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K] 일하다 죽는 사람들…“산업재해는 기업범죄”

입력 2020.09.15 (19:24) 수정 2020.09.1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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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일하던 45살 최 모 씨 머리 위로 쇠뭉치가 떨어졌습니다.

안전모를 썼지만, 최 씨는 숨졌습니다.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관계자/음성변조 : "호스를 연결하는 홀더(받침) 뭉치가 있잖아요. 그게 탈락되면서…. 유족과 합의도 거의 원만하게 했거든요."]

지난 2013년 질식으로 2명, 지난해엔 추락으로 2명이 이 공장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일터에서 잇따라 숨진 노동자들, 책임은 누가 지고 처벌은 얼마나 받았을까?

2013년엔 책임자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실형은 피했습니다.

지난해 사고 1건은 불기소 처분을, 나머지 1건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 세아베스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최근 KBS와 노동건강연대는 산업재해 사건과 관련해 1심 재판부 판결 6백여 건을 분석했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2년 동안 전주지방법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심판대에 오른 피고인은 45명.

이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로 따져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피고인 1,065명 가운데 실형 선고 비율은 1.9%.

그나마 실형 기간은 평균 9.3개월에 그쳤고, 노동자 한 명이 숨졌을 때 낸 벌금은 평균 5백만 원 정도였습니다.

[조성옥/전북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대표 : "10년 전 이천 냉동창고 사고가 났을 때, (사망자) 1인당 50만 원 정도 벌금이 매겨졌거든요. 벌금을 맞는 게 낫겠습니까, 몇억 원씩 들어가는 안전시설을 투자하는 게 이득이겠습니까? 기업의 활동은 이윤을 위해서 하는 건데."]

2008년 영국.

작업 중이던 20대 청년이 갑자기 꺼진 땅속으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3년 뒤, 영국 법원은 벌금 38만 5천 파운드, 당시 우리 돈 7억 원을 기업에 물렸습니다.

'기업 살인법'을 적용한 첫 판결입니다.

[셸리 라이트/사망 노동자 어머니/지난 2011년 : "아들이 다시 살아 돌아오진 못하겠지만, 기업들이 작업 관행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2007년 제정된 '기업 살인법'은 기업의 불성실한 안전 조치로 노동자가 숨지면, 기업가와 책임자를 과실치사혐의로 처벌받도록 했습니다.

징벌적 벌금도 상한이 없습니다.

영국의 산재 사망률을 세계 최저로 끌어내린 비결로 꼽힙니다.

[유성규/노동건강연대 노무사 : "10년 동안의 통계를 보더라도 산재사망 만인율이 지속적으로 하향 추세에 있고, 이것은 영국의 '기업 살인법'이 상당한 영향을 주고 효과를 미쳤을 거다, 이렇게 평가가 가능합니다."]

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

한국도 '기업 살인법'을 모델로 한 법을 만들자는 목소리를 키워왔습니다.

2017년 故 노회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사고가 나면 기업은 물론 경영책임자도 처벌하자는 게 핵심인 이 법은, 하지만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에 이렇다 할 논의도 없이 폐기됐습니다.

정의당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다시 발의했습니다.

[심상정/정의당 대표 : "사람이 죽어도 벌금 7백만 원으로 때우는 현실은 더는 지속해선 안 됩니다.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는 것을 기업의 살인 행위로 간주해야 합니다. 이 거대한 범죄는 이만 끝내야 합니다."]

산업 재해를 기업의 범죄로 규정하고 엄벌하자는 목소리.

2020년 대한민국에서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그래픽: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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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5 19:24:01
    • 수정2020-09-15 19:34:44
    뉴스7(전주)
지난 5일,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 일하던 45살 최 모 씨 머리 위로 쇠뭉치가 떨어졌습니다.

안전모를 썼지만, 최 씨는 숨졌습니다.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관계자/음성변조 : "호스를 연결하는 홀더(받침) 뭉치가 있잖아요. 그게 탈락되면서…. 유족과 합의도 거의 원만하게 했거든요."]

지난 2013년 질식으로 2명, 지난해엔 추락으로 2명이 이 공장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일터에서 잇따라 숨진 노동자들, 책임은 누가 지고 처벌은 얼마나 받았을까?

2013년엔 책임자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실형은 피했습니다.

지난해 사고 1건은 불기소 처분을, 나머지 1건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 세아베스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최근 KBS와 노동건강연대는 산업재해 사건과 관련해 1심 재판부 판결 6백여 건을 분석했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2년 동안 전주지방법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심판대에 오른 피고인은 45명.

이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로 따져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피고인 1,065명 가운데 실형 선고 비율은 1.9%.

그나마 실형 기간은 평균 9.3개월에 그쳤고, 노동자 한 명이 숨졌을 때 낸 벌금은 평균 5백만 원 정도였습니다.

[조성옥/전북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대표 : "10년 전 이천 냉동창고 사고가 났을 때, (사망자) 1인당 50만 원 정도 벌금이 매겨졌거든요. 벌금을 맞는 게 낫겠습니까, 몇억 원씩 들어가는 안전시설을 투자하는 게 이득이겠습니까? 기업의 활동은 이윤을 위해서 하는 건데."]

2008년 영국.

작업 중이던 20대 청년이 갑자기 꺼진 땅속으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3년 뒤, 영국 법원은 벌금 38만 5천 파운드, 당시 우리 돈 7억 원을 기업에 물렸습니다.

'기업 살인법'을 적용한 첫 판결입니다.

[셸리 라이트/사망 노동자 어머니/지난 2011년 : "아들이 다시 살아 돌아오진 못하겠지만, 기업들이 작업 관행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2007년 제정된 '기업 살인법'은 기업의 불성실한 안전 조치로 노동자가 숨지면, 기업가와 책임자를 과실치사혐의로 처벌받도록 했습니다.

징벌적 벌금도 상한이 없습니다.

영국의 산재 사망률을 세계 최저로 끌어내린 비결로 꼽힙니다.

[유성규/노동건강연대 노무사 : "10년 동안의 통계를 보더라도 산재사망 만인율이 지속적으로 하향 추세에 있고, 이것은 영국의 '기업 살인법'이 상당한 영향을 주고 효과를 미쳤을 거다, 이렇게 평가가 가능합니다."]

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

한국도 '기업 살인법'을 모델로 한 법을 만들자는 목소리를 키워왔습니다.

2017년 故 노회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사고가 나면 기업은 물론 경영책임자도 처벌하자는 게 핵심인 이 법은, 하지만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에 이렇다 할 논의도 없이 폐기됐습니다.

정의당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다시 발의했습니다.

[심상정/정의당 대표 : "사람이 죽어도 벌금 7백만 원으로 때우는 현실은 더는 지속해선 안 됩니다. 노동자들이 일하다 죽는 것을 기업의 살인 행위로 간주해야 합니다. 이 거대한 범죄는 이만 끝내야 합니다."]

산업 재해를 기업의 범죄로 규정하고 엄벌하자는 목소리.

2020년 대한민국에서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그래픽: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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