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약자]① ‘인력시장’으로 내몰리는 재난 약자

입력 2020.09.29 (21:44) 수정 2020.09.2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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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난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적 기반이 약한 계층일수록 재난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얘기인데요.

KBS 부산은 코로나19로 더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취약계층을 살펴보는 연속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일감 찾으러 나선 일용직 인력시장을 이도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동이 트기 전 새벽 5시, 인력사무실 앞.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몰려듭니다.

코로나19로 건설 경기도 얼어붙어 연초에 비해 일거리가 반으로 줄었습니다.

몇 분이라도 더 일찍 나오지 않으면 허탕을 치고 빈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일용직 노동자 : "저도 이번 달에 (일한 게) 이틀 째거든요. 일이 그만큼 없어요. 지금 경기가 보시다시피 거리에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매일 새벽 이 인력사무소에 나와 일감을 찾는 노동자는 백명 남짓.

부산에만 이런 인력사무소가 100곳이 넘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자 평소 눈에 띄지 않던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학원이나 음식점, 주점 등을 운영하던 영세 자영업자들입니다.

본업을 관두고 일용직 노동을 하러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매일 10여 명쯤 됩니다.

[인력사무소 소장 : "자영업자가 제일 많죠. 젊은 친구들도 있고 밤에 작은 가게, 선술집 같은 거 그런 거 했던 친구들인데 그 친구들 어떻게 버티다 버티다, 끝내는 폐업하고 오시는 분들도…."]

배달 대행업 관련 영업을 하던 김 모 씨.

처음 인력시장에 나왔습니다.

사실상 개점휴업인 가게 주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다행히 주택 철거일을 따냈습니다.

[일용직 건설노동자 : "열어놔도 전기세도 안 나온다 얘기가 들리고... 그래서 영업할 대상들이 많이 줄어들었고. 심할 때는 40~50% 문 닫은 데도 있었고요."]

건설 현장이 익숙하지 않지만 세 아이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선 별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일용직 건설노동자 : "집에 아이들끼리 이제 거의 있죠. 그러다 보니까 학교에서 밥 먹고 오다 점심 먹고 오는데 지금은 집에서 세끼를 다 먹다 보니 식료품이 많이 들더라고요."]

올 하반기부턴 제조업체에서 해고된 직장인들도 일용직 건설시장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적으로 건설인력은 7개월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부산만 지난해보다 2천 명이 늘었습니다.

일감은 줄었는데 일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은 늘었습니다.

인력시장에는 새벽마다 하루 일당을 벌기 위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도은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최진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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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약자]① ‘인력시장’으로 내몰리는 재난 약자
    • 입력 2020-09-29 21:44:53
    • 수정2020-09-29 21:52:58
    뉴스9(부산)
[앵커]

재난은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적 기반이 약한 계층일수록 재난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얘기인데요.

KBS 부산은 코로나19로 더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취약계층을 살펴보는 연속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일감 찾으러 나선 일용직 인력시장을 이도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동이 트기 전 새벽 5시, 인력사무실 앞.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몰려듭니다.

코로나19로 건설 경기도 얼어붙어 연초에 비해 일거리가 반으로 줄었습니다.

몇 분이라도 더 일찍 나오지 않으면 허탕을 치고 빈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일용직 노동자 : "저도 이번 달에 (일한 게) 이틀 째거든요. 일이 그만큼 없어요. 지금 경기가 보시다시피 거리에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매일 새벽 이 인력사무소에 나와 일감을 찾는 노동자는 백명 남짓.

부산에만 이런 인력사무소가 100곳이 넘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자 평소 눈에 띄지 않던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학원이나 음식점, 주점 등을 운영하던 영세 자영업자들입니다.

본업을 관두고 일용직 노동을 하러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매일 10여 명쯤 됩니다.

[인력사무소 소장 : "자영업자가 제일 많죠. 젊은 친구들도 있고 밤에 작은 가게, 선술집 같은 거 그런 거 했던 친구들인데 그 친구들 어떻게 버티다 버티다, 끝내는 폐업하고 오시는 분들도…."]

배달 대행업 관련 영업을 하던 김 모 씨.

처음 인력시장에 나왔습니다.

사실상 개점휴업인 가게 주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다행히 주택 철거일을 따냈습니다.

[일용직 건설노동자 : "열어놔도 전기세도 안 나온다 얘기가 들리고... 그래서 영업할 대상들이 많이 줄어들었고. 심할 때는 40~50% 문 닫은 데도 있었고요."]

건설 현장이 익숙하지 않지만 세 아이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선 별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일용직 건설노동자 : "집에 아이들끼리 이제 거의 있죠. 그러다 보니까 학교에서 밥 먹고 오다 점심 먹고 오는데 지금은 집에서 세끼를 다 먹다 보니 식료품이 많이 들더라고요."]

올 하반기부턴 제조업체에서 해고된 직장인들도 일용직 건설시장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적으로 건설인력은 7개월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부산만 지난해보다 2천 명이 늘었습니다.

일감은 줄었는데 일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은 늘었습니다.

인력시장에는 새벽마다 하루 일당을 벌기 위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도은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최진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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