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등학교 직원이 SAT 시험지 유출 의혹…경찰, 압수수색

입력 2020.10.0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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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학 입학시험인 SAT 시험지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국내 시험장 가운데 한 곳에서 시험지가 유출된 정황을 확보하고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오늘(6일) 오전부터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A 고등학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SAT는 전국 17곳의 시험장에서 모두 3차례 치러졌는데, 이 고등학교도 시험장 가운데 한 곳입니다.

경찰은 이 학교에서 외국대학 진학 상담을 맡고 있는 B 씨가 시험장으로 배송된 시험지 사진을 찍어 국내 브로커 C 씨에게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유출된 시험지는 시차 때문에 한국보다 늦게 시험을 보는 국가에 미리 가 있던 수험생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SAT 시험지 유출은 주로 보안이 취약한 중국 등을 노려 밀봉된 상태의 시험지를 미리 확보해 최대 1주일 정도 미리 수험생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이 이용됐는데, 국내에서 시험지가 미리 유출된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학교 측 "B 씨는 테스트 코디네이터…학교와 관련 없어"

앞서 경찰은 C 씨를 구속하고 학원 강사 1명과 학부모 20여 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C 씨는 2014년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SAT 문제를 유출한 뒤 문제와 정답지를 2천만 원에서 최대 5천만 원을 받고 판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미리 받은 문제지로 시험을 본 학생들은 미국 주요 대학에 실제 합격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경기도 용인시 A 고등학교에서 오랜 기간 학생들을 지도해 온 B 씨가 지난 2017년부터 3년 동안 C 씨에게 시험지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B 씨의 SAT 관련 저서를 보면, B 씨는 300명이 넘는 학생들을 해외 대학에 진학시킨 '베테랑 카운슬러'라고 소개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용인시 A 고등학교 관계자는 KBS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B 씨는 시험장마다 지정된 테스트 코디네이터였고, 코디네이터만 시험지를 만질 수 있다"면서 학교와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시험 당일 SAT에서 위탁한 기관에서 감독관이 시험지를 가지고 오고,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만큼 유출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B 씨의 혐의에 대해 학교 측이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드릴 말씀은 없다"면서 "혐의가 확정되기 전까지 별도의 인사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찰은 오늘 압수수색에서 B 씨의 사무실 컴퓨터와 시험본부에 설치됐던 CCTV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이 자료들을 분석해 문제 유출 과정을 파악할 계획입니다. 또, 다른 학원에서도 시험지가 유출된 정황이 있는지 수사를 계속 이어갈 방침입니다.


■또 터진 SAT 시험지 유출 사건…수험생 피해 우려

SAT 시험은 비영리단체 칼리지보드가 실시하게 돼 있지만, 시험문제 개발·관리 및 실제 시험 운영 등은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가 주관하고 있습니다.

시험이 문제 은행 방법으로 출제돼 기출문제는 원칙적으로 비공개입니다. 기존에 나왔던 문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문제는 ETS가 인정하는 경로를 통해 구입할 수 있지만, 복제배포나 학원에서 강의하는 것은 금지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해외 명문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SAT 기출문제를 입수해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브로커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검찰은 SAT 시험문제를 유출한 학원 12곳의 원장 및 강사 14명과 브로커 8명을 저작권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한 학원 원장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거나 카메라를 이용해 시험장에서 문제를 암기 또는 촬영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유출했습니다. 또 다른 원장은 전문 브로커를 통해 기출문제를 구입해 학원 강의·교재로 사용했습니다.

SAT 시험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6회 시행되는데, 한국은 이 사건으로 1년에 4회로 축소됐습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 수칙에 따라 지역별 시험장들이 폐쇄 또는 규모 축소가 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성실하게 시험을 준비해 온 학생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돌아가진 않을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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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고등학교 직원이 SAT 시험지 유출 의혹…경찰, 압수수색
    • 입력 2020-10-06 18:47:02
    취재K
미국의 대학 입학시험인 SAT 시험지 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국내 시험장 가운데 한 곳에서 시험지가 유출된 정황을 확보하고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오늘(6일) 오전부터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A 고등학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SAT는 전국 17곳의 시험장에서 모두 3차례 치러졌는데, 이 고등학교도 시험장 가운데 한 곳입니다.

경찰은 이 학교에서 외국대학 진학 상담을 맡고 있는 B 씨가 시험장으로 배송된 시험지 사진을 찍어 국내 브로커 C 씨에게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유출된 시험지는 시차 때문에 한국보다 늦게 시험을 보는 국가에 미리 가 있던 수험생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SAT 시험지 유출은 주로 보안이 취약한 중국 등을 노려 밀봉된 상태의 시험지를 미리 확보해 최대 1주일 정도 미리 수험생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이 이용됐는데, 국내에서 시험지가 미리 유출된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학교 측 "B 씨는 테스트 코디네이터…학교와 관련 없어"

앞서 경찰은 C 씨를 구속하고 학원 강사 1명과 학부모 20여 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C 씨는 2014년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SAT 문제를 유출한 뒤 문제와 정답지를 2천만 원에서 최대 5천만 원을 받고 판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미리 받은 문제지로 시험을 본 학생들은 미국 주요 대학에 실제 합격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경기도 용인시 A 고등학교에서 오랜 기간 학생들을 지도해 온 B 씨가 지난 2017년부터 3년 동안 C 씨에게 시험지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B 씨의 SAT 관련 저서를 보면, B 씨는 300명이 넘는 학생들을 해외 대학에 진학시킨 '베테랑 카운슬러'라고 소개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용인시 A 고등학교 관계자는 KBS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B 씨는 시험장마다 지정된 테스트 코디네이터였고, 코디네이터만 시험지를 만질 수 있다"면서 학교와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시험 당일 SAT에서 위탁한 기관에서 감독관이 시험지를 가지고 오고,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만큼 유출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B 씨의 혐의에 대해 학교 측이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드릴 말씀은 없다"면서 "혐의가 확정되기 전까지 별도의 인사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찰은 오늘 압수수색에서 B 씨의 사무실 컴퓨터와 시험본부에 설치됐던 CCTV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이 자료들을 분석해 문제 유출 과정을 파악할 계획입니다. 또, 다른 학원에서도 시험지가 유출된 정황이 있는지 수사를 계속 이어갈 방침입니다.


■또 터진 SAT 시험지 유출 사건…수험생 피해 우려

SAT 시험은 비영리단체 칼리지보드가 실시하게 돼 있지만, 시험문제 개발·관리 및 실제 시험 운영 등은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가 주관하고 있습니다.

시험이 문제 은행 방법으로 출제돼 기출문제는 원칙적으로 비공개입니다. 기존에 나왔던 문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문제는 ETS가 인정하는 경로를 통해 구입할 수 있지만, 복제배포나 학원에서 강의하는 것은 금지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해외 명문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SAT 기출문제를 입수해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브로커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검찰은 SAT 시험문제를 유출한 학원 12곳의 원장 및 강사 14명과 브로커 8명을 저작권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한 학원 원장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거나 카메라를 이용해 시험장에서 문제를 암기 또는 촬영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유출했습니다. 또 다른 원장은 전문 브로커를 통해 기출문제를 구입해 학원 강의·교재로 사용했습니다.

SAT 시험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6회 시행되는데, 한국은 이 사건으로 1년에 4회로 축소됐습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 수칙에 따라 지역별 시험장들이 폐쇄 또는 규모 축소가 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성실하게 시험을 준비해 온 학생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돌아가진 않을지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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