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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100만 원 아까워 200억짜리 빗물저장소 ‘나몰라라’
입력 2020.10.10 (08:07) 수정 2020.10.10 (08:13) 취재후
7월 23일 집중호우 당시 광안리

7월 23일 집중호우 당시 광안리

■ 200억 들인 ‘빗물저장소’, 집중호우 때 ‘무용지물’

지난 7월 23일 집중호우 당시. 광안리 인근은 그야말로 ‘물바다’가 됐습니다. 어디가 도로인지, 어디가 바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정도였습니다. 인근 상가에 물이 차, 식사하고 있던 손님들은 급히 대피하고. 호텔에 묵던 투숙객도 서둘러 방을 옮겨야 했습니다. 당시 부산엔 시간당 80mm의 비가 쏟아졌고, 세 시간 동안에만 200mm의 비가 내렸습니다. 기록적인 폭우였습니다.

이런 집중호우에 대비하기 위한 방재시스템 중 하나가 바로 ‘빗물 저장소’입니다. 학교 운동장만 한 큰 규모의 공간을 마련해, 비를 모아놨다가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다시 내보냅니다. 광안리 인근 물바다를 막기 위해 부산시도 200억 원을 들여 빗물저장소를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저장소가 집중호우 당시에는 가동하지 않았습니다. 왜 수영구청은 이 저장소를 가동하지 않았을까요?

수영구 ‘빗물저장소’ 전경수영구 ‘빗물저장소’ 전경

■ 저장소만 있고 가동할 사람은 없는 황당한 행정

수영구청은 취재진에 황당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다음 날에도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보돼, 그때 사용하려고 가동을 안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부산시 감사 결과, 이는 ‘거짓 해명’임이 드러났습니다. 감사 결과, 저장소를 가동할 ‘운영 담당자’가 사전에 지정돼 있지 않아 가동 ‘타이밍’을 놓친 것이 확인됐습니다.

수영구 조례에는 빗물저장소를 가동할 ‘운영담당자’를 사전에 정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담당자는 호우주의보나 경보가 내려지면 실시간으로 감시를 하며 저장소를 가동하고, 저장소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구청은 이 담당자를 지정하지도 않았고, 조례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취재진에게도 빗물저장소와 관련한 자체 메뉴얼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집중 호우 당시 CCTV로 침수피해가 발생하는 걸 지켜보던 안전관리과와 도시관리과 직원들이 부랴부랴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두 개 과가 저장소 가동 개최를 논의하려던 때는 이미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비는 소강상태에 접어들던 때였습니다.

수영구 ‘빗물저장소’ 내부수영구 ‘빗물저장소’ 내부

■ 100만 원 아까워, 2백억짜리 시설 ‘애물단지’ 취급

이렇게 판단이 늦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행정안전부는 빗물저장소를 ‘수동’이 아닌 ‘자동’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부산의 12곳 빗물저장소 중 수영구를 제외한 다른 빗물저장소는 모두 ‘자동’으로 작동되도록 운영 중입니다. 수영구가 빗물저장소를 수동으로 가동했다는 사실을 들은 행정안전부 관계자와 다른 지자체 관계자들은 모두 수영구청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수영구는 저장소를 수동으로 운영하고 있을까요?

‘돈’ 때문입니다. 빗물저장소 인근에는 주차장과 다목적실이 있습니다. 저장소를 가동하게 되면 이곳으로도 물이 흘러들어 옵니다. 그러다 보면 주차장과 다목적실에는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생기게 됩니다. 비가 내린 뒤 이곳을 청소하려면 1회에 백만 원가량의 돈이 듭니다. 수영구는 이 돈을 아끼기 위해 빗물저장소를 수동으로 전환했습니다. 2017년 이후로 이 빗물저장소가 이용된 건, ‘단 한 번’에 불과했습니다.

수영구청은 빗물저장소를 ‘애물단지’ 취급했습니다. 관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물이 들어오는 입구에는 퇴적물이 쌓여 있었고, 개폐구 스위치와 수위계도 고장난 상태였습니다. 그러니까 집중 호우 당시, 저장소를 가동했었더라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결국, 백만 원 아끼자고 2백억 원 시설을 가동하지 않았고, 또 이천만 원 가량의 재산피해를 발생시켰습니다. 약 석 달이 지난 지금도 광안리 인근 상가 중엔 아직도 침수 복구 중인 곳이 있습니다. 빗물저장소가 가동됐더라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결국, 수영구청 관계자 8명은 부산시 감사위원회로부터 훈계, 주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빗물저장소도 자동으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침수 피해를 본 상인과 주민들은 아직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 [취재후] 100만 원 아까워 200억짜리 빗물저장소 ‘나몰라라’
    • 입력 2020-10-10 08:07:23
    • 수정2020-10-10 08:13:53
    취재후

7월 23일 집중호우 당시 광안리

■ 200억 들인 ‘빗물저장소’, 집중호우 때 ‘무용지물’

지난 7월 23일 집중호우 당시. 광안리 인근은 그야말로 ‘물바다’가 됐습니다. 어디가 도로인지, 어디가 바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정도였습니다. 인근 상가에 물이 차, 식사하고 있던 손님들은 급히 대피하고. 호텔에 묵던 투숙객도 서둘러 방을 옮겨야 했습니다. 당시 부산엔 시간당 80mm의 비가 쏟아졌고, 세 시간 동안에만 200mm의 비가 내렸습니다. 기록적인 폭우였습니다.

이런 집중호우에 대비하기 위한 방재시스템 중 하나가 바로 ‘빗물 저장소’입니다. 학교 운동장만 한 큰 규모의 공간을 마련해, 비를 모아놨다가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다시 내보냅니다. 광안리 인근 물바다를 막기 위해 부산시도 200억 원을 들여 빗물저장소를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저장소가 집중호우 당시에는 가동하지 않았습니다. 왜 수영구청은 이 저장소를 가동하지 않았을까요?

수영구 ‘빗물저장소’ 전경수영구 ‘빗물저장소’ 전경

■ 저장소만 있고 가동할 사람은 없는 황당한 행정

수영구청은 취재진에 황당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다음 날에도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보돼, 그때 사용하려고 가동을 안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부산시 감사 결과, 이는 ‘거짓 해명’임이 드러났습니다. 감사 결과, 저장소를 가동할 ‘운영 담당자’가 사전에 지정돼 있지 않아 가동 ‘타이밍’을 놓친 것이 확인됐습니다.

수영구 조례에는 빗물저장소를 가동할 ‘운영담당자’를 사전에 정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담당자는 호우주의보나 경보가 내려지면 실시간으로 감시를 하며 저장소를 가동하고, 저장소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구청은 이 담당자를 지정하지도 않았고, 조례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취재진에게도 빗물저장소와 관련한 자체 메뉴얼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집중 호우 당시 CCTV로 침수피해가 발생하는 걸 지켜보던 안전관리과와 도시관리과 직원들이 부랴부랴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두 개 과가 저장소 가동 개최를 논의하려던 때는 이미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비는 소강상태에 접어들던 때였습니다.

수영구 ‘빗물저장소’ 내부수영구 ‘빗물저장소’ 내부

■ 100만 원 아까워, 2백억짜리 시설 ‘애물단지’ 취급

이렇게 판단이 늦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행정안전부는 빗물저장소를 ‘수동’이 아닌 ‘자동’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부산의 12곳 빗물저장소 중 수영구를 제외한 다른 빗물저장소는 모두 ‘자동’으로 작동되도록 운영 중입니다. 수영구가 빗물저장소를 수동으로 가동했다는 사실을 들은 행정안전부 관계자와 다른 지자체 관계자들은 모두 수영구청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수영구는 저장소를 수동으로 운영하고 있을까요?

‘돈’ 때문입니다. 빗물저장소 인근에는 주차장과 다목적실이 있습니다. 저장소를 가동하게 되면 이곳으로도 물이 흘러들어 옵니다. 그러다 보면 주차장과 다목적실에는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생기게 됩니다. 비가 내린 뒤 이곳을 청소하려면 1회에 백만 원가량의 돈이 듭니다. 수영구는 이 돈을 아끼기 위해 빗물저장소를 수동으로 전환했습니다. 2017년 이후로 이 빗물저장소가 이용된 건, ‘단 한 번’에 불과했습니다.

수영구청은 빗물저장소를 ‘애물단지’ 취급했습니다. 관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물이 들어오는 입구에는 퇴적물이 쌓여 있었고, 개폐구 스위치와 수위계도 고장난 상태였습니다. 그러니까 집중 호우 당시, 저장소를 가동했었더라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결국, 백만 원 아끼자고 2백억 원 시설을 가동하지 않았고, 또 이천만 원 가량의 재산피해를 발생시켰습니다. 약 석 달이 지난 지금도 광안리 인근 상가 중엔 아직도 침수 복구 중인 곳이 있습니다. 빗물저장소가 가동됐더라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결국, 수영구청 관계자 8명은 부산시 감사위원회로부터 훈계, 주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빗물저장소도 자동으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침수 피해를 본 상인과 주민들은 아직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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