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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나온 ‘프로포폴 VIP’님들…직원 가족 명의까지 도용?
입력 2020.09.18 (07:00) 취재K
“저는 중독되는 것, 너무 몸에 해가 되는 건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는 60대 패션 디자이너 이 모 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거듭 부인했습니다. 이 씨는 지난 15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어제(17일)는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 심리로 열린, 이 병원 원장과 간호조무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입을 열었습니다.

■ 대표님 1: “밤새워서 힘드니 오늘 갈게. 준비해 줘.”

이 씨가 받는 혐의는 크게 두 가집니다. 하나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여 동안 이 성형외과에 다니면서 시술이 아닌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해왔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의류업체 직원들의 명의를 도용해 프로포폴 투약에 관한 차명 진료기록부를 작성해왔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이 병원 직원들의 검찰 진술 내용을 들어 이 씨를 추궁했습니다. 직원들은 이 씨가 이른바 ‘프로포폴 중독자’로 익히 알려졌었고, 오로지 이 씨만을 위한 차명 기록부가 작성되고 관리돼왔다고 밝혔습니다. 여러 가명으로 차트를 돌리는가 하면, 시술이 끝난 후에도 프로포폴을 계속 투약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워낙 방문이 잦다 보니 더 이상 받을 시술이 없었다는 진술도 있었습니다.

이 씨가 병원 원장 김 모 씨와 나눈 구체적인 문자메시지도 제시됐습니다. 통상적인 병원과는 방문 예약을 잡는 방법부터 완전히 달랐다는 게 검찰 주장입니다. 일반적인 병원은 의사가 환자 상태와 치료 경과를 살펴보고 주도적으로 다음 일정을 잡는데, 이 씨는 자신이 직접 가고 싶은 날짜를 정하고 이를 고집했다는 거죠. 검사는 “왜 피부과에 가면서 ‘수면부족’을 호소했느냐”, “프로포폴 투약을 간곡하게 부탁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라고 이 씨에게 캐물었습니다.


검찰은 또, 이 씨가 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 신 모 씨에게 브라질리언 왁싱을 받다가 큰 화상을 입었던 때에 주목했습니다. 이 씨가 다친 사실을 원장 김 씨에게 알리지 않기로 신 씨와 합의하고, 신 씨에게 소독을 빌미로 5차례 정도 프로포폴을 맞았다는 겁니다.

이 씨는 이날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습니다. “저는 뭐에 중독돼본 적이 없다”, “중독자가 아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터무니없는 진술이다”라고 맞섰죠. 해당 병원에서 워낙 다양한 시술을 받았고 통증을 덜기 위해 프로포폴을 사용했을 뿐, 이른바 ‘생투약’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병원에 다닐 때 어떤 시술이 제일 아팠냐”고 이 씨에게 묻기도 했는데요. 이 씨는 “지금 기억이 안 난다”며 “뭐가 제일 아팠을까요?”라고 재판부에 되묻기도 했습니다.

■ 대표님 2: “천만 원 줄 테니 우리 집에서 프로포폴 놔줘.”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건 이 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40대 연예기획사 대표 김 모 씨도 증인석에 앉았는데요. 김 씨도 지난 15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었죠. 시술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하고, 직원들 명의로 차명 진료기록부를 만든 혐의입니다. 김 씨도 이 씨와 함께 병원 직원들 사이에서 ‘프로포폴 중독자’로 불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는 이 씨와는 달리 모든 법정 진술을 거부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48조는 자신이나 친족이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김 씨의 입장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검사는 신문 과정에서 김 씨가 평소 간호조무사 신 씨와 친하게 지내면서 “내 집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해주면 1천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치료와는 관계없이 돈을 줄 테니, 병원 밖에서도 약을 놔달라고 요구한 셈이죠.

검사는 또 김 씨가 이미 제모가 된 맨살에 레이저 시술을 하고 프로포폴을 투약하려 해 직원들이 어이없어했다는 진술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시술이 끝난 뒤 프로포폴 추가 투약을 요구하거나, 프로포폴 투약 시 만족감과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며 특정 간호사 교체를 요구한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 직원 명의로 프로포폴 맞은 대표님들

그런데 의류업체 대표 이 씨와 연예기획사 대표 김 씨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둘 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들의 명의로 차명 진료기록부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두 사람은 이 병원 원장 김 씨가 관여한 다단계 업체에 자신의 회사 직원들을 가입시키고, 이들의 명의를 도용해 차명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혐의를 받습니다. 김 씨의 경우 직원 처의 인적사항까지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프로포폴 투약량이 많다 보니, 이를 분산 기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 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직원들의 허락을 다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직원들은 금시초문이라고 진술했습니다. 다단계 업체를 들어본 적도 없고, 명의를 넘겨주는 데 동의한 적도 없으며, 해당 병원에서 시술을 받은 적은 당연히 없다는 거죠.

이 씨는 “직원들의 동의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지시를 하지 동의를 받지 않는다. 대표이사니까”라고 대답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늘 검사는 “제가 볼 땐 상당히 납득이 안 되는 진술”이라며 “현재까지 입장 변화가 없느냐”고 재차 물었는데, 이 씨는 “죄가 되는 줄 몰랐다”고만 답했습니다.

■ ‘애경2세’ 채승석은 법정구속…직원들도 줄줄이 법정 나온다

이 병원의 VIP 고객 가운데는 이미 법원의 판단을 받은 인물도 있습니다. 바로 ‘애경그룹 2세’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인데요.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지난 10일 채 씨에게 징역 8개월과 추징금 4천여만 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습니다.

채 씨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모두 103차례에 걸쳐 치료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하고, 지인 10명의 인적사항을 병원장에게 건네 차명 진료기록부를 만든 혐의를 받았습니다.

다음 달 27일 열리는 원장 김 씨와 간호조무사 신 씨의 재판에는 이 병원의 직원 5명이 줄줄이 증인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검찰은 직원들에 대해서도 추가 기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프로포폴 의혹의 중심에 선 이 병원, 법원은 앞으로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까요?
  • 법정에 나온 ‘프로포폴 VIP’님들…직원 가족 명의까지 도용?
    • 입력 2020-09-18 07:00:13
    취재K
“저는 중독되는 것, 너무 몸에 해가 되는 건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는 60대 패션 디자이너 이 모 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거듭 부인했습니다. 이 씨는 지난 15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어제(17일)는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 심리로 열린, 이 병원 원장과 간호조무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입을 열었습니다.

■ 대표님 1: “밤새워서 힘드니 오늘 갈게. 준비해 줘.”

이 씨가 받는 혐의는 크게 두 가집니다. 하나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여 동안 이 성형외과에 다니면서 시술이 아닌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해왔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의류업체 직원들의 명의를 도용해 프로포폴 투약에 관한 차명 진료기록부를 작성해왔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이 병원 직원들의 검찰 진술 내용을 들어 이 씨를 추궁했습니다. 직원들은 이 씨가 이른바 ‘프로포폴 중독자’로 익히 알려졌었고, 오로지 이 씨만을 위한 차명 기록부가 작성되고 관리돼왔다고 밝혔습니다. 여러 가명으로 차트를 돌리는가 하면, 시술이 끝난 후에도 프로포폴을 계속 투약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워낙 방문이 잦다 보니 더 이상 받을 시술이 없었다는 진술도 있었습니다.

이 씨가 병원 원장 김 모 씨와 나눈 구체적인 문자메시지도 제시됐습니다. 통상적인 병원과는 방문 예약을 잡는 방법부터 완전히 달랐다는 게 검찰 주장입니다. 일반적인 병원은 의사가 환자 상태와 치료 경과를 살펴보고 주도적으로 다음 일정을 잡는데, 이 씨는 자신이 직접 가고 싶은 날짜를 정하고 이를 고집했다는 거죠. 검사는 “왜 피부과에 가면서 ‘수면부족’을 호소했느냐”, “프로포폴 투약을 간곡하게 부탁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라고 이 씨에게 캐물었습니다.


검찰은 또, 이 씨가 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 신 모 씨에게 브라질리언 왁싱을 받다가 큰 화상을 입었던 때에 주목했습니다. 이 씨가 다친 사실을 원장 김 씨에게 알리지 않기로 신 씨와 합의하고, 신 씨에게 소독을 빌미로 5차례 정도 프로포폴을 맞았다는 겁니다.

이 씨는 이날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습니다. “저는 뭐에 중독돼본 적이 없다”, “중독자가 아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터무니없는 진술이다”라고 맞섰죠. 해당 병원에서 워낙 다양한 시술을 받았고 통증을 덜기 위해 프로포폴을 사용했을 뿐, 이른바 ‘생투약’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도 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병원에 다닐 때 어떤 시술이 제일 아팠냐”고 이 씨에게 묻기도 했는데요. 이 씨는 “지금 기억이 안 난다”며 “뭐가 제일 아팠을까요?”라고 재판부에 되묻기도 했습니다.

■ 대표님 2: “천만 원 줄 테니 우리 집에서 프로포폴 놔줘.”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건 이 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40대 연예기획사 대표 김 모 씨도 증인석에 앉았는데요. 김 씨도 지난 15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었죠. 시술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하고, 직원들 명의로 차명 진료기록부를 만든 혐의입니다. 김 씨도 이 씨와 함께 병원 직원들 사이에서 ‘프로포폴 중독자’로 불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는 이 씨와는 달리 모든 법정 진술을 거부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48조는 자신이나 친족이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김 씨의 입장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검사는 신문 과정에서 김 씨가 평소 간호조무사 신 씨와 친하게 지내면서 “내 집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해주면 1천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치료와는 관계없이 돈을 줄 테니, 병원 밖에서도 약을 놔달라고 요구한 셈이죠.

검사는 또 김 씨가 이미 제모가 된 맨살에 레이저 시술을 하고 프로포폴을 투약하려 해 직원들이 어이없어했다는 진술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시술이 끝난 뒤 프로포폴 추가 투약을 요구하거나, 프로포폴 투약 시 만족감과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며 특정 간호사 교체를 요구한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 직원 명의로 프로포폴 맞은 대표님들

그런데 의류업체 대표 이 씨와 연예기획사 대표 김 씨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둘 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들의 명의로 차명 진료기록부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두 사람은 이 병원 원장 김 씨가 관여한 다단계 업체에 자신의 회사 직원들을 가입시키고, 이들의 명의를 도용해 차명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혐의를 받습니다. 김 씨의 경우 직원 처의 인적사항까지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프로포폴 투약량이 많다 보니, 이를 분산 기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 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직원들의 허락을 다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직원들은 금시초문이라고 진술했습니다. 다단계 업체를 들어본 적도 없고, 명의를 넘겨주는 데 동의한 적도 없으며, 해당 병원에서 시술을 받은 적은 당연히 없다는 거죠.

이 씨는 “직원들의 동의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지시를 하지 동의를 받지 않는다. 대표이사니까”라고 대답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늘 검사는 “제가 볼 땐 상당히 납득이 안 되는 진술”이라며 “현재까지 입장 변화가 없느냐”고 재차 물었는데, 이 씨는 “죄가 되는 줄 몰랐다”고만 답했습니다.

■ ‘애경2세’ 채승석은 법정구속…직원들도 줄줄이 법정 나온다

이 병원의 VIP 고객 가운데는 이미 법원의 판단을 받은 인물도 있습니다. 바로 ‘애경그룹 2세’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인데요.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지난 10일 채 씨에게 징역 8개월과 추징금 4천여만 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습니다.

채 씨는 2017년 9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모두 103차례에 걸쳐 치료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하고, 지인 10명의 인적사항을 병원장에게 건네 차명 진료기록부를 만든 혐의를 받았습니다.

다음 달 27일 열리는 원장 김 씨와 간호조무사 신 씨의 재판에는 이 병원의 직원 5명이 줄줄이 증인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검찰은 직원들에 대해서도 추가 기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프로포폴 의혹의 중심에 선 이 병원, 법원은 앞으로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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