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 괴롭힘 드러나자 해고? “변호사도 당하는데…”

입력 2020.09.18 (21:32) 수정 2020.12.1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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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된지 1년이 넘었죠.

핵심 내용은 이렇습니다.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신고하면 회사는 지체없이 조사를 해야 하고, 사실로 확인되면 또 지체없이, 괴롭힌 사람에 대해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특히 피해자에게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해선 안 된다고 돼 있는데요.

하지만 회사가 이런 조치를 하지 않아도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서 '반쪽짜리 법'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피해를 입어도 구제받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김지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

이곳에서 3년째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변호사 장서희 씨는 상사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한 뒤 괴롭힘을 당했다고 고백합니다.

본인이 하던 일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고, 업무에 꼭 필요한 정보도 공유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장서희/영화진흥위원회 변호사 : "업무 배제를 하고. 지시를 받은 것은 에이포 용지 사라, 커피 타라, 간식 채워놓아라 이런 것밖에 없었어요. 굉장히 모멸감을 느꼈고..."]

참다못한 장 씨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라 피해를 신고했고, 회사 감사팀은 다섯 달간의 조사 끝에 괴롭힘이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장 씨의 상사에게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이행하기는커녕 되려 장 씨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했습니다.

[장서희 : "'괴롭힘이 인정됐다' 이렇게 유선 통지를 받은 후 한 2시간 만에 해고 통지가 왔어요. 계약 만료 통지."]

영화진흥위원회는 내부 규정에 따랐다고 설명합니다.

곧 이의 신청을 할 계획이고, 이 건과는 별개로 계약 기간이 끝났다는 주장입니다.

다음 달 초면 회사를 나가는데, 이의 신청 결과는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

법에 따라 절차를 밟아도 피해를 구제받기가 그만큼 쉽지 않은 겁니다.

[이진아/'직장갑질 119' 노무사 : "'조사를 한다' 이 정도만 되어 있으면 되기 때문에...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안들이 법령이나 시행령이나 아니면 매뉴얼이나 이런 데서 보장되어 있지 않은 거죠."]

이 때문에 국회엔 해당 법을 보완하자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논의는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촬영기자:이상구 배정철/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김현석

[반론보도]<괴롭힘 드러나자 해고? “변호사도 당하는데...”>, <‘직장 내 괴롭힘’ 드러나자 해고? “변호사도 당하는데...”> 관련

본 방송과 관련해 영화진흥위원회는 "해당 직원은 전문 계약직 근로자로 채용되어 2020년 10월 9일이 계약 만료일이었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계약 만료 통보를 한 것으로 해고한 것이 아니며,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따른 징계 절차를 마무리 하였다"고 밝혀왔습니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는 "해당 직원에게 부당한 요구나 모멸감을 느낄 만한 업무지시를 하지 않았고, 회사의 징계 처분에 관하여 현재 법적 쟁송을 진행 중이다"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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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의 눈] 괴롭힘 드러나자 해고? “변호사도 당하는데…”
    • 입력 2020-09-18 21:32:44
    • 수정2020-12-11 22:51:56
    뉴스 9
[앵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된지 1년이 넘었죠.

핵심 내용은 이렇습니다.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신고하면 회사는 지체없이 조사를 해야 하고, 사실로 확인되면 또 지체없이, 괴롭힌 사람에 대해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특히 피해자에게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해선 안 된다고 돼 있는데요.

하지만 회사가 이런 조치를 하지 않아도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서 '반쪽짜리 법'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피해를 입어도 구제받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김지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

이곳에서 3년째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변호사 장서희 씨는 상사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한 뒤 괴롭힘을 당했다고 고백합니다.

본인이 하던 일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고, 업무에 꼭 필요한 정보도 공유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장서희/영화진흥위원회 변호사 : "업무 배제를 하고. 지시를 받은 것은 에이포 용지 사라, 커피 타라, 간식 채워놓아라 이런 것밖에 없었어요. 굉장히 모멸감을 느꼈고..."]

참다못한 장 씨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라 피해를 신고했고, 회사 감사팀은 다섯 달간의 조사 끝에 괴롭힘이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장 씨의 상사에게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이행하기는커녕 되려 장 씨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했습니다.

[장서희 : "'괴롭힘이 인정됐다' 이렇게 유선 통지를 받은 후 한 2시간 만에 해고 통지가 왔어요. 계약 만료 통지."]

영화진흥위원회는 내부 규정에 따랐다고 설명합니다.

곧 이의 신청을 할 계획이고, 이 건과는 별개로 계약 기간이 끝났다는 주장입니다.

다음 달 초면 회사를 나가는데, 이의 신청 결과는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

법에 따라 절차를 밟아도 피해를 구제받기가 그만큼 쉽지 않은 겁니다.

[이진아/'직장갑질 119' 노무사 : "'조사를 한다' 이 정도만 되어 있으면 되기 때문에...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안들이 법령이나 시행령이나 아니면 매뉴얼이나 이런 데서 보장되어 있지 않은 거죠."]

이 때문에 국회엔 해당 법을 보완하자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논의는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촬영기자:이상구 배정철/영상편집:김종선/그래픽:김현석

[반론보도]<괴롭힘 드러나자 해고? “변호사도 당하는데...”>, <‘직장 내 괴롭힘’ 드러나자 해고? “변호사도 당하는데...”> 관련

본 방송과 관련해 영화진흥위원회는 "해당 직원은 전문 계약직 근로자로 채용되어 2020년 10월 9일이 계약 만료일이었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계약 만료 통보를 한 것으로 해고한 것이 아니며,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따른 징계 절차를 마무리 하였다"고 밝혀왔습니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상사는 "해당 직원에게 부당한 요구나 모멸감을 느낄 만한 업무지시를 하지 않았고, 회사의 징계 처분에 관하여 현재 법적 쟁송을 진행 중이다"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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