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농산물 팔았는데 하역비가 10%↑…시장 마다 제각각

입력 2020.09.24 (19:10) 수정 2020.09.2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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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농민들이 애써 재배한 부춥니다.

이걸 팔려면 도매시장에 내놓아야 하는데, 트럭에 싣고 도매시장에 가서 부추를 내려놓을 때도 농민들이 돈을 냅니다.

이게 하역비인데요.

그런데 이 하역비 기준이 도매시장마다 제각각입니다.

어느 곳은 하역비를 포함해 수수료를 더 받고, 다른 곳은 별도로 받는 곳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농민들은 고무줄 같은 하역비로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됩니다.

농업 유통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탐사보도, 오늘은 농민을 두 번 울리는 하역비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천여 제곱미터의 농지에서 부추농사를 짓는 이갑성 씨.

부추를 도매시장에 낼 때면 한편 두렵고, 또 걱정이 앞섭니다.

지난해 부추 4kg 들이 100상자를 경매에 냈던 아픈 기억 때문입니다.

[이갑성/전농광주전남연맹 부의장 : "이게 지금 400평 정도 되는데 인부 값만 해서 60만 원 정도가 들어요. 식대 값까지 해서. 한 동 (부추를) 베는데."]

낙찰가는 부추 '100상자'에 7만 원, 60만 원을 들여 수확하고서 7만 원을 받은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부추는 웃자라면 상품성이 없어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경매에 낸 겁니다.

그나마 실제 통장에 입금된 돈은 4만 2천8백 원입니다.

낙찰가 7만 원에서 수수료 6%를 떼고, 운반비에 다시 박스당 80원의 하역비를 빼고 남은 돈입니다.

낙찰받은 돈의 40% 가까이가 도매시장 경비로 들어간 겁니다.

[이갑성/농민 : "(한 상자에) 700원 낙찰 때려놓고 또 자기들 수수료 떼고 그래가지고 42,800원을 이렇게 입금했다는 것이 참 분노스럽죠..."]

낙찰받은 금액에서 일정 비율로 수수료와 하역비를 부과하는 대신 상자나 무게 단위로 농민에게 하역비를 부담시키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앵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농민들의 하역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지난 2002년 표준하역비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농민들이 농산물을 규격에 맞춰 출하하면 하역비는 도매법인이 부담하도록 한 겁니다.

포장 비용은 농민이, 도매시장 내의 비용은 도매법인이 부담하도록 한 거죠.

그런데도, 광주.전남지역 농민들은 왜 여전히 하역비를 부담하는 걸까요?

[리포트]

문제는 표준하역비를 어느 품목에 적용하느냐입니다.

표준하역비 대상 품목에 지정되면, 해당 농산물을 출하하는 농민들의 하역비 부담은 줄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이상협/각화농산물도매시장 관리사무소장 : "서로 법인하고 협의했던 내용이 있어가지고 지금 원래는 (표준하역비 부담 대상을) 44개에서 61개로 늘린 겁니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품목이 많은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상 품목은 고사리와 달래, 취나물 등 모두 유통 물량이 적은 품목입니다

가짓수는 많지만, 물량이 적다 보니 도매법인 부담도 거의 없습니다.

지난해 이 시장에서 발생한 하역비 37억여 원 가운데 도매법인 부담은 고작 6천 6백만 원, 나머지 98%는 모두 농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왔습니다.

도매시장마다 하역비 산정방식이 제각각인 것도 문젭니다.

광주 각화 농산물 도매시장은 수수료 6%에 하역비는 따로 받고, 서부도매시장은 7%를 받는 대신 하역비는 도매 법인이 전액 부담하고 있습니다.

광주시의회가 지난 2016년 하역비 부과 체계를 개선하도록 했지만, 4년 넘게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정환/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 "(하역비가) 1% 미만으로 들어오면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그게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그러면 농민들이 지금까지도 부당하게 (하역비를)부담하고 있는 거죠..."]

이유는 이런 결정을 내리는 시장관리운영위원회 위원 구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광주 각화 농산물도매시장의 경우, 전체 위원 16명 가운데 도매법인 관계자가 3명, 중도매인이 3명인 반면 농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출하자는 3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백혜숙/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 "(가락시장은) 생산자분들을 이제 2, 3명 정도 더 추가한 상황이에요. 생산자분들의 이야기를 반영할 수 있는 그런 시장관리위원회 구조를 갖췄다고 보는 거죠."]

하역비 부담을 줄이는 정부의 개선책이 겉도는 사이 농민들은 빠듯한 경매가에서 수수료에다 하역비까지 부담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주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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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농산물 팔았는데 하역비가 10%↑…시장 마다 제각각
    • 입력 2020-09-24 19:10:04
    • 수정2020-09-24 19:23:13
    뉴스7(광주)
[앵커]

농민들이 애써 재배한 부춥니다.

이걸 팔려면 도매시장에 내놓아야 하는데, 트럭에 싣고 도매시장에 가서 부추를 내려놓을 때도 농민들이 돈을 냅니다.

이게 하역비인데요.

그런데 이 하역비 기준이 도매시장마다 제각각입니다.

어느 곳은 하역비를 포함해 수수료를 더 받고, 다른 곳은 별도로 받는 곳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농민들은 고무줄 같은 하역비로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됩니다.

농업 유통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탐사보도, 오늘은 농민을 두 번 울리는 하역비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4천여 제곱미터의 농지에서 부추농사를 짓는 이갑성 씨.

부추를 도매시장에 낼 때면 한편 두렵고, 또 걱정이 앞섭니다.

지난해 부추 4kg 들이 100상자를 경매에 냈던 아픈 기억 때문입니다.

[이갑성/전농광주전남연맹 부의장 : "이게 지금 400평 정도 되는데 인부 값만 해서 60만 원 정도가 들어요. 식대 값까지 해서. 한 동 (부추를) 베는데."]

낙찰가는 부추 '100상자'에 7만 원, 60만 원을 들여 수확하고서 7만 원을 받은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부추는 웃자라면 상품성이 없어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경매에 낸 겁니다.

그나마 실제 통장에 입금된 돈은 4만 2천8백 원입니다.

낙찰가 7만 원에서 수수료 6%를 떼고, 운반비에 다시 박스당 80원의 하역비를 빼고 남은 돈입니다.

낙찰받은 돈의 40% 가까이가 도매시장 경비로 들어간 겁니다.

[이갑성/농민 : "(한 상자에) 700원 낙찰 때려놓고 또 자기들 수수료 떼고 그래가지고 42,800원을 이렇게 입금했다는 것이 참 분노스럽죠..."]

낙찰받은 금액에서 일정 비율로 수수료와 하역비를 부과하는 대신 상자나 무게 단위로 농민에게 하역비를 부담시키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앵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농민들의 하역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지난 2002년 표준하역비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농민들이 농산물을 규격에 맞춰 출하하면 하역비는 도매법인이 부담하도록 한 겁니다.

포장 비용은 농민이, 도매시장 내의 비용은 도매법인이 부담하도록 한 거죠.

그런데도, 광주.전남지역 농민들은 왜 여전히 하역비를 부담하는 걸까요?

[리포트]

문제는 표준하역비를 어느 품목에 적용하느냐입니다.

표준하역비 대상 품목에 지정되면, 해당 농산물을 출하하는 농민들의 하역비 부담은 줄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이상협/각화농산물도매시장 관리사무소장 : "서로 법인하고 협의했던 내용이 있어가지고 지금 원래는 (표준하역비 부담 대상을) 44개에서 61개로 늘린 겁니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품목이 많은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상 품목은 고사리와 달래, 취나물 등 모두 유통 물량이 적은 품목입니다

가짓수는 많지만, 물량이 적다 보니 도매법인 부담도 거의 없습니다.

지난해 이 시장에서 발생한 하역비 37억여 원 가운데 도매법인 부담은 고작 6천 6백만 원, 나머지 98%는 모두 농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왔습니다.

도매시장마다 하역비 산정방식이 제각각인 것도 문젭니다.

광주 각화 농산물 도매시장은 수수료 6%에 하역비는 따로 받고, 서부도매시장은 7%를 받는 대신 하역비는 도매 법인이 전액 부담하고 있습니다.

광주시의회가 지난 2016년 하역비 부과 체계를 개선하도록 했지만, 4년 넘게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정환/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 "(하역비가) 1% 미만으로 들어오면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그게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그러면 농민들이 지금까지도 부당하게 (하역비를)부담하고 있는 거죠..."]

이유는 이런 결정을 내리는 시장관리운영위원회 위원 구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광주 각화 농산물도매시장의 경우, 전체 위원 16명 가운데 도매법인 관계자가 3명, 중도매인이 3명인 반면 농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출하자는 3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백혜숙/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 : "(가락시장은) 생산자분들을 이제 2, 3명 정도 더 추가한 상황이에요. 생산자분들의 이야기를 반영할 수 있는 그런 시장관리위원회 구조를 갖췄다고 보는 거죠."]

하역비 부담을 줄이는 정부의 개선책이 겉도는 사이 농민들은 빠듯한 경매가에서 수수료에다 하역비까지 부담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주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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