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실업]③ 여행사 9백곳 폐업…“매출 감소 아닌 ‘제로’”

입력 2020.10.02 (07:09) 수정 2020.10.0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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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먼저 움츠러든 업계, 바로 여행업계입니다. 해외 감염을 막기 위해 많은 나라에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출·입국 뒤 격리조치까지 시행하면서 여행 매출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습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외국인의 국내여행과 내국인의 해외여행은 최대 98% 급감했는데요. 가장 먼저 코로나19 타격을 입고, 국민들의 불안 심리가 완전히 가실 때까지 회복은 꿈도 꾸기 힘들다는 여행업계의 목소리 들어봤습니다.

9월, 영세법인여행사 대표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9월, 영세법인여행사 대표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벼랑 끝 몰린 영세여행업 살펴봐 주세요"…국민청원까지

이달에만 영세법인여행업자가 쓴 두 개의 국민청원이 올라왔습니다. 본인을 영세법인여행사 대표라고 소개했는데, 지난 2월부터 "8개월째 매출 0원", "사실상 셧다운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대표는 "환불금조치에 사실상 마이너스재정을 넘어서 폐업 위기까지 몰렸다", 다른 대표는 "지금까지 보험이나 적금을 다 깨서 버티고 버텨왔는데 지금부터가 문제"라고 현 상황을 전했습니다.

여행사 대표들은 "벌어온 돈으로 4대 보험 고용주 부담분에 고정비용 처리하고 나면 그마저도 부족한 이 현실을 묵묵히 견디고 있다", "20년 가까이 이루어 놓은 걸 하루아침에 내려놓으려고 하니 삶이 너무 막막하기만 하다"고 호소했습니다.

두 청원은 2차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영세법인여행업체가 빠졌다는 논란을 계기로 게시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다행히 매출액 30억 원 이하, 5인 이하의 여행업 "소상공인"이고, 매출 감소 기준을 충족한다면 이번 2차 재난지원금 백만 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여행업체 만 곳 정도가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백만 원 지원금을 받게 된 건 다행이지만 취재진이 만나본 여행사 대표들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었습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돼 그간 고용유지지원금(유급휴직 비용의 90%)을 받아서 직원들을 유지해 왔지만 8개월째 임대료, 유급휴직 비용 10%, 4대 보험료 등 수백만 원 고정비용을 감당하기엔 한계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올해만 9백 곳 폐업...연말 2천 곳 위기?

국내에 등록된 여행업체는 2020년 2분기 기준 2만 천여 곳.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여행업체의 80% 정도를 5인 미만 영세법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인허가정보에 따르면 올해에만 여행사 918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업계에서는 폐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용대출이나 관광진흥기금 융자를 갚아야만 폐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업체를 계속 운영하기도, 접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겁니다.

고용유지지원금 기간인 240일이 끝나는 10월 말부터 시작해 연말쯤에는 2천 곳 정도가 폐업할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2천 곳에 고용돼 있는 여행사 직원 최소 8천 명이 실업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겁니다. 다행히 이직에 성공한 한 여행사 전 직원은 취재진에 "위기감을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업계가 사라지는 상황"이라며 "현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명섭 서울시 관광협회 여행업위원장은 본인도 여행사 대표로, 자신의 사무실 한 곳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김 위원장은 "여행업은 특화된 전문지식과 경험으로 운영하는 업종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다 실업자가 될 경우에는 나중에 코로나 이후 원상복귀가 너무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직원들을 위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말고도 4대 보험료 고용주 부담분이나 고용유지지원금 차액분, 임대료 일부와 같은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음 달 중순까지 여행업체 실태조사를 마친 뒤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여행사 대표들은 대부분 평생을 여행업에 몸담아 이직도 힘들고 현재는 배달, 대리기사 등 아르바이트로 위기를 견디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다면 다시 여행업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대표들, 이번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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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02 07:09:51
    • 수정2020-10-02 09:46:37
    취재K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먼저 움츠러든 업계, 바로 여행업계입니다. 해외 감염을 막기 위해 많은 나라에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출·입국 뒤 격리조치까지 시행하면서 여행 매출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습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외국인의 국내여행과 내국인의 해외여행은 최대 98% 급감했는데요. 가장 먼저 코로나19 타격을 입고, 국민들의 불안 심리가 완전히 가실 때까지 회복은 꿈도 꾸기 힘들다는 여행업계의 목소리 들어봤습니다.

9월, 영세법인여행사 대표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벼랑 끝 몰린 영세여행업 살펴봐 주세요"…국민청원까지

이달에만 영세법인여행업자가 쓴 두 개의 국민청원이 올라왔습니다. 본인을 영세법인여행사 대표라고 소개했는데, 지난 2월부터 "8개월째 매출 0원", "사실상 셧다운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대표는 "환불금조치에 사실상 마이너스재정을 넘어서 폐업 위기까지 몰렸다", 다른 대표는 "지금까지 보험이나 적금을 다 깨서 버티고 버텨왔는데 지금부터가 문제"라고 현 상황을 전했습니다.

여행사 대표들은 "벌어온 돈으로 4대 보험 고용주 부담분에 고정비용 처리하고 나면 그마저도 부족한 이 현실을 묵묵히 견디고 있다", "20년 가까이 이루어 놓은 걸 하루아침에 내려놓으려고 하니 삶이 너무 막막하기만 하다"고 호소했습니다.

두 청원은 2차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영세법인여행업체가 빠졌다는 논란을 계기로 게시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다행히 매출액 30억 원 이하, 5인 이하의 여행업 "소상공인"이고, 매출 감소 기준을 충족한다면 이번 2차 재난지원금 백만 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여행업체 만 곳 정도가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백만 원 지원금을 받게 된 건 다행이지만 취재진이 만나본 여행사 대표들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었습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돼 그간 고용유지지원금(유급휴직 비용의 90%)을 받아서 직원들을 유지해 왔지만 8개월째 임대료, 유급휴직 비용 10%, 4대 보험료 등 수백만 원 고정비용을 감당하기엔 한계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올해만 9백 곳 폐업...연말 2천 곳 위기?

국내에 등록된 여행업체는 2020년 2분기 기준 2만 천여 곳.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여행업체의 80% 정도를 5인 미만 영세법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인허가정보에 따르면 올해에만 여행사 918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업계에서는 폐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용대출이나 관광진흥기금 융자를 갚아야만 폐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업체를 계속 운영하기도, 접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겁니다.

고용유지지원금 기간인 240일이 끝나는 10월 말부터 시작해 연말쯤에는 2천 곳 정도가 폐업할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2천 곳에 고용돼 있는 여행사 직원 최소 8천 명이 실업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겁니다. 다행히 이직에 성공한 한 여행사 전 직원은 취재진에 "위기감을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업계가 사라지는 상황"이라며 "현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명섭 서울시 관광협회 여행업위원장은 본인도 여행사 대표로, 자신의 사무실 한 곳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김 위원장은 "여행업은 특화된 전문지식과 경험으로 운영하는 업종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다 실업자가 될 경우에는 나중에 코로나 이후 원상복귀가 너무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직원들을 위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말고도 4대 보험료 고용주 부담분이나 고용유지지원금 차액분, 임대료 일부와 같은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음 달 중순까지 여행업체 실태조사를 마친 뒤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여행사 대표들은 대부분 평생을 여행업에 몸담아 이직도 힘들고 현재는 배달, 대리기사 등 아르바이트로 위기를 견디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다면 다시 여행업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대표들, 이번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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