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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식당은 열고, 술집은 닫아라”…프랑스식 ‘고무줄’ 방역
입력 2020.10.06 (09:58) 특파원 리포트
"올 것이 왔다"…파리에 코로나19 '최고 경계령'

연일 거센 가을비로 온통 회색빛인 프랑스 파리의 일요일(4일) 늦은 저녁, 더 우울한 속보가 날아들었다. 파리와 파리를 감싸고 있는 수도권 3개 주에 코로나19 '최고 경계'가 발령될 거란 내용이었다.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19 확산세에, 이미 한참 전부터 프랑스 정부는 파리에 '최고 경계' 가능성을 경고해왔고 결국 올 것이 온 셈이었다. 제2 도시인 마르세유엔 지난달 24일부터 최고 경계령이 내려졌고 일주일가량 술집과 식당 운영이 전면 폐쇄됐다.

"보름 동안 술집·카페 전면 폐쇄…식당은 계속 영업"

그러나 수도 파리에 최고 경계령이 내려지면서부터는 방역 지침이 좀 달라졌다. 그동안 밤 10시가 되면 문을 닫아야 했던 파리의 술집들은 현지시각 오늘(6일)부터 최소 2주 동안 완전히 문을 닫는다. 술을 파는 '바'뿐 아니라 '카페'도 포함됐다. 반면 '레스토랑'은 계속 영업할 수 있다. 앞서 모두 문을 닫은 마르세유에서도 술집은 계속 폐쇄되지만, 식당은 다시 장사가 허용됐다.

식욕을 돋우는 '아페리티프', 즉 식전주로 식사를 시작하고 본식에 포도주 등 반주는 물론 식후엔 소화를 돕는 '디제스티프'로 마무리하는 흔한 프랑스식 식사. 레스토랑에서 술은 빠질 수 없는 메뉴인데도 식당은 열고, 술집은 닫는 조치가 과연 방역에 어떤 효과가 있다고 프랑스 정부는 판단한 것일까?

식당은 되고, 술집은 안 된다? 근거는

일간지 '르 피가로'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술집을 코로나19 확산의 '매우 중요한 감염지'로 간주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이 식당에 갈 확률은 2.8배지만 술집에 갈 확률은 3.9배" 라며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 측 연구 결과를 강조해 왔다는 것이다. 프랑스 보건부는 지난주 술집과 레스토랑 50곳이 클러스터(집단 감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당은 되고, 술집은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보건 당국의 근거가 초라하다. 술을 마시면 방역 의식이 느슨해져 화장실 갈 때 마스크 쓰기 같은 수칙을 어기기 쉽고, 특히 좁은 바에 서서 한데 모여 술을 마실 경우 침방울이나 접촉을 통한 감염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프랑스 과학자문위원회의 바이러스 학자 브루노 리나는 공영방송 프랑스 앵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밀집의 논리'에 따라 술집 폐쇄가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식업계 강력 반발·지자체장들도 '울컥'

요식업계의 강한 반발도 이런 모호한 지침에 한몫을 했다. 석 달 가까운 봉쇄령으로 입은 타격이 채 회복되지 않았는데 '최고 경계령'에 따라 술집과 레스토랑을 다시 폐쇄한다는 결정이 지난달 24일 내려지자, 마르세유에선 수백 명의 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지방 법원 앞에서, 고속도로 분기점에서 시위를 벌였다. 파리와 릴, 리옹 등 대도시들로도 시위가 번졌다.


지방 자치단체장들도 들고 일어섰다. 미셸 뤼비올라 마르세유 시장부터 "정부가 사전에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며 일방적 결정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비난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도 "레스토랑이 문 닫는 일은 없어야 한다" "술집의 영업 시간 제한은 법적 근거가 없다." 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런 반발에 "모든 호텔, 카페, 레스토랑에 대해 85%만 지원했던 부분 실업 급여를 올해 말까지 100% 지원하겠다" "각종 공과금을 면제하고, 영업 피해 보상금도 기존 천5백 유로에서 만 유로(우리 돈 약 천3백만 원)로 올리겠다."라며 달래기에 나섰던 프랑스 정부도 결국 한발 물러섰다. 경제적 충격과 여론 악화의 파장을 줄이기 위해 레스토랑만큼은 영업을 허용한 것이다. 한 테이블에 최대 6명까지만 앉고, 자리에서 계산해야 하며 식당 측이 손님의 연락처를 확보해야 하는 등 '강화된 방역 지침을 준수한다는 조건' 아래서다.


하지만 당장 현장에선 혼선이 불 보듯 뻔하다. 주류 판매 허가가 있으면 식당도 술을 팔 수 있는데, 온전히 술만 파는 '순수 술집'을 어떻게 구분하느냐의 문제 때문이다. 지역별 방역 지침을 실행, 단속하는 프랑스 경찰청은 "주로 술을 팔면 술집, 주로 음식을 파는데 술을 곁들여 파는 곳은 식당" 이라며 고무줄 정의를 내놨다.

"주로 술을 팔면 술집"…프랑스식 '고무줄' 방역

우리의 수도권에 해당하는 일드 프랑스의 요식·숙박업 협회에선 그나마 구체적인 잣대를 제시했다. 술집 가운데 감자칩이나 햄, 치즈 같은 안주만 파는 바'는 폐쇄해야 하고, 바나 브라스리(술과 함께 간단한 음식을 파는 식당) 중에서도 제대로 식사 메뉴를 갖춘 곳은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봤다. '주류업'으로 분류된 비스트로(프랑스 전통식을 파는 작은 식당)라도, 주요 매출이 음식 판매일 경우엔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테이블 위에 술이냐, 음식이냐, 뭐가 더 올려져 있느냐에 따라 단속이 이뤄지지 않을까요?" 라는 혼란을 가중시키는 부연도 덧붙였다.

코로나19 때문에 다시 영업 제한 조치를 도입한 다른 이웃 나라들 중에도 술집과 식당에 따로 제한을 둔 곳은 드물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술집, 식당 모두 밤 10시에 문을 닫아야 한다. 독일은 조치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바와 레스토랑, 카페의 구분을 두지는 않았다. 프랑스 북쪽 국경을 접한 벨기에만 레스토랑은 그대로 문을 열고, 술집은 밤 11시부터 문을 닫도록 제한하고 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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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식당은 열고, 술집은 닫아라”…프랑스식 ‘고무줄’ 방역
    • 입력 2020-10-06 09:58:10
    특파원 리포트
"올 것이 왔다"…파리에 코로나19 '최고 경계령'

연일 거센 가을비로 온통 회색빛인 프랑스 파리의 일요일(4일) 늦은 저녁, 더 우울한 속보가 날아들었다. 파리와 파리를 감싸고 있는 수도권 3개 주에 코로나19 '최고 경계'가 발령될 거란 내용이었다.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19 확산세에, 이미 한참 전부터 프랑스 정부는 파리에 '최고 경계' 가능성을 경고해왔고 결국 올 것이 온 셈이었다. 제2 도시인 마르세유엔 지난달 24일부터 최고 경계령이 내려졌고 일주일가량 술집과 식당 운영이 전면 폐쇄됐다.

"보름 동안 술집·카페 전면 폐쇄…식당은 계속 영업"

그러나 수도 파리에 최고 경계령이 내려지면서부터는 방역 지침이 좀 달라졌다. 그동안 밤 10시가 되면 문을 닫아야 했던 파리의 술집들은 현지시각 오늘(6일)부터 최소 2주 동안 완전히 문을 닫는다. 술을 파는 '바'뿐 아니라 '카페'도 포함됐다. 반면 '레스토랑'은 계속 영업할 수 있다. 앞서 모두 문을 닫은 마르세유에서도 술집은 계속 폐쇄되지만, 식당은 다시 장사가 허용됐다.

식욕을 돋우는 '아페리티프', 즉 식전주로 식사를 시작하고 본식에 포도주 등 반주는 물론 식후엔 소화를 돕는 '디제스티프'로 마무리하는 흔한 프랑스식 식사. 레스토랑에서 술은 빠질 수 없는 메뉴인데도 식당은 열고, 술집은 닫는 조치가 과연 방역에 어떤 효과가 있다고 프랑스 정부는 판단한 것일까?

식당은 되고, 술집은 안 된다? 근거는

일간지 '르 피가로'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술집을 코로나19 확산의 '매우 중요한 감염지'로 간주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들이 식당에 갈 확률은 2.8배지만 술집에 갈 확률은 3.9배" 라며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 측 연구 결과를 강조해 왔다는 것이다. 프랑스 보건부는 지난주 술집과 레스토랑 50곳이 클러스터(집단 감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당은 되고, 술집은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보건 당국의 근거가 초라하다. 술을 마시면 방역 의식이 느슨해져 화장실 갈 때 마스크 쓰기 같은 수칙을 어기기 쉽고, 특히 좁은 바에 서서 한데 모여 술을 마실 경우 침방울이나 접촉을 통한 감염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프랑스 과학자문위원회의 바이러스 학자 브루노 리나는 공영방송 프랑스 앵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밀집의 논리'에 따라 술집 폐쇄가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식업계 강력 반발·지자체장들도 '울컥'

요식업계의 강한 반발도 이런 모호한 지침에 한몫을 했다. 석 달 가까운 봉쇄령으로 입은 타격이 채 회복되지 않았는데 '최고 경계령'에 따라 술집과 레스토랑을 다시 폐쇄한다는 결정이 지난달 24일 내려지자, 마르세유에선 수백 명의 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지방 법원 앞에서, 고속도로 분기점에서 시위를 벌였다. 파리와 릴, 리옹 등 대도시들로도 시위가 번졌다.


지방 자치단체장들도 들고 일어섰다. 미셸 뤼비올라 마르세유 시장부터 "정부가 사전에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며 일방적 결정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비난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도 "레스토랑이 문 닫는 일은 없어야 한다" "술집의 영업 시간 제한은 법적 근거가 없다." 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런 반발에 "모든 호텔, 카페, 레스토랑에 대해 85%만 지원했던 부분 실업 급여를 올해 말까지 100% 지원하겠다" "각종 공과금을 면제하고, 영업 피해 보상금도 기존 천5백 유로에서 만 유로(우리 돈 약 천3백만 원)로 올리겠다."라며 달래기에 나섰던 프랑스 정부도 결국 한발 물러섰다. 경제적 충격과 여론 악화의 파장을 줄이기 위해 레스토랑만큼은 영업을 허용한 것이다. 한 테이블에 최대 6명까지만 앉고, 자리에서 계산해야 하며 식당 측이 손님의 연락처를 확보해야 하는 등 '강화된 방역 지침을 준수한다는 조건' 아래서다.


하지만 당장 현장에선 혼선이 불 보듯 뻔하다. 주류 판매 허가가 있으면 식당도 술을 팔 수 있는데, 온전히 술만 파는 '순수 술집'을 어떻게 구분하느냐의 문제 때문이다. 지역별 방역 지침을 실행, 단속하는 프랑스 경찰청은 "주로 술을 팔면 술집, 주로 음식을 파는데 술을 곁들여 파는 곳은 식당" 이라며 고무줄 정의를 내놨다.

"주로 술을 팔면 술집"…프랑스식 '고무줄' 방역

우리의 수도권에 해당하는 일드 프랑스의 요식·숙박업 협회에선 그나마 구체적인 잣대를 제시했다. 술집 가운데 감자칩이나 햄, 치즈 같은 안주만 파는 바'는 폐쇄해야 하고, 바나 브라스리(술과 함께 간단한 음식을 파는 식당) 중에서도 제대로 식사 메뉴를 갖춘 곳은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봤다. '주류업'으로 분류된 비스트로(프랑스 전통식을 파는 작은 식당)라도, 주요 매출이 음식 판매일 경우엔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테이블 위에 술이냐, 음식이냐, 뭐가 더 올려져 있느냐에 따라 단속이 이뤄지지 않을까요?" 라는 혼란을 가중시키는 부연도 덧붙였다.

코로나19 때문에 다시 영업 제한 조치를 도입한 다른 이웃 나라들 중에도 술집과 식당에 따로 제한을 둔 곳은 드물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술집, 식당 모두 밤 10시에 문을 닫아야 한다. 독일은 조치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바와 레스토랑, 카페의 구분을 두지는 않았다. 프랑스 북쪽 국경을 접한 벨기에만 레스토랑은 그대로 문을 열고, 술집은 밤 11시부터 문을 닫도록 제한하고 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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