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노벨 과학상 올해도 한국은 없었다…“아직은 2℃ 부족”
입력 2020.10.08 (14:42) 취재K
"우리나라는 (노벨 과학상에) 98℃ 정도까지 와 있다. 물은 100℃가 되기 전에는 절대 끓지 않는다"

어제(7일) 2020 노벨 화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몰려든 국내 취재진 앞에서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장)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이번 노벨 화학상의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집중 조명을 받자 수상 가능성을 부인하며 한 말입니다.

2020노벨 화학상, 프랑스·미국 여성 과학자 수상
지난달 23일 글로벌 정보 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는 올해 논문 피인용 우수 과학자 17명을 선정했습니다. 이 중에는 현 교수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노벨상 후보에 누가 올랐는지는 50년 동안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분석 자료가 그해 노벨상 수상을 예측하는 거의 유일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2020 노벨과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현 교수의 이름이 언론을 통해 집중적으로 주목받은 이유입니다.

"한국인 첫 노벨 과학상 수상"이라는 역사가 쓰일지 취재진은 반신반의하며 스웨덴 스톡홀름의 발표 현장을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2020 노벨 화학상 역시 한국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올해 노벨 화학상은 '유전자 가위'를 연구한 여성학자들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미국의 제니퍼 A. 다우드나에게 돌아갔습니다.


유력 후보 거론 현택환 교수 "아직 때가 아니다"

몰려든 취재진들과 함께 서울대 연구실에서 유튜브 생중계로 노벨 화학상 수상자 발표 순간을 지켜보던 현 교수는 "I told you(내가 그랬잖아)"라며 이번 노벨상에선 자신의 수상 가능성이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현 교수는 균일한 나노 입자를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는 '승온법'을 개발해 전 세계 학계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첨단 소재 등 미래가 무궁무진한 나노 분야에서 현 교수의 합성법은 일종의 표준처럼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번 노벨 화학상의 영광은 다른 사람에게 갔지만, 앞으로 현 교수에게 얼마든지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게 과학계의 평가입니다.

현 교수 역시 올해 수상 가능성은 부인하면서도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피인용 우수 과학자 선정 등은 제 연구가 노벨상을 받을 정도의 위치까지는 올라가 있다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현 교수는 "나노 기술을 산업적으로 응용하고, 대량 합성하려면 저의 논문을 피해갈 수가 없다. 원천의 원천 기술에 해당한다"고 연구에 대한 자부심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논문 인용 수 등 '노벨상급'

논문 인용 수는 노벨상 과학상 수상자 선정의 주요 기준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한국연구재단의 '노벨과학상 종합분석 보고서'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30명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의 논문 한 편당 인용 수는 평균 110.9회, 상위 10% 저널에 발표된 논문은 평균 202개입니다.

현 교수의 연구 실적을 수치로만 보면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의 평균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현 교수가 펴낸 논문(2019년 기준)은 모두 381편, 논문 한 편당 평균 인용 수는 144회입니다. 상위 10% 저널에 발표된 논문은 3백30여 개입니다.

클래리베이트는 2014년에는 유룡 카이스트 교수, 2017년에는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를 각각 화학 분야의 논문 피인용 우수 과학자로 선정한 적이 있습니다. 논문 한편당 인용 수가 유 교수는 114.6회, 박 교수는 108.3회로 역시 노벨상 수상자들과 견줄 만합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노벨 화학상 관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간담회에서 "현 교수가 이번에 상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워할 이유는 없다. 나노가 뜨거운 분야이기 때문에 노벨상 후보로 살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유 교수와 박 교수에 대해서도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충분한 연구자"라고 했습니다.

'노벨 과학상' 일본 24명 5위…한국 0명

1901년 시작한 노벨 과학상은 지금까지 모두 6백여 명의 수상자가 나왔습니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가 전체 수상자의 70%를 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24명으로 세계 5위 국가인데, 한국은 아직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고 있지 못합니다.

노벨상은 단기 성과만으로는 부족하고, 보통 20~30년에 걸친 연구 업적을 바탕으로 수상자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 연령도 68세 정도로 높습니다.

공학기술의 발전에 집중하고, 1990년대 초반에서야 기초과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한국으로선 어쩌면 노벨상과 아직 인연이 없는 게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노벨상급 과학자 있다는 건 '한강의 기적'"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은 27조 2천억 원 규모입니다. GDP 대비 R&D 예산 비중이 OECD 국가 중 가장 많습니다. 기초 R&D 분야에 배정된 예산도 7조 3천억 원으로 작지 않은 비중입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등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기초연구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목표인데요.

현 교수는 "해외에서 노벨상을 수상하는 연구 기관들이 100년 이상 된 곳이 많은데 우리 기초과학연구원은 이제 8~9년 정도가 됐다"며 "1990년대 초반부터 기초 과학에 투자해 이제 30년도 채 되지 않은 한국에서 노벨상급에 가 있는 학자들이 여러 명이 있다는 건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연구자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노벨 과학상 올해도 한국은 없었다…“아직은 2℃ 부족”
    • 입력 2020-10-08 14:42:17
    취재K
"우리나라는 (노벨 과학상에) 98℃ 정도까지 와 있다. 물은 100℃가 되기 전에는 절대 끓지 않는다"

어제(7일) 2020 노벨 화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몰려든 국내 취재진 앞에서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장)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이번 노벨 화학상의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집중 조명을 받자 수상 가능성을 부인하며 한 말입니다.

2020노벨 화학상, 프랑스·미국 여성 과학자 수상
지난달 23일 글로벌 정보 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는 올해 논문 피인용 우수 과학자 17명을 선정했습니다. 이 중에는 현 교수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노벨상 후보에 누가 올랐는지는 50년 동안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분석 자료가 그해 노벨상 수상을 예측하는 거의 유일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2020 노벨과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현 교수의 이름이 언론을 통해 집중적으로 주목받은 이유입니다.

"한국인 첫 노벨 과학상 수상"이라는 역사가 쓰일지 취재진은 반신반의하며 스웨덴 스톡홀름의 발표 현장을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2020 노벨 화학상 역시 한국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올해 노벨 화학상은 '유전자 가위'를 연구한 여성학자들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미국의 제니퍼 A. 다우드나에게 돌아갔습니다.


유력 후보 거론 현택환 교수 "아직 때가 아니다"

몰려든 취재진들과 함께 서울대 연구실에서 유튜브 생중계로 노벨 화학상 수상자 발표 순간을 지켜보던 현 교수는 "I told you(내가 그랬잖아)"라며 이번 노벨상에선 자신의 수상 가능성이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현 교수는 균일한 나노 입자를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는 '승온법'을 개발해 전 세계 학계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첨단 소재 등 미래가 무궁무진한 나노 분야에서 현 교수의 합성법은 일종의 표준처럼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번 노벨 화학상의 영광은 다른 사람에게 갔지만, 앞으로 현 교수에게 얼마든지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게 과학계의 평가입니다.

현 교수 역시 올해 수상 가능성은 부인하면서도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피인용 우수 과학자 선정 등은 제 연구가 노벨상을 받을 정도의 위치까지는 올라가 있다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현 교수는 "나노 기술을 산업적으로 응용하고, 대량 합성하려면 저의 논문을 피해갈 수가 없다. 원천의 원천 기술에 해당한다"고 연구에 대한 자부심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논문 인용 수 등 '노벨상급'

논문 인용 수는 노벨상 과학상 수상자 선정의 주요 기준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한국연구재단의 '노벨과학상 종합분석 보고서' 자료를 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30명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의 논문 한 편당 인용 수는 평균 110.9회, 상위 10% 저널에 발표된 논문은 평균 202개입니다.

현 교수의 연구 실적을 수치로만 보면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의 평균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현 교수가 펴낸 논문(2019년 기준)은 모두 381편, 논문 한 편당 평균 인용 수는 144회입니다. 상위 10% 저널에 발표된 논문은 3백30여 개입니다.

클래리베이트는 2014년에는 유룡 카이스트 교수, 2017년에는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를 각각 화학 분야의 논문 피인용 우수 과학자로 선정한 적이 있습니다. 논문 한편당 인용 수가 유 교수는 114.6회, 박 교수는 108.3회로 역시 노벨상 수상자들과 견줄 만합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노벨 화학상 관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간담회에서 "현 교수가 이번에 상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워할 이유는 없다. 나노가 뜨거운 분야이기 때문에 노벨상 후보로 살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유 교수와 박 교수에 대해서도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충분한 연구자"라고 했습니다.

'노벨 과학상' 일본 24명 5위…한국 0명

1901년 시작한 노벨 과학상은 지금까지 모두 6백여 명의 수상자가 나왔습니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가 전체 수상자의 70%를 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24명으로 세계 5위 국가인데, 한국은 아직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고 있지 못합니다.

노벨상은 단기 성과만으로는 부족하고, 보통 20~30년에 걸친 연구 업적을 바탕으로 수상자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 연령도 68세 정도로 높습니다.

공학기술의 발전에 집중하고, 1990년대 초반에서야 기초과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한국으로선 어쩌면 노벨상과 아직 인연이 없는 게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노벨상급 과학자 있다는 건 '한강의 기적'"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은 27조 2천억 원 규모입니다. GDP 대비 R&D 예산 비중이 OECD 국가 중 가장 많습니다. 기초 R&D 분야에 배정된 예산도 7조 3천억 원으로 작지 않은 비중입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등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기초연구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목표인데요.

현 교수는 "해외에서 노벨상을 수상하는 연구 기관들이 100년 이상 된 곳이 많은데 우리 기초과학연구원은 이제 8~9년 정도가 됐다"며 "1990년대 초반부터 기초 과학에 투자해 이제 30년도 채 되지 않은 한국에서 노벨상급에 가 있는 학자들이 여러 명이 있다는 건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연구자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