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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어도 “방법 없다”…브로커들의 ‘카셰어링’ 렌트
입력 2020.10.08 (17:53) 수정 2020.10.08 (17:55) 취재K
지난 추석 당일(1일) 전남 화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이 뺑소니 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사고를 내고 달아났다가 1시간여 만에 되돌아온 운전자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운전면허도 없었고, 차는 카셰어링으로 빌린 것이었습니다.

■ 시속 30㎞ 도로 횡단보도에서 질주

고교생이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사망 사고를 낸 지점은 시속 30㎞ 도로의 횡단보도입니다. 당시 CCTV 녹화 자료를 보면 피해자는 횡단보도를 천천히 건너는데, 차량은 멈추지 않고 빠른 속도로 질주합니다. 현장을 지나던 차량들이 놀라 멈춰 섰고, 신고를 받은 119구급대가 출동했지만, 차에 치인 20대 여성은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피해자를 치고도 그대로 현장을 벗어났던 차량은 약 1시간 만에 돌아왔습니다. 이미 피해자가 숨진 뒤였습니다. 차를 운전한 건 고교생 A 군. 차에는 또래 4명도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운전자 A 군을 구속했습니다.

■ 카셰어링으로 빌린 렌터카…계정 주인과 고교생은 모르는 사이

경찰은 면허도 없는 고교생들이 어디에서 차를 가져왔는지 수사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고교생들이 운전한 승용차는 사고 당일 카셰어링을 통해 빌린 것이었습니다. 고교생들은 카셰어링 업체가 차고지로 빌려 쓰고 있는 광주광역시 한 주차장에서 차를 빌렸습니다.

차를 빌리는 데 이용된 계정은 30대 B 씨의 것이었습니다. 수사 초기 경찰은 고교생들이 B 씨에게 직접 대가를 주고 계정을 빌렸을 가능성을 높게 봤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진술이 나왔습니다. 고교생들도 B 씨도 "상대방을 전혀 모른다. 만난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 운전면허증 주인과 무면허 운전자의 '연결고리'

카셰어링 렌터카의 대여 과정을 수사하던 경찰은 제3의 인물이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고등학생과 카셰어링 계정 주인 사이에서 돈을 받고 차를 빌려주는 전문 브로커였습니다.

운전자인 고교생의 친구는 인터넷을 통해 접촉한 브로커에게 하루 이용료 18만 원을 주고 차를 빌렸다고 진술했습니다. 계정 주인 B 씨는 명의 대여 대가로 3만 원을 브로커에게서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양측이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브로커를 통해 거래한 겁니다. 고교생에게 18만 원을 받아 계정 주인에게 3만 원을 준 브로커는 남은 15만 원 가운데 카셰어링 업체에 줄 렌터카 이용료를 빼고 10만 원 안팎을 챙긴 것으로 보입니다.

■ 미성년자도 OK…'교통사고도 걱정 마세요'

운전면허가 없는 성인이나 청소년이 카셰어링 렌터카를 누군가의 계정으로 빌리는 게 정말 가능한 걸까요. 취재팀이 SNS 광고를 보고 접촉한 결과 사실이었습니다.

카셰어링 렌터카를 빌려주겠다고 밝힌 상대방은 "나이가 17인데 가능할까요"라는 물음에 '지역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면허가 없는데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에는 "(교통)사고가 나도 처리 비용만 내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가 요구한 비용은 하루에 19만 원. 이 금액 가운데 카셰어링 업체에 낼 차량 대여료와 이용료를 제외하고 자신이 수수료 명목으로 6만 원을 갖는다고 했습니다. 이 돈을 모두 챙기거나 계정 주인과 나눠 갖는 것으로 보입니다. "18만 원을 주고 브로커에게 차를 빌렸다"는 고교생의 진술과 겹치는 대목입니다.


■ 정부는 "업체가 확인 철저히 해야" 업체는 "방법 없다"

국토교통부에 대책을 물어봤습니다.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카셰어링 업체가 본인 인증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 차원의 대책은 없느냐고 물었지만 같은 답변만 되풀이했습니다.

카셰어링 업체 반응도 답답했습니다. 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불법 재대여로 발생한 사고"라며 "계정 주인이 재대여를 하게 되면 회사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번 사고의 책임을 떠나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에 대한 고민을 정부도 업체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 꿈도 이루지 못한 채 허망한 죽음…재발 방지책 마련을

추석 연휴에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가족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관련자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습니다. 안무가의 꿈을 키우며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피해자가 불법 렌터카 재대여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온 가족이 악몽 같은 추석 연휴를 보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가족들의 청원처럼 사고를 낸 고교생부터 차를 빌린 친구, 계정을 빌려준 성인은 물론 양측 사이에서 돈을 받고 차를 빌려준 브로커까지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한 노력입니다. 카셰어링 계정의 주인이 실제 운전자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 처벌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자격이 없는 사람이 카셰어링으로 차를 빌릴 수 있는 경로를 차단하려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2013년 1천314 대 규모이던 카셰어링 시장 규모는 지난해 2만 대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관련 사고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업계의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사람이 죽어도 “방법 없다”…브로커들의 ‘카셰어링’ 렌트
    • 입력 2020-10-08 17:53:09
    • 수정2020-10-08 17:55:35
    취재K
지난 추석 당일(1일) 전남 화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이 뺑소니 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사고를 내고 달아났다가 1시간여 만에 되돌아온 운전자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운전면허도 없었고, 차는 카셰어링으로 빌린 것이었습니다.

■ 시속 30㎞ 도로 횡단보도에서 질주

고교생이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사망 사고를 낸 지점은 시속 30㎞ 도로의 횡단보도입니다. 당시 CCTV 녹화 자료를 보면 피해자는 횡단보도를 천천히 건너는데, 차량은 멈추지 않고 빠른 속도로 질주합니다. 현장을 지나던 차량들이 놀라 멈춰 섰고, 신고를 받은 119구급대가 출동했지만, 차에 치인 20대 여성은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피해자를 치고도 그대로 현장을 벗어났던 차량은 약 1시간 만에 돌아왔습니다. 이미 피해자가 숨진 뒤였습니다. 차를 운전한 건 고교생 A 군. 차에는 또래 4명도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운전자 A 군을 구속했습니다.

■ 카셰어링으로 빌린 렌터카…계정 주인과 고교생은 모르는 사이

경찰은 면허도 없는 고교생들이 어디에서 차를 가져왔는지 수사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고교생들이 운전한 승용차는 사고 당일 카셰어링을 통해 빌린 것이었습니다. 고교생들은 카셰어링 업체가 차고지로 빌려 쓰고 있는 광주광역시 한 주차장에서 차를 빌렸습니다.

차를 빌리는 데 이용된 계정은 30대 B 씨의 것이었습니다. 수사 초기 경찰은 고교생들이 B 씨에게 직접 대가를 주고 계정을 빌렸을 가능성을 높게 봤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진술이 나왔습니다. 고교생들도 B 씨도 "상대방을 전혀 모른다. 만난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 운전면허증 주인과 무면허 운전자의 '연결고리'

카셰어링 렌터카의 대여 과정을 수사하던 경찰은 제3의 인물이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고등학생과 카셰어링 계정 주인 사이에서 돈을 받고 차를 빌려주는 전문 브로커였습니다.

운전자인 고교생의 친구는 인터넷을 통해 접촉한 브로커에게 하루 이용료 18만 원을 주고 차를 빌렸다고 진술했습니다. 계정 주인 B 씨는 명의 대여 대가로 3만 원을 브로커에게서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양측이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브로커를 통해 거래한 겁니다. 고교생에게 18만 원을 받아 계정 주인에게 3만 원을 준 브로커는 남은 15만 원 가운데 카셰어링 업체에 줄 렌터카 이용료를 빼고 10만 원 안팎을 챙긴 것으로 보입니다.

■ 미성년자도 OK…'교통사고도 걱정 마세요'

운전면허가 없는 성인이나 청소년이 카셰어링 렌터카를 누군가의 계정으로 빌리는 게 정말 가능한 걸까요. 취재팀이 SNS 광고를 보고 접촉한 결과 사실이었습니다.

카셰어링 렌터카를 빌려주겠다고 밝힌 상대방은 "나이가 17인데 가능할까요"라는 물음에 '지역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면허가 없는데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에는 "(교통)사고가 나도 처리 비용만 내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가 요구한 비용은 하루에 19만 원. 이 금액 가운데 카셰어링 업체에 낼 차량 대여료와 이용료를 제외하고 자신이 수수료 명목으로 6만 원을 갖는다고 했습니다. 이 돈을 모두 챙기거나 계정 주인과 나눠 갖는 것으로 보입니다. "18만 원을 주고 브로커에게 차를 빌렸다"는 고교생의 진술과 겹치는 대목입니다.


■ 정부는 "업체가 확인 철저히 해야" 업체는 "방법 없다"

국토교통부에 대책을 물어봤습니다.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카셰어링 업체가 본인 인증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 차원의 대책은 없느냐고 물었지만 같은 답변만 되풀이했습니다.

카셰어링 업체 반응도 답답했습니다. 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불법 재대여로 발생한 사고"라며 "계정 주인이 재대여를 하게 되면 회사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번 사고의 책임을 떠나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에 대한 고민을 정부도 업체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 꿈도 이루지 못한 채 허망한 죽음…재발 방지책 마련을

추석 연휴에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가족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관련자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습니다. 안무가의 꿈을 키우며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피해자가 불법 렌터카 재대여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온 가족이 악몽 같은 추석 연휴를 보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가족들의 청원처럼 사고를 낸 고교생부터 차를 빌린 친구, 계정을 빌려준 성인은 물론 양측 사이에서 돈을 받고 차를 빌려준 브로커까지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한 노력입니다. 카셰어링 계정의 주인이 실제 운전자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 처벌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자격이 없는 사람이 카셰어링으로 차를 빌릴 수 있는 경로를 차단하려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2013년 1천314 대 규모이던 카셰어링 시장 규모는 지난해 2만 대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관련 사고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업계의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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