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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된 쌀엔 ‘바구미’ 득실…수재 구호품엔 ‘쓰레기’ 가득
입력 2020.09.25 (15:29) 수정 2020.09.25 (20:05) 취재K
쌀벌레 ‘쌀바구미’가 그득한 쌀

쌀벌레 ‘쌀바구미’가 그득한 쌀

홀몸노인이 지원받은 쌀에서 '쌀벌레 그득'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혼자 사는 72살 A 씨. 차상위계층인 A 씨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쌀 '나라미'를 저렴하게 사 먹습니다. 10㎏ 한 포대에 만 100원. 저소득계층은 소득수준에 따라 몇천 원에서 만 원 안팎의 저렴한 금액으로 10㎏ 쌀을 살 수 있습니다. A 씨는 이달 초 주민센터를 통해 주문한 쌀을 지난 21일 받았습니다. 이튿날인 22일 쌀 종이 포대를 뜯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포대를 뜯어 쌀을 항아리에 붓자 검은 쌀벌레들이 그득했습니다. '쌀바구미'라는 쌀벌레였습니다. 쌀벌레는 너무 많아 포대 밖으로 기어 나와 마룻바닥을 기어 다닐 정도였습니다. 취재진이 24일 방문해 쌀 포대를 쏟아봤습니다. 쌀바구미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쌀은 물론 마당 바닥이며 포대로 옮겨 다니기까지 했습니다.

쌀벌레 ‘쌀바구미’가 흰쌀 검은 점처럼 자리 잡고 있다.쌀벌레 ‘쌀바구미’가 흰쌀 검은 점처럼 자리 잡고 있다.

쌀벌레 ‘쌀바구미’가 쌀 용기 위로 올라와 있다.쌀벌레 ‘쌀바구미’가 쌀 용기 위로 올라와 있다.

문제가 된 쌀은 창원에서 가공한 쌀로 확인됐습니다. 창원시 진해구는 나라미는 워낙 철저히 관리돼 가공 과정에서 쌀벌레가 들어갈 가능성은 적다면서 배송 과정이나 A 씨가 받은 뒤 보관 과정에서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확한 이유와 원인은 계속 알아보겠다면서, 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함께 보관이나 도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이 지원받는 ‘나라미’저소득층이 지원받는 ‘나라미’

하지만 A 씨는 쌀 포대를 받아 항아리에 쏟자마자 수백 마리의 쌀벌레가 기어 나왔다고 말합니다. A 씨가 쌀 포대를 받고 보관한 시간은 나흘. 21일 받은 쌀을 22일 처음 뜯은 뒤 취재진이 방문한 24일 오후까지는 만 이틀입니다. A 씨가 쌀을 받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쌀벌레가 생겼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적어 보입니다.

홀몸노인인 A 씨는 지난 태풍에 주택 일부가 파손됐습니다. A 씨는 "태풍으로 월세 사는 집이 일부 파손됐는데 고쳐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쌀을 받았다"면서 "제값 주고 쌀을 살 수도 없는 형편에 저렴하게 지원받은 쌀에서 쌀벌레가 나오는 걸 보는 순간, 별거 아닐 수도 있을 텐데 이게 뭐라고 마음에 파고들고 서글펐다"고 말했습니다.

합천군 수재민에게 전해진 ‘구호물품’합천군 수재민에게 전해진 ‘구호물품’

집중호우 수재민에게 '쓰레기 구호물품'

지난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합천군 주민들에게는 공공기관을 비롯해 기업과 사회단체, 개인들로부터 많은 구호물품이 전해졌습니다. 음료수와 쌀, 선풍기 등 각종 구호물품은 수재민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전달돼 소중하게 쓰였습니다. 현재까지 집계된 구호물품이 20여 건, 금액으로 치면 1억 원이 넘습니다.

‘구호물품’으로 전달됐지만 쓸 수 없어 폐기물 처리된 물품들‘구호물품’으로 전달됐지만 쓸 수 없어 폐기물 처리된 물품들

하지만 일부 구호물품은 수재민들이 도저히 쓸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합천군 환경사업소에 폐기물 처리된 구호물품을 살펴봤습니다. 쌓여 있는 상자들을 열어 보니 헌 옷가지와 뜯어진 커튼, 용도를 알 수 없는 천 조각이 가득했습니다. 모두 헌 옷 수거함에도 넣기 민망할 정도의 낡고 헤진 것들이었습니다. 오래돼 망가진 냉장고·TV 같은 폐가전제품과 역시 오래 써 곳곳이 부서지고 다리가 나간 소파와 침대 같은 가구도 많았습니다. 색바랜 병풍과 결혼식 축의금 봉투 뭉치 등 도저히 구호물품이라고는 볼 수 없는 쓰레기들도 천지였습니다.


구호물품으로 맡겨진 액자(위)와 병풍(아래)구호물품으로 맡겨진 액자(위)와 병풍(아래)

합천군은 집중호우 피해를 본 수재민들을 돕겠다며 보내온 구호물품 가운데 이렇게 쓸모없는 것들을 폐기물 처리했습니다. 정식으로 산정하지는 않았지만, 처리 비용만 최소 수십만 원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5t 트럭으로 가득 실어 날라야 할 만큼 양이 많았습니다. 합천군 수재민은 "수해 뒤 여러 사회단체나 군인, 기업들의 자원봉사 아니었으면 복구가 어려웠을 정도로 많은 도움이 모여 감사하다"면서도 "일부 구호물품은 아무리 수재민이라고 해도 도저히 쓸 수 없는 수준의 것들이어서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 지원된 쌀엔 ‘바구미’ 득실…수재 구호품엔 ‘쓰레기’ 가득
    • 입력 2020-09-25 15:29:26
    • 수정2020-09-25 20:05:14
    취재K

쌀벌레 ‘쌀바구미’가 그득한 쌀

홀몸노인이 지원받은 쌀에서 '쌀벌레 그득'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혼자 사는 72살 A 씨. 차상위계층인 A 씨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쌀 '나라미'를 저렴하게 사 먹습니다. 10㎏ 한 포대에 만 100원. 저소득계층은 소득수준에 따라 몇천 원에서 만 원 안팎의 저렴한 금액으로 10㎏ 쌀을 살 수 있습니다. A 씨는 이달 초 주민센터를 통해 주문한 쌀을 지난 21일 받았습니다. 이튿날인 22일 쌀 종이 포대를 뜯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포대를 뜯어 쌀을 항아리에 붓자 검은 쌀벌레들이 그득했습니다. '쌀바구미'라는 쌀벌레였습니다. 쌀벌레는 너무 많아 포대 밖으로 기어 나와 마룻바닥을 기어 다닐 정도였습니다. 취재진이 24일 방문해 쌀 포대를 쏟아봤습니다. 쌀바구미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쌀은 물론 마당 바닥이며 포대로 옮겨 다니기까지 했습니다.

쌀벌레 ‘쌀바구미’가 흰쌀 검은 점처럼 자리 잡고 있다.쌀벌레 ‘쌀바구미’가 흰쌀 검은 점처럼 자리 잡고 있다.

쌀벌레 ‘쌀바구미’가 쌀 용기 위로 올라와 있다.쌀벌레 ‘쌀바구미’가 쌀 용기 위로 올라와 있다.

문제가 된 쌀은 창원에서 가공한 쌀로 확인됐습니다. 창원시 진해구는 나라미는 워낙 철저히 관리돼 가공 과정에서 쌀벌레가 들어갈 가능성은 적다면서 배송 과정이나 A 씨가 받은 뒤 보관 과정에서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확한 이유와 원인은 계속 알아보겠다면서, 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함께 보관이나 도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이 지원받는 ‘나라미’저소득층이 지원받는 ‘나라미’

하지만 A 씨는 쌀 포대를 받아 항아리에 쏟자마자 수백 마리의 쌀벌레가 기어 나왔다고 말합니다. A 씨가 쌀 포대를 받고 보관한 시간은 나흘. 21일 받은 쌀을 22일 처음 뜯은 뒤 취재진이 방문한 24일 오후까지는 만 이틀입니다. A 씨가 쌀을 받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쌀벌레가 생겼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적어 보입니다.

홀몸노인인 A 씨는 지난 태풍에 주택 일부가 파손됐습니다. A 씨는 "태풍으로 월세 사는 집이 일부 파손됐는데 고쳐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쌀을 받았다"면서 "제값 주고 쌀을 살 수도 없는 형편에 저렴하게 지원받은 쌀에서 쌀벌레가 나오는 걸 보는 순간, 별거 아닐 수도 있을 텐데 이게 뭐라고 마음에 파고들고 서글펐다"고 말했습니다.

합천군 수재민에게 전해진 ‘구호물품’합천군 수재민에게 전해진 ‘구호물품’

집중호우 수재민에게 '쓰레기 구호물품'

지난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합천군 주민들에게는 공공기관을 비롯해 기업과 사회단체, 개인들로부터 많은 구호물품이 전해졌습니다. 음료수와 쌀, 선풍기 등 각종 구호물품은 수재민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전달돼 소중하게 쓰였습니다. 현재까지 집계된 구호물품이 20여 건, 금액으로 치면 1억 원이 넘습니다.

‘구호물품’으로 전달됐지만 쓸 수 없어 폐기물 처리된 물품들‘구호물품’으로 전달됐지만 쓸 수 없어 폐기물 처리된 물품들

하지만 일부 구호물품은 수재민들이 도저히 쓸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합천군 환경사업소에 폐기물 처리된 구호물품을 살펴봤습니다. 쌓여 있는 상자들을 열어 보니 헌 옷가지와 뜯어진 커튼, 용도를 알 수 없는 천 조각이 가득했습니다. 모두 헌 옷 수거함에도 넣기 민망할 정도의 낡고 헤진 것들이었습니다. 오래돼 망가진 냉장고·TV 같은 폐가전제품과 역시 오래 써 곳곳이 부서지고 다리가 나간 소파와 침대 같은 가구도 많았습니다. 색바랜 병풍과 결혼식 축의금 봉투 뭉치 등 도저히 구호물품이라고는 볼 수 없는 쓰레기들도 천지였습니다.


구호물품으로 맡겨진 액자(위)와 병풍(아래)구호물품으로 맡겨진 액자(위)와 병풍(아래)

합천군은 집중호우 피해를 본 수재민들을 돕겠다며 보내온 구호물품 가운데 이렇게 쓸모없는 것들을 폐기물 처리했습니다. 정식으로 산정하지는 않았지만, 처리 비용만 최소 수십만 원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5t 트럭으로 가득 실어 날라야 할 만큼 양이 많았습니다. 합천군 수재민은 "수해 뒤 여러 사회단체나 군인, 기업들의 자원봉사 아니었으면 복구가 어려웠을 정도로 많은 도움이 모여 감사하다"면서도 "일부 구호물품은 아무리 수재민이라고 해도 도저히 쓸 수 없는 수준의 것들이어서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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