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폐지” VS “삼권분립 침해”…사법행정독립 정답은?

입력 2020.09.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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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주도해 추진 중인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대법원이 공식 반대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부터 법률안에 대한 의견조회가 와 지난주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오늘(17일) 밝혔습니다. 의견서에는 해당 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대법의 입장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7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사법부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대신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의 내용을 두고 입법부와 사법부가 대립 양상을 보이는 건데요. 과연 어떤 내용이 문제가 됐을까요

■“비법관 중심 사법행정위원회로 제2의 사법농단 막아야”

법안 발의자인 이탄희 의원은 과거 양승태 대법원장 사법부의 사법 농단을 폭로한 당사자입니다.

이 의원은 사법 농단을 일으킨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법관 중심의 법원행정처 체제를 꼽았습니다.

사법부 행정을 맡은 법원행정처의 중심 인력은 법관들입니다. 그런데 재판기관인 법관이 사법행정을 주도하다 보니, 법관들이 행정 영역과 재판 영역을 혼동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사법부의 이익을 위해 법원행정처 법관들이 로비와 사찰·블랙리스트 작성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했고, 나아가 재판거래까지 시도했다는 지적입니다.

제2의 사법 농단과 견제받지 않는 사법행정을 막기 위해 법원행정처를 비법관 중심의 사법행정위원회로 대체하자는 것이 이번 법안의 핵심 내용입니다.

사법행정위원회 12명 중 3분의 2인 8명은 비법관으로 구성됩니다. 또 위원 추천위원회는 국회에 설치됩니다.

‘제왕적’이라는 비판이 나온 대법원장의 업무를 합의제 의결기관인 사법행정위가 상당수 넘겨받게 되는데요. 이를 통해 실질적인 사법개혁이 가능하다고 여당 측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안 발의 당시 이 의원은 “법원 개혁의 핵심은 재판받는 국민의 입장을 사법행정에 반영해 법원 운영 및 재판 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며 “사법행정은 사법 선진국처럼 사회의 모든 세력이 참여하도록 개방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 사법행정위원회 안은 삼권분립 침해..법관 독립성 위협”

일견 타당해 보이는 설명입니다. 대법원 측이 ‘위헌 소지’까지 언급하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뭘까요?

사실 대법원은 이번 공식 의견서를 국회에 전달하기 전부터 해당 법안에 대해 줄곧 반대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근거는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101조 제1항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규정입니다. 대법원은 여기에서 말하는 사법권은 재판권뿐만 아니라 사법행정권까지 포함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법관 인사 등 사법행정은 단순 행정업무가 아닌, 법관이 독립해 재판할 수 있게 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논리인데요. 이 때문에 해당 업무는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대법 측은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비법관이 다수인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나아가 위원 추천 기관을 사법부 외부인 국회에 두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헌법 가치 논쟁으로 확산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이에 더해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사법행정이 정치권의 입김과 영향력에 좌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로지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해야 하는 법관이 정치적 영향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이탄희 의원 등 여당 측은 사법행정위원회가 견제받지 않는 사법부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단일 뿐,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오히려 법관들이 재판 업무에 전념하도록 하는 게 사법권의 독립을 지금보다 더 강하게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헌법 가치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 이번 법원조직법 개정안. 더 폭넓은 의견 수렴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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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8 07:00:13
    취재K
여당이 주도해 추진 중인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대법원이 공식 반대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부터 법률안에 대한 의견조회가 와 지난주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오늘(17일) 밝혔습니다. 의견서에는 해당 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대법의 입장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7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사법부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대신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의 내용을 두고 입법부와 사법부가 대립 양상을 보이는 건데요. 과연 어떤 내용이 문제가 됐을까요

■“비법관 중심 사법행정위원회로 제2의 사법농단 막아야”

법안 발의자인 이탄희 의원은 과거 양승태 대법원장 사법부의 사법 농단을 폭로한 당사자입니다.

이 의원은 사법 농단을 일으킨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법관 중심의 법원행정처 체제를 꼽았습니다.

사법부 행정을 맡은 법원행정처의 중심 인력은 법관들입니다. 그런데 재판기관인 법관이 사법행정을 주도하다 보니, 법관들이 행정 영역과 재판 영역을 혼동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사법부의 이익을 위해 법원행정처 법관들이 로비와 사찰·블랙리스트 작성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했고, 나아가 재판거래까지 시도했다는 지적입니다.

제2의 사법 농단과 견제받지 않는 사법행정을 막기 위해 법원행정처를 비법관 중심의 사법행정위원회로 대체하자는 것이 이번 법안의 핵심 내용입니다.

사법행정위원회 12명 중 3분의 2인 8명은 비법관으로 구성됩니다. 또 위원 추천위원회는 국회에 설치됩니다.

‘제왕적’이라는 비판이 나온 대법원장의 업무를 합의제 의결기관인 사법행정위가 상당수 넘겨받게 되는데요. 이를 통해 실질적인 사법개혁이 가능하다고 여당 측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안 발의 당시 이 의원은 “법원 개혁의 핵심은 재판받는 국민의 입장을 사법행정에 반영해 법원 운영 및 재판 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며 “사법행정은 사법 선진국처럼 사회의 모든 세력이 참여하도록 개방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 사법행정위원회 안은 삼권분립 침해..법관 독립성 위협”

일견 타당해 보이는 설명입니다. 대법원 측이 ‘위헌 소지’까지 언급하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뭘까요?

사실 대법원은 이번 공식 의견서를 국회에 전달하기 전부터 해당 법안에 대해 줄곧 반대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근거는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101조 제1항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규정입니다. 대법원은 여기에서 말하는 사법권은 재판권뿐만 아니라 사법행정권까지 포함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법관 인사 등 사법행정은 단순 행정업무가 아닌, 법관이 독립해 재판할 수 있게 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논리인데요. 이 때문에 해당 업무는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대법 측은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비법관이 다수인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나아가 위원 추천 기관을 사법부 외부인 국회에 두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헌법 가치 논쟁으로 확산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이에 더해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사법행정이 정치권의 입김과 영향력에 좌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로지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해야 하는 법관이 정치적 영향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이탄희 의원 등 여당 측은 사법행정위원회가 견제받지 않는 사법부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단일 뿐,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오히려 법관들이 재판 업무에 전념하도록 하는 게 사법권의 독립을 지금보다 더 강하게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헌법 가치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 이번 법원조직법 개정안. 더 폭넓은 의견 수렴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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