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군함도 왜곡’에 100억 퍼부어…재조사 요구도 거부

입력 2020.09.18 (17:41) 수정 2020.09.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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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등에 관한 역사 왜곡을 사실상 주도하는 단체에 100억 원 넘는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에 따라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우익 사관을 확산하도록 자금을 공급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오늘(18일) 오후,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업유산정보센터 전시 등 문제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얻은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자료를 보면 일본 정부는 세계유산 안내 시설인 산업유산정보센터(이하 센터)를 운영하는 일반재단법인 산업유산국민회의(이하 국민회의)와 2017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9억3571만 엔(한화 103억 6700만 원)어치의 물품·역무 등 제공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국민회의는 2017년 1월 ‘메이지(明治)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산업노동에 관한 조사’ 사업을 8천964만 엔에 계약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동일한 이름의 사업을 1억 4천580만 엔에 따냈습니다.

2018년 9월에는 ‘메이지 일본의 산업유산 인터프리테이션(해석) 갱신에 관한 조사 연구’를 1억 2천508만 엔에, 지난해 10월에는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각 사이트의 역사 전체에서의 인터프리테이션에 관한 조사 연구’를 1억 3천299만 엔에 각각 계약했습니다.

아울러 올해 들어서도 2월 ‘산업유산정보센터 운영 개시를 위한 조사 연구’(1,210억 엔), 4월 ‘산업유산정보센터 보급·계발·홍보 등 위탁사업’(4억 3010만 엔)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국민회의는 ‘현역 산업시설을 포함한 산업 유산의 계승’을 표방하며 2013년 9월 10일 설립돼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를 측면 지원해 온 단체입니다.

하지만 징용을 둘러싼 한일 역사 갈등이 격화하자 우익 사관을 옹호하며 관변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국민회의는 군함도 주민의 발언 영상을 활용해 “징용 조선인에 대한 인권 침해 등이 없었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등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록 당시 했던 ‘강제 노역을 사실을 알린다’는 약속에 역행하는 활동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센터가 일본 정부 사업을 대거 수주한 것은 국민회의 전무이사인 가토 고코(加藤康子)의 인맥 등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됩니다.

가토 고코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내각에서 농림수산상 등을 지낸 가토 무쓰키(加藤六月·1926∼2006)의 딸이며, 아베 전 총리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신임 관방장관의 처형입니다.

가토 고코는 군함도 등이 세계 유산에 등재되는 과정을 지원했고 2015년 7월∼2019년 7월 내각관방참여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5년 7월 산업유산 23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1940년대 산업유산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 노역을 했다. 일본은 정보센터 설치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에 세계유산위원회는 “각 시설의 역사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전시를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지난 3월 문을 연 센터에는 한국인 등이 군함도 탄광에 끌려와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 노동을 한 것에 대한 사과나, 이들을 추모한다는 내용은 전시되지 않아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도노무라 마사루(外村大) 도쿄대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강제노동과 관련해 “일본의 노동기준법 5조에 ‘폭행, 협박, 감금 그 외 신체 자유를 부당히 구속하는 수단으로 노동자의 의사에 반해 노동을 강제하는 것’이 강제노동으로 돼 있다”면서 “전쟁 중에 조선인에 대해 강제노동은 상시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는 지난 7월 말 일본 정부에 대해 ‘산업유산정보센터 개선에 관한 요청서’를 제출하며 “전쟁 때 강제노동을 부정하는 전시에 강하게 항의하고 개선을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구두로 “정보센터는 본래 실행해야 할 역할에 비춰볼 때 전혀 불성실한 것이 없으며 강제징용 실태를 재조사할 계획도 없다”고 답했다고 시민단체 측은 설명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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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8 17:41:31
    • 수정2020-09-18 17: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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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등에 관한 역사 왜곡을 사실상 주도하는 단체에 100억 원 넘는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에 따라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우익 사관을 확산하도록 자금을 공급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오늘(18일) 오후,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업유산정보센터 전시 등 문제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얻은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자료를 보면 일본 정부는 세계유산 안내 시설인 산업유산정보센터(이하 센터)를 운영하는 일반재단법인 산업유산국민회의(이하 국민회의)와 2017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9억3571만 엔(한화 103억 6700만 원)어치의 물품·역무 등 제공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국민회의는 2017년 1월 ‘메이지(明治)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산업노동에 관한 조사’ 사업을 8천964만 엔에 계약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동일한 이름의 사업을 1억 4천580만 엔에 따냈습니다.

2018년 9월에는 ‘메이지 일본의 산업유산 인터프리테이션(해석) 갱신에 관한 조사 연구’를 1억 2천508만 엔에, 지난해 10월에는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 각 사이트의 역사 전체에서의 인터프리테이션에 관한 조사 연구’를 1억 3천299만 엔에 각각 계약했습니다.

아울러 올해 들어서도 2월 ‘산업유산정보센터 운영 개시를 위한 조사 연구’(1,210억 엔), 4월 ‘산업유산정보센터 보급·계발·홍보 등 위탁사업’(4억 3010만 엔)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국민회의는 ‘현역 산업시설을 포함한 산업 유산의 계승’을 표방하며 2013년 9월 10일 설립돼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를 측면 지원해 온 단체입니다.

하지만 징용을 둘러싼 한일 역사 갈등이 격화하자 우익 사관을 옹호하며 관변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국민회의는 군함도 주민의 발언 영상을 활용해 “징용 조선인에 대한 인권 침해 등이 없었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등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록 당시 했던 ‘강제 노역을 사실을 알린다’는 약속에 역행하는 활동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센터가 일본 정부 사업을 대거 수주한 것은 국민회의 전무이사인 가토 고코(加藤康子)의 인맥 등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됩니다.

가토 고코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내각에서 농림수산상 등을 지낸 가토 무쓰키(加藤六月·1926∼2006)의 딸이며, 아베 전 총리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신임 관방장관의 처형입니다.

가토 고코는 군함도 등이 세계 유산에 등재되는 과정을 지원했고 2015년 7월∼2019년 7월 내각관방참여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5년 7월 산업유산 23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1940년대 산업유산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 노역을 했다. 일본은 정보센터 설치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에 세계유산위원회는 “각 시설의 역사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전시를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지난 3월 문을 연 센터에는 한국인 등이 군함도 탄광에 끌려와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 노동을 한 것에 대한 사과나, 이들을 추모한다는 내용은 전시되지 않아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도노무라 마사루(外村大) 도쿄대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강제노동과 관련해 “일본의 노동기준법 5조에 ‘폭행, 협박, 감금 그 외 신체 자유를 부당히 구속하는 수단으로 노동자의 의사에 반해 노동을 강제하는 것’이 강제노동으로 돼 있다”면서 “전쟁 중에 조선인에 대해 강제노동은 상시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는 지난 7월 말 일본 정부에 대해 ‘산업유산정보센터 개선에 관한 요청서’를 제출하며 “전쟁 때 강제노동을 부정하는 전시에 강하게 항의하고 개선을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구두로 “정보센터는 본래 실행해야 할 역할에 비춰볼 때 전혀 불성실한 것이 없으며 강제징용 실태를 재조사할 계획도 없다”고 답했다고 시민단체 측은 설명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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