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분할 “총수 지배력 지키기” vs “기업 가치 높이기”

입력 2020.09.27 (21:29) 수정 2020.09.2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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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그리고 니콜라 사기 논란까지,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업체를 둘러싼 이슈, 끊이질 않고 있죠.

그런데, 이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분야 세계1위 업체, LG화학을 둘러싼 논란도 뜨겁습니다.

회사 측이 추진중인 물적분할 때문인데요.

LG화학에서 가장 유망한 배터리 분야만 빼내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겁니다.

이 자회사를 따로 상장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조 원대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인데, 배터리 사업을 보고 LG화학 주식을 산 주주들은 졸지에 다른 회사 주식을 산 셈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이를 중단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는데요.

회사 측은 배터리 사업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단 입장인데, 일각에선 총수의 지배력 유지를 위한 게 아니냐, 이런 의심도 있습니다.

박대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LG화학의 방침은 배터리분야를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별도의 회사를 만든다는 겁니다.

방식은 물적분할.

이렇게되면 기존주주들은 배터리 회사의 주식을 가질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상당수 소액주주들은 배터리회사의 주식도 가질 수 있고, 투자금 유치도 가능한 인적분할을 요구하고 있는겁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LG그룹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현재 구광모 회장 등 총수 일가는 지주회사인 (주)LG를 통해 LG화학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인적 분할을 하면 LG도 배터리회사의 지분율을 유지하는데, 상장을 하면서 외부 자금이 들어오면 지분율이 줄어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물적분할을 하면 LG화학의 자회사로 남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총수 일가가 새로운 자회사를 더 잘 지배하기 위한 구조, 수단이라고밖에 볼 수 밖에 없죠. "]

LG화학은 물적분할이 투자금 유치에 보다 유리하고, 모회사인 LG화학의 주주 이익도 침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에선 자회사의 가치가 모회사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LG만 보더라도 자회사 LG화학 지분 30%의 주식가치가 13조 원을 넘지만, (주)LG 자체의 시가총액은 12조 원 정돕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22조 원어치와 삼성전자 지분 15조 원 어치를 보유한 삼성물산도 시가총액은 21조 원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NH아문디자산운용 등 일부 기관투자자들도 주주이익을 침해하지 않는지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물적분할을 결정할 주주총회는 한 달 뒤, LG화학의 시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박대깁니다.

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한종헌 이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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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화학 분할 “총수 지배력 지키기” vs “기업 가치 높이기”
    • 입력 2020-09-27 21:29:50
    • 수정2020-09-28 07: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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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그리고 니콜라 사기 논란까지,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업체를 둘러싼 이슈, 끊이질 않고 있죠.

그런데, 이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분야 세계1위 업체, LG화학을 둘러싼 논란도 뜨겁습니다.

회사 측이 추진중인 물적분할 때문인데요.

LG화학에서 가장 유망한 배터리 분야만 빼내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겁니다.

이 자회사를 따로 상장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조 원대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인데, 배터리 사업을 보고 LG화학 주식을 산 주주들은 졸지에 다른 회사 주식을 산 셈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이를 중단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는데요.

회사 측은 배터리 사업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단 입장인데, 일각에선 총수의 지배력 유지를 위한 게 아니냐, 이런 의심도 있습니다.

박대기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LG화학의 방침은 배터리분야를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별도의 회사를 만든다는 겁니다.

방식은 물적분할.

이렇게되면 기존주주들은 배터리 회사의 주식을 가질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상당수 소액주주들은 배터리회사의 주식도 가질 수 있고, 투자금 유치도 가능한 인적분할을 요구하고 있는겁니다.

하지만 이럴 경우 LG그룹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현재 구광모 회장 등 총수 일가는 지주회사인 (주)LG를 통해 LG화학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인적 분할을 하면 LG도 배터리회사의 지분율을 유지하는데, 상장을 하면서 외부 자금이 들어오면 지분율이 줄어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물적분할을 하면 LG화학의 자회사로 남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총수 일가가 새로운 자회사를 더 잘 지배하기 위한 구조, 수단이라고밖에 볼 수 밖에 없죠. "]

LG화학은 물적분할이 투자금 유치에 보다 유리하고, 모회사인 LG화학의 주주 이익도 침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에선 자회사의 가치가 모회사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LG만 보더라도 자회사 LG화학 지분 30%의 주식가치가 13조 원을 넘지만, (주)LG 자체의 시가총액은 12조 원 정돕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22조 원어치와 삼성전자 지분 15조 원 어치를 보유한 삼성물산도 시가총액은 21조 원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NH아문디자산운용 등 일부 기관투자자들도 주주이익을 침해하지 않는지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물적분할을 결정할 주주총회는 한 달 뒤, LG화학의 시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박대깁니다.

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한종헌 이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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