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이병천 교수…“실험견 고통 줄였는데 기소돼 아이러니”

입력 2020.10.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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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부터 KBS는 국내 복제견 분야 1인자로 꼽히는 이병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의 여러 비위 의혹에 대해 잇따라 보도했습니다. 검역탐지견 '메이'에 대한 불법 동물실험 정황에서 시작해, 아들과 조카의 입시 비리와 연구비 유용까지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는데요. 여러 문제점이 확인되면서, 이 교수는 지난 2월 서울대에서 직위해제 됐죠. 교육부도 지난해 10월 강원대에 이 교수 아들의 편입학 취소를 통보했습니다.

1년이 넘는 수사 끝에 지난 8월 6일 재판에 넘겨진 이 교수. 어제(9일), 그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법정에 나온 이 교수 측은 검찰이 읊은 공소사실을 하나하나 부인했는데,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순전히 검사 개인의 억측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동물을 보호하려고 노력했는데 되레 동물학대로 기소된 건 '아이러니'라고도 주장했는데요. 재판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입시비리·연구비 부정·동물학대'…3갈래 혐의 살펴보니

검찰이 기소한 이 교수의 혐의는 크게 세 갈래입니다. 입시비리, 연구비 부정, 그리고 동물학대인데요. 이 교수는 ▲아들과 조카의 대학·대학원 입시에 부정하게 개입하고, ▲실험견 가격을 일부러 부풀려 청구하거나 연구원들에게 지급된 돈을 다시 돌려받는 방식으로 연구비를 유용하고, ▲실험이 금지된 사역견을 대상으로 수차례 실험하는가 하면 무자격자인 식용견 농장 업주에게 채혈을 지시해 동물을 학대한 혐의를 받습니다.


우선 아들의 대학교 입시비리 혐의에서 검찰이 주목한 건 이 교수의 '학연·지연'입니다. 청주 신흥고와 서울대 수의대를 나온 이 교수가 고교·대학 동문과 제자 등을 이용해 아들의 강원대학교 편입학 시험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겁니다. 이 교수 아들은 면접에서 만점을 받고 지원자 110명 가운데 2위로 합격했습니다.

수의대 교수라는 자신의 지위를 활용해 당시 미국에 있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아들을 연구논문 공저자로 올리고 이를 강원대 편입학 시험에 활용한 혐의도 공소장에 적시됐습니다. 검찰은 이 교수가 2012년과 2014년, '배아복제'라는 어려운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고등학생 아들을 별다른 연구 참여 없이 논문 공저자로 올렸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아들과 조카의 대학원 입시에서는 이 교수가 직접 시험 문제를 내거나 후배인 장 모 교수를 적극 활용하고, 심지어는 다른 지원자들의 점수를 낮게 조정하는 등의 부정을 저질렀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연구비 부정 의혹과 관련해선, 이 교수 측에 연구비와 각종 물품 대금을 지급해왔던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의 피해자로 적시됐습니다. 이 교수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개 농장에서 실험견을 구매한다는 명목으로 산학협력단에 2억여 원을 청구했지만, 사실은 난자만 채취한 뒤 개들을 모두 농장에 돌려줘 다시 식용 목적으로 팔 수 있게 했다는 겁니다. 검찰은 이 교수 측이 시가의 2배 가격으로 실험견 금액을 부풀려 청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 연구실에서 공부하고 일했던 연구원들도 연구비 사기의 피해자로 적시됐습니다. 검찰은 이 교수가 연구원들에게 지급될 연구비 일부를 산학협력단에 허위 청구한 뒤 돌려받았고, 그 금액이 8천여만 원에 이른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소장에는 외국인 유학생 연구원들을 포함해 모두 9명이 피해자로 적혔습니다.

동물학대 의혹과 관련해선, 이 교수가 사람이나 국가를 위해 사역한 동물을 상대로 실험하면 안 된다는 법을 어기고 '메이', '페브', '천왕' 등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검역탐지견들을 이용해 승인받지 않은 동물실험을 진행했다고 봤습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자격이 없는 식용견 농장 업주에게 발정이 난 식용견의 혈액을 채취해 보내달라고 수차례 요청해 전달받은 혐의도 받습니다.


■ 입시: "연구 몰두해 규정 몰라…검사 개인의 억측"

이에 대해 이 교수의 입장은 어떨까요? 먼저 조카의 대학원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선 "규정을 몰랐다"고 했습니다. 서울대는 교직원의 4촌 이내 친·인척이 시험에 응시할 경우 입학본부에 신고해 회피·제척되도록 규정을 마련해뒀는데, 이를 잘 몰라 일부 문제 출제에 관여했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많은 교수가 그렇겠지만 특히 이 교수는 주로 연구에만 몰두해서 이런 입시 행정 분야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다"며 "행정실에서 보내는 이메일 확인이 많이 누락됐는데 그 결과 이런 사건이 초래되지 않았나 싶어 많이 안타깝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시험문제 출제와 채점은 후배인 장 교수가 실질적으로 주도했고, 이 교수는 장 교수가 낸 문제를 수정하고 채점을 확인한 정도라서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조카가 응시한 세부 전공은 3명을 모집하는데 3명이 응시해 모두 합격한 경우라 입시 공정성을 해친 일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교수 측은 아들의 강원대 편입학과 관련해선 부정한 청탁을 하거나 영향력을 끼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수학계획서는 아들이 작성해 제출한 것이라, 만약 문제가 있다면 아들 책임이지 이 교수 본인의 책임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물론 그 내용에도 허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변호인은 특히 이 교수 아들이 수학계획서를 통해 전형 위원들에게 자신이 이 교수의 아들임을 드러냈다는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선 "순전히 검사 개인의 억측에 의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들의 서울대 대학원 입시와 관련해서도 이 교수가 입학원서 마감 다음날인 2018년 12월 13일 모든 업무에서 스스로 배제됐다며, 입시에 관여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후배 장 교수에게 문제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거나 다른 학생들의 점수를 하향 조정해달라고 했다는 혐의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밝혔습니다.

■ 연구비: "난자 채취견 특수성 봐야…불법 의사 없어"

이 교수 측은 연구비 유용 의혹도 전면 부인했는데, 특히 실험견 구매비용 과다 청구 부분은 '난자 채취견'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기소라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난자 채취견의 경우 실험이 끝나면 연구실에서 계속 키우기도 어렵고 안락사하는 것도 부적절해, 결국 다시 공급자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사정이 이런데도 난자만 채취하고 돌려줄 것이면서 산학협력단에 알리지 않고 실험견 가격을 부풀려 구매했다는 공소사실은 이 사건 개가 단순 실험견이 아닌 난자 채취용 대리모 실험견으로 구매됐다는 점, 난자 채취의 복잡성 등을 논외로 한 채 판단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연구원들에게 지급됐던 인건비를 돌려받은 부분에 대해선, 전용된 연구비 역시 연구에 필요한 난소를 채취하는 데 사용했다며 이 교수에게 불법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산학협력단을 통해 정상적으로 처리하기 힘든 비용이라 판단해서 이런 방법을 택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2018년 11월, 복제 검역탐지견 '메이'의 앙상한 모습. '메이'는 결국 영양실조로 폐사했다.2018년 11월, 복제 검역탐지견 '메이'의 앙상한 모습. '메이'는 결국 영양실조로 폐사했다.

■ 동물학대: "동물 고통 줄이려던 노력…사건 표피만 보고 기소"

그렇다면 모든 의혹의 발단이 됐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했을까요? 이 교수 측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처음 실험을 승인받을 때 구체적으로 실험 대상 개를 특정하지 않고 개괄적으로 신청한 것이라며, 나중에 '메이' 등 검역탐지견 3마리를 실험견으로 선정한 것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승인 실험이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또 무자격자인 개 농장 업주에게 발정기에 있는 개의 혈액을 채취하게 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난자가 언제 충분히 성숙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판단하기 위해 매번 실험견을 차에 싣고 왕복 수백km를 달리는 건 너무 큰 고통이라는 겁니다. 이를 우려한 이 교수가 업주에게 직접 혈액을 채취하는 방법을 알려줘 먼저 표본을 보내도록 했고, 난자가 성숙한 개만 연구실로 올려보내도록 했다는 주장이죠.

변호인은 "개의 혈액을 채취하는 데 반드시 수의사 자격이 필요하다거나 학문적 지식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며 "검사는 해당 업주가 식용견 사업자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고 있지만 이 교수 입장에선 엄연한 실험견 공급자이자 실험 조력자"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실험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실험에 제공되는 개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오히려 동물학대로 기소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변호인은 "동물을 학대했다는 공소사실은 사건의 본질을 애써 외면하고 사건의 표피만을 보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뿐 아니라, 함께 기소된 교수들과 개농장 업주 등도 이날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습니다. 시작부터 검찰의 시각과 피고인들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재판부는 다음달 12일 두 번째 재판을 열고 증거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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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에 선 이병천 교수…“실험견 고통 줄였는데 기소돼 아이러니”
    • 입력 2020-10-09 07:00:47
    취재K
지난해 4월부터 KBS는 국내 복제견 분야 1인자로 꼽히는 이병천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의 여러 비위 의혹에 대해 잇따라 보도했습니다. 검역탐지견 '메이'에 대한 불법 동물실험 정황에서 시작해, 아들과 조카의 입시 비리와 연구비 유용까지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는데요. 여러 문제점이 확인되면서, 이 교수는 지난 2월 서울대에서 직위해제 됐죠. 교육부도 지난해 10월 강원대에 이 교수 아들의 편입학 취소를 통보했습니다.

1년이 넘는 수사 끝에 지난 8월 6일 재판에 넘겨진 이 교수. 어제(9일), 그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법정에 나온 이 교수 측은 검찰이 읊은 공소사실을 하나하나 부인했는데,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순전히 검사 개인의 억측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동물을 보호하려고 노력했는데 되레 동물학대로 기소된 건 '아이러니'라고도 주장했는데요. 재판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입시비리·연구비 부정·동물학대'…3갈래 혐의 살펴보니

검찰이 기소한 이 교수의 혐의는 크게 세 갈래입니다. 입시비리, 연구비 부정, 그리고 동물학대인데요. 이 교수는 ▲아들과 조카의 대학·대학원 입시에 부정하게 개입하고, ▲실험견 가격을 일부러 부풀려 청구하거나 연구원들에게 지급된 돈을 다시 돌려받는 방식으로 연구비를 유용하고, ▲실험이 금지된 사역견을 대상으로 수차례 실험하는가 하면 무자격자인 식용견 농장 업주에게 채혈을 지시해 동물을 학대한 혐의를 받습니다.


우선 아들의 대학교 입시비리 혐의에서 검찰이 주목한 건 이 교수의 '학연·지연'입니다. 청주 신흥고와 서울대 수의대를 나온 이 교수가 고교·대학 동문과 제자 등을 이용해 아들의 강원대학교 편입학 시험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겁니다. 이 교수 아들은 면접에서 만점을 받고 지원자 110명 가운데 2위로 합격했습니다.

수의대 교수라는 자신의 지위를 활용해 당시 미국에 있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아들을 연구논문 공저자로 올리고 이를 강원대 편입학 시험에 활용한 혐의도 공소장에 적시됐습니다. 검찰은 이 교수가 2012년과 2014년, '배아복제'라는 어려운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고등학생 아들을 별다른 연구 참여 없이 논문 공저자로 올렸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아들과 조카의 대학원 입시에서는 이 교수가 직접 시험 문제를 내거나 후배인 장 모 교수를 적극 활용하고, 심지어는 다른 지원자들의 점수를 낮게 조정하는 등의 부정을 저질렀다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연구비 부정 의혹과 관련해선, 이 교수 측에 연구비와 각종 물품 대금을 지급해왔던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의 피해자로 적시됐습니다. 이 교수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개 농장에서 실험견을 구매한다는 명목으로 산학협력단에 2억여 원을 청구했지만, 사실은 난자만 채취한 뒤 개들을 모두 농장에 돌려줘 다시 식용 목적으로 팔 수 있게 했다는 겁니다. 검찰은 이 교수 측이 시가의 2배 가격으로 실험견 금액을 부풀려 청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 연구실에서 공부하고 일했던 연구원들도 연구비 사기의 피해자로 적시됐습니다. 검찰은 이 교수가 연구원들에게 지급될 연구비 일부를 산학협력단에 허위 청구한 뒤 돌려받았고, 그 금액이 8천여만 원에 이른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소장에는 외국인 유학생 연구원들을 포함해 모두 9명이 피해자로 적혔습니다.

동물학대 의혹과 관련해선, 이 교수가 사람이나 국가를 위해 사역한 동물을 상대로 실험하면 안 된다는 법을 어기고 '메이', '페브', '천왕' 등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검역탐지견들을 이용해 승인받지 않은 동물실험을 진행했다고 봤습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자격이 없는 식용견 농장 업주에게 발정이 난 식용견의 혈액을 채취해 보내달라고 수차례 요청해 전달받은 혐의도 받습니다.


■ 입시: "연구 몰두해 규정 몰라…검사 개인의 억측"

이에 대해 이 교수의 입장은 어떨까요? 먼저 조카의 대학원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선 "규정을 몰랐다"고 했습니다. 서울대는 교직원의 4촌 이내 친·인척이 시험에 응시할 경우 입학본부에 신고해 회피·제척되도록 규정을 마련해뒀는데, 이를 잘 몰라 일부 문제 출제에 관여했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많은 교수가 그렇겠지만 특히 이 교수는 주로 연구에만 몰두해서 이런 입시 행정 분야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다"며 "행정실에서 보내는 이메일 확인이 많이 누락됐는데 그 결과 이런 사건이 초래되지 않았나 싶어 많이 안타깝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시험문제 출제와 채점은 후배인 장 교수가 실질적으로 주도했고, 이 교수는 장 교수가 낸 문제를 수정하고 채점을 확인한 정도라서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조카가 응시한 세부 전공은 3명을 모집하는데 3명이 응시해 모두 합격한 경우라 입시 공정성을 해친 일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교수 측은 아들의 강원대 편입학과 관련해선 부정한 청탁을 하거나 영향력을 끼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수학계획서는 아들이 작성해 제출한 것이라, 만약 문제가 있다면 아들 책임이지 이 교수 본인의 책임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물론 그 내용에도 허위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변호인은 특히 이 교수 아들이 수학계획서를 통해 전형 위원들에게 자신이 이 교수의 아들임을 드러냈다는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선 "순전히 검사 개인의 억측에 의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들의 서울대 대학원 입시와 관련해서도 이 교수가 입학원서 마감 다음날인 2018년 12월 13일 모든 업무에서 스스로 배제됐다며, 입시에 관여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후배 장 교수에게 문제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거나 다른 학생들의 점수를 하향 조정해달라고 했다는 혐의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밝혔습니다.

■ 연구비: "난자 채취견 특수성 봐야…불법 의사 없어"

이 교수 측은 연구비 유용 의혹도 전면 부인했는데, 특히 실험견 구매비용 과다 청구 부분은 '난자 채취견'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기소라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난자 채취견의 경우 실험이 끝나면 연구실에서 계속 키우기도 어렵고 안락사하는 것도 부적절해, 결국 다시 공급자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사정이 이런데도 난자만 채취하고 돌려줄 것이면서 산학협력단에 알리지 않고 실험견 가격을 부풀려 구매했다는 공소사실은 이 사건 개가 단순 실험견이 아닌 난자 채취용 대리모 실험견으로 구매됐다는 점, 난자 채취의 복잡성 등을 논외로 한 채 판단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연구원들에게 지급됐던 인건비를 돌려받은 부분에 대해선, 전용된 연구비 역시 연구에 필요한 난소를 채취하는 데 사용했다며 이 교수에게 불법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산학협력단을 통해 정상적으로 처리하기 힘든 비용이라 판단해서 이런 방법을 택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2018년 11월, 복제 검역탐지견 '메이'의 앙상한 모습. '메이'는 결국 영양실조로 폐사했다.
■ 동물학대: "동물 고통 줄이려던 노력…사건 표피만 보고 기소"

그렇다면 모든 의혹의 발단이 됐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했을까요? 이 교수 측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처음 실험을 승인받을 때 구체적으로 실험 대상 개를 특정하지 않고 개괄적으로 신청한 것이라며, 나중에 '메이' 등 검역탐지견 3마리를 실험견으로 선정한 것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승인 실험이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또 무자격자인 개 농장 업주에게 발정기에 있는 개의 혈액을 채취하게 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난자가 언제 충분히 성숙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판단하기 위해 매번 실험견을 차에 싣고 왕복 수백km를 달리는 건 너무 큰 고통이라는 겁니다. 이를 우려한 이 교수가 업주에게 직접 혈액을 채취하는 방법을 알려줘 먼저 표본을 보내도록 했고, 난자가 성숙한 개만 연구실로 올려보내도록 했다는 주장이죠.

변호인은 "개의 혈액을 채취하는 데 반드시 수의사 자격이 필요하다거나 학문적 지식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며 "검사는 해당 업주가 식용견 사업자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고 있지만 이 교수 입장에선 엄연한 실험견 공급자이자 실험 조력자"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실험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실험에 제공되는 개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오히려 동물학대로 기소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변호인은 "동물을 학대했다는 공소사실은 사건의 본질을 애써 외면하고 사건의 표피만을 보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뿐 아니라, 함께 기소된 교수들과 개농장 업주 등도 이날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습니다. 시작부터 검찰의 시각과 피고인들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재판부는 다음달 12일 두 번째 재판을 열고 증거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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