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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직접 경매로 농산물 팔아봤더니…
입력 2020.09.23 (21:33) 수정 2020.09.23 (22:14) 뉴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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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봄 농민들은 마늘을 갈아엎었습니다.

가격이 폭락하면 밭을 통째로 갈아엎어 수확할 농산물을 거름으로 쓰는 서글픈 풍경은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데요,

한번쯤은 이런 의문을 품은 적이 있으실 겁니다.

​농산물은 언제, 어디에서, 누구의 손을 거쳐 가격이 정해지는 것인지? 왜 농민들은 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인지에 대해서요.

농산물은 공영 도매시장에서 모아져 경매를 통해 가격이 결정됩니다.

이 가격이 일종의 기준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는 예산을 들여 도매시장을 만들고 공무원까지 배치해 경매절차를 관리합니다.

그런데 농산물 도매시장의 가격 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요?

현장에 나가 답을 찾기 위해 KBS기자가 직접 쪽파 2톤을 경매시장에 출하해봤습니다.

김효신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만여 제곱미터 밭에서 쪽파 수확이 한창입니다.

농산물은 도매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도록 돼 있는데요. 실제로 그런 지 쪽파를 수확해서 직접 도매시장에 출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꼬박 5시간을 작업해 수확한 쪽파 2,000단, 2톤 물량을 트럭에 싣고 도매시장에 도착했습니다.

["(경매 몇 시에 해요?) 한 시 반이요."]

그런데 경매가 시작되기도 전에 중도매인들이 쪽파를 가져가 버립니다.

경매를 건너 뛴겁니다.

[쪽파 중도매인/음성변조 : "(경매 끝났어요? 그럼 얼마 나왔어요?) 근데 여기서 입찰가는 정확하게 못 봐요. 산지에서 얼마 선을 놓고 여기로 보내주면 그 선에 맞춰서 판매해 주는 것이죠."]

경매 가격과 물량도 제멋대로 적습니다.

이 날 기자와 농민이 함께 출하한 쪽파는 2톤에 1,200만 원 어칩니다.

같은 날 기자가 대파를 싣고 온 차량을 포함해 모두 8대, 쪽파 10여 톤이 시장에 나왔습니다.

그러나 관리사무소에 보고된 물량은 7톤에 천333만 원에 불과합니다.

기자는 쪽파 1kg에 6천 3백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장부에 적힌 가격은 1,900 원. 실제 경매가의 3 분의 1(1/3)로 축소됐습니다.

이런 거래량 조작은 취재진이 쪽파 경매를 지켜 본 5일 동안 계속됐습니다.

도매법인 전 임원은 중간 도매상들이 도매법인이 해야할 농산물 수집 업무 등을 대신하면서 관행적으로 물량을 축소 보고하고, 도매법인이 받아야 할 수수료를 챙긴다고 말합니다.

[도매법인 전 임원/음성변조 : "형식적으로 다섯 차 올라오면 한 차나 두 차 올려요. 걔들이(중도매인들이) 양을 맞춰줘요. 몇 개는 올리고 몇 개는 인정을 해주고 (축소해서 보고한다).”]

이렇게 되면 농민들은 경매를 통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됩니다.

또 도매법인들은 낙찰가의 7%를 수수료로 받고 이 가운데 일부를 시장 사용료로 지자체에 냅니다.

경매 금액을 줄여 보고한 만큼 지자체 수입도 비례해서 줄어든 셈입니다.

[도매시장 관리사무소/음성변조 : "저희가 거기까지는 다 그 물량을 확인을 못 하지요. (세수를 착복한 거 아닙니까. 빼돌린 거 아닙니까?) 전체적인 물량으로 보면 그렇다고 표현이 되겠죠."]

경매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한 결과 농민들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효신입니다.

촬영기자:이승준 신한비/영상편집:이성훈
  • 기자가 직접 경매로 농산물 팔아봤더니…
    • 입력 2020-09-23 21:33:49
    • 수정2020-09-23 22:14:15
    뉴스 9
[앵커]

올봄 농민들은 마늘을 갈아엎었습니다.

가격이 폭락하면 밭을 통째로 갈아엎어 수확할 농산물을 거름으로 쓰는 서글픈 풍경은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데요,

한번쯤은 이런 의문을 품은 적이 있으실 겁니다.

​농산물은 언제, 어디에서, 누구의 손을 거쳐 가격이 정해지는 것인지? 왜 농민들은 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인지에 대해서요.

농산물은 공영 도매시장에서 모아져 경매를 통해 가격이 결정됩니다.

이 가격이 일종의 기준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정부와 지자체는 예산을 들여 도매시장을 만들고 공무원까지 배치해 경매절차를 관리합니다.

그런데 농산물 도매시장의 가격 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요?

현장에 나가 답을 찾기 위해 KBS기자가 직접 쪽파 2톤을 경매시장에 출하해봤습니다.

김효신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만여 제곱미터 밭에서 쪽파 수확이 한창입니다.

농산물은 도매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가격을 결정하도록 돼 있는데요. 실제로 그런 지 쪽파를 수확해서 직접 도매시장에 출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꼬박 5시간을 작업해 수확한 쪽파 2,000단, 2톤 물량을 트럭에 싣고 도매시장에 도착했습니다.

["(경매 몇 시에 해요?) 한 시 반이요."]

그런데 경매가 시작되기도 전에 중도매인들이 쪽파를 가져가 버립니다.

경매를 건너 뛴겁니다.

[쪽파 중도매인/음성변조 : "(경매 끝났어요? 그럼 얼마 나왔어요?) 근데 여기서 입찰가는 정확하게 못 봐요. 산지에서 얼마 선을 놓고 여기로 보내주면 그 선에 맞춰서 판매해 주는 것이죠."]

경매 가격과 물량도 제멋대로 적습니다.

이 날 기자와 농민이 함께 출하한 쪽파는 2톤에 1,200만 원 어칩니다.

같은 날 기자가 대파를 싣고 온 차량을 포함해 모두 8대, 쪽파 10여 톤이 시장에 나왔습니다.

그러나 관리사무소에 보고된 물량은 7톤에 천333만 원에 불과합니다.

기자는 쪽파 1kg에 6천 3백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장부에 적힌 가격은 1,900 원. 실제 경매가의 3 분의 1(1/3)로 축소됐습니다.

이런 거래량 조작은 취재진이 쪽파 경매를 지켜 본 5일 동안 계속됐습니다.

도매법인 전 임원은 중간 도매상들이 도매법인이 해야할 농산물 수집 업무 등을 대신하면서 관행적으로 물량을 축소 보고하고, 도매법인이 받아야 할 수수료를 챙긴다고 말합니다.

[도매법인 전 임원/음성변조 : "형식적으로 다섯 차 올라오면 한 차나 두 차 올려요. 걔들이(중도매인들이) 양을 맞춰줘요. 몇 개는 올리고 몇 개는 인정을 해주고 (축소해서 보고한다).”]

이렇게 되면 농민들은 경매를 통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됩니다.

또 도매법인들은 낙찰가의 7%를 수수료로 받고 이 가운데 일부를 시장 사용료로 지자체에 냅니다.

경매 금액을 줄여 보고한 만큼 지자체 수입도 비례해서 줄어든 셈입니다.

[도매시장 관리사무소/음성변조 : "저희가 거기까지는 다 그 물량을 확인을 못 하지요. (세수를 착복한 거 아닙니까. 빼돌린 거 아닙니까?) 전체적인 물량으로 보면 그렇다고 표현이 되겠죠."]

경매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한 결과 농민들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효신입니다.

촬영기자:이승준 신한비/영상편집: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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