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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 1시간 반만에 사라진 이 씨…복무규칙 지켜졌나?
입력 2020.09.25 (18:15) 취재K
이 씨가 탔던 서해 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이 씨가 탔던 서해 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어업지도선에서 근무하다 실종돼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모 씨.

인천해양경찰서 조사에 따르면, 이 씨의 마지막 행적은 9월 21일 새벽 1시 35분쯤으로 확인됩니다. 이 씨는 이날 새벽 1시 35분쯤, 그러니까 0시부터 시작된 당직 근무를 약 1시간 반쯤 한 뒤 "문서작업을 하겠다"며 조타실에서 아래층 행정실로 자리를 옮깁니다. 행정실에서 컴퓨터를 켰고, 문서작업을 하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확인된 행적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러다 약 10시간이 지나서인 낮 11시 30분쯤, 이 씨의 실종 사실을 동료들은 처음 알게 됩니다. 현재까지 조사에선 일단 여기까지입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을 전제하면, 동료들은 약 10시간 동안 왜 이 씨가 사라진 사실을 몰랐습니다. 일각에선 '좀 더 빨리 실종 사실을 알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하는 아쉬움이 나옵니다. 이 씨의 실종을 정말 좀 더 빨리 알아차릴 순 없었을까요? 당시 복무규칙을 통해 상황을 추정해보겠습니다.

■ 복무규칙엔 당직사관 이 씨의 역할 명시…"당직일지 확인만 했더라도.."

해양수산부의 '국가어업지도선 운용관리 및 지도선 직원 복무 규칙'을 보면, 이 씨의 실종을 조금 더 빨리 알 수도 있었을 정황이 포착됩니다. 복무규칙을 보면 '당직사관은 당직일지를 기록하여야 하며, 당직이 끝난 후 이상 유무를 선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사건 당일 당직사관은 숨진 이 씨였습니다. 복무규칙에 따르면 숨진 이 씨는 당직일지를 쓰고, 당직 후 선장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이 씨의 실종을 약 10시간 후 동료들이 인지한 것으로 미뤄 이 과정은 생략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 일지가 쓰이지 않았는지 등만 누군가가 확인했다면, 이 씨의 실종을 더 빨리 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정부 조사관이 촬영한 숨진 이 씨의 슬리퍼정부 조사관이 촬영한 숨진 이 씨의 슬리퍼

■ 복무규칙 곳곳에 허점…"어디에 있는지 확인만 했더라면"

또 이 씨의 실종 사실을 뒤늦게 알도록 한, 복무규칙의 허점도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우선 함께 근무하는 동료와의 활동 범위 제한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동료와는 일정 범위 내에서만 있어야 한다, 수시로 동료의 반경을 확인해야 한다' 뭐 이런 구체적인 조항이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해수부 관계자는 "상식선에서 생각해달라"며 "동료로부터 몇 미터 떨어져서는 안 된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상황에 따라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선내에 불이 났을 때는 둘 다 불이 난 곳에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현실적으로 동료와 범위를 정해놓고 움직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동료들이 실종 사실을 약 10시간 후 알게 된 것으로 미뤄 위와 같은 상황 설명을 전제하면, 이 씨는 2인 1조로 함께 근무하던 동료와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규칙의 허점은 또 있습니다. 복 규칙을 보면 '당직자는 당직교대 15분 전까지 입실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인수받아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황상 이 씨는 이 업무 인수에 참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수부는 대신 이 씨와 함께 일한 동료가 이 업무인수를 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씨 없이 동료가 업무 인수를 해도 규칙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규칙을 오히려 지킨 것입니다. 규칙엔 '반드시 모든 당직자가 참석해 인수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 동선 확인할 CCTV마저 고장 나…해경 "고의 누락 가능성까지 조사 중"

이런 가운데, 이 씨의 동선을 확인해 줄 선체 내부 CCTV 2대는 이 씨 실종 사흘 전인 9월 18일부터 고장 나 이 씨의 동선 파악에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국가 경계수역에 관한 임무를 수행하는 중대한 장소에서 장비부터 부실했던 것은 아닌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인천해양경찰청은 CCTV가 고의로 훼손된 것은 아닌지 그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 씨의 동선에 관한 사실은 현재 해경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해수부는 일단 "해경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소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수사 결과가 하루빨리 나와 이 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길, 모두는 바라고 있습니다.
  • 당직 1시간 반만에 사라진 이 씨…복무규칙 지켜졌나?
    • 입력 2020-09-25 18:15:41
    취재K

이 씨가 탔던 서해 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어업지도선에서 근무하다 실종돼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모 씨.

인천해양경찰서 조사에 따르면, 이 씨의 마지막 행적은 9월 21일 새벽 1시 35분쯤으로 확인됩니다. 이 씨는 이날 새벽 1시 35분쯤, 그러니까 0시부터 시작된 당직 근무를 약 1시간 반쯤 한 뒤 "문서작업을 하겠다"며 조타실에서 아래층 행정실로 자리를 옮깁니다. 행정실에서 컴퓨터를 켰고, 문서작업을 하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확인된 행적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러다 약 10시간이 지나서인 낮 11시 30분쯤, 이 씨의 실종 사실을 동료들은 처음 알게 됩니다. 현재까지 조사에선 일단 여기까지입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을 전제하면, 동료들은 약 10시간 동안 왜 이 씨가 사라진 사실을 몰랐습니다. 일각에선 '좀 더 빨리 실종 사실을 알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하는 아쉬움이 나옵니다. 이 씨의 실종을 정말 좀 더 빨리 알아차릴 순 없었을까요? 당시 복무규칙을 통해 상황을 추정해보겠습니다.

■ 복무규칙엔 당직사관 이 씨의 역할 명시…"당직일지 확인만 했더라도.."

해양수산부의 '국가어업지도선 운용관리 및 지도선 직원 복무 규칙'을 보면, 이 씨의 실종을 조금 더 빨리 알 수도 있었을 정황이 포착됩니다. 복무규칙을 보면 '당직사관은 당직일지를 기록하여야 하며, 당직이 끝난 후 이상 유무를 선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사건 당일 당직사관은 숨진 이 씨였습니다. 복무규칙에 따르면 숨진 이 씨는 당직일지를 쓰고, 당직 후 선장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이 씨의 실종을 약 10시간 후 동료들이 인지한 것으로 미뤄 이 과정은 생략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 일지가 쓰이지 않았는지 등만 누군가가 확인했다면, 이 씨의 실종을 더 빨리 알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정부 조사관이 촬영한 숨진 이 씨의 슬리퍼정부 조사관이 촬영한 숨진 이 씨의 슬리퍼

■ 복무규칙 곳곳에 허점…"어디에 있는지 확인만 했더라면"

또 이 씨의 실종 사실을 뒤늦게 알도록 한, 복무규칙의 허점도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우선 함께 근무하는 동료와의 활동 범위 제한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동료와는 일정 범위 내에서만 있어야 한다, 수시로 동료의 반경을 확인해야 한다' 뭐 이런 구체적인 조항이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해수부 관계자는 "상식선에서 생각해달라"며 "동료로부터 몇 미터 떨어져서는 안 된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상황에 따라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선내에 불이 났을 때는 둘 다 불이 난 곳에 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현실적으로 동료와 범위를 정해놓고 움직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동료들이 실종 사실을 약 10시간 후 알게 된 것으로 미뤄 위와 같은 상황 설명을 전제하면, 이 씨는 2인 1조로 함께 근무하던 동료와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규칙의 허점은 또 있습니다. 복 규칙을 보면 '당직자는 당직교대 15분 전까지 입실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인수받아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황상 이 씨는 이 업무 인수에 참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수부는 대신 이 씨와 함께 일한 동료가 이 업무인수를 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씨 없이 동료가 업무 인수를 해도 규칙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규칙을 오히려 지킨 것입니다. 규칙엔 '반드시 모든 당직자가 참석해 인수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 동선 확인할 CCTV마저 고장 나…해경 "고의 누락 가능성까지 조사 중"

이런 가운데, 이 씨의 동선을 확인해 줄 선체 내부 CCTV 2대는 이 씨 실종 사흘 전인 9월 18일부터 고장 나 이 씨의 동선 파악에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국가 경계수역에 관한 임무를 수행하는 중대한 장소에서 장비부터 부실했던 것은 아닌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인천해양경찰청은 CCTV가 고의로 훼손된 것은 아닌지 그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 씨의 동선에 관한 사실은 현재 해경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해수부는 일단 "해경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소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수사 결과가 하루빨리 나와 이 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들이 하나하나 밝혀지길, 모두는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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