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의 에임핵’ 악성 프로그램 아니다”…왜?

입력 2020.10.1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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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캐릭터가 나타나기만 하면 마우스로 상대를 '자동 조준'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떨까요. 온라인 총싸움(FPS) 게임에서 이 프로그램만 있으면 거의 무적이나 다름없습니다. 제일 중요한 조준을 자동으로 해주니, 이용자는 마우스를 클릭만 하면 상대를 패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공정성을 해치는 걸로 악명이 높았던 이른바 '자동조준 프로그램(에임핵)'에 대해, 대법원이 '악성프로그램'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오버워치용 자동조준 프로그램 팔아 2억원 벌어

앞서 A 씨는 지난 2016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온라인 총싸움(FPS) 게임인 '오버워치'에서 쓰이는 자동 조준 프로그램인 '에임 도우미' 프로그램을 판다는 광고를 올렸습니다.

오버워치는 각 이용자가 게임에서 제공되는 영웅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하여 전장의 거점을 차지하는 등 미션을 수행하는 방법으로 상대팀을 제압하는 온라인 게임입니다. 이용자는 각 여섯 명으로 구성된 두 팀 중 하나에 속해 다른 이용자를 상대하게 됩니다.

이 게임에서 이용자는 1인칭 화면에서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로 움직이면서 상대팀 캐릭터를 마우스로 조준하여 무기를 발사함으로써 상대팀 캐릭터의 체력을 깎아 행동불능에 이르게 합니다. 상대팀 캐릭터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그 위치를 파악해 마우스로 정확하게 조준한 다음 클릭해 무기를 발사해야 하는데, 이용자가 상대방 캐릭터를 맞추는 데 성공하면 상대방 캐릭터 근처에 붉은 색 체력 바(bar)가 나타나 이용자가 자신이 공격한 상대팀 캐릭터의 남은 체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씨의 프로그램은 바로 이 상대방 체력 바의 이미지를 분석한 후, 게임 화면에서 그와 동일한 이미지를 인식해 해당 좌표로 마우스 커서를 이동시키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구조였습니다. 즉 한 번이라도 상대팀 캐릭터를 공격해 적중시킬 경우, 마우스 커서가 상대방 위치로 자동으로 움직여 상대방을 가리키게 돼 이용자는 마우스 클릭만으로 상대방을 맞출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실력에 상관없이 상대를 쉽게 이길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A 씨는 3,612회에 걸쳐 오버워치 이용자들에게 해당 프로그램을 팔았고, 2016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1년 만에 2억원 가까운 수익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게임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빗발쳤고, 블리자드는 A 씨를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 검찰,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

검찰은 A 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위반 두 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하 “악성프로그램”이라 한다)을 전달 또는 유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8호는 '누구든지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를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사는 A 씨가 제작한 '에임핵' 프로그램을 정보통신망법의 악성 프로그램으로 봤지만,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해당 프로그램이 게임의 메모리를 변조하지 않는 단순한 매크로 프로그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 하급심 "게임이 예정한 정상적 게임의 수행방식 아냐…운용 해쳐" 유죄

하급심은 게임산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명백히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1심과 2심이 각각 무죄와 유죄 판결을 했습니다.

1심은 A 씨의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상 악성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전달 또는 유포한 프로그램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겁니다.

1심 법원은 "에임핵 프로그램은 게임 이용자가 사용하는 메모리를 변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게임화면의 색깔을 분석하여 붉은색 막대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조준해주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메모리나 게임 코드에 특별한 손상을 가하는 것이 아니어서 게임의 데이터나 프로그램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에임핵 프로그램이 시행되더라도 게임 운영 서버에 특별한 정보를 직접 보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용자가 이 사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정상적인 화면과는 다른 화면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이용자가 게임을 하면 발생하게 되리라 예상되는 정도의 부하만을 발생시키는 것이어서 정보통신시스템에 장애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봤습니다.

프로그램으로 인해 게임 이용자가 좀 더 쉽게 상대방을 저격할 수 있게 되기는 하나 게임 자체의 승패를 뒤집기에 불가능한 정도로 만드는 것은 아니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정보통신시스템이 예정하고 있는 기능의 운용을 방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입니다.

2심 법원은 그러나 에임핵 프로그램이 '게임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보고 A 씨의 정보통신망법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해당 프로그램은 이용자가 1회라도 상대팀 캐릭터의 공격에 성공할 경우, 움직이는 상대팀 캐릭터에 표시되는 체력바의 위치를 자동으로 탐색하고 마우스가 이를 자동으로 따라가도록 해 준다. 이용자로서는 다시 상대팀 캐릭터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를 조준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조준된 상태에서 무기를 발사하는 것만으로 쉽게 상대팀 캐릭터에 대한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또 "이 사건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전장의 거점을 차지하는 등의 미션을 수행하여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를 방해하는 상대팀 캐릭터의 접근을 배제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용자가 스스로의 동체시력과 반사신경에 의존하여 단시간에 상대팀 캐릭터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를 정확하게 조준하여 발사하는 것은 이 사건 게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본 요소"라고 봤습니다.

이어 항소심 법원은 "A 씨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이 사건 게임의 운용자가 전혀 예정하지 않았던 외부 프로그램에 의한 자동 탐색과 자동 조준이 이루어진다"면서 "개발자가 예정하지 아니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게임 수행에 있어 중요한 기본 요소를 위 프로그램에 의한 자동수행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것은 이 사건 게임이 예정하고 있던 정상적인 게임의 수행방식 및 이용자의 수행능력에 따른 등급부여 시스템, 즉 이 사건 게임의 운용을 전반적으로 현저히 해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이용자들에게 게임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하고 게임 자체에 대한 흥미와 경쟁심 등을 잃게 만들어 게임의 정상적인 운영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2심 법원은 "A씨의 프로그램은 이 사건 게임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2심은 "정보통신망법상 '운용을 방해할 수 있다'는 문언의 의미를 프로그램 등의 메모리 변조의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보기 어렵고, 오버워치는 이용자가 직접 상대팀 캐릭터를 눈으로 확인하고 마우스를 움직여 상대팀 캐릭터를 조준하는 것을 정상적인 게임수행 방식으로 예정하고 있는바, 이용자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상대팀 캐릭터의 위치를 확인하고 마우스가 상대팀 캐릭터를 따라가도록 하는 이 사건 프로그램을 단순한 매크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도 없다"며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결론 뒤집은 대법원 "악성 프로그램으로 보기 어려워"

그러나 대법원의 결론은 달랐습니다.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프로그램 자체를 기준으로 하되, 그 사용용도 및 기술적 구성, 작동 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의 설치나 작동 등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입장인데, 이에 따르면 악성 프로그램으로 보기 어렵단 겁니다.

대법원은 1심의 논거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은 "A씨의 자동조준 프로그램은 이용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해당 이용자의 컴퓨터에 설치되어 그 컴퓨터 내에서만 실행되고, 정보통신시스템이나 게임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자체를 변경시키지 않는다"며 악성 프로그램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정보통신시스템 등이 예정한 대로 작동하는 범위 내에서 상대방 캐릭터에 대한 조준과 사격을 더욱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줄 뿐 이 사건 프로그램을 실행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일반 이용자가 직접 상대방 캐릭터를 조준하여 사격하는 것과 동일한 경로와 방법으로 작업이 수행된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이어 "A 씨의 프로그램이 서버를 점거함으로써 다른 이용자들의 서버 접속 시간을 지연시키거나 서버 접속을 어렵게 만들고 서버에 대량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등으로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기능 수행에 장애를 일으킨다고 볼 증거도 없다"며 A 씨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게임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무조건 정보통신망법상의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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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버워치의 에임핵’ 악성 프로그램 아니다”…왜?
    • 입력 2020-10-15 14:27:40
    취재K
상대방 캐릭터가 나타나기만 하면 마우스로 상대를 '자동 조준'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떨까요. 온라인 총싸움(FPS) 게임에서 이 프로그램만 있으면 거의 무적이나 다름없습니다. 제일 중요한 조준을 자동으로 해주니, 이용자는 마우스를 클릭만 하면 상대를 패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공정성을 해치는 걸로 악명이 높았던 이른바 '자동조준 프로그램(에임핵)'에 대해, 대법원이 '악성프로그램'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오버워치용 자동조준 프로그램 팔아 2억원 벌어

앞서 A 씨는 지난 2016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온라인 총싸움(FPS) 게임인 '오버워치'에서 쓰이는 자동 조준 프로그램인 '에임 도우미' 프로그램을 판다는 광고를 올렸습니다.

오버워치는 각 이용자가 게임에서 제공되는 영웅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하여 전장의 거점을 차지하는 등 미션을 수행하는 방법으로 상대팀을 제압하는 온라인 게임입니다. 이용자는 각 여섯 명으로 구성된 두 팀 중 하나에 속해 다른 이용자를 상대하게 됩니다.

이 게임에서 이용자는 1인칭 화면에서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로 움직이면서 상대팀 캐릭터를 마우스로 조준하여 무기를 발사함으로써 상대팀 캐릭터의 체력을 깎아 행동불능에 이르게 합니다. 상대팀 캐릭터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그 위치를 파악해 마우스로 정확하게 조준한 다음 클릭해 무기를 발사해야 하는데, 이용자가 상대방 캐릭터를 맞추는 데 성공하면 상대방 캐릭터 근처에 붉은 색 체력 바(bar)가 나타나 이용자가 자신이 공격한 상대팀 캐릭터의 남은 체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씨의 프로그램은 바로 이 상대방 체력 바의 이미지를 분석한 후, 게임 화면에서 그와 동일한 이미지를 인식해 해당 좌표로 마우스 커서를 이동시키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구조였습니다. 즉 한 번이라도 상대팀 캐릭터를 공격해 적중시킬 경우, 마우스 커서가 상대방 위치로 자동으로 움직여 상대방을 가리키게 돼 이용자는 마우스 클릭만으로 상대방을 맞출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실력에 상관없이 상대를 쉽게 이길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A 씨는 3,612회에 걸쳐 오버워치 이용자들에게 해당 프로그램을 팔았고, 2016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1년 만에 2억원 가까운 수익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게임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빗발쳤고, 블리자드는 A 씨를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 검찰,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

검찰은 A 씨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위반 두 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2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하 “악성프로그램”이라 한다)을 전달 또는 유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8호는 '누구든지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아니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기기 또는 장치를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사는 A 씨가 제작한 '에임핵' 프로그램을 정보통신망법의 악성 프로그램으로 봤지만,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해당 프로그램이 게임의 메모리를 변조하지 않는 단순한 매크로 프로그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 하급심 "게임이 예정한 정상적 게임의 수행방식 아냐…운용 해쳐" 유죄

하급심은 게임산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명백히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다만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1심과 2심이 각각 무죄와 유죄 판결을 했습니다.

1심은 A 씨의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상 악성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전달 또는 유포한 프로그램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겁니다.

1심 법원은 "에임핵 프로그램은 게임 이용자가 사용하는 메모리를 변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게임화면의 색깔을 분석하여 붉은색 막대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조준해주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메모리나 게임 코드에 특별한 손상을 가하는 것이 아니어서 게임의 데이터나 프로그램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에임핵 프로그램이 시행되더라도 게임 운영 서버에 특별한 정보를 직접 보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용자가 이 사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정상적인 화면과는 다른 화면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이용자가 게임을 하면 발생하게 되리라 예상되는 정도의 부하만을 발생시키는 것이어서 정보통신시스템에 장애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봤습니다.

프로그램으로 인해 게임 이용자가 좀 더 쉽게 상대방을 저격할 수 있게 되기는 하나 게임 자체의 승패를 뒤집기에 불가능한 정도로 만드는 것은 아니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정보통신시스템이 예정하고 있는 기능의 운용을 방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입니다.

2심 법원은 그러나 에임핵 프로그램이 '게임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보고 A 씨의 정보통신망법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해당 프로그램은 이용자가 1회라도 상대팀 캐릭터의 공격에 성공할 경우, 움직이는 상대팀 캐릭터에 표시되는 체력바의 위치를 자동으로 탐색하고 마우스가 이를 자동으로 따라가도록 해 준다. 이용자로서는 다시 상대팀 캐릭터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를 조준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조준된 상태에서 무기를 발사하는 것만으로 쉽게 상대팀 캐릭터에 대한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또 "이 사건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전장의 거점을 차지하는 등의 미션을 수행하여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를 방해하는 상대팀 캐릭터의 접근을 배제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용자가 스스로의 동체시력과 반사신경에 의존하여 단시간에 상대팀 캐릭터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를 정확하게 조준하여 발사하는 것은 이 사건 게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본 요소"라고 봤습니다.

이어 항소심 법원은 "A 씨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이 사건 게임의 운용자가 전혀 예정하지 않았던 외부 프로그램에 의한 자동 탐색과 자동 조준이 이루어진다"면서 "개발자가 예정하지 아니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게임 수행에 있어 중요한 기본 요소를 위 프로그램에 의한 자동수행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것은 이 사건 게임이 예정하고 있던 정상적인 게임의 수행방식 및 이용자의 수행능력에 따른 등급부여 시스템, 즉 이 사건 게임의 운용을 전반적으로 현저히 해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이용자들에게 게임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하고 게임 자체에 대한 흥미와 경쟁심 등을 잃게 만들어 게임의 정상적인 운영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2심 법원은 "A씨의 프로그램은 이 사건 게임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프로그램"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2심은 "정보통신망법상 '운용을 방해할 수 있다'는 문언의 의미를 프로그램 등의 메모리 변조의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보기 어렵고, 오버워치는 이용자가 직접 상대팀 캐릭터를 눈으로 확인하고 마우스를 움직여 상대팀 캐릭터를 조준하는 것을 정상적인 게임수행 방식으로 예정하고 있는바, 이용자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상대팀 캐릭터의 위치를 확인하고 마우스가 상대팀 캐릭터를 따라가도록 하는 이 사건 프로그램을 단순한 매크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도 없다"며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결론 뒤집은 대법원 "악성 프로그램으로 보기 어려워"

그러나 대법원의 결론은 달랐습니다.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프로그램 자체를 기준으로 하되, 그 사용용도 및 기술적 구성, 작동 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의 설치나 작동 등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입장인데, 이에 따르면 악성 프로그램으로 보기 어렵단 겁니다.

대법원은 1심의 논거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은 "A씨의 자동조준 프로그램은 이용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해당 이용자의 컴퓨터에 설치되어 그 컴퓨터 내에서만 실행되고, 정보통신시스템이나 게임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자체를 변경시키지 않는다"며 악성 프로그램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정보통신시스템 등이 예정한 대로 작동하는 범위 내에서 상대방 캐릭터에 대한 조준과 사격을 더욱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줄 뿐 이 사건 프로그램을 실행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일반 이용자가 직접 상대방 캐릭터를 조준하여 사격하는 것과 동일한 경로와 방법으로 작업이 수행된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이어 "A 씨의 프로그램이 서버를 점거함으로써 다른 이용자들의 서버 접속 시간을 지연시키거나 서버 접속을 어렵게 만들고 서버에 대량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등으로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기능 수행에 장애를 일으킨다고 볼 증거도 없다"며 A 씨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게임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무조건 정보통신망법상의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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