이 300억에서 400억 원으로 올라도 국민들의 삶에는 큰 영향이 없습니다.

복지가 부족한 나라에서 국민은 뭐든 스스로 구입해야 합니다. 자신의 안전도, 의료도, 교육도, 육아도, 여가도, 그리고 주택도...그렇습니다. 지난 정부 우리 국민들은 유행처럼 빚내서 집을 샀습니다. 가계부채가 수백조원 늘었습니다. 만약 선진국처럼 정부가 재정으로 주택을 공급을 한다면 가계 부채 중 상당 부분은 정부로 이전됐을 겁니다. 결국 집을 사면서 생긴 우리 국민들의 빚은 일정부분 정부 장부의 몫입니다.(결국 그 부채를 회계장부의 좌변에 적을 것이냐 우변에 적을 것이냐의 문제다).

정부가 최소주거여건도 못갖춘 수많은 도시 서민들의 주거를 먼저 생각했으면 어땠을까. 복지 중에 최고 복지는 ‘주거복지’입니다. 내 가족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집만 있다면 수많은 근심이 사라집니다. 살기 좋은 임대아파트가 늘면, 결혼이나 출산을 결심하는 청년도 늘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선순환은 결코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또 주거복지는 선순위에서 밀립니다. 또 짝퉁 임대아파트만 잔뜩 늘어납니다. 지금도 5만5천여 가구가 국민임대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 들어갈 지는 모르지만.

암스테르담의 임대아파트 외경(9시 뉴스 캡쳐)암스테르담의 임대아파트 외경(9시 뉴스 캡쳐)

#15년전 유럽의 장기임대 주택을 취재할 때 몇가지 기억들. 스톡홀름의 작고 예쁜 임대주택은 늘 장례를 치르고 새 입주자가 들어갔다, 임차인이 한번 들어가면 나오질 않으니까. 암스테르담에선 프리미어리그를 뛰는 선수가 사는 임대아파트를 취재한 적이 있다, 유럽은 소득 제한이 없는 임대아파트가 꽤 있다. 유럽 임대주택에는 집을 예쁘게 꾸미고 사는 임차인이 많다, 한번 들어가면 자신이 원할 때까지 살기 때문에. 물론 이런 걸 사회주의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없다.

[연관기사] 임주자 맞춤형 유럽의 임대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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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마다 임대아파트 이름이 다른 이유
    • 입력 2020-09-15 14:16:00
    취재K

충북 혁신도시내 국민임대주택 조감도

형편이 어려운 서민들이 마음 놓고 들어갈 수 있는 임대주택은 얼마나 있으면 좋을까? 영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의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20% 정도입니다. 100가구가 산다면 그중 20가구 정도는 정부나 지역사회가 제공하는 주택에서 사는 겁니다. 국가가 경쟁에서 밀린 국민들의 최소한의 주거를 책임져 주는 겁니다. 덴마크나 네덜란드 같은 나라는 30%에 육박합니다. 우리는 4.3%입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주거안정은 장기 임대주택에서 출발합니다. 선진국도 도심이나 역세권 임대주택은 입주 경쟁이 치열합니다. 역세권은 10년, 20년 기다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앞선 임차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입주합니다. 우리는 김대중정부 때 임대주택 100만호 건설을 천명하고, 해마다 10만 가구 이상 임대주택을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짜가 많습니다.

임대주택은 일단 여러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가장 서민 주거안정에 부합하는 임대아파트는 ➀영구임대 아파트입니다. 아주 가난하거나 장애인, 한부모가정, 국가유공자가 주로 입주합니다. 월 10만원 남짓하는 관리비 수준의 임대비용만 내고 최대 50년간 살 수 있습니다. 사실상 평생 거주합니다.


➁국민임대주택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장기 공공임대주택입니다. 면적은 전용 60㎡ 이하, 그러니까 한 18평 정도인데, 평균 소득의 70%이하면 입주가 가능합니다. 월세는 대략 35만 원 정도입니다. 당연히 서울 도심이나 목이 좋은 곳은 입주를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진짜 임대아파트는 이 영구임대와 국민임대 아파트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무늬만 임대아파트가 많습니다. 이름도 정권마다 바뀝니다. 여기서부터 헷갈립니다.

이명박정부는 ➂‘보금자리 주택’을 만들었습니다.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주변 그린벨트를 풀었습니다. 녹지가 훼손된다는 지적에는 이미 훼손된 ‘비닐벨트’라고 해명했습니다. 문제는 절반만 장기임대주택이고 나머지는 일반에 분양했습니다.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어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아파트를 건설해 판 것입니다 (대중교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철이나 버스를 확충하지 않고, 아반떼와 그랜저를 30% 할인된 값에 판 것과 다름없다)


2009년부터 강남구 자곡동, 세곡동, 수서동과 서초구 우면동, 내곡동, 원지동 일대 그린벨트에 1차로 보금자리 주택 2만 가구가 분양됐습니다. 분양가는 4억 3천만 원 정도. 입주 후 6년간의 전매제한이 풀리자 집값은 8억 원을 넘어 2배로 뛰었습니다. 그야말로 로또 분양이 됐습니다. 그저 운으로 당첨된 집주인들은 공공이 그린벨트를 포기하면서 발생한 사회적 이윤을 독점했습니다. 입지가 탁월한 이들 아파트들은 2020년에는 15억 원을 육박합니다. 모두 이명박 정부 때 공공임대주택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겁니다.

정부가 분양 아파트를 싸게 공급하자, 국민들은 모두 이 청약만 기다렸고, 이는 (제값 받는) 건설사들의 대량 미분양으로 이어졌습니다. 시장 전도사 대통령이 만든 최악의 반시장 정책이 됐습니다. 정부가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브랜드에 집착하면서 국민임대 공급은 크게 줄었습니다. 영구임대 아파트는 아예 공급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정부도 또 새로운 브랜드를 내놨습니다. ➃‘행복주택’. 도심 자투리 땅을 꼼꼼하게 찾아내 임대 주택으로 공급합니다. 서민들이 원하는 도심 한가운데의 주택 수요를 충족하고, 신혼부부 등에게도 저렴하게 공급합니다. 문제는 땅이 부족했습니다. 그나마 용산과 서초 목동 등에 계획했던 행복주택의 상당수가 주민반대로 축소되거나 백지화됐습니다.

장기 임대주택을 공급하려면 막대한 재정이 투입됩니다. 그런데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LH의 부채가 100조원을 넘었습니다. 당연히 질 좋은 임대주택 공급은 크게 축소됐습니다. 이때부터 공공임대라는 말 대신 ‘공적임대’라는 이상한 용어가 등장합니다. 차마 공공임대라는 말을 쓰기는 부끄러웠을까? 그리고 ➄뉴스테이(NEW STAY)가 등장한 것도 이때입니다.

LH가 아닌 민간이 돈을 투자하고 임대 수익을 가져갑니다. 연 5%이상 임대료를 올릴 수 없고, 한번 들어가면 최대 8년간 거주할 수 있습니다. 소득 상관없이 누구나 입주 가능합니다. 대신 투자한 민간 기업에는 취득세나 재산세 등 각종 혜택을 줍니다. 관리는 LH가 만든 민간업체가 해줍니다. 그런데 투자자들의 수익성을 맞춰 주다 보니, 월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서울의 원룸형 뉴스테이의 월세가 5,60만원을 넘어갑니다(도대체 이게 무슨 서민형 공공임대주택인가?) 하지만 모두 임대주택 통계에 들어갑니다. 이쯤 되면 도대체 어디까지 장기 공공임대주택인가? 간격이 모호해집니다.

➅분양전환 임대아파트는 진짜 많습니다. 민간건설사(주로 부영이 짓는다)가 건설합니다. 5년이나 10년 살고, 그 집을 분양받을 우선권을 줍니다. 분양받지 않으면 당연히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5년 임대는 건설원가에 맞추지만, 10년 장기임대는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90% 선에 맞춥니다. 분양전환가가 쉽게 수 억 원을 넘어갑니다. 판교의 임대아파트는 10년 뒤 분양전환가가 8억 원을 육박합니다. 8억 원이 있으면 왜 임대아파트가 필요한가? 하지만 건설사는 분양대금으로 건축비를 회수하고, 정부는 재정 투입 없이 임대아파트 공급 통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무늬만 임대아파트가 난립합니다.

문재인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MB정부에서도 해마다 3~4만 가구씩 짓던 국민임대아파트는 연 1만 가구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양전환 임대아파트가 훨씬 더 많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임대아파트 브랜드인 ➆신혼 희망타운도 분양주택입니다. 위례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전용 55㎡형의 분양가가 4억 6천만원 이였습니다. 정말 서민을 위한 주거복지인가? 정권마다 연 10만호 임대주택 공급의 슬로건을 걸었지만, 사실은 절반 이상이 무늬만 임대아파트입니다.

임대아파트는 대량 공급이 쉽지 않습니다. 건설과 유지보수에 막대한 재정이 들어갑니다. 임대아파트를 지을 도심의 땅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너무 멀리 지은 국민임대아파트는 공실도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LH가 건설한 임대아파트는 사실 정부와 국민의 자산으로 남습니다. 30년 후엔 얼마든지 땅과 건물에서 건축비를 회수하고 남습니다. 사실 공공임대아파트는 남는 장사입니다(목 좋은 땅에 지구지정을 하고 원주민에게 적당한 가격만 보상해준 뒤, 택지를 조성하고 아파트를 지어 30년 지나 따져보면 자산가치가 어떻게 될까)

결코 예산 퍼주기 사업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 정부가 임대아파트를 많이 건설하면 자신의 임기 중 공공부채에 늘어납니다. 먼 훗날 임대아파트라는 자산을 팔아 재정에 보탬이 될 때는 다른 대통령 임기중의 부채를 줄여 줄 것입니다. 청와대는 물론,‘균형재정’을 신주단지로 모시는 기재부 관료들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임대아파트에 수동적인 것은 우연이 아닐지 모릅니다. 덕분에 무늬만 임대아파트가 계속 늘어납니다. 서민 주거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습니다.

정부는 강남을 중심으로 한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부동산 대책의 첫 단추를 뀄습니다. 시장을 선도하는(?) 고가주택의 투기를 잡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대치선경아파트가 20억이든, 30억이든 사실 오갈 데 없는 서민들의 삶은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태원 이건희 회장의 집이 300억에서 400억 원으로 올라도 국민들의 삶에는 큰 영향이 없습니다.

복지가 부족한 나라에서 국민은 뭐든 스스로 구입해야 합니다. 자신의 안전도, 의료도, 교육도, 육아도, 여가도, 그리고 주택도...그렇습니다. 지난 정부 우리 국민들은 유행처럼 빚내서 집을 샀습니다. 가계부채가 수백조원 늘었습니다. 만약 선진국처럼 정부가 재정으로 주택을 공급을 한다면 가계 부채 중 상당 부분은 정부로 이전됐을 겁니다. 결국 집을 사면서 생긴 우리 국민들의 빚은 일정부분 정부 장부의 몫입니다.(결국 그 부채를 회계장부의 좌변에 적을 것이냐 우변에 적을 것이냐의 문제다).

정부가 최소주거여건도 못갖춘 수많은 도시 서민들의 주거를 먼저 생각했으면 어땠을까. 복지 중에 최고 복지는 ‘주거복지’입니다. 내 가족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집만 있다면 수많은 근심이 사라집니다. 살기 좋은 임대아파트가 늘면, 결혼이나 출산을 결심하는 청년도 늘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선순환은 결코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또 주거복지는 선순위에서 밀립니다. 또 짝퉁 임대아파트만 잔뜩 늘어납니다. 지금도 5만5천여 가구가 국민임대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 들어갈 지는 모르지만.

암스테르담의 임대아파트 외경(9시 뉴스 캡쳐)
#15년전 유럽의 장기임대 주택을 취재할 때 몇가지 기억들. 스톡홀름의 작고 예쁜 임대주택은 늘 장례를 치르고 새 입주자가 들어갔다, 임차인이 한번 들어가면 나오질 않으니까. 암스테르담에선 프리미어리그를 뛰는 선수가 사는 임대아파트를 취재한 적이 있다, 유럽은 소득 제한이 없는 임대아파트가 꽤 있다. 유럽 임대주택에는 집을 예쁘게 꾸미고 사는 임차인이 많다, 한번 들어가면 자신이 원할 때까지 살기 때문에. 물론 이런 걸 사회주의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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