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하루 최대 0.7톤 미세플라스틱 되어 바다로

입력 2020.10.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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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자담배가 판매가 늘면서 궐련 담배는 조금씩 감소하고 있는데, 길거리 버려진 담배꽁초는 별로 줄어든 것 같지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여름 전국 5개 권역 14곳 해안가 쓰레기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담배꽁초가 가장 많았습니다. 서울시의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 건수도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버려진 담배꽁초가 미세플라스틱이 돼 다시 우리 몸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 아십니까?

■ 담배꽁초 필터는 플라스틱 성분...미세플라스틱 유발

대부분 담배의 필터 부분은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 성분으로 돼 있습니다. 국내 생산 담배의 90%는 플라스틱 필터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담배 생산량의 90% 이상이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 성분으로 필터를 만들고 있다. 담배 생산량의 90% 이상이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 성분으로 필터를 만들고 있다.

필터의 플라스틱 성분은 외부 노출 시 물리적, 광화학적 요인에 의해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됩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라는 건 기본적으로 합성 플라스틱"이라며 "자연에 배출되면 결국은 강을 통해서 바다로 흘러가고 수중 생태계를 교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더구나 조개류나 어류가 삼킨 미세플라스틱은 다시 식탁에 올라올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다시 우리 몸으로 되돌아오게 된다는 겁니다.

■ 하루 1,200만 개비 길거리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

보통 플라스틱 폐기물은 분리해서 수거해 재활용을 합니다. 하지만 담배꽁초는 특성상 플라스틱만 분리하기가 어려워서 생활폐기물 가운데 '기타'로 분류돼 매립 또는 소각됩니다. 이 때문에 담배꽁초가 얼마나 수거되는지, 무단으로 버려진 양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통계도 없었습니다.

국내에서 하루 1,200만 개비의 담배꽁초가 길거리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됐다.국내에서 하루 1,200만 개비의 담배꽁초가 길거리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담배꽁초의 미세플라스틱 유발 위험 우려가 커지자 환경부가 담배꽁초 관리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 담배꽁초 발생 현황에 관한 연구도 처음으로 이뤄졌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성원 의원(국민의힘)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담배꽁초 관리체계 마련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하루 1,200만 개비 정도의 담배꽁초가 길거리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연구진이 서울과 청주에서 상업, 공업, 주거지에서 담배꽁초를 수거한 양과 흡연율, 담배 판매량 등을 고려해 산정한 결과입니다. 국내 하루 평균 담배 판매량이 1억7천만 개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전체 생산량의 7% 정도가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 바다로 흘러가는 담배꽁초 미세플라스틱 하루 최대 0.7톤

이렇게 버려진 담배꽁초는 비와 바람 등에 하수구나 빗물받이로 유입된 후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하수처리시설을 통과해 바다로 흘러갑니다.

담배꽁초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하루 최대 0.7톤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담배꽁초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하루 최대 0.7톤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하루 최소 45만 개비, 최대 230만 개비가 해양으로 유입될 것으로 봤습니다. 이런 해양유입량이 100%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는 가정하에 분석한 결과 하루 최대 0.7톤이 국내 연·근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담배꽁초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매일 최대 0.7톤 바다로 흘러간다는 겁니다.

■ 담배꽁초 수거 강화, 친환경 필터 개발해야!

해외에서는 담배의 플라스틱 필터를 감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플라스틱 필터를 2025년까지 절반으로 2030년까지 80% 감축하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구체적인 대책이 없습니다. 담배 제조사들도 소극적인 입장입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8월 28일부터 9월 11일까지 보름간 국내 점유율 상위 4개 업체인 KT&G, 브리티시 아메리칸 타바코 (BAT)코리아, 한국필립모리스, 재팬 타바코 인터내셔널(JTI) 코리아에 담배 플라스틱 필터 사용과 환경개선과 관련한 질의문을 발송했더니 KT&G와 BAT코리아만 응답했습니다. 특히 KT&G는 "플라스틱 필터를 사용 중이며 대체재 연구를 검토하고 있으나 국제적으로 대체물질이 없다"고만 답했습니다.

담배 제조사가 낸 폐기물 부담금은 담뱃세 중 0.84% 수준이다.담배 제조사가 낸 폐기물 부담금은 담뱃세 중 0.84% 수준이다.

담배꽁초 수거, 처리 강화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담배에 대한 폐기물부담금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환경부가 지난해 담배제조사에서 거둔 폐기물 부담금은 약 875억 원에 이르지만, 부담금 대부분은 담배꽁초 수거와 처리에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제조사가 정부에 폐기물부담금을 내면 환경개선특별회계로 편성해 예산을 분배하고 각 지자체가 담배꽁초 폐기물을 관리하는 상황이지만, 아주 적은 수준입니다. 담배 폐기물부담금을 재조정하는 한편, 담배꽁초 수거·재활용을 위한 비용을 따로 책정해 제조사가 낸 금액이 수거에 직접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벨기에의 경우 지방정부가 담배제조사에 직접 청소비용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 프랑스, 미국, 호주는 담배제조사와 함께 담배꽁초 수거를 통한 재활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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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하루 최대 0.7톤 미세플라스틱 되어 바다로
    • 입력 2020-10-04 18:00:15
    사회
최근 전자담배가 판매가 늘면서 궐련 담배는 조금씩 감소하고 있는데, 길거리 버려진 담배꽁초는 별로 줄어든 것 같지가 않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여름 전국 5개 권역 14곳 해안가 쓰레기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담배꽁초가 가장 많았습니다. 서울시의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 건수도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버려진 담배꽁초가 미세플라스틱이 돼 다시 우리 몸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 아십니까?

■ 담배꽁초 필터는 플라스틱 성분...미세플라스틱 유발

대부분 담배의 필터 부분은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 성분으로 돼 있습니다. 국내 생산 담배의 90%는 플라스틱 필터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담배 생산량의 90% 이상이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 성분으로 필터를 만들고 있다.
필터의 플라스틱 성분은 외부 노출 시 물리적, 광화학적 요인에 의해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됩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라는 건 기본적으로 합성 플라스틱"이라며 "자연에 배출되면 결국은 강을 통해서 바다로 흘러가고 수중 생태계를 교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더구나 조개류나 어류가 삼킨 미세플라스틱은 다시 식탁에 올라올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다시 우리 몸으로 되돌아오게 된다는 겁니다.

■ 하루 1,200만 개비 길거리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

보통 플라스틱 폐기물은 분리해서 수거해 재활용을 합니다. 하지만 담배꽁초는 특성상 플라스틱만 분리하기가 어려워서 생활폐기물 가운데 '기타'로 분류돼 매립 또는 소각됩니다. 이 때문에 담배꽁초가 얼마나 수거되는지, 무단으로 버려진 양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통계도 없었습니다.

국내에서 하루 1,200만 개비의 담배꽁초가 길거리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담배꽁초의 미세플라스틱 유발 위험 우려가 커지자 환경부가 담배꽁초 관리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 담배꽁초 발생 현황에 관한 연구도 처음으로 이뤄졌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성원 의원(국민의힘)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담배꽁초 관리체계 마련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하루 1,200만 개비 정도의 담배꽁초가 길거리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연구진이 서울과 청주에서 상업, 공업, 주거지에서 담배꽁초를 수거한 양과 흡연율, 담배 판매량 등을 고려해 산정한 결과입니다. 국내 하루 평균 담배 판매량이 1억7천만 개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전체 생산량의 7% 정도가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 바다로 흘러가는 담배꽁초 미세플라스틱 하루 최대 0.7톤

이렇게 버려진 담배꽁초는 비와 바람 등에 하수구나 빗물받이로 유입된 후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하수처리시설을 통과해 바다로 흘러갑니다.

담배꽁초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하루 최대 0.7톤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하루 최소 45만 개비, 최대 230만 개비가 해양으로 유입될 것으로 봤습니다. 이런 해양유입량이 100%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는 가정하에 분석한 결과 하루 최대 0.7톤이 국내 연·근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담배꽁초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매일 최대 0.7톤 바다로 흘러간다는 겁니다.

■ 담배꽁초 수거 강화, 친환경 필터 개발해야!

해외에서는 담배의 플라스틱 필터를 감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플라스틱 필터를 2025년까지 절반으로 2030년까지 80% 감축하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구체적인 대책이 없습니다. 담배 제조사들도 소극적인 입장입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8월 28일부터 9월 11일까지 보름간 국내 점유율 상위 4개 업체인 KT&G, 브리티시 아메리칸 타바코 (BAT)코리아, 한국필립모리스, 재팬 타바코 인터내셔널(JTI) 코리아에 담배 플라스틱 필터 사용과 환경개선과 관련한 질의문을 발송했더니 KT&G와 BAT코리아만 응답했습니다. 특히 KT&G는 "플라스틱 필터를 사용 중이며 대체재 연구를 검토하고 있으나 국제적으로 대체물질이 없다"고만 답했습니다.

담배 제조사가 낸 폐기물 부담금은 담뱃세 중 0.84% 수준이다.
담배꽁초 수거, 처리 강화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담배에 대한 폐기물부담금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환경부가 지난해 담배제조사에서 거둔 폐기물 부담금은 약 875억 원에 이르지만, 부담금 대부분은 담배꽁초 수거와 처리에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제조사가 정부에 폐기물부담금을 내면 환경개선특별회계로 편성해 예산을 분배하고 각 지자체가 담배꽁초 폐기물을 관리하는 상황이지만, 아주 적은 수준입니다. 담배 폐기물부담금을 재조정하는 한편, 담배꽁초 수거·재활용을 위한 비용을 따로 책정해 제조사가 낸 금액이 수거에 직접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벨기에의 경우 지방정부가 담배제조사에 직접 청소비용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본, 프랑스, 미국, 호주는 담배제조사와 함께 담배꽁초 수거를 통한 재활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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