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전북 정읍의 한 편의점에 중년 부부가 찾아왔습니다. 온라인상품권인 구글기프트카드 10만 원짜리 10장, 총 100만 원어치를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휴대폰이 고장이 났다는 아들이 구글기프트카드를 사서 뒷면의 일련번호를 알려달라는 카톡이 왔다고 합니다. 아는 선배가 부탁했는데, 자신에게도 수수료가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점주 이창우 씨는 아들과 통화가 되면 팔겠다며 일단 제지했습니다. 이후 이들 부부는 아들의 직장 동료를 통해 아들과 통화됐고, 그제야 보이스피싱이란 걸 알았습니다.
이 씨는 이후에도 같은 수법에 속아 편의점을 찾은 사람들이 5~6명 더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비슷한 사고가 늘자, 점주들 사이에선 매뉴얼까지 돌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도 늘고 있습니다.
40대 직장인 유 모 씨는 8월 말 연 1.68%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단 시중은행 문자를 받았습니다. 3%대 중반인 기존 대출을 갈아타기 하려고 전화 상담을 받았습니다.
은행에선 신용점수가 조금 모자라지만 방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에 16.8% 중금리 대출을 받아 즉시 갚으면 신용점수가 올라가, 1%대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고 한 겁니다.
유 씨가 저축은행에 6천만 원을 대출받아서 보냈는데, 이 돈은 은행이 아닌 보이스피싱범에게 흘러들어 갔습니다. 3%대에서 1%대로 금리를 낮추려고 하다가 6천만 원의 빚만 떠안게 됐습니다.
사회초년생 26살 김 모 씨는 보이스피싱을 당해 이달 초 전 재산인 1억 5천여만 원을 뜯겼습니다. 자신을 검찰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김 씨 명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사용됐다며 약식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후 10여 명이 돌아가면서 협박과 지시를 했고, 결국 김 씨는 사흘간 은행 열 군데를 돌며 1억 5천만 원가량을 뽑아 보이스피싱범에게 전달했습니다.
사기범들은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깔도록 해 A 씨의 모든 전화를 가로챘습니다. 심지어 미행까지 했습니다. 김 씨가 은행 청원 경찰에게 휴대폰을 빌려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CCTV로 다 보고 있다"며 협박했다고 합니다.
갈수록 치밀해지고 대담해지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금융·통신·수사당국의 공조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60대 남성 최 모 씨. 올해 3월 누군가 최 씨 명의로 카드사 간편결제 앱에 가입해, 천5백만 원어치의 문화상품권을 결제했습니다. 최 씨 사례는 6월 9시 뉴스에도 보도됐습니다.
최 씨 측은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고, 해당 카드가 부정 사용됐으니 피해를 구제해달라는 취지의 금융분쟁조정도 금융감독원에 신청했습니다.
경찰은 8월 말 "가해자는 확인되지 않지만, 해킹으로 추정된다"고 잠정 결론 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금감원은 "비밀번호가 정확하게 입력돼 결제가 이루어진 이상 해당 카드사에게 피해에 대해 보상하도록 권고하기 어렵고,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면 소송 절차로 해결할 수 있다"는 분쟁조정 결과를 내놓은 건데요.
신용카드 정보나 비밀번호 누설 경위가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근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최 씨 측이 분통을 터트리는 건 따로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금감원 간 협의나 공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최 씨 측은 피해 보상을 결정하기 위해선 원인 파악이 급선무인 만큼, 금감원에도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란 사실을 알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최 씨 아들
경찰에 신고를 했기 때문에 수사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금감원의 얘기를 해줬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은 자기들이 경찰하고 따로 연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사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경찰하고 내용을 좀 더 확인해보고 고민을 좀 더 해서 결정을 내줬으면...그러지도 않고 결론을 내서 주니까, 저희는 금감원이 금융기관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요.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수사 기관에 개인사건 자료를 요청할 권한이 없고, 최 씨 측이 수사 자료를 받아 제출하면 그때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6월 보이스피싱 범정부대책 중 하나로 관계부처 간 상시 협업체계를 구축·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관계부처 전담 TF도 석 달째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 9월 21일과 오늘 두 차례에 걸쳐 보도자료도 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관계부처 간 협업을 통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예방 활동을 추진하겠단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강조한 대로 부처 간 공조가 현장에서도 잘 이뤄지고 있는지, 분명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휴대폰이 고장이 났다는 아들이 구글기프트카드를 사서 뒷면의 일련번호를 알려달라는 카톡이 왔다고 합니다. 아는 선배가 부탁했는데, 자신에게도 수수료가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점주 이창우 씨는 아들과 통화가 되면 팔겠다며 일단 제지했습니다. 이후 이들 부부는 아들의 직장 동료를 통해 아들과 통화됐고, 그제야 보이스피싱이란 걸 알았습니다.
이 씨는 이후에도 같은 수법에 속아 편의점을 찾은 사람들이 5~6명 더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비슷한 사고가 늘자, 점주들 사이에선 매뉴얼까지 돌고 있습니다.
편의점주들 사이에 사고예방 매뉴얼이 돌고 있다.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도 늘고 있습니다.
40대 직장인 유 모 씨는 8월 말 연 1.68%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단 시중은행 문자를 받았습니다. 3%대 중반인 기존 대출을 갈아타기 하려고 전화 상담을 받았습니다.
은행에선 신용점수가 조금 모자라지만 방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에 16.8% 중금리 대출을 받아 즉시 갚으면 신용점수가 올라가, 1%대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고 한 겁니다.
유 씨가 저축은행에 6천만 원을 대출받아서 보냈는데, 이 돈은 은행이 아닌 보이스피싱범에게 흘러들어 갔습니다. 3%대에서 1%대로 금리를 낮추려고 하다가 6천만 원의 빚만 떠안게 됐습니다.
사회초년생 26살 김 모 씨는 보이스피싱을 당해 이달 초 전 재산인 1억 5천여만 원을 뜯겼습니다. 자신을 검찰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김 씨 명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사용됐다며 약식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후 10여 명이 돌아가면서 협박과 지시를 했고, 결국 김 씨는 사흘간 은행 열 군데를 돌며 1억 5천만 원가량을 뽑아 보이스피싱범에게 전달했습니다.
사기범들은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깔도록 해 A 씨의 모든 전화를 가로챘습니다. 심지어 미행까지 했습니다. 김 씨가 은행 청원 경찰에게 휴대폰을 빌려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CCTV로 다 보고 있다"며 협박했다고 합니다.
갈수록 치밀해지고 대담해지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금융·통신·수사당국의 공조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60대 남성 최 모 씨. 올해 3월 누군가 최 씨 명의로 카드사 간편결제 앱에 가입해, 천5백만 원어치의 문화상품권을 결제했습니다. 최 씨 사례는 6월 9시 뉴스에도 보도됐습니다.
최 씨 측은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고, 해당 카드가 부정 사용됐으니 피해를 구제해달라는 취지의 금융분쟁조정도 금융감독원에 신청했습니다.
경찰은 8월 말 "가해자는 확인되지 않지만, 해킹으로 추정된다"고 잠정 결론 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금감원은 "비밀번호가 정확하게 입력돼 결제가 이루어진 이상 해당 카드사에게 피해에 대해 보상하도록 권고하기 어렵고,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면 소송 절차로 해결할 수 있다"는 분쟁조정 결과를 내놓은 건데요.
신용카드 정보나 비밀번호 누설 경위가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근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최 씨 측이 분통을 터트리는 건 따로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금감원 간 협의나 공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최 씨 측은 피해 보상을 결정하기 위해선 원인 파악이 급선무인 만큼, 금감원에도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란 사실을 알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최 씨 아들
경찰에 신고를 했기 때문에 수사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금감원의 얘기를 해줬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은 자기들이 경찰하고 따로 연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사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경찰하고 내용을 좀 더 확인해보고 고민을 좀 더 해서 결정을 내줬으면...그러지도 않고 결론을 내서 주니까, 저희는 금감원이 금융기관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요.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수사 기관에 개인사건 자료를 요청할 권한이 없고, 최 씨 측이 수사 자료를 받아 제출하면 그때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6월 보이스피싱 범정부대책 중 하나로 관계부처 간 상시 협업체계를 구축·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관계부처 전담 TF도 석 달째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 9월 21일과 오늘 두 차례에 걸쳐 보도자료도 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관계부처 간 협업을 통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예방 활동을 추진하겠단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강조한 대로 부처 간 공조가 현장에서도 잘 이뤄지고 있는지, 분명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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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프트카드 사주세요” 피싱 피해 급증…금감원 따로, 경찰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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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9-29 15:10:25
올해 5월 전북 정읍의 한 편의점에 중년 부부가 찾아왔습니다. 온라인상품권인 구글기프트카드 10만 원짜리 10장, 총 100만 원어치를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휴대폰이 고장이 났다는 아들이 구글기프트카드를 사서 뒷면의 일련번호를 알려달라는 카톡이 왔다고 합니다. 아는 선배가 부탁했는데, 자신에게도 수수료가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점주 이창우 씨는 아들과 통화가 되면 팔겠다며 일단 제지했습니다. 이후 이들 부부는 아들의 직장 동료를 통해 아들과 통화됐고, 그제야 보이스피싱이란 걸 알았습니다.
이 씨는 이후에도 같은 수법에 속아 편의점을 찾은 사람들이 5~6명 더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비슷한 사고가 늘자, 점주들 사이에선 매뉴얼까지 돌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도 늘고 있습니다.
40대 직장인 유 모 씨는 8월 말 연 1.68%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단 시중은행 문자를 받았습니다. 3%대 중반인 기존 대출을 갈아타기 하려고 전화 상담을 받았습니다.
은행에선 신용점수가 조금 모자라지만 방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에 16.8% 중금리 대출을 받아 즉시 갚으면 신용점수가 올라가, 1%대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고 한 겁니다.
유 씨가 저축은행에 6천만 원을 대출받아서 보냈는데, 이 돈은 은행이 아닌 보이스피싱범에게 흘러들어 갔습니다. 3%대에서 1%대로 금리를 낮추려고 하다가 6천만 원의 빚만 떠안게 됐습니다.
사회초년생 26살 김 모 씨는 보이스피싱을 당해 이달 초 전 재산인 1억 5천여만 원을 뜯겼습니다. 자신을 검찰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김 씨 명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사용됐다며 약식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후 10여 명이 돌아가면서 협박과 지시를 했고, 결국 김 씨는 사흘간 은행 열 군데를 돌며 1억 5천만 원가량을 뽑아 보이스피싱범에게 전달했습니다.
사기범들은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깔도록 해 A 씨의 모든 전화를 가로챘습니다. 심지어 미행까지 했습니다. 김 씨가 은행 청원 경찰에게 휴대폰을 빌려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CCTV로 다 보고 있다"며 협박했다고 합니다.
갈수록 치밀해지고 대담해지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금융·통신·수사당국의 공조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60대 남성 최 모 씨. 올해 3월 누군가 최 씨 명의로 카드사 간편결제 앱에 가입해, 천5백만 원어치의 문화상품권을 결제했습니다. 최 씨 사례는 6월 9시 뉴스에도 보도됐습니다.
최 씨 측은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고, 해당 카드가 부정 사용됐으니 피해를 구제해달라는 취지의 금융분쟁조정도 금융감독원에 신청했습니다.
경찰은 8월 말 "가해자는 확인되지 않지만, 해킹으로 추정된다"고 잠정 결론 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금감원은 "비밀번호가 정확하게 입력돼 결제가 이루어진 이상 해당 카드사에게 피해에 대해 보상하도록 권고하기 어렵고,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면 소송 절차로 해결할 수 있다"는 분쟁조정 결과를 내놓은 건데요.
신용카드 정보나 비밀번호 누설 경위가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근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최 씨 측이 분통을 터트리는 건 따로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금감원 간 협의나 공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최 씨 측은 피해 보상을 결정하기 위해선 원인 파악이 급선무인 만큼, 금감원에도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란 사실을 알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최 씨 아들
경찰에 신고를 했기 때문에 수사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금감원의 얘기를 해줬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은 자기들이 경찰하고 따로 연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사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경찰하고 내용을 좀 더 확인해보고 고민을 좀 더 해서 결정을 내줬으면...그러지도 않고 결론을 내서 주니까, 저희는 금감원이 금융기관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요.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수사 기관에 개인사건 자료를 요청할 권한이 없고, 최 씨 측이 수사 자료를 받아 제출하면 그때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6월 보이스피싱 범정부대책 중 하나로 관계부처 간 상시 협업체계를 구축·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관계부처 전담 TF도 석 달째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 9월 21일과 오늘 두 차례에 걸쳐 보도자료도 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관계부처 간 협업을 통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예방 활동을 추진하겠단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강조한 대로 부처 간 공조가 현장에서도 잘 이뤄지고 있는지, 분명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휴대폰이 고장이 났다는 아들이 구글기프트카드를 사서 뒷면의 일련번호를 알려달라는 카톡이 왔다고 합니다. 아는 선배가 부탁했는데, 자신에게도 수수료가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점주 이창우 씨는 아들과 통화가 되면 팔겠다며 일단 제지했습니다. 이후 이들 부부는 아들의 직장 동료를 통해 아들과 통화됐고, 그제야 보이스피싱이란 걸 알았습니다.
이 씨는 이후에도 같은 수법에 속아 편의점을 찾은 사람들이 5~6명 더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비슷한 사고가 늘자, 점주들 사이에선 매뉴얼까지 돌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도 늘고 있습니다.
40대 직장인 유 모 씨는 8월 말 연 1.68%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단 시중은행 문자를 받았습니다. 3%대 중반인 기존 대출을 갈아타기 하려고 전화 상담을 받았습니다.
은행에선 신용점수가 조금 모자라지만 방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에 16.8% 중금리 대출을 받아 즉시 갚으면 신용점수가 올라가, 1%대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고 한 겁니다.
유 씨가 저축은행에 6천만 원을 대출받아서 보냈는데, 이 돈은 은행이 아닌 보이스피싱범에게 흘러들어 갔습니다. 3%대에서 1%대로 금리를 낮추려고 하다가 6천만 원의 빚만 떠안게 됐습니다.
사회초년생 26살 김 모 씨는 보이스피싱을 당해 이달 초 전 재산인 1억 5천여만 원을 뜯겼습니다. 자신을 검찰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김 씨 명의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사용됐다며 약식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후 10여 명이 돌아가면서 협박과 지시를 했고, 결국 김 씨는 사흘간 은행 열 군데를 돌며 1억 5천만 원가량을 뽑아 보이스피싱범에게 전달했습니다.
사기범들은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깔도록 해 A 씨의 모든 전화를 가로챘습니다. 심지어 미행까지 했습니다. 김 씨가 은행 청원 경찰에게 휴대폰을 빌려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CCTV로 다 보고 있다"며 협박했다고 합니다.
갈수록 치밀해지고 대담해지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금융·통신·수사당국의 공조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60대 남성 최 모 씨. 올해 3월 누군가 최 씨 명의로 카드사 간편결제 앱에 가입해, 천5백만 원어치의 문화상품권을 결제했습니다. 최 씨 사례는 6월 9시 뉴스에도 보도됐습니다.
최 씨 측은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고, 해당 카드가 부정 사용됐으니 피해를 구제해달라는 취지의 금융분쟁조정도 금융감독원에 신청했습니다.
경찰은 8월 말 "가해자는 확인되지 않지만, 해킹으로 추정된다"고 잠정 결론 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금감원은 "비밀번호가 정확하게 입력돼 결제가 이루어진 이상 해당 카드사에게 피해에 대해 보상하도록 권고하기 어렵고,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면 소송 절차로 해결할 수 있다"는 분쟁조정 결과를 내놓은 건데요.
신용카드 정보나 비밀번호 누설 경위가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근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최 씨 측이 분통을 터트리는 건 따로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금감원 간 협의나 공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최 씨 측은 피해 보상을 결정하기 위해선 원인 파악이 급선무인 만큼, 금감원에도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란 사실을 알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최 씨 아들
경찰에 신고를 했기 때문에 수사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금감원의 얘기를 해줬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은 자기들이 경찰하고 따로 연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사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경찰하고 내용을 좀 더 확인해보고 고민을 좀 더 해서 결정을 내줬으면...그러지도 않고 결론을 내서 주니까, 저희는 금감원이 금융기관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게 되더라고요.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수사 기관에 개인사건 자료를 요청할 권한이 없고, 최 씨 측이 수사 자료를 받아 제출하면 그때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6월 보이스피싱 범정부대책 중 하나로 관계부처 간 상시 협업체계를 구축·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관계부처 전담 TF도 석 달째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 9월 21일과 오늘 두 차례에 걸쳐 보도자료도 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관계부처 간 협업을 통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예방 활동을 추진하겠단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강조한 대로 부처 간 공조가 현장에서도 잘 이뤄지고 있는지, 분명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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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기자 mc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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