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는 ‘시민의 발’…“마스크 꼭 써주세요”

입력 2020.09.18 (16:08) 수정 2020.09.1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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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 써 달라” 했다가…매 맞는 기사들

지난 12일 전북 익산에서 시내버스 기사가 80대 남성에게 맞았습니다. ‘마스크’ 때문이었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남성이 버스를 타려 하자 기사가 운전석에서 나와 막습니다. 실랑이가 오가더니 남성이 손에 든 지팡이로 기사를 때립니다. 기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코로나19 탓에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버스에 못 탄다고 안내했습니다. 그러자 ‘병원에 가야 하는데 한 번만 태워달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승객들이 있어 안 된다고 했더니 막무가내로 폭행했습니다.” (폭행 피해 시내버스 기사)

시내버스 블랙박스 영상시내버스 블랙박스 영상

택시기사도 맞았습니다.

지난 3일 전북 완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기사는 승차장에 택시를 세워놓고 차에서 내려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술에 취한 40대 남성이 다가와 운행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이 남성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기사는 착용을 요청했습니다. 남성은 “나더러 무슨 마스크를 쓰라는 거냐”며 시비 끝에 기사를 때렸습니다. 싸움은 택시기사의 동료들과 남성의 일행으로까지 번졌습니다.

택시기사 동료와 마스크 착용 거부 승객 몸싸움(시청자 제공)택시기사 동료와 마스크 착용 거부 승객 몸싸움(시청자 제공)

경찰은 기사를 때린 두 남성을 모두 입건했습니다. 전라북도에서는 지난 5월부터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과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습니다. 이 기간 전북 경찰에 접수된 ‘마스크 착용 관련 폭행사건’은 10건에 가깝습니다. 기사들은 폭행으로 이어지지 않은 시비가 그보다 ‘훨씬’ 많다고 말합니다.

폭행은 다른 승객들의 안전도 위협합니다. 지난달 전북 익산에서 시내버스 기사가 마스크 착용 시비 끝에 승객에게 맞았는데, 제동 장치를 밟고 있었습니다. 폭행 탓에 발을 뗐다면 2차 사고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만약 운행 중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아찔할 겁니다.

■ ‘과태료 10만 원’ 부과한다지만…

전라북도는 다음 달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에게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합니다. 승객의 마스크 착용은 말 그대로 ‘권고’라 강제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사 폭행이 잇따르자 지난달 발동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을 근거로 과태료를 물릴 예정입니다. 기사들은 환영하면서도 실제 부과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증거를 어떻게 남기느냐는 거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의 인적사항도 모를 것이고, 카메라에 100% 찍힐지도 모르는 것이고, 공무원 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것이고, 차가 이렇게 큰데 어디에다가 받쳐놓을 거야.” (전주 시내버스 기사)


또 시내버스 기사들은 운행 시간을 지키기도 어려운데 어느 틈에 인적사항을 확인하느냐고 묻습니다. 시간이 돈인 택시기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 “마스크 비치 대안…의식 변화 가장 중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기사들은 대안을 짜냈습니다. 시내버스 안에 마스크를 비치해 미착용 승객에게 주는 거죠. 나중에 다른 버스를 탈 때 새 마스크를 가져다 놓는 조건입니다. 처음에는 악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잘 지켜진다고 합니다. 10개를 가져다 놓고 한 달이 지나면 대부분 버스에 8개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몇몇 택시기사들도 같은 이유로 마스크를 차 안에 싣고 다닌다고 말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경우가 적어 기사들이 자비로 사거나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는 겁니다. 대중교통인 점을 고려해 최소한의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취재하면서 만난 시내버스와 택시기사들은 한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가장 좋은 대책은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는 승객들의 의식입니다.” 코로나19 확산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추석 기간 이동으로 인한 감염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마스크는 필수입니다. 과태료 10만 원을 내기 싫어서 써야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는 물론 가족과 이웃을 지키는 데, 마스크 착용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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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 맞는 ‘시민의 발’…“마스크 꼭 써주세요”
    • 입력 2020-09-18 16:08:26
    • 수정2020-09-18 16:08:58
    취재K
■ “마스크 써 달라” 했다가…매 맞는 기사들

지난 12일 전북 익산에서 시내버스 기사가 80대 남성에게 맞았습니다. ‘마스크’ 때문이었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남성이 버스를 타려 하자 기사가 운전석에서 나와 막습니다. 실랑이가 오가더니 남성이 손에 든 지팡이로 기사를 때립니다. 기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코로나19 탓에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버스에 못 탄다고 안내했습니다. 그러자 ‘병원에 가야 하는데 한 번만 태워달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승객들이 있어 안 된다고 했더니 막무가내로 폭행했습니다.” (폭행 피해 시내버스 기사)

시내버스 블랙박스 영상
택시기사도 맞았습니다.

지난 3일 전북 완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기사는 승차장에 택시를 세워놓고 차에서 내려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술에 취한 40대 남성이 다가와 운행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이 남성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기사는 착용을 요청했습니다. 남성은 “나더러 무슨 마스크를 쓰라는 거냐”며 시비 끝에 기사를 때렸습니다. 싸움은 택시기사의 동료들과 남성의 일행으로까지 번졌습니다.

택시기사 동료와 마스크 착용 거부 승객 몸싸움(시청자 제공)
경찰은 기사를 때린 두 남성을 모두 입건했습니다. 전라북도에서는 지난 5월부터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과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습니다. 이 기간 전북 경찰에 접수된 ‘마스크 착용 관련 폭행사건’은 10건에 가깝습니다. 기사들은 폭행으로 이어지지 않은 시비가 그보다 ‘훨씬’ 많다고 말합니다.

폭행은 다른 승객들의 안전도 위협합니다. 지난달 전북 익산에서 시내버스 기사가 마스크 착용 시비 끝에 승객에게 맞았는데, 제동 장치를 밟고 있었습니다. 폭행 탓에 발을 뗐다면 2차 사고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만약 운행 중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아찔할 겁니다.

■ ‘과태료 10만 원’ 부과한다지만…

전라북도는 다음 달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에게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합니다. 승객의 마스크 착용은 말 그대로 ‘권고’라 강제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사 폭행이 잇따르자 지난달 발동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을 근거로 과태료를 물릴 예정입니다. 기사들은 환영하면서도 실제 부과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증거를 어떻게 남기느냐는 거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의 인적사항도 모를 것이고, 카메라에 100% 찍힐지도 모르는 것이고, 공무원 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것이고, 차가 이렇게 큰데 어디에다가 받쳐놓을 거야.” (전주 시내버스 기사)


또 시내버스 기사들은 운행 시간을 지키기도 어려운데 어느 틈에 인적사항을 확인하느냐고 묻습니다. 시간이 돈인 택시기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 “마스크 비치 대안…의식 변화 가장 중요”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기사들은 대안을 짜냈습니다. 시내버스 안에 마스크를 비치해 미착용 승객에게 주는 거죠. 나중에 다른 버스를 탈 때 새 마스크를 가져다 놓는 조건입니다. 처음에는 악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잘 지켜진다고 합니다. 10개를 가져다 놓고 한 달이 지나면 대부분 버스에 8개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몇몇 택시기사들도 같은 이유로 마스크를 차 안에 싣고 다닌다고 말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경우가 적어 기사들이 자비로 사거나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는 겁니다. 대중교통인 점을 고려해 최소한의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취재하면서 만난 시내버스와 택시기사들은 한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가장 좋은 대책은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는 승객들의 의식입니다.” 코로나19 확산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추석 기간 이동으로 인한 감염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마스크는 필수입니다. 과태료 10만 원을 내기 싫어서 써야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는 물론 가족과 이웃을 지키는 데, 마스크 착용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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