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파헤친 조상묘…“범인은 야생멧돼지”

입력 2020.10.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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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상효동 공설공원묘지에서 훼손된 봉분(사진=서귀포시 제공)

서귀포시 상효동 공설공원묘지에서 훼손된 봉분(사진=서귀포시 제공)

“현장에 가서 봉분이 훼손된 걸 확인했죠. 누군가 고의로 훼손한 줄 알았는데 주변에서 멧돼지 발자국이 발견된 거죠.”

지난 6일 제주 서귀포시 노인장애인과 장묘 담당 공무원들이 봉분이 훼손됐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서귀포시 상효동 공설공원묘지 2구역을 찾았다.

당시 봉분 1기는 무덤을 덮은 잔디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파헤쳐졌고, 다른 1기 역시 흙이 밖으로 나올 정도로 훼손됐다. 근처에 있던 다른 2기 역시 잔디 일부가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담당 공무원은 “성묘 때 두고 간 음식물을 멧돼지가 먹으면서 무덤을 파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상효동 공설공원묘지에서 봉분이 훼손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공설묘지 면적은 1만 5천㎡로 봉분 3,800여 기가 안장됐다. 담당자는 “면적이 너무 넓어 펜스를 설치할 수도 없다”며 “복구 견적을 받고 지원 여부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걸리 냄새 좋아하는 멧돼지…“성묘 음식물 수거해야”

장호진 야생생물관리협회 제주지회 사무국장은 “성묘할 때 막걸리나 담금주, 과일 등 음식을 두고 가는데 멧돼지는 발효 냄새를 굉장히 좋아한다”며 음식물 등을 두고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 사무국장은 “기본적으로 멧돼지가 땅을 파는 습성이 있는데, 공설묘지는 관리가 잘되고 농약도 쓰지 않기 때문에 지렁이나 굼벵이도 많다”며 “최근에는 제주지역 골프장 등 중산간 지역에 자주 출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귀포시 상효동 공설공원묘지에서 훼손된 봉분(사진=서귀포시 제공)서귀포시 상효동 공설공원묘지에서 훼손된 봉분(사진=서귀포시 제공)

지난해 서귀포 지역에서 포획된 야생멧돼지는 140마리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제주시 지역에서는 248마리의 멧돼지가 포획됐다. 김신혁 서귀포시 환경보전팀장은 “올해 8월 말 기준 서귀포지역에서 39마리의 야생멧돼지가 포획됐다”며 “9~11월이 멧돼지가 가장 많이 포획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또 “최근 일주일에 한두 번씩 멧돼지 출몰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시는 야생멧돼지 출몰이 증가해 지난달 야간포획을 진행했고, 이달 중에도 실시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멧돼지 출몰 주의 관련 현수막을 게시하고, 야간 포획 시에는 안전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인가를 직접 방문해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귀포지역에서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은 치유의 숲(서귀포시 호근동) 일대와 서귀포시 색달동 매립장 인근, 선돌(서귀포시 영천동) 일원으로 탐방객 등은 안전사고 예방에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7월 제주시 애월읍 바리메오름 인근에 출몰한 야생멧돼지(사진=제주도청 민원게시판)지난 7월 제주시 애월읍 바리메오름 인근에 출몰한 야생멧돼지(사진=제주도청 민원게시판)

야생멧돼지 마주쳤을 때 어떻게?

환경부의 야생멧돼지 대처요령에 따르면, 멧돼지와 마주쳤을 때는 절대 정숙하고, 소리치거나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서로 주시하는 경우에는 뛰거나 소리를 지르기보다는 침착하게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멧돼지의 눈을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

멧돼지를 보고 소리를 지르거나 달아나려고 등(뒷면)을 보이는 등 겁먹은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 야생동물은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면 직감적으로 겁을 먹은 것으로 알고 공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멧돼지는 적에게 공격을 받거나 놀라면 흥분해 움직이는 물체나 사람에게 달려와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가까운 주위 나무나 바위 등 은폐물에 몸을 신속하게 피해야 한다. 교미 기간인 11~12월에는 성질이 난폭해 더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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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 파헤친 조상묘…“범인은 야생멧돼지”
    • 입력 2020-10-09 07:00:48
    취재K

서귀포시 상효동 공설공원묘지에서 훼손된 봉분(사진=서귀포시 제공)

“현장에 가서 봉분이 훼손된 걸 확인했죠. 누군가 고의로 훼손한 줄 알았는데 주변에서 멧돼지 발자국이 발견된 거죠.”

지난 6일 제주 서귀포시 노인장애인과 장묘 담당 공무원들이 봉분이 훼손됐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서귀포시 상효동 공설공원묘지 2구역을 찾았다.

당시 봉분 1기는 무덤을 덮은 잔디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파헤쳐졌고, 다른 1기 역시 흙이 밖으로 나올 정도로 훼손됐다. 근처에 있던 다른 2기 역시 잔디 일부가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담당 공무원은 “성묘 때 두고 간 음식물을 멧돼지가 먹으면서 무덤을 파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상효동 공설공원묘지에서 봉분이 훼손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공설묘지 면적은 1만 5천㎡로 봉분 3,800여 기가 안장됐다. 담당자는 “면적이 너무 넓어 펜스를 설치할 수도 없다”며 “복구 견적을 받고 지원 여부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걸리 냄새 좋아하는 멧돼지…“성묘 음식물 수거해야”

장호진 야생생물관리협회 제주지회 사무국장은 “성묘할 때 막걸리나 담금주, 과일 등 음식을 두고 가는데 멧돼지는 발효 냄새를 굉장히 좋아한다”며 음식물 등을 두고 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 사무국장은 “기본적으로 멧돼지가 땅을 파는 습성이 있는데, 공설묘지는 관리가 잘되고 농약도 쓰지 않기 때문에 지렁이나 굼벵이도 많다”며 “최근에는 제주지역 골프장 등 중산간 지역에 자주 출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귀포시 상효동 공설공원묘지에서 훼손된 봉분(사진=서귀포시 제공)
지난해 서귀포 지역에서 포획된 야생멧돼지는 140마리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제주시 지역에서는 248마리의 멧돼지가 포획됐다. 김신혁 서귀포시 환경보전팀장은 “올해 8월 말 기준 서귀포지역에서 39마리의 야생멧돼지가 포획됐다”며 “9~11월이 멧돼지가 가장 많이 포획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또 “최근 일주일에 한두 번씩 멧돼지 출몰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시는 야생멧돼지 출몰이 증가해 지난달 야간포획을 진행했고, 이달 중에도 실시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멧돼지 출몰 주의 관련 현수막을 게시하고, 야간 포획 시에는 안전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인가를 직접 방문해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귀포지역에서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은 치유의 숲(서귀포시 호근동) 일대와 서귀포시 색달동 매립장 인근, 선돌(서귀포시 영천동) 일원으로 탐방객 등은 안전사고 예방에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7월 제주시 애월읍 바리메오름 인근에 출몰한 야생멧돼지(사진=제주도청 민원게시판)
야생멧돼지 마주쳤을 때 어떻게?

환경부의 야생멧돼지 대처요령에 따르면, 멧돼지와 마주쳤을 때는 절대 정숙하고, 소리치거나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서로 주시하는 경우에는 뛰거나 소리를 지르기보다는 침착하게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멧돼지의 눈을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

멧돼지를 보고 소리를 지르거나 달아나려고 등(뒷면)을 보이는 등 겁먹은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 야생동물은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면 직감적으로 겁을 먹은 것으로 알고 공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멧돼지는 적에게 공격을 받거나 놀라면 흥분해 움직이는 물체나 사람에게 달려와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가까운 주위 나무나 바위 등 은폐물에 몸을 신속하게 피해야 한다. 교미 기간인 11~12월에는 성질이 난폭해 더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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