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소장 개판”·“말도 하지 마라” 막말 판사들…징계는 ‘0건’
입력 2020.10.06 (06:11) 취재K
“소장의 내용이 한심하다”, “소장이 개판이다” - 2020, 서울남부지방법원
“지금 여기서 판결을 내리라면 내릴 수도 있는데,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까?” - 2019, 수원지방법원
(원고 측 변호인에게) “OOO 선배님은 잘 계시는지요” - 2019, 부산지방법원
“정부 돈을 거저 먹겠냐” - 2018, 서울북부지방법원
(원고에게) “임신을 했냐” -2018, 의정부지방법원
“요즘에는 판사가 무슨 말을 들어주려 하면 더 아는 척하고 말이 많다니까” - 2018,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왜 자꾸 탄원서를 내느냐, 말도 하지 말아라, 가라” -2017, 서울가정법원
“이 사건은 무조건 상고심 가겠네, 상고심 가겠어” - 2016, 부산고등법원
재판이 진행 중인 법정에서 판사가 한 말들이라며 진정이 들어간 사례들입니다.

사실이라면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 신뢰를 저해할 수 있는 발언들이지만, 판사에 대해 조치가 취해진 경우는 한 건도 없습니다.

모두 ‘소송지휘권의 범위를 벗어난 재판진행을 확인할 수 없었다’ 또는 ‘부적절한 언행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 “판사가 막말했다” 최근 5년간 진정 21건..징계는 ‘0건’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제심의관실에 접수된 진정은 모두 21건입니다.

이 가운데 법관징계위원회에 정식으로 넘겨진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법관징계법은 법관, 즉 판사가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을 경우 법관징계위를 열어 처분을 논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5년간의 진정 가운데 2017년 피고인·청원인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한 서울동부지방법원과 청주지방법원 판사들에게 ‘주의 촉구’ 결정이 내려진 적은 있습니다. ‘사안이 경미’한 직무상 과오·품위 손상의 경우 판사에게 서면으로 내려지는 조치가 ‘주의 촉구’입니다. 그게 답니다.

즉 최근 5년 동안 판사 막말에 대해 제대로 된 징계가 이뤄진 경우는 없다는 뜻입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막말 판사에게 주의 조치 등을 하라고 권고했지만, 법원이 따르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해당 판사는 2017년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방청객에게 “주제넘은 짓을 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인권위는 해당 언행이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지만, 법원 측은 “법관의 법정 언행은 재판 범주에 포함된다”며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년 간 21건이라 적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을 주관하는 판사를 관계인이 진정하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죠. 드러난 것보다는 훨씬 많은 이들이 판사의 막말을 그냥 삭였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합니다.

■ 재판 중 막말.. 일반인은 ‘무관용’, 판사는 ‘관용’?

반대로 일반인이 법정에서 막말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 대부분 ‘무관용’원칙이 적용돼 퇴정명령이나 귀가, 훈방, 과태료부과, 감치 처분 등 조치가 이뤄집니다.

비슷한 성격의 발언을 했는데 판사와 일반인에게 각각 내려진 조치가 다르기도 합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피고에게 “목사가 그렇게 거짓말을 하고 다니냐”라고 말했던 원고가 과태료 50만 원 처분을 받았습니다.

반면 1년 전인 2018년 같은 법원에서 판사가 형사사건 피고인에게 “공무원 출신이면서 왜 잘못을 저질렀나”라고 물은 건은 어떻게 처리됐을까요? 해당 피고인이 유죄를 예단하는 발언이라며 진정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당시 정확한 상황과 발언 외 행동 등을 살펴봐야겠지만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공정해야 할 법정 내 규칙이 자신들에게만 불리하게 적용된다는 불만이 나올 법합니다.

■ “판사 막말, 명확한 제재와 처벌 이뤄져야”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법정 내 언행 개선을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2015년부터 정식 도입한 ‘법정 언행 컨설팅’입니다. 외부 전문가가 재판 영상과 실제 재판 과정을 본 뒤 판사의 언행에 대한 1대 1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1년에 판사 100명 정도가 컨설팅을 받는데요. 판사의 막말 퇴출뿐 아니라 재판정 내 소통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법원행정처의 설명입니다.

재판 단계별로 모범적인 진행 절차를 소개하는 ‘법정진행 매뉴얼’도 개정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2011년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법관 평가에서 만점을 받은 이창형(58·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우수 법관 12명이 참여한 법정진행 매뉴얼 개정 연구반이 운영 중입니다.

이 같은 조치와 별개로 판사 막말 재발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막말 판사 징계 자료를 공개한 신동근 의원은 “판사의 막말은 사법부의 명예와 권위를 실추시키는 만큼 판사의 언행은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판사 막말에 대해 명확한 제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전국 모든 법관의 재판 태도와 절차 등을 평가한 ‘법관평가’ 점수는 3년째 80점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 “소장 개판”·“말도 하지 마라” 막말 판사들…징계는 ‘0건’
    • 입력 2020-10-06 06:11:22
    취재K
“소장의 내용이 한심하다”, “소장이 개판이다” - 2020, 서울남부지방법원<br />“지금 여기서 판결을 내리라면 내릴 수도 있는데, 원한다면 그렇게 해줄까?” - 2019, 수원지방법원<br />(원고 측 변호인에게) “OOO 선배님은 잘 계시는지요” - 2019, 부산지방법원<br />“정부 돈을 거저 먹겠냐” - 2018, 서울북부지방법원<br />(원고에게) “임신을 했냐” -2018, 의정부지방법원<br />“요즘에는 판사가 무슨 말을 들어주려 하면 더 아는 척하고 말이 많다니까” - 2018,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br />“왜 자꾸 탄원서를 내느냐, 말도 하지 말아라, 가라” -2017, 서울가정법원<br />“이 사건은 무조건 상고심 가겠네, 상고심 가겠어” - 2016, 부산고등법원
재판이 진행 중인 법정에서 판사가 한 말들이라며 진정이 들어간 사례들입니다.

사실이라면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 신뢰를 저해할 수 있는 발언들이지만, 판사에 대해 조치가 취해진 경우는 한 건도 없습니다.

모두 ‘소송지휘권의 범위를 벗어난 재판진행을 확인할 수 없었다’ 또는 ‘부적절한 언행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 “판사가 막말했다” 최근 5년간 진정 21건..징계는 ‘0건’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제심의관실에 접수된 진정은 모두 21건입니다.

이 가운데 법관징계위원회에 정식으로 넘겨진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법관징계법은 법관, 즉 판사가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을 경우 법관징계위를 열어 처분을 논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5년간의 진정 가운데 2017년 피고인·청원인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한 서울동부지방법원과 청주지방법원 판사들에게 ‘주의 촉구’ 결정이 내려진 적은 있습니다. ‘사안이 경미’한 직무상 과오·품위 손상의 경우 판사에게 서면으로 내려지는 조치가 ‘주의 촉구’입니다. 그게 답니다.

즉 최근 5년 동안 판사 막말에 대해 제대로 된 징계가 이뤄진 경우는 없다는 뜻입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막말 판사에게 주의 조치 등을 하라고 권고했지만, 법원이 따르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해당 판사는 2017년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방청객에게 “주제넘은 짓을 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인권위는 해당 언행이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지만, 법원 측은 “법관의 법정 언행은 재판 범주에 포함된다”며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년 간 21건이라 적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을 주관하는 판사를 관계인이 진정하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죠. 드러난 것보다는 훨씬 많은 이들이 판사의 막말을 그냥 삭였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합니다.

■ 재판 중 막말.. 일반인은 ‘무관용’, 판사는 ‘관용’?

반대로 일반인이 법정에서 막말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 대부분 ‘무관용’원칙이 적용돼 퇴정명령이나 귀가, 훈방, 과태료부과, 감치 처분 등 조치가 이뤄집니다.

비슷한 성격의 발언을 했는데 판사와 일반인에게 각각 내려진 조치가 다르기도 합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피고에게 “목사가 그렇게 거짓말을 하고 다니냐”라고 말했던 원고가 과태료 50만 원 처분을 받았습니다.

반면 1년 전인 2018년 같은 법원에서 판사가 형사사건 피고인에게 “공무원 출신이면서 왜 잘못을 저질렀나”라고 물은 건은 어떻게 처리됐을까요? 해당 피고인이 유죄를 예단하는 발언이라며 진정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당시 정확한 상황과 발언 외 행동 등을 살펴봐야겠지만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가장 공정해야 할 법정 내 규칙이 자신들에게만 불리하게 적용된다는 불만이 나올 법합니다.

■ “판사 막말, 명확한 제재와 처벌 이뤄져야”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법정 내 언행 개선을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2015년부터 정식 도입한 ‘법정 언행 컨설팅’입니다. 외부 전문가가 재판 영상과 실제 재판 과정을 본 뒤 판사의 언행에 대한 1대 1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1년에 판사 100명 정도가 컨설팅을 받는데요. 판사의 막말 퇴출뿐 아니라 재판정 내 소통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법원행정처의 설명입니다.

재판 단계별로 모범적인 진행 절차를 소개하는 ‘법정진행 매뉴얼’도 개정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2011년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법관 평가에서 만점을 받은 이창형(58·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우수 법관 12명이 참여한 법정진행 매뉴얼 개정 연구반이 운영 중입니다.

이 같은 조치와 별개로 판사 막말 재발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막말 판사 징계 자료를 공개한 신동근 의원은 “판사의 막말은 사법부의 명예와 권위를 실추시키는 만큼 판사의 언행은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판사 막말에 대해 명확한 제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전국 모든 법관의 재판 태도와 절차 등을 평가한 ‘법관평가’ 점수는 3년째 80점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