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공장서 일하다 ‘시신경척수염’…16년 만에 산재 인정

입력 2020.09.15 (16:28) 수정 2020.09.1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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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시신경 척수염에 걸린 노동자가 법원 판결로 16년 만에 산업재해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인권단체 반올림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0일,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시신경 척수염’에 걸린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A씨는 지난 1997년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한 지 7년 만인 2004년 ‘급성 횡단성 척수염’ 진단을 받았고 최종적으로는 시신경 척수염으로 진단됐습니다.

반올림은 시신경 척수염이 매우 드문 중추신경계 염증성 질환으로, 현재 역학연구가 부족한 질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신경 척수염은 시신경이나 척수에 염증이 생겨 시력 저하, 사지 마비,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초래하는 병으로, 희귀질환으로 분류됩니다.

2005년 퇴사한 A씨는 2017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지만, 공단은 A씨의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업무수행 중 노출된 유해물질에 관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으며 역학조사 결과에 의하더라도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산재를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20년 전 근무 당시 작업환경의 유해물질 노출 수준과 희귀질환의 발병 원인을 명확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점과 산재보험 제도의 취지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A씨가 근무하던 당시 공장의 작업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유해물질이 계속 순환된 점, 당시 근무자들이 호흡용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일한 경우가 많은 점, A씨가 상당한 초과근무를 한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법원은 또,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게 전가하지 않고 산업과 사회 전체가 분담하도록 하는 산재보험제도의 목적을 고려할 때 발병 원인을 밝히지 못한 점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반올림은 법원 판결을 환영하며 “노동자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며 직업병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근로복지공단의 관행이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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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5 16:28:08
    • 수정2020-09-15 16:59:35
    사회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시신경 척수염에 걸린 노동자가 법원 판결로 16년 만에 산업재해 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인권단체 반올림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0일,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시신경 척수염’에 걸린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A씨는 지난 1997년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한 지 7년 만인 2004년 ‘급성 횡단성 척수염’ 진단을 받았고 최종적으로는 시신경 척수염으로 진단됐습니다.

반올림은 시신경 척수염이 매우 드문 중추신경계 염증성 질환으로, 현재 역학연구가 부족한 질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신경 척수염은 시신경이나 척수에 염증이 생겨 시력 저하, 사지 마비,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초래하는 병으로, 희귀질환으로 분류됩니다.

2005년 퇴사한 A씨는 2017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지만, 공단은 A씨의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업무수행 중 노출된 유해물질에 관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으며 역학조사 결과에 의하더라도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산재를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20년 전 근무 당시 작업환경의 유해물질 노출 수준과 희귀질환의 발병 원인을 명확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점과 산재보험 제도의 취지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A씨가 근무하던 당시 공장의 작업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유해물질이 계속 순환된 점, 당시 근무자들이 호흡용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일한 경우가 많은 점, A씨가 상당한 초과근무를 한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법원은 또,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게 전가하지 않고 산업과 사회 전체가 분담하도록 하는 산재보험제도의 목적을 고려할 때 발병 원인을 밝히지 못한 점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반올림은 법원 판결을 환영하며 “노동자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며 직업병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근로복지공단의 관행이 더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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