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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돌봄 사각지대’…라면 끓이려던 초등생 형제 ‘중태’
입력 2020.09.17 (14:15) 취재K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119에 신고한 8살 어린이의 마지막 목소리였습니다. 그렇게 전화가 끊어졌습니다. 불이 났다고 외쳤지만 정확한 주소를 말하지 못한 채였습니다. 소방차와 119구조대가 발신지를 추적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창밖으로 회백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집 안에 있던 어린이 2명은 이미 화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 뒤였습니다.

평일 낮,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0살과 8살 초등학생 형제. 주방과 거실이 심하게 탔고 가스가 켜져 있었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형제가 라면을 끓이려다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불이 난 건 지난 14일 오전 11시쯤. 평일 낮, 집 안에는 그렇게 형제만 남아 있었습니다.


"수술은 마쳤지만, 의식 못 찾아"

형제는 각각 3도와 1도 화상을 입고 인천의 한 대학병원으로 긴급히 옮겨졌다가 다시 서울의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화상을 입은 죽은 조직과 다리 부위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 거주…어머니 혼자 형제 키워

형제의 가족이 살던 곳은 인천도시공사가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이었습니다. 어머니 혼자 형제를 돌보는 한부모 가정이었습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 지정됐고, 정부로부터 매달 160만 원 정도 지원받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어머니는 일을 나가 집에 없었고 점심시간이 다가오던 시각, 형제는 끼니를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등교 대신 비대면 수업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점심 해결은 형제의 몫이었습니다.


`아동 학대(방임)' 혐의…"아이들은 엄마와 살고 싶어 해"

2년 전 형제가 학대받고 있다(`방임 학대`)는 신고가 처음 접수됐습니다.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 가정에 대해 물리적인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집 안 청소 상태가 좋지 않다며 환경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그리고 올해 5월 세 번째 신고가 접수됐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형제에 대한 보호명령을 청구했습니다. 어머니와 형제를 격리해야 한다는 요청이었지만, 상담 과정에서 아이들은 엄마와 살고 싶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달 경찰은 아동보호 사건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에 법원은 어머니에 대해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6개월 동안, 형제는 1년 동안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사고 열흘 전 병원의 명령문이 도착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상담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동학대는 신체학대와 정서학대, 성 학대, 방임 등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또 이 유형들이 두 가지 이상 복합적으로 발생하면 '중복확대'로 집계됩니다. 정서학대와 신체학대의 비중은 많이 늘어난 반면, 방임은 비중이 줄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정서학대 비중은 70.5%로 6년 전보다 11.4% 포인트나 늘었습니다. 또 신체학대는 2018년 57%로, 6년 전과 비교하면 12.4% 포인트 증가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방임은 6년 사이 26.9% 포인트 감소해 2018년에는 17.6%로 나타났습니다.

형제의 안타까운 소식에 후원 손길 잇따라

형제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사회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는 긴급히 300만 원을 의료비로 지급했으며, 형제가 입원한 병원에서 나머지 치료비용을 후원하기로 했습니다. 인천도시공사는 불이 난 집에 거주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당분간 다른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기로 했고, 260만 원 정도의 주택 보증금에 대해서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측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는 형제의 어머니가 병원 근처에 머물며 아이들을 간호할 수 있도록 공직자 나눔 모금 기금과 학산나눔재단을 통해 100만 원 정도를 더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지정 기탁을 문의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 시대`가 낳은 아픔…'돌봄 사각지대' 대책 시급

코로나 시대. 한부모 가정에서 어머니가 일을 나간 사이에 집에 남겨진 어린 형제. 비대면 수업에 급식도, 간식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고사리손으로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여 조리하려다 참변을 당했습니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타오르는 불길과 연기와 마주쳤던 순간은 그렇게 다급한 외침으로 남았습니다.

`비대면·온라인교육` 때문에 소외된 아이들. 우리 사회는 그 아이들을 가슴에 품고 돌보고 있었을까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이들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구호가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 코로나시대 ‘돌봄 사각지대’…라면 끓이려던 초등생 형제 ‘중태’
    • 입력 2020-09-17 14:15:16
    취재K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119에 신고한 8살 어린이의 마지막 목소리였습니다. 그렇게 전화가 끊어졌습니다. 불이 났다고 외쳤지만 정확한 주소를 말하지 못한 채였습니다. 소방차와 119구조대가 발신지를 추적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창밖으로 회백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집 안에 있던 어린이 2명은 이미 화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 뒤였습니다.

평일 낮,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0살과 8살 초등학생 형제. 주방과 거실이 심하게 탔고 가스가 켜져 있었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형제가 라면을 끓이려다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불이 난 건 지난 14일 오전 11시쯤. 평일 낮, 집 안에는 그렇게 형제만 남아 있었습니다.


"수술은 마쳤지만, 의식 못 찾아"

형제는 각각 3도와 1도 화상을 입고 인천의 한 대학병원으로 긴급히 옮겨졌다가 다시 서울의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화상을 입은 죽은 조직과 다리 부위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 거주…어머니 혼자 형제 키워

형제의 가족이 살던 곳은 인천도시공사가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이었습니다. 어머니 혼자 형제를 돌보는 한부모 가정이었습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 지정됐고, 정부로부터 매달 160만 원 정도 지원받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어머니는 일을 나가 집에 없었고 점심시간이 다가오던 시각, 형제는 끼니를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등교 대신 비대면 수업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점심 해결은 형제의 몫이었습니다.


`아동 학대(방임)' 혐의…"아이들은 엄마와 살고 싶어 해"

2년 전 형제가 학대받고 있다(`방임 학대`)는 신고가 처음 접수됐습니다.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 가정에 대해 물리적인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집 안 청소 상태가 좋지 않다며 환경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그리고 올해 5월 세 번째 신고가 접수됐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형제에 대한 보호명령을 청구했습니다. 어머니와 형제를 격리해야 한다는 요청이었지만, 상담 과정에서 아이들은 엄마와 살고 싶다고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달 경찰은 아동보호 사건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이에 법원은 어머니에 대해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6개월 동안, 형제는 1년 동안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사고 열흘 전 병원의 명령문이 도착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상담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동학대는 신체학대와 정서학대, 성 학대, 방임 등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또 이 유형들이 두 가지 이상 복합적으로 발생하면 '중복확대'로 집계됩니다. 정서학대와 신체학대의 비중은 많이 늘어난 반면, 방임은 비중이 줄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정서학대 비중은 70.5%로 6년 전보다 11.4% 포인트나 늘었습니다. 또 신체학대는 2018년 57%로, 6년 전과 비교하면 12.4% 포인트 증가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방임은 6년 사이 26.9% 포인트 감소해 2018년에는 17.6%로 나타났습니다.

형제의 안타까운 소식에 후원 손길 잇따라

형제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사회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는 긴급히 300만 원을 의료비로 지급했으며, 형제가 입원한 병원에서 나머지 치료비용을 후원하기로 했습니다. 인천도시공사는 불이 난 집에 거주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당분간 다른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기로 했고, 260만 원 정도의 주택 보증금에 대해서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측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천 미추홀구는 형제의 어머니가 병원 근처에 머물며 아이들을 간호할 수 있도록 공직자 나눔 모금 기금과 학산나눔재단을 통해 100만 원 정도를 더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지정 기탁을 문의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 시대`가 낳은 아픔…'돌봄 사각지대' 대책 시급

코로나 시대. 한부모 가정에서 어머니가 일을 나간 사이에 집에 남겨진 어린 형제. 비대면 수업에 급식도, 간식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고사리손으로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여 조리하려다 참변을 당했습니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타오르는 불길과 연기와 마주쳤던 순간은 그렇게 다급한 외침으로 남았습니다.

`비대면·온라인교육` 때문에 소외된 아이들. 우리 사회는 그 아이들을 가슴에 품고 돌보고 있었을까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이들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구호가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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