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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땐 ‘근로자’, 사고 나면 ‘사장님’되는 배달노동자
입력 2020.10.02 (10:03) 취재K
"배달 일을 하지 말 걸 후회돼요"

올해 5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김 모 씨(24)는 잠시 비를 피해 쉬고 있었습니다. 우비도 없었던 김 씨가 퇴근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배달대행 업체에서 보낸 톡이 울렸습니다. "저한테 (도착 시간이) 2~4분 남은 걸 (배달대행 업체에서) 강제 배차했어요."

빗길에 서두르던 김 씨는 횡단보도 앞에서 급하게 멈추다가 넘어졌고, 발목이 부러졌습니다. 2백만 원이 넘는 병원 치료비도, 오토바이 수리비도 모두 김 씨가 부담해야 했습니다. 계약 당시 무심코 썼던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가 문제였습니다.

배달노동자는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특례 조항에 따라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합니다. 다만 본인이 '적용 제외'를 신청하면 산재 보상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일부 배달대행 업체에서는 해당 규정을 남용해 계약할 때,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하도록 사실상 강요하고 있습니다.


'쿠팡이츠' 산재보험 적용에도 가입 어려워

이와 같은 특례 조항이 배달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는 또 있습니다.

배달대행사 후발주자 '쿠팡이츠'는 경쟁업체를 뒤따라 10월 1일부터 배달노동자 산재보험 가입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배달노동자들은 주로 배민커넥트와 쿠팡이츠 등 여러 배달대행사에 동시에 등록돼 일하고 있는데, 산재보험은 중복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배달노동자의 산재보험 중복가입이 어려운 건 산재보험법 특례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른바 '전속성' 기준 탓입니다.

산재보험법 제125조에는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이라는 전속성 규정이 있습니다. 주로 한 곳에서 소득의 절반 이상을 벌어야 전속성 요건을 충족해 산재보험 적용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산재에 가입된 업체의 주문이 아닌, 다른 업체 주문을 받아 배달하다 사고가 나면 산재 처리가 안 되는 겁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만난 한 쿠팡이츠 배달노동자 김 모 씨는 배민커넥트로도 일하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배민커넥트에서 이미 산재보험에 가입돼있기 때문에 쿠팡이츠 산재보험 가입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전속성 제도가 있는 상황에서는 배민커넥터로 등록한 라이더가 쿠팡이츠 산재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앞서 가입한 배민커넥터 산재보험은 이직 처리, 쉽게 말해 탈퇴 처리가 된다. 반대로 쿠팡이츠 산재보험에 가입했던 배달노동자가 배민커넥터 산재보험에 가입하면 쿠팡이츠 산재보험은 탈퇴 처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계 "배달노동자 특수성 반영 못 한 '전속성' 폐지해야"

노동계는 배달노동자의 산재 적용을 어렵게 하는 '적용 제외' 규정과, 특히 '전속성'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루 한 건을 배달하더라도 사고가 난다면, 그 당시에 배달노동자를 사용한 사업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전속성을 폐지하면 업체와 배달노동자가 현재 반반씩 부담하고 있는 보험료를 어떻게 책정해야 할까.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 한 건당 보험료를 걷는다든지, 아니면 배달대행사 프로그램에 접속한 로그인 시간을 기준으로 걷는다든지 대안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고용노동부는 "기존에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적용되던 전속성 기준으로 인해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배달노동자들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여러 사업장에서 일하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종사자 많아지고 있어 전속성 형태로 적용 기준을 운영할지, 새로운 제도로 운영할지 전문가와 함께 고민해서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일할 땐 ‘근로자’, 사고 나면 ‘사장님’되는 배달노동자
    • 입력 2020-10-02 10:03:13
    취재K
"배달 일을 하지 말 걸 후회돼요"

올해 5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김 모 씨(24)는 잠시 비를 피해 쉬고 있었습니다. 우비도 없었던 김 씨가 퇴근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배달대행 업체에서 보낸 톡이 울렸습니다. "저한테 (도착 시간이) 2~4분 남은 걸 (배달대행 업체에서) 강제 배차했어요."

빗길에 서두르던 김 씨는 횡단보도 앞에서 급하게 멈추다가 넘어졌고, 발목이 부러졌습니다. 2백만 원이 넘는 병원 치료비도, 오토바이 수리비도 모두 김 씨가 부담해야 했습니다. 계약 당시 무심코 썼던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가 문제였습니다.

배달노동자는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특례 조항에 따라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합니다. 다만 본인이 '적용 제외'를 신청하면 산재 보상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일부 배달대행 업체에서는 해당 규정을 남용해 계약할 때,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하도록 사실상 강요하고 있습니다.


'쿠팡이츠' 산재보험 적용에도 가입 어려워

이와 같은 특례 조항이 배달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는 또 있습니다.

배달대행사 후발주자 '쿠팡이츠'는 경쟁업체를 뒤따라 10월 1일부터 배달노동자 산재보험 가입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배달노동자들은 주로 배민커넥트와 쿠팡이츠 등 여러 배달대행사에 동시에 등록돼 일하고 있는데, 산재보험은 중복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배달노동자의 산재보험 중복가입이 어려운 건 산재보험법 특례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른바 '전속성' 기준 탓입니다.

산재보험법 제125조에는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이라는 전속성 규정이 있습니다. 주로 한 곳에서 소득의 절반 이상을 벌어야 전속성 요건을 충족해 산재보험 적용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산재에 가입된 업체의 주문이 아닌, 다른 업체 주문을 받아 배달하다 사고가 나면 산재 처리가 안 되는 겁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만난 한 쿠팡이츠 배달노동자 김 모 씨는 배민커넥트로도 일하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배민커넥트에서 이미 산재보험에 가입돼있기 때문에 쿠팡이츠 산재보험 가입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전속성 제도가 있는 상황에서는 배민커넥터로 등록한 라이더가 쿠팡이츠 산재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앞서 가입한 배민커넥터 산재보험은 이직 처리, 쉽게 말해 탈퇴 처리가 된다. 반대로 쿠팡이츠 산재보험에 가입했던 배달노동자가 배민커넥터 산재보험에 가입하면 쿠팡이츠 산재보험은 탈퇴 처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계 "배달노동자 특수성 반영 못 한 '전속성' 폐지해야"

노동계는 배달노동자의 산재 적용을 어렵게 하는 '적용 제외' 규정과, 특히 '전속성'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루 한 건을 배달하더라도 사고가 난다면, 그 당시에 배달노동자를 사용한 사업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전속성을 폐지하면 업체와 배달노동자가 현재 반반씩 부담하고 있는 보험료를 어떻게 책정해야 할까.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 한 건당 보험료를 걷는다든지, 아니면 배달대행사 프로그램에 접속한 로그인 시간을 기준으로 걷는다든지 대안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고용노동부는 "기존에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적용되던 전속성 기준으로 인해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배달노동자들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여러 사업장에서 일하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종사자 많아지고 있어 전속성 형태로 적용 기준을 운영할지, 새로운 제도로 운영할지 전문가와 함께 고민해서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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