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기획② 아랫 물만 맑게?…수질 개선 “헛바퀴”

입력 2020.09.15 (15:4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내려오는 물에 생활 하수가 섞이는데, 어떻게 깨끗합니까?”

부산 중심을 가로지르는 대표 하천 동천. 지류 4개와 만나 부산 앞바다까지 흐르고 있습니다. 워낙 오염이 심하다 보니 부산시가 동천 살리기 사업을 한 지도 15년째입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인근 주민들을 찾았을 때 반응은 하나같이 똑같았습니다. ‘여전히 더럽다’, ‘냄새난다’ 등등... 문제는 동천 본류뿐만 아니라 동천으로 흐르는 지류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동천 수질개선 사업의 난맥상과 문제점을 짚어보는 KBS의 기획보도, 오늘은 수질개선사업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오염된 물을 다시 끌어올린다?…해수 도수 사업 실효성 의문

지난 7월 23일, 부산에 시간당 80mm 이상의 집중호우로 동천 하류가 범람했습니다. 일대가 물에 잠겼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막심했는데요.

당시 문제 중 하나로 지목된 건 공사를 위해 설치한 이른바 ‘물막이’였습니다. 하천 바닥에 관로공사를 하기 위해 물길을 막느라 흙을 쌓아뒀던 건데, 이를 제때 치우지 못해 동천이 넘쳤다는 겁니다.

이 사업은 부산시가 동천 살리기 핵심사업으로 추진 중인 ‘해수 도수 사업’ 관련 공사였습니다. 부산 앞바다의 바닷물을 하천으로 끌어와 오염된 물을 희석하면서 수질을 개선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범람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이 사업,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해수 도수 사업은 2010년에 이미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동천 중간지점인 광무교에 북항에서 끌어온 바닷물 5만 톤을 방류해 수질을 개선하려 했습니다. 사업 초기 수질이 일부 개선됐지만 다시 악화했습니다.

결국,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부산시가 꺼내 든 카드는 ‘추가 방류’였습니다. 흘려보내는 물의 양을 20만 톤 더 늘리면 물이 깨끗해질 거라는 예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항에서 동천으로 밀어 올리는 관로를 추가로 설치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물은 ‘도돌이’ 현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곳은 부산 앞바다, 그것도 동천 하류 끝 지점과 부산 북항 인근입니다. 전문가들은 동천에서 흘러내려 간 오염된 물이 다시 북항에서 끌어올려지면 결국 오염된 물을 계속해서 방류하는 ‘도돌이’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북항의 조류가 빠르지 않은 편이라 이 현상을 더 일으키기 쉽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취수 지점을 바다 안쪽으로 더 밀어 넣을 수도 없습니다. 해양수산부 등의 추가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해 사실상 진행을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생활하수 유입 등 지천 오염은 해결 못 해

또 다른 수질 개선 사업 중 하나는 ‘분류식 하수관로사업’입니다. 생활 오·폐수와 우수관로를 분류해 오·폐수가 하천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공사입니다. 부산시 전체가 대상입니다. 하지만 이 사업을 진행해도 여전히 생활 오·폐수 유입을 끊어내기는 어렵습니다.

이유는 부산의 지형 특성과 도심의 형성 과정에 있습니다. 피란도시로 산지에 주택가가 밀집한 부산은 골목이 비좁고 경사도 높습니다. 동구와 사하구 등 산지 주택이 많은 곳은 특히 이 분류식 하수관로 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렵습니다.

가정집에서 나오는 관로들을 일일이 다 분류해야 하지만 지대차로 인한 압력 문제나, 공사 진행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또 도로가 사유지인 경우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같은 문제들이 한데 모여 사실상 사업 진행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겁니다.

비점오염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오·폐수 등 유입을 확인할 수 있는 오염원이 아닌, 확인할 수 없는 오염원이라는 뜻인데요. 도심 곳곳에 위치한 하수구 등에서 유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배꽁초와 음식물 쓰레기 등 종류도 다양한데요.

이 같은 비점오염원을 막기 위해서는 상류에 위치한 지류들부터 비점오염원 개선 작업을 벌여야 합니다. 하지만 이 예산을 확보한 지류는 부전천이 전부입니다. 다른 지천의 경우 오염된 물을 끌어안고, 여전히 동천으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상류의 오염원은 해결하지 못한 채, 오염된 물이 내려오면 바닷물로 씻어버리겠다는 게 부산시의 동천 살리기 대책인 셈입니다.

하지만 하천에 바닷물을 끌어 쏟으면 하천의 해양화나 바다의 오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부산시장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사업 방향, 과연 괜찮을까요. 내일은 이에 대한 대안과 방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동천’기획② 아랫 물만 맑게?…수질 개선 “헛바퀴”
    • 입력 2020-09-15 15:47:03
    취재K
“여기서 내려오는 물에 생활 하수가 섞이는데, 어떻게 깨끗합니까?”

부산 중심을 가로지르는 대표 하천 동천. 지류 4개와 만나 부산 앞바다까지 흐르고 있습니다. 워낙 오염이 심하다 보니 부산시가 동천 살리기 사업을 한 지도 15년째입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인근 주민들을 찾았을 때 반응은 하나같이 똑같았습니다. ‘여전히 더럽다’, ‘냄새난다’ 등등... 문제는 동천 본류뿐만 아니라 동천으로 흐르는 지류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동천 수질개선 사업의 난맥상과 문제점을 짚어보는 KBS의 기획보도, 오늘은 수질개선사업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오염된 물을 다시 끌어올린다?…해수 도수 사업 실효성 의문

지난 7월 23일, 부산에 시간당 80mm 이상의 집중호우로 동천 하류가 범람했습니다. 일대가 물에 잠겼고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막심했는데요.

당시 문제 중 하나로 지목된 건 공사를 위해 설치한 이른바 ‘물막이’였습니다. 하천 바닥에 관로공사를 하기 위해 물길을 막느라 흙을 쌓아뒀던 건데, 이를 제때 치우지 못해 동천이 넘쳤다는 겁니다.

이 사업은 부산시가 동천 살리기 핵심사업으로 추진 중인 ‘해수 도수 사업’ 관련 공사였습니다. 부산 앞바다의 바닷물을 하천으로 끌어와 오염된 물을 희석하면서 수질을 개선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범람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이 사업,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해수 도수 사업은 2010년에 이미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동천 중간지점인 광무교에 북항에서 끌어온 바닷물 5만 톤을 방류해 수질을 개선하려 했습니다. 사업 초기 수질이 일부 개선됐지만 다시 악화했습니다.

결국,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부산시가 꺼내 든 카드는 ‘추가 방류’였습니다. 흘려보내는 물의 양을 20만 톤 더 늘리면 물이 깨끗해질 거라는 예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항에서 동천으로 밀어 올리는 관로를 추가로 설치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물은 ‘도돌이’ 현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곳은 부산 앞바다, 그것도 동천 하류 끝 지점과 부산 북항 인근입니다. 전문가들은 동천에서 흘러내려 간 오염된 물이 다시 북항에서 끌어올려지면 결국 오염된 물을 계속해서 방류하는 ‘도돌이’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북항의 조류가 빠르지 않은 편이라 이 현상을 더 일으키기 쉽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취수 지점을 바다 안쪽으로 더 밀어 넣을 수도 없습니다. 해양수산부 등의 추가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해 사실상 진행을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생활하수 유입 등 지천 오염은 해결 못 해

또 다른 수질 개선 사업 중 하나는 ‘분류식 하수관로사업’입니다. 생활 오·폐수와 우수관로를 분류해 오·폐수가 하천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공사입니다. 부산시 전체가 대상입니다. 하지만 이 사업을 진행해도 여전히 생활 오·폐수 유입을 끊어내기는 어렵습니다.

이유는 부산의 지형 특성과 도심의 형성 과정에 있습니다. 피란도시로 산지에 주택가가 밀집한 부산은 골목이 비좁고 경사도 높습니다. 동구와 사하구 등 산지 주택이 많은 곳은 특히 이 분류식 하수관로 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렵습니다.

가정집에서 나오는 관로들을 일일이 다 분류해야 하지만 지대차로 인한 압력 문제나, 공사 진행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또 도로가 사유지인 경우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같은 문제들이 한데 모여 사실상 사업 진행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겁니다.

비점오염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오·폐수 등 유입을 확인할 수 있는 오염원이 아닌, 확인할 수 없는 오염원이라는 뜻인데요. 도심 곳곳에 위치한 하수구 등에서 유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배꽁초와 음식물 쓰레기 등 종류도 다양한데요.

이 같은 비점오염원을 막기 위해서는 상류에 위치한 지류들부터 비점오염원 개선 작업을 벌여야 합니다. 하지만 이 예산을 확보한 지류는 부전천이 전부입니다. 다른 지천의 경우 오염된 물을 끌어안고, 여전히 동천으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상류의 오염원은 해결하지 못한 채, 오염된 물이 내려오면 바닷물로 씻어버리겠다는 게 부산시의 동천 살리기 대책인 셈입니다.

하지만 하천에 바닷물을 끌어 쏟으면 하천의 해양화나 바다의 오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부산시장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사업 방향, 과연 괜찮을까요. 내일은 이에 대한 대안과 방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