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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코로나19’ 팬데믹
원격수업 7개월…우리 아이들 제대로 배우고 있나요?
입력 2020.09.29 (13:54) 취재K
코로나19가 뉴스에 나오기 시작하던 올해 초. 3월 개학을 앞두고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은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도 되느냐 였습니다. 집에서는 손 씻으라는 잔소리를 몇 번 해야 한번 씻을까 말까한 천방지축 아이들이 과연 학교에서 방역수칙을 지키며 단체 생활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죠. 안전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원격 수업이 시작됐고, 2학기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격 수업 장기화…공부가 되긴 되는걸까?

아침 9시에 겨우 일어나 세수는 하는둥 마는 둥 컴퓨터부터 켜고 책상 앞에 앉으면 등교 완료. 원격수업 7개월 째 초중고등학생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흔한 아침 풍경입니다. '멍 때리며'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학교를 가는게 걱정이었다던 학부모님들이 이제 학교를 너무 안가서 걱정이라고 하소연합니다.


저도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코로나 19가 미래 교실의 모습을 조금 빨리 앞당긴 게 아닐까 하고 상상한 적도 있지만, 원격 수업으로 아이가 피폐해져가는 모습이 하나 둘 드러날 때마다 교실에 칠판이 여짓껏 남아있는 이유, 동시에 교육이 왜 변하기 힘든지 역설적으로 깨닫고 있습니다.

교사 10명중 8명, '원격수업으로 학력격차 심각'

교사들도 원격 수업이 불편하고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초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윤건 선생님은 교단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이지만 컴퓨터 화면에 우표 만한 크기로 비친 아이들 얼굴을 보며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원격 수업을 하고 난 뒤 등교해서 확인해보면 3분의 1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 두번, 세번 가르쳐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초, 중, 고교 교사 4,0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5일부터 14일까지 학교 현장 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교사 10명 중 8명이 대면 수업에 비해 원격 수업의 교육적 효과가 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초등교사들은 학습격차(70.4%) 피드백의 어려움(56.4%)을 원격 수업의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학력 격차 좁히자' 매일 등교 시작한 부산 초읍초

부산 초읍초등학교 교사들도 심각한 학습 격차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1학년 1학기가 끝나도 한글을 깨치치 못하는 아이가 한 반에 한두 명씩 남아있자 2학기에는 저학년만이라도 어떻게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제.대.로 된 학교 생활을 하도록 해보자, 선생님들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오전에는 3,4학년과 5,6학년이 번갈아가며 등교하고 점심시간에 1,2학년이 등교해서 오후 수업을 하는 방법이었습니다. 80년대 국민학교에서 볼 수 있었던 오전/오후반의 비슷한 형태라고 해야할까요?

어쨌든 초읍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은 2학기부터 10시 반부터 11시 사이 등교하기 시작합니다. 교실에서 조용히 앉아 동화책을 읽거나 놀잇감을 갖고 놀다 11시 20분부터 급식을 먹습니다. 2미터 간격으로 줄을 서서 손소독을 하고 아크릴 칸막이가 있는 급식실에서 한자리씩 띄워 앉아 밥을 먹습니다. 1, 2학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급식실은 차분하고 질서있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천방지축이라며 걱정했던 건 까맣게 잊고...)

12시부터는 마스크를 쓰고 교실에서 수업이 시작됩니다. 1학년 교실에선 선생님의 노래 소리에 맞춰 앙증맞게 율동도 하고, 선생님이 질문하면 발표하겠다고 너도나도 손을 들었습니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그 교실 풍경이 눈물나게 이쁘고 감사했습니다. 원격 수업이 문제가 많다고 하면서 우리는 왜 교실 수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부실한 원격수업 대안은 교실에서 찾아야

한 반에 30명 이상이면 과밀학급으로 분류됩니다. 교실 안에 학생 수가 너무 많으면 당연히 거리두기가 불가능한데 이런 과밀학급이 전국에 2만 3천개가 넘습니다. 이는 전국 초중고의 10%로, 도농간 인원수 격차 인구밀도 등을 고려하면 과밀학급은 우리 주변에 훨씬 많이 모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실의 평균 면적은 약 60제곱미터, 물리적 거리두기가 자연스럽게 되기 위해서는 한 반에 최대 인원은 20명입니다. 적어도 과밀학급만 아니면 어린이, 청소년들이 집단 감염이라는 취약한 환경에 노출되는 걱정은 덜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원격 수업이 부실하다는 불만이 속출하는 지금,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겠다는 땜질식 처방 대신 교실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논의해봐야하지 않을까요?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아이들을 집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건 아이들에게도, 맞벌이 학부모에게도, 교사들에게도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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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 원격수업 7개월…우리 아이들 제대로 배우고 있나요?
    • 입력 2020-09-29 13:54:51
    취재K
코로나19가 뉴스에 나오기 시작하던 올해 초. 3월 개학을 앞두고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은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도 되느냐 였습니다. 집에서는 손 씻으라는 잔소리를 몇 번 해야 한번 씻을까 말까한 천방지축 아이들이 과연 학교에서 방역수칙을 지키며 단체 생활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죠. 안전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원격 수업이 시작됐고, 2학기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원격 수업 장기화…공부가 되긴 되는걸까?

아침 9시에 겨우 일어나 세수는 하는둥 마는 둥 컴퓨터부터 켜고 책상 앞에 앉으면 등교 완료. 원격수업 7개월 째 초중고등학생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흔한 아침 풍경입니다. '멍 때리며'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학교를 가는게 걱정이었다던 학부모님들이 이제 학교를 너무 안가서 걱정이라고 하소연합니다.


저도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코로나 19가 미래 교실의 모습을 조금 빨리 앞당긴 게 아닐까 하고 상상한 적도 있지만, 원격 수업으로 아이가 피폐해져가는 모습이 하나 둘 드러날 때마다 교실에 칠판이 여짓껏 남아있는 이유, 동시에 교육이 왜 변하기 힘든지 역설적으로 깨닫고 있습니다.

교사 10명중 8명, '원격수업으로 학력격차 심각'

교사들도 원격 수업이 불편하고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초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윤건 선생님은 교단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이지만 컴퓨터 화면에 우표 만한 크기로 비친 아이들 얼굴을 보며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원격 수업을 하고 난 뒤 등교해서 확인해보면 3분의 1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 두번, 세번 가르쳐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초, 중, 고교 교사 4,0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5일부터 14일까지 학교 현장 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교사 10명 중 8명이 대면 수업에 비해 원격 수업의 교육적 효과가 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초등교사들은 학습격차(70.4%) 피드백의 어려움(56.4%)을 원격 수업의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학력 격차 좁히자' 매일 등교 시작한 부산 초읍초

부산 초읍초등학교 교사들도 심각한 학습 격차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1학년 1학기가 끝나도 한글을 깨치치 못하는 아이가 한 반에 한두 명씩 남아있자 2학기에는 저학년만이라도 어떻게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제.대.로 된 학교 생활을 하도록 해보자, 선생님들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오전에는 3,4학년과 5,6학년이 번갈아가며 등교하고 점심시간에 1,2학년이 등교해서 오후 수업을 하는 방법이었습니다. 80년대 국민학교에서 볼 수 있었던 오전/오후반의 비슷한 형태라고 해야할까요?

어쨌든 초읍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은 2학기부터 10시 반부터 11시 사이 등교하기 시작합니다. 교실에서 조용히 앉아 동화책을 읽거나 놀잇감을 갖고 놀다 11시 20분부터 급식을 먹습니다. 2미터 간격으로 줄을 서서 손소독을 하고 아크릴 칸막이가 있는 급식실에서 한자리씩 띄워 앉아 밥을 먹습니다. 1, 2학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급식실은 차분하고 질서있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천방지축이라며 걱정했던 건 까맣게 잊고...)

12시부터는 마스크를 쓰고 교실에서 수업이 시작됩니다. 1학년 교실에선 선생님의 노래 소리에 맞춰 앙증맞게 율동도 하고, 선생님이 질문하면 발표하겠다고 너도나도 손을 들었습니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그 교실 풍경이 눈물나게 이쁘고 감사했습니다. 원격 수업이 문제가 많다고 하면서 우리는 왜 교실 수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부실한 원격수업 대안은 교실에서 찾아야

한 반에 30명 이상이면 과밀학급으로 분류됩니다. 교실 안에 학생 수가 너무 많으면 당연히 거리두기가 불가능한데 이런 과밀학급이 전국에 2만 3천개가 넘습니다. 이는 전국 초중고의 10%로, 도농간 인원수 격차 인구밀도 등을 고려하면 과밀학급은 우리 주변에 훨씬 많이 모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실의 평균 면적은 약 60제곱미터, 물리적 거리두기가 자연스럽게 되기 위해서는 한 반에 최대 인원은 20명입니다. 적어도 과밀학급만 아니면 어린이, 청소년들이 집단 감염이라는 취약한 환경에 노출되는 걱정은 덜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원격 수업이 부실하다는 불만이 속출하는 지금,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겠다는 땜질식 처방 대신 교실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논의해봐야하지 않을까요?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아이들을 집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건 아이들에게도, 맞벌이 학부모에게도, 교사들에게도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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