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선 의사 대신 간호사가?…300병상 이상 공공병원 확충 시급

입력 2020.10.0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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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진료 전담공무원', 의사가 없는 도서 지역이나 농어촌에서 의사 대신 의료 행위를 하는 공무원입니다. 주로 간호사들이고, 지역의 보건진료소에서 소장으로 일합니다.

하는 일은 다양합니다. 당뇨나 치매, 고혈압 등 노인성 질환을 진단 관리하고, 응급 환자의 응급 처지와 환자 이송 등을 담당합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산모의 분만을 돕기도 합니다.

모두 의사가 해야 할 의료 행위에 해당합니다. 의사의 의료 행위를 간호사 출신 공무원들이 하고 있는 실정인데, 농어촌에서는 불법이 아닙니다. 의사 배치가 어려운 지역에 한해 일정 교육을 마친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이 의료 행위를 하도록 한 '농어촌 의료법'에 따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 의사 대신 의료 행위 '보건진료 전담공무원' 전국에 1,800여 명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KBS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의사 대신, 의료 행위를 하고 있는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이 전국에 1,800여 명에 달했습니다.

지난 5년 간 의사는 9,000명 가까이 늘었지만, 지역에는 의사 배치가 안 돼,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은 여전히 1,800여 명에 이릅니다.


KBS 취재진은 이런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이 일하고 있는 경상북도 상주시 모서면 정산 1리를 찾았습니다. 60대 이상 어르신 70여 명이 모여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이곳 정산 보건진료소에는 이갑수 소장 홀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노인성 질환 진단과 관리는 물론, 마을 어르신들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왕진도 합니다. 관절염 등으로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의 집에는 직접 찾아가서 혈압과 당 관리, 치매 검사 등도 진행합니다.

■ 도서지역 응급 환자 관리 한계…해경 경비정·닥터 헬기로 응급 이송

그래도 육지의 사정은 나은 편입니다. 1,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전라남도 신안군의 의료 환경은 더욱 열악했습니다. 야간에 열이 펄펄 오른 아이, 낙상 사고를 당한 남성, 갑자기 쓰러진 어르신까지…. 이들은 모두 목포해양경찰서의 경비정으로 육지로 이송됐습니다.

김혜월 흑산면 장도 보건진료소 소장은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김 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119라든가 닥터헬기라든가 해양 경비정을 통해서 육지로 이송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 때 많은 부분들이 난감합니다.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있어서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 김원이 의원 "사는 곳 달라 공공의료 서비스 못 받는 것은 명백한 차별"

대도시에서는 체감할 수 없지만, 중소도시와 섬지역에서는 자주 있는 일입니다. 사는 곳이 다르다고 의료 서비스를 받는 데 심각한 격차가 생기는 현상에 대해, 김원이 의원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지역의 공공병원 확충과 지역 의사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중소도시와 도서 산간 지역까지 의료서비스가 미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의료 전문가들은 지역 중소 도시에 300병 이상의 종합병원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전국 70곳 의료 권역 가운데 이런 병원이 없는 곳은 18곳에 이릅니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지방에 제대로 된 병원이 있어야 거기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자기들이 배운 지식과 기술을 충분히 이용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도 "지방으로 갈수록 의사가 전문의를 취득해서 본인이 닦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지방을 기피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 300병상 이상 병원 확충·공공의료기관 관리 주체 통합 절실

그나마 있는 공공의료기관의 관리 주체가 다른 것도 문제입니다. 국립대학병원은 교육부가, 국립중앙의료원은 보건복지부가, 지방의료원은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부족한 공공의료 인력과 인프라를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은 "현재 있는 공공의료기관의 관리 주체만 같아도 특정 지역에 인력이 부족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그 지역으로 의료 자원을 지원해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결론은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지역의사제도 입니다. 정부는 지난 7월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방안 등을 추진했지만, 의사 단체에 반대에 부딪혀 논의 조차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들은 의사가 지방에서 근무하려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의사들 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의사는 물론, 간호사, 한의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인들의 공통된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또,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서는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진료 행위의 한계도 명백하다고 말합니다. 지난 5년 간 9,000여 명의 의사가 늘었지만, 지방에 의사가 늘지 않은 현실이 그 이유를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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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에선 의사 대신 간호사가?…300병상 이상 공공병원 확충 시급
    • 입력 2020-10-06 08:07:31
    취재K
'보건진료 전담공무원', 의사가 없는 도서 지역이나 농어촌에서 의사 대신 의료 행위를 하는 공무원입니다. 주로 간호사들이고, 지역의 보건진료소에서 소장으로 일합니다.

하는 일은 다양합니다. 당뇨나 치매, 고혈압 등 노인성 질환을 진단 관리하고, 응급 환자의 응급 처지와 환자 이송 등을 담당합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산모의 분만을 돕기도 합니다.

모두 의사가 해야 할 의료 행위에 해당합니다. 의사의 의료 행위를 간호사 출신 공무원들이 하고 있는 실정인데, 농어촌에서는 불법이 아닙니다. 의사 배치가 어려운 지역에 한해 일정 교육을 마친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이 의료 행위를 하도록 한 '농어촌 의료법'에 따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 의사 대신 의료 행위 '보건진료 전담공무원' 전국에 1,800여 명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이 KBS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의사 대신, 의료 행위를 하고 있는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이 전국에 1,800여 명에 달했습니다.

지난 5년 간 의사는 9,000명 가까이 늘었지만, 지역에는 의사 배치가 안 돼,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은 여전히 1,800여 명에 이릅니다.


KBS 취재진은 이런 '보건진료 전담공무원'이 일하고 있는 경상북도 상주시 모서면 정산 1리를 찾았습니다. 60대 이상 어르신 70여 명이 모여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이곳 정산 보건진료소에는 이갑수 소장 홀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노인성 질환 진단과 관리는 물론, 마을 어르신들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왕진도 합니다. 관절염 등으로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의 집에는 직접 찾아가서 혈압과 당 관리, 치매 검사 등도 진행합니다.

■ 도서지역 응급 환자 관리 한계…해경 경비정·닥터 헬기로 응급 이송

그래도 육지의 사정은 나은 편입니다. 1,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전라남도 신안군의 의료 환경은 더욱 열악했습니다. 야간에 열이 펄펄 오른 아이, 낙상 사고를 당한 남성, 갑자기 쓰러진 어르신까지…. 이들은 모두 목포해양경찰서의 경비정으로 육지로 이송됐습니다.

김혜월 흑산면 장도 보건진료소 소장은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가장 힘들다고 합니다. 김 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119라든가 닥터헬기라든가 해양 경비정을 통해서 육지로 이송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 때 많은 부분들이 난감합니다.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경우도 있어서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 김원이 의원 "사는 곳 달라 공공의료 서비스 못 받는 것은 명백한 차별"

대도시에서는 체감할 수 없지만, 중소도시와 섬지역에서는 자주 있는 일입니다. 사는 곳이 다르다고 의료 서비스를 받는 데 심각한 격차가 생기는 현상에 대해, 김원이 의원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지역의 공공병원 확충과 지역 의사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중소도시와 도서 산간 지역까지 의료서비스가 미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의료 전문가들은 지역 중소 도시에 300병 이상의 종합병원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전국 70곳 의료 권역 가운데 이런 병원이 없는 곳은 18곳에 이릅니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지방에 제대로 된 병원이 있어야 거기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자기들이 배운 지식과 기술을 충분히 이용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도 "지방으로 갈수록 의사가 전문의를 취득해서 본인이 닦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지방을 기피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 300병상 이상 병원 확충·공공의료기관 관리 주체 통합 절실

그나마 있는 공공의료기관의 관리 주체가 다른 것도 문제입니다. 국립대학병원은 교육부가, 국립중앙의료원은 보건복지부가, 지방의료원은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부족한 공공의료 인력과 인프라를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은 "현재 있는 공공의료기관의 관리 주체만 같아도 특정 지역에 인력이 부족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그 지역으로 의료 자원을 지원해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결론은 공공의료기관 확충과 지역의사제도 입니다. 정부는 지난 7월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방안 등을 추진했지만, 의사 단체에 반대에 부딪혀 논의 조차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들은 의사가 지방에서 근무하려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의사들 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의사는 물론, 간호사, 한의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인들의 공통된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또,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서는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진료 행위의 한계도 명백하다고 말합니다. 지난 5년 간 9,000여 명의 의사가 늘었지만, 지방에 의사가 늘지 않은 현실이 그 이유를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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