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떳떳한 사람 어딨냐?” 구의원 ‘법카’ 수사 9개월 걸린 이유는?

입력 2020.09.16 (16:08) 수정 2020.09.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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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서울 마포구 의원으로 활동 중인 서종수 의원. 구 의원에게 지급되는 법인 카드로 업무 추진비를 부당하게 받아갔다는 의혹에 휘말렸습니다.

마포구 의회는 부의장에게 한 달에 약 188만 원의 업무추진비가 지급됩니다. 그런데 서 의원이 부의장이던 2018년 7월부터 9개월 동안 지인과 식사한 뒤 다음날 계산하거나 업무추진비 사용 목적이나 대상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입니다. 업무 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 사례로 지적된 횟수만 총 62건, 금액으론 696만 원에 이른다는 폭로가 제기됐습니다.

[연관기사][단독] “선출직 떳떳한 사람 어딨나?”…마포구 의원의 황당한 ‘법카’ 사용법(2020.09.15.KBS1TV 뉴스9)


■“떳떳하다고는 말 못 해…하지만 국회의원 포함해 떳떳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마포구 의회 권영숙 의원은 “업무추진비 관련 서류를 살펴보다 의심스러운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의회 간담회가 있어서 서종수 의원과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다른 회계 서류를 찾아보니 같은 날 서 의원이 점심시간에 다른 데서 간담회를 했다며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심쩍은 생각이 든 권 의원은 그동안 서 의원이 업무 추진비로 같이 식사했다고 밝힌 이들에게 일일이 동행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같이 식사했다고 적혀있는 마포구의 한 동장. “그런 데는 같이 안 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또 단둘이 두 차례 식사했다던 한 공무원은 “둘이서는 만날 일이 없다”며 “저를 왜 그런 데 파냐”라며 황당해했다고 합니다.

이에 서 의원에게 문제를 제기했더니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서 의원은 “떳떳하다고는 내가 말 못하지요. 그러면 선출직에서는 국회의원들 포함해서 떳떳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취재진도 서 의원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불법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죄를 시인한 적이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수사만 9개월...법인카드 부당 사용 입증하기 쉽지 않아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서 의원의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을 수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에서야 업무상 횡령 혐의를 서 의원에게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기까지 9개월이 걸린 것입니다.

경찰 관계자 스스로 인정하듯이 9개월이란 수사 기간은 수사가 더뎠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물론 개별 사건마다 수사 기간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살인의 추억’의 실제 범행인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 재수사를 해 30여 년 만에 14명의 여성이 살해됐고, 9명이 성폭행 범죄의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밝히는 데 걸린 시간이 9개월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9개월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닌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서 의원이 업무추진비를 사용했을 때 동행했다고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적혀있는) 구의원과 공무원 등 참고인들이 출석을 미루거나 거부해서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며 “횡령 등의 범죄는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없으면 기소가 어려워서 의혹이 제기된 금액 가운데 진술받은 일부에 대해서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기 어려운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수사기관조차 애먹은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 사후 처리가 어렵다면 사전에 부당 사용을 막을 장치가 있을지 확인해봤습니다. 결과는 ‘있기는 하다’였습니다.

마포구 의회의 경우 ‘마포구 업무추진비 관련 조례 및 제규정’으로 업무추진비 사용에 관해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조례 및 서울특별시 마포구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에는 ‘의원은 여비, 업무추진비 등 공무 활동을 위한 예산을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여 의회에 재산상 손해를 입혀서는 아니 된다.’고 적혀있습니다.

또 ‘서울특별시 마포구의회 업무추진비 집행 및 공개에 관한 규정’에는 공적인 의정활동과 무관한 개인용도의 사용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하면서 지방의회 행동강령,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 등을 따른다고 적혀있습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평정의 홍시우 변호사는 “관련 규정상 업무추진비 사용 제한을 ‘공적인 의정활동과 무관한 개인용도의 사용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공적인 의정활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구체적인 의미를 관련 규정을 통해 보충하여 업무추진비의 사적 사용을 엄격하게 막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을 막을 수 있는 규정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업무 추진비 등 마포구 의회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의회 사무국 역시 속수무책이란 반응이었습니다. 마포구 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현재 (업무 추진비 부당 사용과 관련한) 언론 보도 같은 거 스크랩해서 (구의원들에게) 배포하고, (업무추진비를) 제대로 쓸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대책을 묻는 취재진에게 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의원들 개개인을 쫓아다닐 수도 없고 투명한 것까지 검증돼야 완벽한 게 맞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재의 교육 말고는...(업무추진비 부당 사용에 대한) 견제 장치를 연구해보겠다”고 털어놨습니다. 1995년 지방자치가 본격화된 지 26년이 지났지만, 아직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방지책은 연구해야 할 단계’인 수준이었습니다.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폭로 이어지지만...

이번 의혹을 취재하고 있는 도중에도 대구시 달서구에서 ‘업무추진비 부당 이용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10일 시민단체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대구 달서구 의회 소속 일부 의원들이 업무추진비를 미리 결제하고 지인이나 가족과 식사를 하는 등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달서구 의회 일부 의원 역시 “회기 내 업무추진비를 모두 사용할 수가 없어서 일부를 선결제하고 차후에 사용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폭로를 이어갔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의원들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는 업무 추진비 사적 사용 혐의로 해당 의원들을 다음 주 중에 사법기관에 고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속해서 발생하는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논란’과 관련해서 ‘관련 조례 제정’이란 방법을 통해 더욱 투명화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구의원 스스로 계속되는 의혹들을 마무리 짓는 날을 기대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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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떳떳한 사람 어딨냐?” 구의원 ‘법카’ 수사 9개월 걸린 이유는?
    • 입력 2020-09-16 16:08:19
    • 수정2020-09-16 16:58:08
    취재후·사건후
10년째 서울 마포구 의원으로 활동 중인 서종수 의원. 구 의원에게 지급되는 법인 카드로 업무 추진비를 부당하게 받아갔다는 의혹에 휘말렸습니다.

마포구 의회는 부의장에게 한 달에 약 188만 원의 업무추진비가 지급됩니다. 그런데 서 의원이 부의장이던 2018년 7월부터 9개월 동안 지인과 식사한 뒤 다음날 계산하거나 업무추진비 사용 목적이나 대상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입니다. 업무 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 사례로 지적된 횟수만 총 62건, 금액으론 696만 원에 이른다는 폭로가 제기됐습니다.

[연관기사][단독] “선출직 떳떳한 사람 어딨나?”…마포구 의원의 황당한 ‘법카’ 사용법(2020.09.15.KBS1TV 뉴스9)


■“떳떳하다고는 말 못 해…하지만 국회의원 포함해 떳떳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마포구 의회 권영숙 의원은 “업무추진비 관련 서류를 살펴보다 의심스러운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의회 간담회가 있어서 서종수 의원과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다른 회계 서류를 찾아보니 같은 날 서 의원이 점심시간에 다른 데서 간담회를 했다며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심쩍은 생각이 든 권 의원은 그동안 서 의원이 업무 추진비로 같이 식사했다고 밝힌 이들에게 일일이 동행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같이 식사했다고 적혀있는 마포구의 한 동장. “그런 데는 같이 안 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또 단둘이 두 차례 식사했다던 한 공무원은 “둘이서는 만날 일이 없다”며 “저를 왜 그런 데 파냐”라며 황당해했다고 합니다.

이에 서 의원에게 문제를 제기했더니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서 의원은 “떳떳하다고는 내가 말 못하지요. 그러면 선출직에서는 국회의원들 포함해서 떳떳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취재진도 서 의원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불법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죄를 시인한 적이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수사만 9개월...법인카드 부당 사용 입증하기 쉽지 않아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서 의원의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을 수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에서야 업무상 횡령 혐의를 서 의원에게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기까지 9개월이 걸린 것입니다.

경찰 관계자 스스로 인정하듯이 9개월이란 수사 기간은 수사가 더뎠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물론 개별 사건마다 수사 기간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살인의 추억’의 실제 범행인 ‘이춘재 연쇄 살인 사건’ 재수사를 해 30여 년 만에 14명의 여성이 살해됐고, 9명이 성폭행 범죄의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밝히는 데 걸린 시간이 9개월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9개월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닌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서 의원이 업무추진비를 사용했을 때 동행했다고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적혀있는) 구의원과 공무원 등 참고인들이 출석을 미루거나 거부해서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며 “횡령 등의 범죄는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없으면 기소가 어려워서 의혹이 제기된 금액 가운데 진술받은 일부에 대해서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기 어려운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수사기관조차 애먹은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의혹’, 사후 처리가 어렵다면 사전에 부당 사용을 막을 장치가 있을지 확인해봤습니다. 결과는 ‘있기는 하다’였습니다.

마포구 의회의 경우 ‘마포구 업무추진비 관련 조례 및 제규정’으로 업무추진비 사용에 관해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조례 및 서울특별시 마포구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에는 ‘의원은 여비, 업무추진비 등 공무 활동을 위한 예산을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여 의회에 재산상 손해를 입혀서는 아니 된다.’고 적혀있습니다.

또 ‘서울특별시 마포구의회 업무추진비 집행 및 공개에 관한 규정’에는 공적인 의정활동과 무관한 개인용도의 사용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하면서 지방의회 행동강령,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 등을 따른다고 적혀있습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평정의 홍시우 변호사는 “관련 규정상 업무추진비 사용 제한을 ‘공적인 의정활동과 무관한 개인용도의 사용 등’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공적인 의정활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구체적인 의미를 관련 규정을 통해 보충하여 업무추진비의 사적 사용을 엄격하게 막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을 막을 수 있는 규정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업무 추진비 등 마포구 의회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의회 사무국 역시 속수무책이란 반응이었습니다. 마포구 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현재 (업무 추진비 부당 사용과 관련한) 언론 보도 같은 거 스크랩해서 (구의원들에게) 배포하고, (업무추진비를) 제대로 쓸 수 있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대책을 묻는 취재진에게 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의원들 개개인을 쫓아다닐 수도 없고 투명한 것까지 검증돼야 완벽한 게 맞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재의 교육 말고는...(업무추진비 부당 사용에 대한) 견제 장치를 연구해보겠다”고 털어놨습니다. 1995년 지방자치가 본격화된 지 26년이 지났지만, 아직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방지책은 연구해야 할 단계’인 수준이었습니다.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폭로 이어지지만...

이번 의혹을 취재하고 있는 도중에도 대구시 달서구에서 ‘업무추진비 부당 이용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10일 시민단체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대구 달서구 의회 소속 일부 의원들이 업무추진비를 미리 결제하고 지인이나 가족과 식사를 하는 등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달서구 의회 일부 의원 역시 “회기 내 업무추진비를 모두 사용할 수가 없어서 일부를 선결제하고 차후에 사용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폭로를 이어갔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의원들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는 업무 추진비 사적 사용 혐의로 해당 의원들을 다음 주 중에 사법기관에 고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속해서 발생하는 ‘업무추진비 사적 사용 논란’과 관련해서 ‘관련 조례 제정’이란 방법을 통해 더욱 투명화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구의원 스스로 계속되는 의혹들을 마무리 짓는 날을 기대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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