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언어 기획]④ ‘언택트’·‘팬데믹’?…코로나 변종 외래어 ‘범람’

입력 2020.09.18 (21:45) 수정 2020.09.1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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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순화되지 않은 표현으로 시민들의 이해도를 떨어뜨리는 공공언어 실태를 들여다보는 기획 보도입니다.

다른 분야와 달리 건강이나 질병과 관련된 표현은 생존권과 연결되기 때문에 더욱 쉽게 전달해야 하는데요.

코로나 19 시대, 과연 공공언어는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이이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세계적인 감염병 코로나 19의 빠른 확산과 함께 알아듣기 어려운 의학 용어가 넘쳐납니다.

환자가 많이 발생한 건물을 폐쇄하는 '코호트 격리'.

자동차에서 검사받는 '드라이브 스루' 진료.

세계적인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 코로나 이후의 삶을 의미하는 '포스트 코로나'.

외국어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지표환자'와 '비말'.

정보취득이 쉽지 않은 계층에게는 쉽게 다가가지 않는 표현들입니다.

코로나 19가 장기화하면서, 국적불명의 언어는 더 빠르게 생산됩니다.

그중에서도 '언택트'는 대표적인 국적불명 언어입니다.

'접촉하다'라는 뜻의 영어 '컨택트'에 반대를 뜻하는 '언'을 붙여 만들었는데, 영어권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마구잡이식 변조어입니다.

코로나 19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을 표현하는 말들도 외국어 투성이입니다.

'플라워버킷 챌린지', '스테이스트롱 캠페인'. 상세한 설명이 없이는 이해가 어렵습니다.

의료 정보를 많이 다루는 복지 현장에서 이런 문제는 큰 불편으로 이어집니다.

[유 숙/사회복지기관 대표 : "제대로 저희가 하는 서비스를 전달하는 게 맞는가, 그분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인권적이지 못한 그런 단어 아닌가 하는 반성을 사실은 현장에서 하면서 다른 대안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는 것들이 사실입니다."]

언어 전문기관에서는 '비말'을 '침방울'로, '언택트'를 '비대면'으로 고쳐 사용하는 순화 표현을 제시해 권고하고 있습니다.

'재난'으로 취급되는 세계적인 감염병의 경우, 사소한 정보 하나라도 차별 없이 전달돼야 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건범/한글문화연대 대표 : "그 말을 못 알아듣게 되면 그 말이 어려워서 그걸 피할 수밖에 없고 그게 장벽이 되면 질병에 대한 공포가 커지죠. 그리고 실질적 대처를 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요. 외국어 약자들에게는 더 큰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나이와 성별, 계층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쉽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건강, 질병 분야의 언어는 반드시 순화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국립국어원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그래픽: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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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언어 기획]④ ‘언택트’·‘팬데믹’?…코로나 변종 외래어 ‘범람’
    • 입력 2020-09-18 21:45:54
    • 수정2020-09-19 00:11:50
    뉴스9(부산)
[앵커]

순화되지 않은 표현으로 시민들의 이해도를 떨어뜨리는 공공언어 실태를 들여다보는 기획 보도입니다.

다른 분야와 달리 건강이나 질병과 관련된 표현은 생존권과 연결되기 때문에 더욱 쉽게 전달해야 하는데요.

코로나 19 시대, 과연 공공언어는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이이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세계적인 감염병 코로나 19의 빠른 확산과 함께 알아듣기 어려운 의학 용어가 넘쳐납니다.

환자가 많이 발생한 건물을 폐쇄하는 '코호트 격리'.

자동차에서 검사받는 '드라이브 스루' 진료.

세계적인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 코로나 이후의 삶을 의미하는 '포스트 코로나'.

외국어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지표환자'와 '비말'.

정보취득이 쉽지 않은 계층에게는 쉽게 다가가지 않는 표현들입니다.

코로나 19가 장기화하면서, 국적불명의 언어는 더 빠르게 생산됩니다.

그중에서도 '언택트'는 대표적인 국적불명 언어입니다.

'접촉하다'라는 뜻의 영어 '컨택트'에 반대를 뜻하는 '언'을 붙여 만들었는데, 영어권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마구잡이식 변조어입니다.

코로나 19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을 표현하는 말들도 외국어 투성이입니다.

'플라워버킷 챌린지', '스테이스트롱 캠페인'. 상세한 설명이 없이는 이해가 어렵습니다.

의료 정보를 많이 다루는 복지 현장에서 이런 문제는 큰 불편으로 이어집니다.

[유 숙/사회복지기관 대표 : "제대로 저희가 하는 서비스를 전달하는 게 맞는가, 그분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인권적이지 못한 그런 단어 아닌가 하는 반성을 사실은 현장에서 하면서 다른 대안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는 것들이 사실입니다."]

언어 전문기관에서는 '비말'을 '침방울'로, '언택트'를 '비대면'으로 고쳐 사용하는 순화 표현을 제시해 권고하고 있습니다.

'재난'으로 취급되는 세계적인 감염병의 경우, 사소한 정보 하나라도 차별 없이 전달돼야 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건범/한글문화연대 대표 : "그 말을 못 알아듣게 되면 그 말이 어려워서 그걸 피할 수밖에 없고 그게 장벽이 되면 질병에 대한 공포가 커지죠. 그리고 실질적 대처를 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요. 외국어 약자들에게는 더 큰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나이와 성별, 계층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쉽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건강, 질병 분야의 언어는 반드시 순화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국립국어원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그래픽: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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