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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증한 상고 사건…대법원 아닌 ‘최종심’ 생길까
입력 2020.09.24 (08:03) 수정 2020.09.25 (18:28) 취재K
대법원이 3심에 해당하는 상고심 제도 개편에 나섰습니다. 2심 판결이 나온 뒤 상고해 대법원이 다뤄야하는 상고심이 크게 늘면서 실질적인 심리가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상고이유를 제한해 중요 사건만 담당하는 상고수리허가제 △권리구제사건을 별도로 담당하는 고등법원 상고부 신설 △대법원에 재판업무를 담당하는 '대법원 판사'를 증원하는 방안 등 3가지 방안을 두고 상고심 제도 개편에 나섰습니다.

대법원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는 오늘(24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사법행정자문회의에 중간결과보고를 하고,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상고제도 개선안을 서면으로 제출합니다.

대법원은 이 3종의 개선안을 두고 사회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개선안을 확정한 후, 법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 대법원 상고제도 개편 배경은 '과다한 사건 수'

대법원이 상고제도 개편에 나선 배경은, 접수되는 사건 수가 과도하게 많다는 자체적 판단 때문입니다. 사건 수에 붙잡혀 대법원이 수행해야 할 △법령의 통일적 해석 △당사자의 최종적 권리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대법원에 접수되는 연간 본안사건 수는 2018년 기준 4만7979건에 이릅니다. 즉 연간 대법관 1명이 담당하게 되는 사건 수는 4000건에 육박합니다. 365일 쉬지 않고 일해도 하루 열한 건 꼴로 결론을 내려야 하는 셈입니다. 하급심에서 충분한 변론과 방어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느끼는 당사자들이 많아, 최종심의 판단을 받기 전에는 승복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 상당수 판결이 대법원까지 올라오는 겁니다.

현재 대법원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상 '심리불속행 판결'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심리불속행이란 민사사건 등에서 △원심판결의 헌법위반 및 부당 해석 △원심판결이 명령 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해 부당하거나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경우 △대법원 판례가 없거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 법에 열거된 사유가 상고 이유에 관한 주장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 심리불속행 비율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2018년 기준 심리불속행으로 대법원에서 심리조차 받지 못하고 끝난 민사·가사·행정 본안사건의 수는 전체 1만7208건 가운데 1만3818건으로, 네 건 중 세 건이 넘는(76.6%) 사건이 대법관들의 심리를 거치지 않고 종결됐습니다. 반면 상고심에서 파기돼 하급심에 내려간 사건의 비율은 민사·행정 사건은 4.3%, 형사사건은 1.8%에 불과합니다.

대법원은 상고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해 대법원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위원장 이현환)를 설치, 최종 심급제도를 어떻게 바꿀지 논의해 왔습니다.


■ 상고수리·허가제…"대법원이 중요 사건만 심리"

1년 가까운 논의 끝에 상고제도특위는 3가지 안을 선정, 사법행정자문회의에 보고했습니다.

첫 번째 대안은 상고수리·허가제입니다. '적법한 상고 이유'를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거나, 상고 이유 자체를 보다 강화해 대법원이 보다 근본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사건에 심리를 집중하도록 하겠단 방안입니다. 쉽게 풀면 '대법원이 사건을 골라 중요한 사건만 심리하겠다'는 겁니다.

방안대로라면 사건 유형과 상고 이유에 따라 대법원이 △반드시 심리해야 하는 필수적 상고 사건 △심리 사건를 법으로 정하는 법정 상고 사건 △그 외의 사건으로 나뉘게 됩니다. 이른바 '채증법칙 위배'를 이유로 한 상고 이유의 경우 일정 수준에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던 만큼, 대법원이 이 방안에 따라 꼭 상고를 제한하지 않더라도, 상고 이유 유무를 심사하는 절차를 별도로 마련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위원회는 이 방법을 두고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국가적·사회적으로 중요한 법적 쟁점을 포함하고 있는 상고 사건에 심리를 집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최고 법원이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종국적으로 해결하고 법령 해석·적용의 통일에 집중하는 등 최고 법원으로서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당사자 개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사건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의문입니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 상고수리 허가제에 있어 상고가 가능한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 심리를 계속할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누가 할지도 쟁점 사안입니다.

특히 이 제도는 상고 허가율이 낮아 결국 폐지된 상고허가제와 유사하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앞서 상고허가제는 1981년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만들어져 그해 3월 1일부터 1990년 8월 31일까지 운영됐습니다. 이 기간 상고허가를 신청한 사건 2만6989건 중 대법원에 올라간 사건은 4213건으로 상고허가율은 15%에 불과했고, 국민의 불만이 커지면서 결국 제도가 없어졌습니다.

■ 고등법원 상고부 신설…대법원은 중요 법령해석에 주력

두 번째 방안은 상고사건을 처리하는 법원을 추가로 만드는 '고등법원 상고부'를 신설하는 방안입니다. 전국 6개 고등법원에 상고심을 담당하는 별도 법원을 두고, 대법원과 상고사건을 분담해 처리한다는 겁니다. 과거 참여정부 당시 추진됐던 방안이기도 합니다.

이 방안대로라면 대법원은 법령해석·적용의 통일 기능을 담당하고, 고등법원 상고부 등은 권리구제 기능에 집중하게 됩니다. 상고심을 담당하는 법원이 각 지역별로 고등법원에 설치될 경우 국민의 상고심 접근도 용이해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국민이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가 제한될 여지가 있습니다.

나아가 고법 상고부의 규모가 비대해질 수 있고, 국민이 고등법원 상고부 등의 판단에 불복하는 경우 4심제처럼 운영될 우려도 상존합니다. 특히 여러 개의 상고심 담당 법원이 존재하면서 서로 다른 판단을 하는 경우 오히려 법령해석·적용의 통일이 저해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또 상고 법관을 어떻게 충원할 것인지도 아직 미정입니다.

고등법원 상고부 등 상고심 법원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보다 하급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단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 헌법 근거로 '대법원 판사' 충원…대법원 합의부 생길까

마지막 선택지는 대법원에 '대법원 판사'를 증원하는 방안입니다.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은 대법원장 1인과 대법관 12인(법원행정처장 제외)인데, 대법원에서 상고심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을 늘리겠다는 겁니다.

이는 헌법 제102조 제2항이 '대법원에 대법관을 둔다. 다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대법관이 아닌 법관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한 데 근거한 방안입니다. 이른바 '대법원의 이원적 구성'이라 부르는 방안입니다.

대법원의 역량 확대는 △대법관만을 증원하는 방안 △대법관 대신 대법관이 아닌 법관(대법원 판사)을 증원하는 방안 △대법관과 대법원 판사를 모두 증원하는 방안이 모두 가능합니다. 그러나 특위에선 대법원 판사를 뽑아 대법관에 배석시키는 식으로 대법관을 재판장으로 한 '대법원 합의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방안대로라면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대법관으로 구성된 소부 △대법관을 재판장으로 대법원 판사 2명이 속한 대법원 합의부로 구성됩니다.

특위는 '대법원 판사' 증원을 통한 해결에 대해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기회를 보장'함으로서 국민 일반의 법감정을 충족시킬 수 있고, 최종심 판단을 대법원으로부터 받는 이상 분쟁을 궁극적으로 중식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의 방식에서 인원 증원을 통해 처리 역량을 양적으로 증가시키는 데 목표를 둔 것이라, 제도의 변경점이 가장 적다고도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 판사'를 증원한다 해도 소규모로 증원될 경우 현재 상고사건 수를 고려할 때 상고제도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단 점이 문젭니다. 또 대법관과 대법원 판사의 지위에 차이가 있는데 합의가 과연 가능할지, 대법원 판사의 선발 방식은 어떻게 할지 등도 과제입니다.

이 외에도 특위에서는 대법관 증원도 염두에 두고, 최대 6명의 대법관을 증원하는 것도 고려할 점으로 포함시켰습니다. 특위에서는 다만 대법관이 크게 증원될 경우 사실심(1,2심)보다 대법원이 커지는 가분수 형태의 사법부가 되고, 전원합의체 합의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이원적 구성'을 전제로 18인으로 대법관 수를 정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봤습니다.

최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48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 의안을 발의했는데, 대법원은 이같은 대규모 증원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 상황입니다.

■해외는 상고허가제 상당수

해외는 상고허가제를 다수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은 엄격한 상고허가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2017년 10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접수된 상고허가 신청건수는 6315건에 이르지만, 상고가 허가된 사건은 불과 69건 뿐입니다. 미국의 대법관 수는 9명입니다.

12명의 대법관을 두고 있는 영국도 모든 사건에 대해 상고허가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영국 대법원은 "일반 공중에게 중요한 법적 쟁점을 포함하고 있어 대법원이 심리해야 한다고 인정할 때" 상고를 허가하고 있습니다. 2017년 4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상고 허가를 신청한 사건 수는 228건, 상고가 허가된 사건은 65건이었습니다.

독일은 민사사건의 경우 상고허가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형사사건은 경죄 등 단순사건은 구법원→지방법원→고등법원의 3심급 제도를 취하고 최종심은 고등법원 형사부가 담당하지만, 중죄의 경우 고등법원 또는 지방법원→연방일방법원의 2심급 제도를 취하고 최종심은 최고재판소에 해당하는 연방일반법원이 담당합니다. 연방일반법원은 법원장 1명, 재판장 법관 17명, 배석 구성원 법관 135명 등 총 153명의 법관으로 구성됩니다.

옆 나라 일본은 최고재판소 재판관을 15명 두고 있습니다. 민사 사건의 경우 최고재판소와 고등재판소로 이원화해 최종심을 담당하고 있고, 상고수리제를 함께 도입하고 있습니다. 민사 소액사건은 고등법원이 상고심을 담당하고, 고액이거나 원심 판결의 법해석을 다툴 때는 최고재판소가 맡는 식입니다.

일본은 형사사건도 상고수리제로 처리합니다. 상고수리제의 경우 △헌법 위반, 판례 저촉 등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권리로서 상고를 인정하고(권리상고) △나머지 법령위반 문제는 중요한 법령해석이 쟁점이라고 인정되는 것에 한해 상고를 허용합니다(재량상고). 민사에서 권리상고건수는 2018년 기준 1722건, 재량상고는 신청된 2104건 중 24건만 상고가 허용됐습니다. 형사사건에선 1995건의 권리상고가 이뤄졌고, 재량상고의 경우 28건만 상고가 허용됐습니다.

■ 국민 공감대 얻기가 최종 과제

다만 이 같은 상고제도 개선안이 마련된다 해도, 가장 큰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국민의 관심과 공감대를 얻어내는 일입니다. 결국 법원조직법 등 법령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도 대법원은 상고제도 개편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우리 대법원도 해외처럼 상고 사건을 궁극적으로는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상고를 제한한다는 것이 국민 정서상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했습니다.

당시 상고법원에 대한 공청회까지 개최하는 등 대법원이 총력을 기울였지만, 상고제도 개편은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고, 국회에서 결국 법안 통과가 무산됐습니다. 이번에는 과연 다를까요. 관심이 쏠리는 이윱니다.

대법원은 현재 서울대 산학협력단을 통해 위 상고제도 개편안들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조사는 국민과 법률전문가 양쪽으로 나누어 진행됩니다. 다음달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면 개선안을 종합, 법원조직법 등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 폭증한 상고 사건…대법원 아닌 ‘최종심’ 생길까
    • 입력 2020-09-24 08:03:24
    • 수정2020-09-25 18:28:08
    취재K
대법원이 3심에 해당하는 상고심 제도 개편에 나섰습니다. 2심 판결이 나온 뒤 상고해 대법원이 다뤄야하는 상고심이 크게 늘면서 실질적인 심리가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상고이유를 제한해 중요 사건만 담당하는 상고수리허가제 △권리구제사건을 별도로 담당하는 고등법원 상고부 신설 △대법원에 재판업무를 담당하는 '대법원 판사'를 증원하는 방안 등 3가지 방안을 두고 상고심 제도 개편에 나섰습니다.

대법원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는 오늘(24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사법행정자문회의에 중간결과보고를 하고,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상고제도 개선안을 서면으로 제출합니다.

대법원은 이 3종의 개선안을 두고 사회 각계의 의견을 종합해 개선안을 확정한 후, 법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 대법원 상고제도 개편 배경은 '과다한 사건 수'

대법원이 상고제도 개편에 나선 배경은, 접수되는 사건 수가 과도하게 많다는 자체적 판단 때문입니다. 사건 수에 붙잡혀 대법원이 수행해야 할 △법령의 통일적 해석 △당사자의 최종적 권리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대법원에 접수되는 연간 본안사건 수는 2018년 기준 4만7979건에 이릅니다. 즉 연간 대법관 1명이 담당하게 되는 사건 수는 4000건에 육박합니다. 365일 쉬지 않고 일해도 하루 열한 건 꼴로 결론을 내려야 하는 셈입니다. 하급심에서 충분한 변론과 방어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느끼는 당사자들이 많아, 최종심의 판단을 받기 전에는 승복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 상당수 판결이 대법원까지 올라오는 겁니다.

현재 대법원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상 '심리불속행 판결'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심리불속행이란 민사사건 등에서 △원심판결의 헌법위반 및 부당 해석 △원심판결이 명령 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해 부당하거나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경우 △대법원 판례가 없거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 법에 열거된 사유가 상고 이유에 관한 주장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 심리불속행 비율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2018년 기준 심리불속행으로 대법원에서 심리조차 받지 못하고 끝난 민사·가사·행정 본안사건의 수는 전체 1만7208건 가운데 1만3818건으로, 네 건 중 세 건이 넘는(76.6%) 사건이 대법관들의 심리를 거치지 않고 종결됐습니다. 반면 상고심에서 파기돼 하급심에 내려간 사건의 비율은 민사·행정 사건은 4.3%, 형사사건은 1.8%에 불과합니다.

대법원은 상고제도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해 대법원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위원장 이현환)를 설치, 최종 심급제도를 어떻게 바꿀지 논의해 왔습니다.


■ 상고수리·허가제…"대법원이 중요 사건만 심리"

1년 가까운 논의 끝에 상고제도특위는 3가지 안을 선정, 사법행정자문회의에 보고했습니다.

첫 번째 대안은 상고수리·허가제입니다. '적법한 상고 이유'를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거나, 상고 이유 자체를 보다 강화해 대법원이 보다 근본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사건에 심리를 집중하도록 하겠단 방안입니다. 쉽게 풀면 '대법원이 사건을 골라 중요한 사건만 심리하겠다'는 겁니다.

방안대로라면 사건 유형과 상고 이유에 따라 대법원이 △반드시 심리해야 하는 필수적 상고 사건 △심리 사건를 법으로 정하는 법정 상고 사건 △그 외의 사건으로 나뉘게 됩니다. 이른바 '채증법칙 위배'를 이유로 한 상고 이유의 경우 일정 수준에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던 만큼, 대법원이 이 방안에 따라 꼭 상고를 제한하지 않더라도, 상고 이유 유무를 심사하는 절차를 별도로 마련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위원회는 이 방법을 두고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국가적·사회적으로 중요한 법적 쟁점을 포함하고 있는 상고 사건에 심리를 집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최고 법원이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종국적으로 해결하고 법령 해석·적용의 통일에 집중하는 등 최고 법원으로서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당사자 개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사건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의문입니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 상고수리 허가제에 있어 상고가 가능한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 심리를 계속할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누가 할지도 쟁점 사안입니다.

특히 이 제도는 상고 허가율이 낮아 결국 폐지된 상고허가제와 유사하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앞서 상고허가제는 1981년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만들어져 그해 3월 1일부터 1990년 8월 31일까지 운영됐습니다. 이 기간 상고허가를 신청한 사건 2만6989건 중 대법원에 올라간 사건은 4213건으로 상고허가율은 15%에 불과했고, 국민의 불만이 커지면서 결국 제도가 없어졌습니다.

■ 고등법원 상고부 신설…대법원은 중요 법령해석에 주력

두 번째 방안은 상고사건을 처리하는 법원을 추가로 만드는 '고등법원 상고부'를 신설하는 방안입니다. 전국 6개 고등법원에 상고심을 담당하는 별도 법원을 두고, 대법원과 상고사건을 분담해 처리한다는 겁니다. 과거 참여정부 당시 추진됐던 방안이기도 합니다.

이 방안대로라면 대법원은 법령해석·적용의 통일 기능을 담당하고, 고등법원 상고부 등은 권리구제 기능에 집중하게 됩니다. 상고심을 담당하는 법원이 각 지역별로 고등법원에 설치될 경우 국민의 상고심 접근도 용이해지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국민이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가 제한될 여지가 있습니다.

나아가 고법 상고부의 규모가 비대해질 수 있고, 국민이 고등법원 상고부 등의 판단에 불복하는 경우 4심제처럼 운영될 우려도 상존합니다. 특히 여러 개의 상고심 담당 법원이 존재하면서 서로 다른 판단을 하는 경우 오히려 법령해석·적용의 통일이 저해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또 상고 법관을 어떻게 충원할 것인지도 아직 미정입니다.

고등법원 상고부 등 상고심 법원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보다 하급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더 시급하단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 헌법 근거로 '대법원 판사' 충원…대법원 합의부 생길까

마지막 선택지는 대법원에 '대법원 판사'를 증원하는 방안입니다.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은 대법원장 1인과 대법관 12인(법원행정처장 제외)인데, 대법원에서 상고심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을 늘리겠다는 겁니다.

이는 헌법 제102조 제2항이 '대법원에 대법관을 둔다. 다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대법관이 아닌 법관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한 데 근거한 방안입니다. 이른바 '대법원의 이원적 구성'이라 부르는 방안입니다.

대법원의 역량 확대는 △대법관만을 증원하는 방안 △대법관 대신 대법관이 아닌 법관(대법원 판사)을 증원하는 방안 △대법관과 대법원 판사를 모두 증원하는 방안이 모두 가능합니다. 그러나 특위에선 대법원 판사를 뽑아 대법관에 배석시키는 식으로 대법관을 재판장으로 한 '대법원 합의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방안대로라면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대법관으로 구성된 소부 △대법관을 재판장으로 대법원 판사 2명이 속한 대법원 합의부로 구성됩니다.

특위는 '대법원 판사' 증원을 통한 해결에 대해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기회를 보장'함으로서 국민 일반의 법감정을 충족시킬 수 있고, 최종심 판단을 대법원으로부터 받는 이상 분쟁을 궁극적으로 중식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의 방식에서 인원 증원을 통해 처리 역량을 양적으로 증가시키는 데 목표를 둔 것이라, 제도의 변경점이 가장 적다고도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 판사'를 증원한다 해도 소규모로 증원될 경우 현재 상고사건 수를 고려할 때 상고제도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단 점이 문젭니다. 또 대법관과 대법원 판사의 지위에 차이가 있는데 합의가 과연 가능할지, 대법원 판사의 선발 방식은 어떻게 할지 등도 과제입니다.

이 외에도 특위에서는 대법관 증원도 염두에 두고, 최대 6명의 대법관을 증원하는 것도 고려할 점으로 포함시켰습니다. 특위에서는 다만 대법관이 크게 증원될 경우 사실심(1,2심)보다 대법원이 커지는 가분수 형태의 사법부가 되고, 전원합의체 합의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이원적 구성'을 전제로 18인으로 대법관 수를 정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봤습니다.

최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48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 의안을 발의했는데, 대법원은 이같은 대규모 증원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한 상황입니다.

■해외는 상고허가제 상당수

해외는 상고허가제를 다수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은 엄격한 상고허가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2017년 10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접수된 상고허가 신청건수는 6315건에 이르지만, 상고가 허가된 사건은 불과 69건 뿐입니다. 미국의 대법관 수는 9명입니다.

12명의 대법관을 두고 있는 영국도 모든 사건에 대해 상고허가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영국 대법원은 "일반 공중에게 중요한 법적 쟁점을 포함하고 있어 대법원이 심리해야 한다고 인정할 때" 상고를 허가하고 있습니다. 2017년 4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상고 허가를 신청한 사건 수는 228건, 상고가 허가된 사건은 65건이었습니다.

독일은 민사사건의 경우 상고허가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형사사건은 경죄 등 단순사건은 구법원→지방법원→고등법원의 3심급 제도를 취하고 최종심은 고등법원 형사부가 담당하지만, 중죄의 경우 고등법원 또는 지방법원→연방일방법원의 2심급 제도를 취하고 최종심은 최고재판소에 해당하는 연방일반법원이 담당합니다. 연방일반법원은 법원장 1명, 재판장 법관 17명, 배석 구성원 법관 135명 등 총 153명의 법관으로 구성됩니다.

옆 나라 일본은 최고재판소 재판관을 15명 두고 있습니다. 민사 사건의 경우 최고재판소와 고등재판소로 이원화해 최종심을 담당하고 있고, 상고수리제를 함께 도입하고 있습니다. 민사 소액사건은 고등법원이 상고심을 담당하고, 고액이거나 원심 판결의 법해석을 다툴 때는 최고재판소가 맡는 식입니다.

일본은 형사사건도 상고수리제로 처리합니다. 상고수리제의 경우 △헌법 위반, 판례 저촉 등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권리로서 상고를 인정하고(권리상고) △나머지 법령위반 문제는 중요한 법령해석이 쟁점이라고 인정되는 것에 한해 상고를 허용합니다(재량상고). 민사에서 권리상고건수는 2018년 기준 1722건, 재량상고는 신청된 2104건 중 24건만 상고가 허용됐습니다. 형사사건에선 1995건의 권리상고가 이뤄졌고, 재량상고의 경우 28건만 상고가 허용됐습니다.

■ 국민 공감대 얻기가 최종 과제

다만 이 같은 상고제도 개선안이 마련된다 해도, 가장 큰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국민의 관심과 공감대를 얻어내는 일입니다. 결국 법원조직법 등 법령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도 대법원은 상고제도 개편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우리 대법원도 해외처럼 상고 사건을 궁극적으로는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상고를 제한한다는 것이 국민 정서상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했습니다.

당시 상고법원에 대한 공청회까지 개최하는 등 대법원이 총력을 기울였지만, 상고제도 개편은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고, 국회에서 결국 법안 통과가 무산됐습니다. 이번에는 과연 다를까요. 관심이 쏠리는 이윱니다.

대법원은 현재 서울대 산학협력단을 통해 위 상고제도 개편안들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조사는 국민과 법률전문가 양쪽으로 나누어 진행됩니다. 다음달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면 개선안을 종합, 법원조직법 등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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