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뵌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코로나’가 바꾼 추석

입력 2020.09.3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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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계절에는 코로나19 상황이 끝나있겠지'라는 마음으로 지내왔는데, 어느새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추석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다릅니다. 피치 못한 상황에 직접 부모·조상님을 찾아뵙는 대신 마음만 함께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코로나19가 바꾼 추석 풍경은 어떨까요.

■ "요양원서 10분 거리에 사는데…7개월 만에 아버지 얼굴 뵀어요"

"아따, 감동하지 마시라니까. 셋째 아들이오. 화면을 보면서 말씀하시오."

전남 장흥의 한 요양원에 계신 90살 아버지 이근영 어르신을 본 아들 이경기 씨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7개월 만에 아버지 얼굴을 뵀기 때문입니다. 비록 직접 면회가 아니라, 여럿이 동시접속 가능한 영상통화를 통한 '비대면 면회'였지만 반가움은 여전했습니다.

그룹 영상통화를 통해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와 ‘비대면 면회’를 하는 모습.그룹 영상통화를 통해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와 ‘비대면 면회’를 하는 모습.

요양원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이경기 씨는 평소 아버지를 뵙지 못해 마음이 늘 무거웠습니다. "코로나19 전에는 일주일에 한 3~4번 뵈러 갔었는데, 이제는 아버지 드시는 약만 타서 요양원 입구에 놔두고 돌아옵니다. 약을 두고 집으로 오다 보면 아버님이 저를 꼭 부른 것만 같고 아쉬웠습니다."

이 씨 가족은 이번 비대면 화상 면회를 통해 동시에 아버지 얼굴을 뵙고, 요양원 직원에게 아버지 평소 건강 상태나 기분까지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여럿이 접속할 수 있는 영상통화를 이용한 덕에 전국에 흩어진 가족들 사이 안부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에게 요양원 원장 홍보연 씨가 어르신 건강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가족들에게 요양원 원장 홍보연 씨가 어르신 건강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비대면 면담 서비스는 시행을 원하는 요양시설을 대상으로 확대될 계획입니다. KT 호남권사회공헌팀 김삼진 팀장은 "이번에 처음 전남 장흥에서 시범으로 했는데, 한 화면에 가족들 얼굴을 함께 볼 수 있어 현장 반응이 좋았다"며 "특별한 장비 필요 없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면회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지원·컨설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텅 빈 국립서울현충원 묘소…직원이 '참배 대행'

국립서울현충원을 포함한 전국 11개 국립묘지도 추석 연휴 기간에 코로나19로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실내시설과 편의시설 운영은 멈추고, 이장 업무도 중지됩니다. 삼우제·49재·기일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전예약을 받고, 그 이외 경우에는 현장 참배가 제한됩니다.

취재진이 찾은 국립서울현충원도 예년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평소라면 1년 중 가장 바빴을 시기였을 테지만, 현충원 안 묘소는 텅 비어 있었고 참배객 모습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유가족 신청을 받아 대신 참배를 하고 인증사진을 보내주는 ‘참배 대행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유가족 신청을 받아 대신 참배를 하고 인증사진을 보내주는 ‘참배 대행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직접 오지 못하는 유가족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현충원에선 여러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현충원 홈페이지에서는 온라인으로 추모글을 남길 수 있는 사이버 추모관을 운영합니다.

또 올 추석부터 처음으로 시행하는 '참배 대행 서비스'도 있습니다. 직원이 유가족의 신청을 받아 대신 헌화·참배하고 인증사진을 보내주는 서비스인데, 지난 22일부터 시행 중입니다.

참배 대행 서비스를 직접 진행하는 국립서울현충원 안장추모팀 강일 주무관은 "하루에 한 30분에 대해 참배를 대신하고 인증사진을 발송하고 있다"며 "유가족의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어 다행이고 대신 참배를 한다는 것이 직원들에게 큰 자부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후 처음 맞는 추석,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나눴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디 내년 추석엔 '거리두기' 없이 몸도 마음도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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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개월 만에 뵌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코로나’가 바꾼 추석
    • 입력 2020-09-30 09:02:21
    취재K
'다음 계절에는 코로나19 상황이 끝나있겠지'라는 마음으로 지내왔는데, 어느새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추석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다릅니다. 피치 못한 상황에 직접 부모·조상님을 찾아뵙는 대신 마음만 함께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코로나19가 바꾼 추석 풍경은 어떨까요.

■ "요양원서 10분 거리에 사는데…7개월 만에 아버지 얼굴 뵀어요"

"아따, 감동하지 마시라니까. 셋째 아들이오. 화면을 보면서 말씀하시오."

전남 장흥의 한 요양원에 계신 90살 아버지 이근영 어르신을 본 아들 이경기 씨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7개월 만에 아버지 얼굴을 뵀기 때문입니다. 비록 직접 면회가 아니라, 여럿이 동시접속 가능한 영상통화를 통한 '비대면 면회'였지만 반가움은 여전했습니다.

그룹 영상통화를 통해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와 ‘비대면 면회’를 하는 모습.
요양원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이경기 씨는 평소 아버지를 뵙지 못해 마음이 늘 무거웠습니다. "코로나19 전에는 일주일에 한 3~4번 뵈러 갔었는데, 이제는 아버지 드시는 약만 타서 요양원 입구에 놔두고 돌아옵니다. 약을 두고 집으로 오다 보면 아버님이 저를 꼭 부른 것만 같고 아쉬웠습니다."

이 씨 가족은 이번 비대면 화상 면회를 통해 동시에 아버지 얼굴을 뵙고, 요양원 직원에게 아버지 평소 건강 상태나 기분까지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여럿이 접속할 수 있는 영상통화를 이용한 덕에 전국에 흩어진 가족들 사이 안부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에게 요양원 원장 홍보연 씨가 어르신 건강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비대면 면담 서비스는 시행을 원하는 요양시설을 대상으로 확대될 계획입니다. KT 호남권사회공헌팀 김삼진 팀장은 "이번에 처음 전남 장흥에서 시범으로 했는데, 한 화면에 가족들 얼굴을 함께 볼 수 있어 현장 반응이 좋았다"며 "특별한 장비 필요 없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면회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지원·컨설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텅 빈 국립서울현충원 묘소…직원이 '참배 대행'

국립서울현충원을 포함한 전국 11개 국립묘지도 추석 연휴 기간에 코로나19로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실내시설과 편의시설 운영은 멈추고, 이장 업무도 중지됩니다. 삼우제·49재·기일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전예약을 받고, 그 이외 경우에는 현장 참배가 제한됩니다.

취재진이 찾은 국립서울현충원도 예년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평소라면 1년 중 가장 바빴을 시기였을 테지만, 현충원 안 묘소는 텅 비어 있었고 참배객 모습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유가족 신청을 받아 대신 참배를 하고 인증사진을 보내주는 ‘참배 대행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직접 오지 못하는 유가족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현충원에선 여러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현충원 홈페이지에서는 온라인으로 추모글을 남길 수 있는 사이버 추모관을 운영합니다.

또 올 추석부터 처음으로 시행하는 '참배 대행 서비스'도 있습니다. 직원이 유가족의 신청을 받아 대신 헌화·참배하고 인증사진을 보내주는 서비스인데, 지난 22일부터 시행 중입니다.

참배 대행 서비스를 직접 진행하는 국립서울현충원 안장추모팀 강일 주무관은 "하루에 한 30분에 대해 참배를 대신하고 인증사진을 발송하고 있다"며 "유가족의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어 다행이고 대신 참배를 한다는 것이 직원들에게 큰 자부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후 처음 맞는 추석,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은 나눴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디 내년 추석엔 '거리두기' 없이 몸도 마음도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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