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서울시 배달앱 ‘제로배달유니온’ 한 달…실적도 ‘제로’?

입력 2020.10.16 (10:49) 수정 2020.10.1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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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자년 9월 16일은 배달 독립만세” 서울시 공공배달 앱 ‘제로배달유니온’은?

국내 배달시장 규모는 2017년 15조 원에서 2018년 20조 원으로까지 커졌습니다. 업계는 지난해 배달시장이 23조 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배달 앱 이용자도 2013년 87만 명에서 지난해 2천5백만 명으로 크게 늘었는데, 코로나19가 지속되는 한 배달 앱 이용자 수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배달 수요가 폭증하면서 각종 수수료, 광고료 부담도 함께 커졌습니다. 8월 발표된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의 실태조사를 보면 업체당 평균 1.4개의 배달 앱에 가맹돼 있었는데, 가맹점 10곳 중 8곳(79.2%)은 배달 앱 업체에 내는 광고비와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되어 있다고 답할 정도였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일부 배달 앱의 높은 주문 중개 수수료 정책에 힘들어하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딱 한 달 전, 지난달 16일부터 아래의 3가지 장점을 내세운 서울시 공공배달 앱 ‘제로배달유니온’을 내놨습니다.

① 별도의 광고비 없이 최대 주문 중개 수수료를 2% 내로 제한한다.
② 서울사랑상품권의 온라인 결제가 가능하다.
③ 제로배달유니온의 가이드를 준수하는 다수의 사업자(16개 업체)가 참여해 각자 특화된 방식으로 경쟁, 소비자에게 서비스한다.

기대와 우려 속에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소비자와 가맹점주, 사업자 모두 만족했을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 소비자들 “앱만 7개, 어떤 게 진짜?…주문 가능 점포가 내 주변에 3개뿐?”

서울시 도봉구에 사는 A 씨(56)는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서울시 공공배달 앱이 생겼다는 소식에 제로배달유니온 앱을 내려받으려다 망설여졌습니다.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쿠팡이츠처럼 하나의 앱인 줄 알았는데 ‘서울시 공공배달 앱’이 7개(띵동, 먹깨비, 부르심제로, 서울愛배달, 놀러와요 시장, 맘마먹자, 로마켓)나 나열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공공배달 앱은 단일 앱이 아닌 16개의 사업자가 참여해 각자 특화된 방식으로 서비스합니다. 서울시는 광고 지원 등만 하고 직접 운영하지 않습니다. 지난달 7개의 사업자가 먼저 시작했고, 다음 달 중에 9개의 사업자가 합류할 예정입니다. A 씨는 “16개 앱을 모두 깔 수도 없을뿐더러 일일이 사용해볼 자신이 없어 사용을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사는 B 씨(33)는 서울시 공공배달 앱 7개 중 1개를 내려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치킨을 주문해보니, 자신의 위치에서 배달이 가능한 점포는 세 군데밖에 없었습니다. 별점은 0점으로 단 한 건의 주문도 없었던 것으로 보였고, 음식 사진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제를 했지만 몇 분 뒤 업체의 사정으로 취소돼 어쩔 수 없이 민간배달 앱에서 시켜먹어야 했습니다. B 씨는 “입점한 업체도 적을뿐더러 쿠폰 등 혜택도 많지 않아서 굳이 사용할 필요를 못 느꼈다”며 “다른 서울시 공공배달 앱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와 비슷한 수준일 것 같아서 쓰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제로배달유니온 가맹점·소비자 혜택 (서울시 제공)제로배달유니온 가맹점·소비자 혜택 (서울시 제공)

■ 가맹점도 사업자도 ‘갸우뚱’…“한 달에 3건 들어올까 말까…냉정히 봐선 실패”

□ 서울시 공공배달 앱 가맹점 C / 서울 당산동 ‘김치찜 전문점’ 운영
“(민간배달 앱에) 8백만 원을 수수료, 광고료 명목으로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공배달 앱도 시도해봤는데 이렇게 안 들어올 줄은 몰랐습니다. 공공배달 앱으로 들어오는 주문 건수요? 하루에 1건 들어올까 말까 합니다. 아직 홍보가 많이 안 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민간배달 앱에 달리는 리뷰나 평점은 신경 쓰는 편인데 공공배달 앱은 켜놓기만 하고 관리는 따로 안 하고 있어요. 가맹점도 외면하고, 소비자도 외면한다는 것은 효용성이 없다는 거니까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서울시 공공배달 앱 가맹점 D / 서울 영등포동 ‘백반집’ 운영
“지난 달에 3건 정도 들어왔습니다. 입점 수수료나 중계 수수료, 광고 수수료 없어서 처음에는 좋았죠. 그런데 주문이 들어와야 그 이점을 누리는 건데 아직은 미미한 것 같습니다. 주변에도 공공배달 앱 사용하시는 분을 보지를 못했으니까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거 나오면 그래도 한 번은 써보던데 홍보가 전혀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제로페이나 서울사랑상품권 사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니까 그런 점을 부각해서 홍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할 것 같아요.”

□ 서울시 공공배달 앱 가맹점 E / 서울 신도림동 ‘족발집’ 운영
“민간배달 앱 같은 경우 음식값의 20% 정도가 수수료니까 부담이 많이 됐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로 배달 수요 많이 늘어나는데 혹시나 해서 신청했는데 아직 2~3건 정도 들어온 것 같아요. 민간배달 앱도 처음에 어려운 시절이 있었을 테니 기다려보려고요.”

□ 서울시 공공배달 앱 사업자 F
“파격적으로 주문이 늘어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수수료가 2% 이하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되어야 쿠폰 등 다양한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데 상당히 힘든 상황입니다. 홍보 마케팅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로배달유니온’이라고 홍보하기 때문에 어디로 소비자들이 가야 할지 모르거든요. 상황이 이런데 다음 달에 9개 사업자 마저 들어오면 혼란이 예상됩니다. 냉정하게 평가해서는 실패했다고 봅니다. 소비자도 가맹점도 실망해서 이탈하면 다시는 안 돌아오거든요. 지금이라도 방식을 바꾸든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서울시에 가입자 수나 결제 건수 등 공공배달 앱 한 달 실적을 요구했지만 ‘일부 업체들이 공개하지 않아 취합된 자료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또 서울시에서 부담하는 홍보 비용과 관련해서도 ‘집계가 쉽지 않아 공개는 힘들 것 같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배달 앱의 점유율이 월등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며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와 가맹점주, 사업자 모두 한 달 동안 ‘특별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 만큼 흥행 참패를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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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서울시 배달앱 ‘제로배달유니온’ 한 달…실적도 ‘제로’?
    • 입력 2020-10-16 10:49:14
    • 수정2020-10-16 15:02:45
    취재후·사건후
■ “경자년 9월 16일은 배달 독립만세” 서울시 공공배달 앱 ‘제로배달유니온’은?

국내 배달시장 규모는 2017년 15조 원에서 2018년 20조 원으로까지 커졌습니다. 업계는 지난해 배달시장이 23조 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배달 앱 이용자도 2013년 87만 명에서 지난해 2천5백만 명으로 크게 늘었는데, 코로나19가 지속되는 한 배달 앱 이용자 수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배달 수요가 폭증하면서 각종 수수료, 광고료 부담도 함께 커졌습니다. 8월 발표된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의 실태조사를 보면 업체당 평균 1.4개의 배달 앱에 가맹돼 있었는데, 가맹점 10곳 중 8곳(79.2%)은 배달 앱 업체에 내는 광고비와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되어 있다고 답할 정도였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일부 배달 앱의 높은 주문 중개 수수료 정책에 힘들어하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딱 한 달 전, 지난달 16일부터 아래의 3가지 장점을 내세운 서울시 공공배달 앱 ‘제로배달유니온’을 내놨습니다.

① 별도의 광고비 없이 최대 주문 중개 수수료를 2% 내로 제한한다.
② 서울사랑상품권의 온라인 결제가 가능하다.
③ 제로배달유니온의 가이드를 준수하는 다수의 사업자(16개 업체)가 참여해 각자 특화된 방식으로 경쟁, 소비자에게 서비스한다.

기대와 우려 속에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소비자와 가맹점주, 사업자 모두 만족했을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 소비자들 “앱만 7개, 어떤 게 진짜?…주문 가능 점포가 내 주변에 3개뿐?”

서울시 도봉구에 사는 A 씨(56)는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서울시 공공배달 앱이 생겼다는 소식에 제로배달유니온 앱을 내려받으려다 망설여졌습니다.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쿠팡이츠처럼 하나의 앱인 줄 알았는데 ‘서울시 공공배달 앱’이 7개(띵동, 먹깨비, 부르심제로, 서울愛배달, 놀러와요 시장, 맘마먹자, 로마켓)나 나열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공공배달 앱은 단일 앱이 아닌 16개의 사업자가 참여해 각자 특화된 방식으로 서비스합니다. 서울시는 광고 지원 등만 하고 직접 운영하지 않습니다. 지난달 7개의 사업자가 먼저 시작했고, 다음 달 중에 9개의 사업자가 합류할 예정입니다. A 씨는 “16개 앱을 모두 깔 수도 없을뿐더러 일일이 사용해볼 자신이 없어 사용을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사는 B 씨(33)는 서울시 공공배달 앱 7개 중 1개를 내려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치킨을 주문해보니, 자신의 위치에서 배달이 가능한 점포는 세 군데밖에 없었습니다. 별점은 0점으로 단 한 건의 주문도 없었던 것으로 보였고, 음식 사진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제를 했지만 몇 분 뒤 업체의 사정으로 취소돼 어쩔 수 없이 민간배달 앱에서 시켜먹어야 했습니다. B 씨는 “입점한 업체도 적을뿐더러 쿠폰 등 혜택도 많지 않아서 굳이 사용할 필요를 못 느꼈다”며 “다른 서울시 공공배달 앱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와 비슷한 수준일 것 같아서 쓰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제로배달유니온 가맹점·소비자 혜택 (서울시 제공)
■ 가맹점도 사업자도 ‘갸우뚱’…“한 달에 3건 들어올까 말까…냉정히 봐선 실패”

□ 서울시 공공배달 앱 가맹점 C / 서울 당산동 ‘김치찜 전문점’ 운영
“(민간배달 앱에) 8백만 원을 수수료, 광고료 명목으로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공배달 앱도 시도해봤는데 이렇게 안 들어올 줄은 몰랐습니다. 공공배달 앱으로 들어오는 주문 건수요? 하루에 1건 들어올까 말까 합니다. 아직 홍보가 많이 안 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민간배달 앱에 달리는 리뷰나 평점은 신경 쓰는 편인데 공공배달 앱은 켜놓기만 하고 관리는 따로 안 하고 있어요. 가맹점도 외면하고, 소비자도 외면한다는 것은 효용성이 없다는 거니까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서울시 공공배달 앱 가맹점 D / 서울 영등포동 ‘백반집’ 운영
“지난 달에 3건 정도 들어왔습니다. 입점 수수료나 중계 수수료, 광고 수수료 없어서 처음에는 좋았죠. 그런데 주문이 들어와야 그 이점을 누리는 건데 아직은 미미한 것 같습니다. 주변에도 공공배달 앱 사용하시는 분을 보지를 못했으니까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거 나오면 그래도 한 번은 써보던데 홍보가 전혀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제로페이나 서울사랑상품권 사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니까 그런 점을 부각해서 홍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할 것 같아요.”

□ 서울시 공공배달 앱 가맹점 E / 서울 신도림동 ‘족발집’ 운영
“민간배달 앱 같은 경우 음식값의 20% 정도가 수수료니까 부담이 많이 됐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로 배달 수요 많이 늘어나는데 혹시나 해서 신청했는데 아직 2~3건 정도 들어온 것 같아요. 민간배달 앱도 처음에 어려운 시절이 있었을 테니 기다려보려고요.”

□ 서울시 공공배달 앱 사업자 F
“파격적으로 주문이 늘어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수수료가 2% 이하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되어야 쿠폰 등 다양한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데 상당히 힘든 상황입니다. 홍보 마케팅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로배달유니온’이라고 홍보하기 때문에 어디로 소비자들이 가야 할지 모르거든요. 상황이 이런데 다음 달에 9개 사업자 마저 들어오면 혼란이 예상됩니다. 냉정하게 평가해서는 실패했다고 봅니다. 소비자도 가맹점도 실망해서 이탈하면 다시는 안 돌아오거든요. 지금이라도 방식을 바꾸든지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서울시에 가입자 수나 결제 건수 등 공공배달 앱 한 달 실적을 요구했지만 ‘일부 업체들이 공개하지 않아 취합된 자료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또 서울시에서 부담하는 홍보 비용과 관련해서도 ‘집계가 쉽지 않아 공개는 힘들 것 같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배달 앱의 점유율이 월등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며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와 가맹점주, 사업자 모두 한 달 동안 ‘특별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 만큼 흥행 참패를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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