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몰래변론 의혹’ 보도 언론사 상대 정정보도 청구·손배소 일부 승소

입력 2020.09.24 (20:13) 수정 2020.09.2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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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신의 '몰래 변론' 의혹 등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해, 일부 승소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이동욱)는 우 전 수석이 경향신문과 소속 기자 3명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와 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 확정일로부터 72시간 이내에 경향신문이 신문 1·2면에 정정보도 대상 기사와 동일한 크기와 활자체로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했습니다. 또 경향신문 홈페이지와 모바일 홈페이지 초기 화면의 기사목록 상단에 정정보도문을 72시간 동안 게재하고, 그 후에는 기사 데이터베이스에 계속 보관해 정정보도 대상 기사를 검색할 때 함께 검색되도록 하라고 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피소된 경향신문 기자 3명 가운데 2명이 공동해, 우 전 수석에게 위자료 5백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경향신문은 2016년 7월 신문 1·2면에 "우병우, 정운호 '몰래 변론'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호텔·청담동 등서 2~3차례 식사…브로커, 나이어린 우병우에 형님"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해당 보도는 "법조계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변호사 시절 정식 수임계를 내지 않고 법조 비리로 구속된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변론을 맡았다고 했습니다. 우 전 수석이 2013년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동업을 했고 수임료를 나눴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법조계 관계자의 말을 근거로 들었고, 검찰이 홍 변호사를 수사하면서 우 전 수석의 연루 가능성이 있는 2013년 사건은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우 전 수석이 변호사 시절 홍만표·정운호와 친분이 있는 '법조 브로커' 이만희 씨와 두세 차례 식사를 하는 등 어울렸고, 이 씨가 우 전 수석을 "형님"이라고 불렀다는 내용을 이 씨 측근의 말이라며 기사화했습니다.

그러자 우 전 수석은 경향신문이 허위 사실을 보도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 측은 문제가 된 기사는 취재원의 진술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재하고 있을 뿐, 기사의 내용을 허위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설령 기사 내용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기사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성이 있었고, 해당 보도는 민정수석이던 우 전 수석의 도덕성·청렴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공익성이 인정돼 위법성이 조각돼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경향신문 기사가 의혹이 아닌 사실을 적시했다고 인정했습니다. 기사 내용의 상당 부분이 "법조계 관계자" 또는 "이만희 측근"의 진술을 인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유사한 발언들을 반복적으로 인용하고 있고 일부 단정적 서술도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어 이같은 적시 사실들 가운데 우 전 수석이 수사기관에 수임계를 내지 않고 정운호 전 대표를 위해 변론했고, 홍만표 변호사와 동업을 하며 수임료를 나눠 가졌다는 부분은 "진실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익명의 법조계 관계자의 발언"이 유일한 기사 내용의 직접적 근거인데, 경향신문 측이 해당 발언이 실제 있었는지 여부나 그 구체적 내용과 근거를 소명할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같은 발언에는 "단순한 소문 이상의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그 이외의 주변적 정황만을 취합해 '우 전 수석이 홍 변호사와 동업하며 정 전 대표를 변론했고 수임료를 나누어 가졌다'라고 추론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같은 허위 사실에 대해서 경향신문이 정정보도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홍 변호사의 2013년 수임 사건이 검찰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기사 내용에 대해서는 '2013년 정운호 전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소 과장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허위임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우 전 수석이 '법조 브로커' 이만희 씨와 어울렸다는 기사 내용에 대해서도, 제보자인 이 씨 측근의 진술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우 전 수석과 접촉한 적이 없다'는 이만희 씨의 수사기관 진술을 사실로 확정하기는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허위사실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문제가 된 기사의 작성과 편집에 관여한 기자 2명이 허위사실이 포함된 기사로 우 전 수석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고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우 전 수석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줘야 한다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경향신문 측의 위법성 조각 주장에 대해서는, 보도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은 인정되지만 해당 기자들에게 "기사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 재판부는 ▲문제의 기사들이 단순 의혹 제기를 넘어 우 전 수석의 '몰래 변론'을 단정하고 있는 점 ▲경향신문 보도 이후 이어진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와 사회적 비판으로 우 전 수석의 명예가 심하게 훼손됐을 것으로 보이는 점 ▲적은 분량이긴 하지만 기사에 우 전 수석의 반론이 함께 소개됐고, 우 전 수석이 사실 확인을 위한 기자들의 연락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이는 점 ▲기자들이 우 전 수석과 관련된 사실 확인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고, 핵심 관련자인 홍 변호사와 정 전 대표는 구속 상태여서 취재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시 우 전 수석이 도덕성과 청렴성에 있어 국민의 감시와 비판 대상이 되는 지위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5백만 원으로 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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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4 20:13:07
    • 수정2020-09-25 08: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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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신의 '몰래 변론' 의혹 등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해, 일부 승소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이동욱)는 우 전 수석이 경향신문과 소속 기자 3명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와 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 확정일로부터 72시간 이내에 경향신문이 신문 1·2면에 정정보도 대상 기사와 동일한 크기와 활자체로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했습니다. 또 경향신문 홈페이지와 모바일 홈페이지 초기 화면의 기사목록 상단에 정정보도문을 72시간 동안 게재하고, 그 후에는 기사 데이터베이스에 계속 보관해 정정보도 대상 기사를 검색할 때 함께 검색되도록 하라고 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피소된 경향신문 기자 3명 가운데 2명이 공동해, 우 전 수석에게 위자료 5백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경향신문은 2016년 7월 신문 1·2면에 "우병우, 정운호 '몰래 변론'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호텔·청담동 등서 2~3차례 식사…브로커, 나이어린 우병우에 형님"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해당 보도는 "법조계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변호사 시절 정식 수임계를 내지 않고 법조 비리로 구속된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변론을 맡았다고 했습니다. 우 전 수석이 2013년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동업을 했고 수임료를 나눴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법조계 관계자의 말을 근거로 들었고, 검찰이 홍 변호사를 수사하면서 우 전 수석의 연루 가능성이 있는 2013년 사건은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고도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우 전 수석이 변호사 시절 홍만표·정운호와 친분이 있는 '법조 브로커' 이만희 씨와 두세 차례 식사를 하는 등 어울렸고, 이 씨가 우 전 수석을 "형님"이라고 불렀다는 내용을 이 씨 측근의 말이라며 기사화했습니다.

그러자 우 전 수석은 경향신문이 허위 사실을 보도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 측은 문제가 된 기사는 취재원의 진술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재하고 있을 뿐, 기사의 내용을 허위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설령 기사 내용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기사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성이 있었고, 해당 보도는 민정수석이던 우 전 수석의 도덕성·청렴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공익성이 인정돼 위법성이 조각돼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경향신문 기사가 의혹이 아닌 사실을 적시했다고 인정했습니다. 기사 내용의 상당 부분이 "법조계 관계자" 또는 "이만희 측근"의 진술을 인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유사한 발언들을 반복적으로 인용하고 있고 일부 단정적 서술도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어 이같은 적시 사실들 가운데 우 전 수석이 수사기관에 수임계를 내지 않고 정운호 전 대표를 위해 변론했고, 홍만표 변호사와 동업을 하며 수임료를 나눠 가졌다는 부분은 "진실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익명의 법조계 관계자의 발언"이 유일한 기사 내용의 직접적 근거인데, 경향신문 측이 해당 발언이 실제 있었는지 여부나 그 구체적 내용과 근거를 소명할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같은 발언에는 "단순한 소문 이상의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그 이외의 주변적 정황만을 취합해 '우 전 수석이 홍 변호사와 동업하며 정 전 대표를 변론했고 수임료를 나누어 가졌다'라고 추론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같은 허위 사실에 대해서 경향신문이 정정보도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홍 변호사의 2013년 수임 사건이 검찰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기사 내용에 대해서는 '2013년 정운호 전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다소 과장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허위임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우 전 수석이 '법조 브로커' 이만희 씨와 어울렸다는 기사 내용에 대해서도, 제보자인 이 씨 측근의 진술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우 전 수석과 접촉한 적이 없다'는 이만희 씨의 수사기관 진술을 사실로 확정하기는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허위사실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문제가 된 기사의 작성과 편집에 관여한 기자 2명이 허위사실이 포함된 기사로 우 전 수석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고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우 전 수석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줘야 한다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경향신문 측의 위법성 조각 주장에 대해서는, 보도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은 인정되지만 해당 기자들에게 "기사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 재판부는 ▲문제의 기사들이 단순 의혹 제기를 넘어 우 전 수석의 '몰래 변론'을 단정하고 있는 점 ▲경향신문 보도 이후 이어진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와 사회적 비판으로 우 전 수석의 명예가 심하게 훼손됐을 것으로 보이는 점 ▲적은 분량이긴 하지만 기사에 우 전 수석의 반론이 함께 소개됐고, 우 전 수석이 사실 확인을 위한 기자들의 연락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이는 점 ▲기자들이 우 전 수석과 관련된 사실 확인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고, 핵심 관련자인 홍 변호사와 정 전 대표는 구속 상태여서 취재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시 우 전 수석이 도덕성과 청렴성에 있어 국민의 감시와 비판 대상이 되는 지위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5백만 원으로 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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