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언어 외국어 남발…한글 사용 규정 안 지켜

입력 2020.10.10 (07:31) 수정 2020.10.1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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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 기관이 쓰는 공공언어는 국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쉬운 우리 말을 놔두고 어려운 외국어 표현을 남발하고 어려운 단어를 섞어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공언어 사용을 규정한 법률과 조례가 제정돼 있지만 규정이 지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이슬 기자입니다.

[리포트]

'페이백', '플랫폼', '프랙탈'...

우리 말이 있는데도 굳이 갖다 쓴 외국어.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의 보도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말이 잘못 쓰이는 대표 유형은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이었습니다.

영어를 전공한 사람도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남발되고 있습니다.

[박주형/동아대 국어문화원 연구원 : "이게 공공언어가 쓰인 보도자료인데, 이렇게까지 많이 사전을 찾아봐야 하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고..."]

국어기본법은 공문서를 어문 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하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말뿐입니다.

부산시는 '정책 사업 명칭을 정할 때 국어책임관과 사전 협의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까지 두고 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입니다.

지자체 국어책임관은 대부분 문화 부서 과장들이 맡고 있습니다.

국어 업무를 전담하지도 않을뿐더러 권한도 강하지 않습니다.

[배병철/부산시 시민소통본부장 : "각 실·국 부서에서 고심 끝에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에 사실은 저희들이 명칭에 대해서는 크게 토의를 한다거나 협의체가 구성이 되어 있는 건 아닌데..."]

별도로 꾸려진 '국어진흥위원회'도 있으나 마나입니다.

위원회가 잘못된 공공언어의 순화 표현까지 만들어 놨지만, 쓰지 말라는 잘못된 표현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산시가 국어를 제대로 쓰겠다고 투입하는 예산만 연간 20억 원에 이릅니다.

공공언어 훼손을 줄이기 위해 마련돼 있는 각종 제도적 장치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사이, 국민 누구나 쉽게 이해해야 할 공공언어는 더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그래픽: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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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언어 외국어 남발…한글 사용 규정 안 지켜
    • 입력 2020-10-10 07:31:48
    • 수정2020-10-10 07: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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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관이 쓰는 공공언어는 국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쉬운 우리 말을 놔두고 어려운 외국어 표현을 남발하고 어려운 단어를 섞어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공언어 사용을 규정한 법률과 조례가 제정돼 있지만 규정이 지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이슬 기자입니다.

[리포트]

'페이백', '플랫폼', '프랙탈'...

우리 말이 있는데도 굳이 갖다 쓴 외국어.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의 보도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말이 잘못 쓰이는 대표 유형은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이었습니다.

영어를 전공한 사람도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남발되고 있습니다.

[박주형/동아대 국어문화원 연구원 : "이게 공공언어가 쓰인 보도자료인데, 이렇게까지 많이 사전을 찾아봐야 하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고..."]

국어기본법은 공문서를 어문 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하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말뿐입니다.

부산시는 '정책 사업 명칭을 정할 때 국어책임관과 사전 협의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까지 두고 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입니다.

지자체 국어책임관은 대부분 문화 부서 과장들이 맡고 있습니다.

국어 업무를 전담하지도 않을뿐더러 권한도 강하지 않습니다.

[배병철/부산시 시민소통본부장 : "각 실·국 부서에서 고심 끝에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에 사실은 저희들이 명칭에 대해서는 크게 토의를 한다거나 협의체가 구성이 되어 있는 건 아닌데..."]

별도로 꾸려진 '국어진흥위원회'도 있으나 마나입니다.

위원회가 잘못된 공공언어의 순화 표현까지 만들어 놨지만, 쓰지 말라는 잘못된 표현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산시가 국어를 제대로 쓰겠다고 투입하는 예산만 연간 20억 원에 이릅니다.

공공언어 훼손을 줄이기 위해 마련돼 있는 각종 제도적 장치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사이, 국민 누구나 쉽게 이해해야 할 공공언어는 더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그래픽: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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